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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22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6.28 14:32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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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제 2 장 악연 (14)

DUMMY

4부 재회






홍명경찰서장 이명식은

아침부터 매우 언짢은 기분이었다.


어젯밤,

곗돈 문제로

마누라의 잔소리를

심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계주인데,

메꿔야할 돈을 메꾸지 못했다.


이번 달에

가욋돈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미리 얘기라도 해줬어야

어디서 융통이라도 했을 거 아니냐.


얼마나 영이 안서는

경찰서장이기에

그런 건달깡패 따위가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 등등.


같이 계를 하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이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난 듯,


마누라의 잔소리는

이명식의 신경을 마구 긁어댔다.


성질대로라면

뭐라도 집어던져서라도

마누라의 시끄러운 입을

막고 싶었지만,


총경 승진 때

처갓집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 때문에


이명식이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자리를 피하는 것밖엔 없었다.


결국 이명식은

마누라의 핍박을 피해

온돌도 들어오지 않는 문간방에서

쪽잠을 자야했다.


밤새 불편하게 잔 탓에

어깨가 마구 쑤시고 결려서

저절로 인상이 써지는

불쾌한 아침이었다.




누군가 서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이명식이

담배를 하나 피워 물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들어와.”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이명식의 측근인

수사과장 박종호가

긴장한 얼굴로

서장실로 들어왔다.


“어떻게 됐어?

먼가 알아낸 거 있어?”


“...죄송합니다.


벌써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흔적조차 잡히질 않네요.


그...

종배 따라다니던 건달 두 놈은

그날 이후로 잠수 탔고,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미용실 여자는...

맨날 똑같습니다.


마스크 쓴 남자 하나가

여관 창문을 깨고 들어와서

순식간에 맞고 기절했다고...”


이명식의 인상이

더더욱 구겨졌다.


"후....."


언짢은 얼굴이 된 그는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재떨이에

거칠게 담배를 비벼 끄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종호야....”


“예. 서장님”


“여기 우리 둘 뿐인데

서장님은 무슨...


그냥 술 마실 때처럼

형님이라고 불러.”


박종호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형님...


저두

정말 열심히 쫓아 댕기는데...

진짜로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종배 같은

양아치 깡패새끼 하나 실종됐다고

요즘 같은 불안한 시국에

우리가 소란 떨 일은 없지.


괜히 어설픈 꼬투리라도 잡히면

뭐에 뒈지는지도 모르고

진짜 한 방에

모가지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네....."


"근데...너나 나나

그냥 이렇게 계속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잖냐...


그 새끼가

매달 식사나 하시라고 챙겨주던

부수입 끊어진지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다른 양아치 새끼들은

다 자잘자잘 찔끔찔끔...


그거 가지고는

목욕비에 구두값도 안 나와.


진짜 요즘 내 신세가

쪼잔스러워서 못살것다."


"이 동네가 좀...

사이즈가 애매하잖아요.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깡촌도 아니고...


깡패놈들도

이 동네에 위루 아래루

뭐 좀 나눠먹을 건덕지가 있어야

이권이라두 열심히 챙길텐데...


다 고만고만

거기서 거기라...."


박종호의 말에

답답함이 더해졌는지

이명식이

다시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박종호가 얼른 라이터를 꺼내

깍듯이 허리를 굽히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길게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이명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마 종배 그 새끼가

인사는 굵직허니,

깍듯허게 잘했는데...


봉투두 두툼했구....


나 어제두

마누라년한테

밤새 바가지 긁혔다.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마누라 대가리에 대고

총으루 확 쏴버리구 싶더라.”


박종호도 울상이 되어 말했다.


“저두

아주 요즘 죽것습니다. 형님.


저희 마누라두

왜 요즘은 월급만 가지구 오냐구

난리여유 난리...


그러게 왜

분수두 안 맞는 차를 뽑아가지구...

아, 미친년 증말....”


박종호마저

집에서 바가지 긁힌 얘기를 하며

신세한탄에 동참하자


이명식이

잠시 허공을 쳐다보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핵심은 이거다. 종호야.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구,


돈 나올 구멍이 없어졌으면

새로 만들어야지.


이종배 그 새끼가

오랫동안 거래했어두

탈두 한 번 안 나고

참 딱이긴 했는데...


뭐 어쩌것냐...


이렇게 일 년 가까이

종적이 묘연한 걸 보면,


이미 뒈져서

어딘가에 묻혀있을지도 모르지.


그 새끼가

착하구 성실하게 산

평범한 놈두 아니구,


그 새끼한테

모가지에 빨대꽂혀서

이자 빨아먹힌 사람들부터,

심하게 해꼬지당한 사람들까지


그 새끼한테

원한가진 사람들이

이 동네에 좀 많았것냐구..."


"저희가

그 새끼 좀 어떻게 해달라고

사람들한테 민원들어온거랑

고소고발장 막아준 것만해두

서류철로 세 개는 넘을거여요.


제가 생각해두

이미 잘못된 것 같아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고,

그럴수도 있지.


그럴만 해...그 새끼는."


"............"


"근데,

그 새끼가 뒈졌든 말든

정식으로 사건화가 되지않는 한

우리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거고,


어쨌든

이 동네 대장 먹던 놈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없어졌으면,


분명히 다른 깡패새끼덜이

그 자리를 차지할라구

대드는 놈들이 있을 거 아니냐.


무주공산 된 알짜배기 땅을

깡패새끼들이

그냥 놔둘리가 없잖냐


이 동네가

아무리 사이즈가 애매해두

건달 놈들이 끼어들어서

돈 되는 껀수가 한두 개가 아닌데..."


"그렇죠...


경매보는 법원도 있고

큰 군부대도 있고

교도소도 있고


전국단위에서도 밀리지 않는

우시장에 도축장에 축산농가에...


바다랑 뻘도 끼고 있어서

고급 해산물들도

일본으로 수출하는 동네인데요."


"그래,


눈만 잘 뜨고 찾아보면

절대 나쁜 이권들이 아냐.


적절한 사이즈로

오랫동안 꾸준히 빼먹을 수 있는

그런 이권들이라,


오히려 큰 도시에서

개발이니 철거니 건설이니 하는,


분수에 안맞는 큰 구찌 먹자구

겁대가리 없이 끼어들었다가

괜히 징역갈 일도 없는...


걔들 입장에선

위험부담도 적고

완전 꿀빨 수 있는 동네라구."


"네...그렇죠."


"그러니까,

이제 이종배 대신

이 동네에 욕심을 낼 만한,


되도록이면 머리 잘 돌아가고

일처리 깔끔한

그런 놈들을 찾아봐야지.”


이명식의 이야기에

박종호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게...

저두 좀 자세하게 알아봤는데,


지금 새로 오야 먹은 놈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저도 한 번 그 놈이랑

차 한 잔 마신 적이 있는데,


이종배 그 새끼랑은

아예 결이 달라요.”


“그게 뭔 소리야?”


“정용상이라는 놈인데...


이종배처럼

피래미에

양아치스러운 놈이 아니라,


족보도

전국구로 아주 굵직하구.


무엇보다 애가 깔끔해요.


건달인데 건달 같지 않달까...


징역두 꽤 산 놈인데,

꼬투리 잡힐 만한 짓을

아예 하질 않아요."


".........."


"주변사람들한테 원망도 안사고

장사치들하고 관계도 좋은지

민원 들어오는 일도 없고...


그리구,

이게 이종배하고

가장 큰 차이점인데


분명히 돈이 되는 일인데도

더럽고 위험하다 싶으면

그런 일에 아예 손을 안대요.


한 마디로,

우리한테 아쉬운 게 없어요.”


“...그래봤자 건달새끼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이 어딨냐?

너, 제대로 후다 따봤어?”


“정용상이가

이종배랑 가장 크게 다른 건,


이쪽 동네 똘마니들한테

상납을 안 받는다는 거예요.


축주(畜主)들 노름방 관리하는

김달서나


어촌계 경매 관리하는

이영각 같은 놈들한테


인사는 받아도,

딱 거기서 끝이에요.


밥도 같이 안 먹어요.


스물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맹이들 두 명만

심부름시키는 꼬붕으로

단출하게 달고 다니는데


일을 다른 곳에서 하는지

이 동네에선

눈에 띄게 움직이질 않아요.


근데 놀라운 건,


이종배가

상납 받고 관리할 때보다

이 동네가

조용하고 평화롭다는 거예요.


뭣 때문인지 몰라도

이종배 꼬붕하던 놈들이

아주 알아서 설설 기고 있달까요.”




박종호의 말이 끝나자

이명식은 고민에 빠졌다.


이종배를 통해

매월 상당한 액수를

뒷돈으로 상납 받던 자신이나


박종호가 봤을 때,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가장 짜증나는 상황이

지금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깡패는 깡패답게 살아야

자신들에게도 짭짤한 부수입이

알아서 생길 수 있는 법이거늘,


‘깡패 같지 않은 깡패’ 정용상은,


오랫동안

어둠의 무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단물을 빨아먹던

이명식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해로운 존재’였다.




심각한 얼굴로

이명식이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자


마치 습관처럼,

박종호가

얼른 라이터를 꺼내

허리를 깍듯이 숙이며

불을 붙여주었다.


깊게 한 모금을 빨아들인

이명식은

손에 쥔 담배가

타들어가는 것도 잊을 정도로

장고에 빠졌다.




“아쉬운 게 없는 놈이면...

아쉽게 만들어야지...”


한참동안 머리를 짜내던

이명식이

드디어 긴 침묵을 깼다.


박종호는

이명식의 무거운 말투에

짐짓 긴장했다.


왠지 모르게

위험한 냄새가

진하게 났기 때문이다.


“일단 잡아서, 엮어 넣자.


준비해.


아쉽게 만들어놓고

막 조지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것지.”


“...뭐로 엮어야하나요...


제가 여섯 달 넘게

후다 따봤는데,

딱히 마땅한 게 없어요.”


“우리한텐 이게 있잖아.


이거에 안 걸려들 깡패는

한국엔 없어.


몸에 담배빵 하나만 있어도 돼.


잡아넣는데 아무 문제없어.


더군다나

그 새끼 전과두 꽤 된다며,

징역두 여러 번 살었구.”


이명식은

자신의 책상위에 놓여 있던

서류철 하나를 집어

박종호에게 건넸다.


서류철의 표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삼청5호 계획 진행상황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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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 제 2 장 악연 (14) 22.06.28 43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8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6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5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2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8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8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2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6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1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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