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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03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6.30 10:48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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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 2 장 악연 (15)

DUMMY

그즈음 정용상은

주로 온양에 머물며

그쪽 식구들의 요청으로

건설 사업에 관여하고 있었다.


공사현장의 인력관리와

자재수급에 관한 일을 맡아서

정식으로 용역회사를 차렸다.


고향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현수 어머니를 챙기러 갈 때만

충식과 종규를 대동하고 내려갔다.


현수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에 대해

용상을 탓하지 않았다.


물론,

현수의 죽음과 얽힌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현수의 어머니는

자식의 죽음에 관해

적어도 남을 탓하지는 않았다.


‘사람 때리구

징역 드나들 때부터

끝이 안 좋을 거란 건 알았어...


용상이 너두

이제 착허구 성실허게 살어.’


현수의 어머니가

헤어질 때

용상에게 건네는 말은

항상 똑같았다.


준비해간 돈도

극구 받질 않으려고 하셔서,


용상은

국민학교 동창인 신협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어머니 앞으로 통장을 만들고서

평소에도 잘 돌봐드릴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이종배를 처리하여

복수를 마무리한 용상은,


재성과 약속한대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나갔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박정규의 유산인

요정 ‘백월’을 되찾는 것이었다.


이종배가 ‘실종’된 지금,


‘백월’은

이종배의 부인이

사장을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


‘백월’은

고급스럽게 지어진

건물도 건물이지만


깔고 앉은

땅 면적이 제법 되어서,


용상이 되찾아오려면

상당한 액수의 목돈이 필요했다.


이종배의 부인이

수완이 꽤 있었는지

장사도 잘 되어서

아쉬운 부분이

크게 없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백월’을 되찾을 방법은

오직 하나,


이종배의 부인이 혹할만한

매입대금을 제시하는 것뿐이었다.


용상은

오랫동안 의형제로 지내던

온양의 두목 홍규성에게

여러 가지 상의를 했고,


홍규성은

정용상의 명성과 실력으로

‘큰 구찌’를 얻을 수 있는

건설 쪽 일과


‘부동산 경매’에 잔뼈가 굵은

법무사 후배

김동수를 소개하였다.


김동수는 정용상에게


‘건설 쪽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경매입찰을 통해

시세의 3분의1가격으로

땅이나 건물을 매입한 뒤


적절한 수익을 내고

시세로 매각하는 방법’을


‘크고 빠르게 합법적으로

돈을 불리는 방법’으로 추천하였고,


용상은

‘돈을 불리는 일’에 관해서는

김동수를 믿고

모든 것을 일임하였다.


전권을 위임받은 김동수는

정용상이 흡족해할만한

꽤 괜찮은 성과를 내주었다.




용상의 일이 바빠지면서

충식과 종규도 덩달아 바빠져,


둘은

무척이나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용상이

현수의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충식은 가족을 만나고,


종규는

어머니의 병원에 들르는 것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유일한 휴식이었다.


그러나

둘은 무척이나 행복했다.


용상을 모시고 다니면

어딜 가도 ‘귀빈 대우’를 받았고,

무엇보다 주머니가 두둑했다.


용상이 매달 챙겨주는

그들의 용돈은

웬만한 월급쟁이들은

입이 딱 벌어질만한 큰 액수였다.


용상은

둘의 ‘용돈’외에도


교도소에 있는 재성과

충식의 아버지를 위해

‘돈’도 ‘맥’도 충분히 썼고,


종규의 어머니와

충식의 할머니 병원비도,


심지어

형철의 어머니 요양원 비용마저도

모두 부담하였다.


용상의 정성과 노력 때문인지,


종규의 어머니와

충식의 할머니는

서울의 의사들이

예견했던 것과는 달리,


적어도 겉보기에는

큰 변동이 없이 무탈하게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건달세계’에서

용상의 명성과 인망은,


사회초년생이나 마찬가지인

그 둘에게 있어

어마어마하게 큰 그늘이었고

따뜻한 울타리나 마찬가지였다.


충식과 종규는

비록 몸은 피곤할지라도

마음이 편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용상이네 식구’라는,


가슴 가득 충만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달력의 날짜도

어느덧 11월에 접어들어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아프게 만드는

사나운 날씨가 며칠간 이어졌다.


숙소로 쓰는

온양의 제일호텔 503호에서

새벽에 눈을 뜬 종규는

영 심난한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어머니의 병실이 나왔는데


죽은 누나가 웃는 얼굴로

누워있는 어머니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꿈 자체가

너무 심난하기도 했고,


어머니를 병문안 한 것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간지라

종규의 가슴은

더더욱 불안해졌다.


창가에 앉아

담배를 하나 태운 종규는


어젯밤 늦게 들어와

깊은 잠에 빠져있는 충식을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흔들어 깨웠다.


“...벌써 아홉시냐?”


피곤한 목소리로

아직 잠에서 덜 깬 충식이

종규에게 물었다.


“...그게 아니고...

정말 미안한데, 형....”


종규가

확실히 말을 하지 않고

끝을 흐리자


충식이

지그시 종규를 쳐다보다가

눈을 세차게 부비고

몸을 일으켰다.


시계는

새벽 5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꿈을 꿨는데....”


종규의 꿈 이야기를 들은 충식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오늘,

큰형님이

중요한 약속이 있으실 거야.


점심약속인데,


열시까지

현장 나가서 점검하고

바로 천안으로 넘어가서

서울손님하고

식사하신다고 했어.


언제 끝나실지 모르지만...


내가 형님 모시고

이동하는 중간에

말씀드려 보께.


오늘 고향 내려갈만한

시간 되시겠냐고.”


“...고마워, 형.”


충식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종규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괜찮어.


나도

할머니랑 동생들도

보고 싶기도 하고...


좀 이르긴 하지만,

밥이나 먹으러 가자.”


둘은 간단히 몸을 씻고

숙소를 나섰다.




충식을 통해

종규의 꿈 이야기를 들은 용상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점심만 먹구,

종규 데리구 바루 출발허자.


기분이 영 그렇구먼...


종규 지금 어딨냐?”


“동수형님이랑

법원 들어가는 날이라고

아까 밥먹을 때 얘기했습니다.


오전에 경매 한 건 있답니다.”


“그럼

동수 사무실에 전화해서,


3시까지 귀빈다방으루

종규 나와 있으라고 혀.”


“예, 형님....고맙습니다....”


“고맙기는...


다 같이 행복허게 살아보자구

밤이슬 맞으믄서 허는 짓인디...


신경쓰지 말어.”




병원 앞에

셋이 탄 차가 도착한 것은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용상이 말했다.


“오랜만에 어머니 뵙구 가자.”


“괜찮습니다. 형님. 저 혼자...”


“오랜만에 여기까지 왔는디

사람이 그러는 거 아녀.


나두 간다.”


셋은 차에서 내려

병원 본관 건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떴습니다.”


형사 하나가

차에서 내린 셋을 보고

무전을 때렸다.


곧바로 무전이 울렸다.


“본관 앞에서 덮친다.


말뚝선지 20일 만이다.

실수하지 마라.”


잠시 후,


건물 여기저기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열 명 남짓한 건장한 형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셋의 주변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앞서가던 종규가

병원의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유리에 비친

사내들의 모습을 보았다.


사내들은 진압봉을 빼들고

자신들의 뒤로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종규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돌려 소리쳤다.


“형님! 뒤에!”


종규의 급박한 외침을 들은

용상과 충식이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천천히 따라오던 사내들은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




“덮쳐!”


형사 하나가 소리쳤다.


열두 명으로 구성된 체포팀은

각자의 장비를 빼들고

셋에게 달려들었다.


충식이

용상의 앞을 막아서며

제일 먼저 달려든

형사 한 명의 팔을 낚아채

땅바닥에 메쳐버렸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사각에서 날아온 경찰봉이

충식의 머리를 강타했다.


억, 하는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충식의 몸이 휘청거렸다.


충식의 머리를 후려친

형사의 옆구리를

용상의 다리가 걷어찼다.


형사의 무릎이 꺾이며

푹 주저앉았다.


용상이 충식을 돌아본 순간,

대여섯 명의 형사가

우르르 달려들어

한꺼번에 둘을 덮쳤다.


용상과 충식은

사력을 다해 저항했지만,

몸을 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쉬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소화기 분말이

그들을 향해 마구 뿌려졌다.


갑자기 날아든 독한 가루에

형사들의 움직임에 틈이 생겼다.


종규가

소화기 호스를 움켜잡고


둘을 잡고 있는

형사들의 얼굴에 계속 뿌려대며

급박하게 소리쳤다.


“형님들! 빨리!”


용상과 충식은

자신들을 누르고 있던

형사 두 명의 턱과 명치에

강력한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 둘을 마지막으로

그들을 누르던 형사들의 압박이

그제야 모두 풀어졌다.


그 모습을 본 종규가 소리쳤다.


“빨리! 빨리 피하세요!”




용상과 충식은

주차장 쪽으로 재빨리 뛰었다.


두 명의 형사가 그들을 뒤쫓았다.


담벼락 근처에 도착한

용상과 충식은

기습적으로 몸을 돌려


추격해온 형사들의 배에

강력한 한 방을 날려

그대로 쓰러트렸다.


마지막 추격을 뿌리치고

급히 담벼락을 넘던

용상과 충식의 눈에


형사들에게 제압당해

마구 짓밟히고 있는

종규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담을 넘는 둘을 본

형사들이 소리쳤다.


“빨리 지원 요청해!

저 새끼들 잡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용상과 충식은

결국 종규를 구하지 못하고

재빨리 담을 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둘이 무사히 도망간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한 종규가

땅바닥에 짓눌린 채로 씩 웃었다.


“이 씨발 새끼가...웃어?”


화가 치민 형사의 구둣발이

종규의 턱을 세차게 후려쳤다.


종규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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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1 0 11쪽
»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7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5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4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2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1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0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7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7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6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8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5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7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4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0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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