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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24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5.17 18:30
조회
69
추천
4
글자
9쪽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DUMMY

그렇게 해가 바뀌어

종규가 중학교 2학년이 된

가을의 어느 장날,


드디어

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 종규는

누나가 다니는 여고 교문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그날따라

기분이 유달리 좋은 누나를 챙겨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항상 시비가 붙는

민국이네 엄마와 종규의 엄마가

파장 무렵도 아닌데

서로 쌍욕을 내뱉으며

머리채를 붙잡고

땅바닥을 구르며 싸우고 있었다.


싸움의 강도가

여느 때와는 달리

매우 거칠었고,


장날이라

여기저기서 물건을 사러온

수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엄마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누나의 얼굴에서

화사했던 웃음이 사라지며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종규는

누나가 또 속옷에 실수를 할까봐

얼른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려했다.


그때,

민국엄마의 입에서 나온 욕설이

종규의 귀에 탄환처럼 박혔다.




“야, 이 썅년아!

지 버릇 개 못준다더니

감히 누구한테 꼬리를 쳐!


이 씨발년아!


젊었을 때

깜둥이들한테 다리 벌려주고

돈 벌던 버릇이

아직두 남아있냐?


어디 멀쩡한 남의 서방한테

꼬리를 쳐!


그렇게 그 짓이 좋으믄

서울루 이사 가서

다시 양공주하면 될 꺼 아냐!

이 썅년아!”


“이 씨발년이 진짜!


어떤 여자가

쫌생이 같은 니네 서방한테

꼬리를 치것냐!


니가 워낙에

니 서방 잡아대구

매일 개지랄을 떠니까

니 서방이 널 피하는 거지,


내가 니 서방이라두

너랑은 자기 싫것다. 이년아!


지 서방이 만지지두 않는다구,

가만히 있는 엄한 사람한티

어따 대구 화풀이야! 이년아!


내가 오늘은 아주

사달을 내버린다. 이 좃같은 년”


흥분한 엄마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빗자루 하나를 집어

민국엄마의 얼굴을 때리려하자


갑자기 어디선가

발길질이 날아와

엄마의 배를 걷어찼다.


막 학교에서 돌아와

자기 엄마가 당하는 모습을 본

민국이였다.


엄마는

민국이의 발길질을 맞고

억, 하면서 무릎을 꿇었고,


흥분한 민국이가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더 걷어찼다.


엄마의 얼굴에서 피가 터지며

그대로 땅바닥에 굴렀다.


그 모습을 본 종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종규는

번개처럼 뛰어나가

민국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종규에게

기습을 당한 민국도 몸을 돌려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이미 이성을 상실한 종규는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붙잡고

마구 휘둘렀다.


그렇게 종규의 기세에 눌려

뒷걸음치던 민국의 목에

어느 순간,

무언가가 푹 하고 박혔다.


종규의 손에도

어딘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눈을 들어 천천히

앞을 바라보니,


종규의 눈앞에서

목에 낫이 박힌 민국이

무릎을 꿇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종규도 깜짝 놀라

뒤로 주저앉으며 온몸을 떨었다.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흩어지고,


민국엄마가

눈이 반쯤 돌아간 민국이를 붙잡고

미친 사람처럼 오열했다.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다행히도 재빨리 구급차가 왔다.


민국엄마와 민국이가

병원으로 떠난 뒤,

파출소에서 순경 두 명이 나와

종규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엄마는

‘내가 그랬어요! 날 잡아가요!’

소리치면서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순경들에게 매달렸고,


누나는

수갑을 차고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종규를 보면서

두 다리가 다 젖도록

오줌을 지리며

엉엉 울고 있었다.




병원으로 실려 간 민국은

다행히도 죽지 않았다.


수술을 한 의사의 말에 의하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했다.


몇 센티만 더 들어갔어도

대동맥이 끊어져 죽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민국엄마는 혼절을 했고,


엄마는 무릎을 꿇고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수십 번을 말했다고 한다.




다음 날,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진

종규의 앞에


걱정스런 표정의

식당이모와 이모부,


만나기도 전에 너무 울어서

두 눈이 퉁퉁 부은 엄마와 누나,


그리고

민국엄마와 아빠가 나타났다.




종규는

경찰서 취조실로 자리를 옮겨

매우 불편한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모부와 친분이 있어 보이는

나이든 형사아저씨와

무뚝뚝한 표정의 담당 형사가

종규와 함께 가운데에 앉고


책상 양 옆으로

엄마와 누나,

민국이네 부모가 앉았다.


이모와 이모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밖을 서성였다.




형사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어차피 현행범이고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아직 중학생밖에 안된 미성년자고,


정상참작이 될 만한

우발적으로 보이는

수많은 정황들이 있으니


여기서 보호자들끼리

어느 정도 합의를 보면

보호처분 받고

소년원 송치 정도로 끝나서


이 아이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진 않을 수 있다.


뭐 그런 요지였다.




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민국이네 부모에게 큰절을 하며

간곡하게 말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팔아서라도,

사죄하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합의를 봐주시고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난생 처음 보는

엄마의 공손한 모습에

종규는 깜짝 놀랐고,


놀라움 뒤에 곧바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죄책감이

소년의 전신을 지배했다.




민국엄마도

엄마의 그런 생경한 모습이

너무 신기했는지

평상시와는 다른 눈빛으로

바닥에 엎드린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가

취조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자


누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똑같이 따라했다.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누나가 알 리가 없었으나


아마도

분위기상 그래야만 한다고

나름 판단한 것 같았다.


누나까지 땅바닥에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을 보자

종규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국아빠가

민국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행히...민국이도 살아났구...


흉터는 크게 남겠지만

몸에 장애가 생기진 않는다구 허니,

합의 봐줍시다.


당신두 이번에 많이 놀랐잖어...


우리 잘못도 아주 없진 않으니께...

당신이 한번 봐주구려.


그래두

한 동네서 오랫동안

이웃으루 얼굴 맞대구 살었는디...”


민국아빠의 말이 끝나자

민국엄마는 무서운 얼굴로

남편을 한번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엎드린 엄마와 누나에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녀도

이번에 느낀 바가 좀 컸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히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고,


무엇보다

자기가 여기서 더 매몰차게 하면

종규가 자신의 아들에게

나중에 해코지라도 할까봐

그것이 훨씬 더 무섭기도 했다.


“일단...합의는 봐 줄 거고...

액수는 500만원으로 하자.


요즘 서울에 생긴다는

아파트 30평짜리가

그 정도 된다는데...


우리 아들 목숨 값이면

그 정도는 돼야지 않겠어?


그리고...

이건 꼭 지켜줘야 할 조건인데,

니네 이사가.


이곳을 아예 떠나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항은

아닌 거 같고,


적어도 우리 동네서는 나가.


종규두

우리 아들이랑은

절대 같은 학교 못 다녀...


하긴 어차피

고등학교는 못가겠지만...


암튼 이게 조건이야.”




500만원...


상상도 못한 너무 큰 돈이라

종규의 두 눈이 확 커졌다.


민국엄마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형사들도,

그녀가 요구하는 액수에

그야말로 깜짝 놀라

멍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종규네 집이

넉넉한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잣집도 아니었다.


당시 선생님들 월급이

20만원이었다.


그런데

500만원이라는

그런 엄청나게 큰 돈을,


자신의 행동때문에

엄마가 누군가에게

물어줘야만 한다는 사실이


소년의 목을 조르듯,

심하게 압박해왔다.


그것은 아마도

소년이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어른들의 세계이자

어른들의 사정이었을 것이다.




소년이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때,


엄마는

취조실 바닥에 머리를 댄 채로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망설임조차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네.


당장 집 팔고

이사 준비하겠습니다.


합의금은,

제가 그동안 장사하면서

열심히 모아둔 거가

지금 300만원 정도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집이 팔리는 대로

바로 채워드리겠습니다.


다만...이사문제만큼은...


이곳은 제 고향이기도 하고...


저희 부모님 묘도 있고,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하면서

단골들도 생겼으니,


지금 사는 동네를

최대한 빨리 떠나는 걸로만

마무리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오직 그것만 부탁드립니다.


종규가

어른 돼서 밥벌이 할 때까지는

저희 세 식구,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구 종미는...


어차피 얘가

어디루 시집갈 형편두 못 될 거구....


제가...끝까지 돌봐야지요...”


마지막으로

누나의 얘기를 하는 부분에서,


종규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엄마도 울지 않았지만,


엄마의 눈물이

소년의 마음 속에 들려왔다.




그날을 기점으로

종규와 엄마의 냉전은 끝났다.


검찰로 이관된 종규는

충남지원 소년부 재판에서

10호 보호처분을 받고


1년간 대전소년원,

속칭 ‘대산학교’에 송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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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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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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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2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8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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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2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6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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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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