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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23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6.15 00:2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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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제 2 장 악연 (11)

DUMMY

충식과 종규가

용상이 묵고 있는

온양의 호텔에 도착한 것은

10시가 다 되어가는 한밤중이었다.


충식과 종규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호텔의 회전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난생 처음 타 본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707호의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낮선 남자 한 명이

그들을 맞이했다.


안쪽에서

용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청주까지 들렀다 오느라고

고생 많었다.


어여 들어와.”


충식과 종규가

어색한 몸짓과

주춤거리는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온양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용상이 앉아있었다.


용상은

문을 열어준 사내에게


셋이서 조용히 할 얘기가 있으니

어디 가서 밥이나 먹고 쉬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사내가

정중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자


용상은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성이는 어뗘? 잘 지내구 있지?”


“...네,


형님덕분에 너무 편하게 있다고.

감사인사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충식의 나이답지 않은

예의바르고 진중한 대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용상의 얼굴에

한가득 웃음이 지어졌다.


용상이 물었다.


“밥은?


안 먹었으면

나랑 나가서 같이 먹으까?


여기 맛난 거 많다.”


“괜, 괜찮습니다.

아까 청주에서

많이...많이 먹었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종규가 경직된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대답하자

용상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 괜찮어,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말어.

종규야.”


자신의 이름이

자상한 말투로

‘전설’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종규는

감격에 찬 눈빛으로 변해

환하게 웃었다.


충식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성형님이,

먼저 형님께 잔 올리고

절부터 드리라고 했습니다.”


충식의 말에

용상은 지그시 둘을 쳐다보더니

침착한 말투로 물었다.


“...그 말은...


너희들두 재성이마냥

확실허게 결심이 섰다는 거여?”


용상의 물음에

둘은 동시에 예, 라고 대답했다.




용상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담배를 하나 물었다.


종규가 얼른 라이터를 집어

불을 붙여주었다.


깊게 담배를 빨아들여

길게 내뱉더니

용상이 말했다.


“이제,

나한티 잔을 따르구 절을 하믄,


너희들은

일반인의 생활루는

다신 돌아갈 수 읍어.


증말 괜찮것어?


니네가 잘못될 수두 있어.


이쪽 길은

겉에서만 보믄

폼나구 화려해 보이지만


세상엔 절대루

꽃길만 있는 게 아니니께.


진흙탕, 피바다가 되는 것두

순식간여.”


용상의 말에

종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형님.”


충식은 한 박자 쉬었다가

진중하게 대답했다.


“전 형님보다도,

재성형님을 믿습니다.


그리고...전,

재성형님께

꼭 은혜를 갚고 싶어요.”


둘의 대답을 들은 용상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방안의 냉장고에서

양주를 한 병 꺼내왔다.


용상이 눈짓을 하자

종규가 얼른 일어나

침대 쪽 테이블에서

컵 두 개를 가져왔다.


용상은 앞에 놓인 잔 두 개에

반 정도 술을 따랐다.




“마셔라.”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잔을 비우고,


앞에 놓인 티슈를 뽑아

잔을 닦은 후


충식부터

용상에게 정중히 술을 따랐다.


용상은 단숨에 술을 비웠다.


종규도 용상에게 잔을 올렸다.


용상은

두 번째 잔도 시원하게 비웠다.


충식과 종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용상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리 와라.

악수나 한 번씩 하자.”


용상은

충식, 종규와

번갈아가며 악수를 하고

다시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두,

재성이처럼 내 동생여.


형두 노력헐테니

니네두 잘 따라주믄 좋것다.”


“네! 형님!”


“그러믄...

오늘을 기념하믄서

즐겁게 한 잔 마시러 갈까?”


용상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은 그 뒤를 따랐다.




호텔 지하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일식집에서


한상 가득

고급 회 요리를 차려놓고


셋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로 용상이 묻고

둘이 대답하는 형태의 대화였다.


술이 세 병 정도 비워졌을 때,

충식이 물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십쇼. 형님.”


충식의 질문을 받은 용상은

한 박자 쉬었다가 천천히 말했다.


“일단...지금은

그 거머리 새끼의 뒤를

조심스럽게 밟으믄 돼.


내가 알아본 바로는,


형철이가 실패하구

내가 밖으로 나온 걸 알고서,


솜씨 좋은 칼잽이 한 놈허구

전에 복싱선수 했다는 놈 하나를

대구 쪽 식구덜헌티 부탁해서

돈 주구 사왔어.


그 두 놈 다,

나름 이 바닥서는

유명헌 놈덜이구,


실제루 뜨는 것두

한 번 직접 봤는디...만만치 않어.


그 둘 중에 칼잽이는

니들두 아는 놈여,


그날 명월관 앞에서

충식이 목 그은 놈...


암튼 나 혼자서

그 두 놈을 재끼구서


이종배

그 새끼 모가지를 따기는

쉽지 않을 겨...


그리구...이번만큼은

꼭 숨통을 끊어놓을 거여.

내가 직접...


그래서 여기,

온양 쪽 식구덜헌티는

힘을 빌리구 싶지두 않구

끌어들이구 싶지두 않어.


괜히 나중에 얘덜까지 엮여서

피해주거나 허믄 안되니께,


무엇보다

내 자존심의 문제기두 허구....”


“........”


“니들은 일단,

아직 이쪽 바닥서는

얼굴이 안 알려졌으니께,


그 새끼 뒤만 찬찬히 밟어.


그 새끼는

지가 건달입네 허믄서

동네방네 떠들구 다니지만,


전국구는 당연히 아니구,


근본이

이자놀이나 허는

양아치 출신이라


건달들 세계에선

족보루 잘 쳐주지두 않어.


그렇기 땜에

혹여 타지서

망신이라두 당할까봐


웬만해선

고향을 잘 벗어나지두 않지...


근디 그런,

건달두 아닌 민간인두 아닌

반달 같은 새끼기 땜에


내가 일을 보기가

오히려 더 힘든 면이 있어.


그러니께...

지금은 그저, 조용히...


뒤를 차분히 밟다 보믄,


그 새끼가 그렇게

철두철미헌 새끼는 아니기 땜에,


분명히 그 새끼를 칠만한

시간이나 장소가 뜰 겨.


그것만 확보되믄 돼."


"네...."


충식이 진중하게 대답하자

용상이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셋이서

그 두 놈 조용히 재끼기만 허믄

나머진 아무 일두 아녀.


이종배 그 새끼는

한 주먹꺼리두 안 돼.


원래가

겁두 무지허게 많은 놈이구.


무엇보다 예전에

내가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만들어놔서

지대루 튀지두 못할 거니께.”


“그럼...

내일부터 내려가서

알아 보믄 될까유?


형님?”


종규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물었다.


용상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내가 내일

나머지 돈을 마저 줄 테니...


종규는

내가 얘기해놓은 서울 병원으루

어머니 모시구 가.


거기 원무과장헌티

얘기는 해놨으니께

병원비 걱정은 허지 말구.


충식이는 할머니부터 좀 챙겨.


할머니 무릎이

많이 안 좋으시다믄서?


내일 내려가서

종규 어머니 병원 옮기실 때,


너두 할머니 모시구

같이 따라 갔다 와.


나랑 오래전부터

인연이 깊은 병원이라

아마 의사덜이

성의껏 살펴줄 거여."


"............"


"그리구...재성이 말루는

충식이 아버님이

대전교도소에 계시다구 허던디...


어르신 함자랑

수인번호 좀 알려주구.


내가 거기다

안팎으루 두루두루

얘기 좀 해 놓으께.


오랫동안 고생허셨을텐디

남은 날들이라두

좀 편허게 계시야지...”


용상의

예기치 못한 세심한 배려에


둘은

가슴 한구석이

무척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일단 그렇게,

너희들이 지금 할 수 있는

효도를 다 해놓은 다음에...


내가 시키는 일을 혀.


어차피 복수라는 건,


특히

그 새끼 모가지를 딸 정도의

큰 복수는

다 적당헌 때가 있는 겨.


저번처럼 내 승질대루 허다가

괜히 실수라두 허믄

일만 망쳐.


경찰서장까지 돈 멕이는 새끼라

한 번 삐끗허믄

다시는 기회가 안 올지두 몰러.


조용히...

뒤를 돌아볼 필요두 읍시

딱 한 번으루 끝내야 허는 일여...


서울 다녀와서는,

어디 도장이나 하나 끊어가지구

운동허구 몸 만들믄서

조용히 그 새끼 후다만 따.


그러다 보믄

분명히 때가 올 겨...확실한 때가...


그때까진 니네가

적어두 생활 걱정은 안 허게

내가 신경써줄테니께


내가 시킨 거만 신중히 혀.”


"정말 고맙습니다. 형님."


감격에 찬 인사가

둘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용상이 담배를 하나 피워 물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바닥에선 모든 것이 순간여.


언제일지 모를 그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정해지는 바닥여.


그렇기 땜에

아무리 안 깨질 거 같은

돌다리루 보여두


두드리구 두드리구

또 두드려 보는 거구,


움직여야 될 때가 오믄

독사가 개구리 낚아채듯


상대를 한 방에 보낼 수 있게

지대루 질러야 되는 겨.


결정적일 때

확실히 내지를 줄 알으야


다른 쪽 식구덜 같은

동업자덜이나


사업허는 쩐주덜이


나를, 우리를 깐보질 못허거든...


그래서 이런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가는

우리 같은 놈덜은


언제 죽더라두 후회가 없도록

평상시에 주변 정리를

잘 해놔야 허는 겨.


피붙이덜이나

도움 받은 사람들한티두

헐 수 있을 때, 헐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잘 해야 허구...


속옷이나 양말,

자잘허게는 손톱 발톱까지두

항상 깔끔허게 허구 다니구,


옷이나 신발, 시계 같은 것두

최대한 좋은 걸루

입구 신구 차구 다니구...


아무리

손에 피묻히구 살었다구 해두,


죽었을 때 모습만큼은

남헌티 쪽팔리구 싶지 않은 게,

건달로서의 내 곤조여...


니들두 이것만큼은

앞으로 생활허믄서,


특히 내 동생들이라믄

절대루 잊지 말어.”


용상의 묵직하고 뜨거운 말에

둘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셋은 그날 밤,

오래오래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새벽, 그들은

호텔의 사우나에서

정답게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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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3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8 2 10쪽
»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7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5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2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8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8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2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6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1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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