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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7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5.19 22:07
조회
65
추천
2
글자
9쪽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DUMMY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재성은

권투부 연습에 나가지 않았다.


장선생님도

재성의 맘을 안다는 듯,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우울한 얼굴로

한참동안 거리를 걷던 재성이


그의 뒤를 따라오던

충식과 종규에게 말했다.


“기차나 타러 갈까?”




그렇게 셋은

저녁노을이 질 무렵,

완행열차를 타고 도시를 떠났다.


목적지는 그냥 종점.


무언가를 계획하고 가기보단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떠난

짧은 여행이었다.




난생 처음 가본 어느 낯선 역에

셋이 내렸다.


어느덧 밤이 되어

역 앞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에 간 충식과 종규를

역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성의 눈에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년 하나가 들어왔다.




재성은

천천히 청년에게 다가갔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청년이

재성을 흘낏 쳐다보았다.


재성이 말했다.


“담배 한 가치만 주시믄 안되까유?”


청년은

천천히 위아래로

재성을 훑어보더니

갑자기 다짜고짜 욕을 했다.


“마빡에 피두 안 마른 어린 새끼가

감히 어따 대고...

꺼져 이 씨발놈아.”


청년에게 욕을 먹은 재성은

아무 대꾸도 없이 씩 웃더니,

느닷없이 오른손 어퍼컷을

청년의 턱에 꽂아버렸다.


불시에 기습을 받은 청년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재성은

쓰러진 청년에게 다가가

발길질을 시작하며

거칠게 욕을 내질렀다.


“씨발놈은 너지. 이 씹새끼야...

뒤질라구, 개새끼가...”


한참을 얻어맞던 청년은

잘못했다고 빌며

재성의 다리를 붙잡았다.


재성이 발길질을 멈추자


청년은

자신의 담배와 라이터를 주고

어둠 속으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재성은

청년에게 받은 담배 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쿨럭,


마른기침이 터져 나왔다.


장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3년 만에 다시 피운 담배는

무척이나 씁쓸한 맛이었다.




광장으로 나온 종규와 충식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재성을 보고

잠시 흠칫했으나,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성은 충식과 종규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셋은,

역 근처에 문을 연

조그만 식당으로 들어갔다.




셋이서 김치찌개를 시키고

밥을 기다리는 동안,


재성이

갑자기 소주를 시키더니

맥주 컵에 가득 채워,

마치 물을 마시듯

술을 꿀꺽꿀꺽 마셨다.


충식과 종규는

그런 재성의 모습이

너무 불안해서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재성이 혼자서

소주 한 병을 금세 다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밥값을 계산하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남은 밥을 얼른 먹어치우고

곧바로 뒤따라 나간

충식과 종규의 눈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재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재성이 둘을 보며 말했다.


“벌써 다 먹었어?"


충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밥은 한 수저두 안 뜨시고...

그렇게 술만 드시면...."


충식의 걱정에

재성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괜찮어.

대신 술 한 병 다 마셨잖어.


그나저나...이제 어디 가까?”




그때였다.


열댓 명 정도의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와

순식간에 셋을 둘러쌌다.


뭐지? 하는 순간,


아까 재성에게 담배를 뺏기고

얻어터진 청년이 앞으로 나서

재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여! 이 새끼!”


얻어터진 청년의 고자질이 끝나자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어디서 온 새끼들인지 몰라도...

니넨 오늘 뒤졌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 명도 넘는 청년들이

셋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마치 이런 일이 생기기를

애타게 기다린 것 처럼,


재성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기가 막힌 몸놀림으로

청년들을 쓰러트렸다.


충식도

두 명의 청년을

메치기로 땅에 꽂아버렸고,


종규도

자신에게 달려든 청년의 얼굴에

매섭게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주먹과 욕설이 어지럽게 오가던

싸움판의 주도권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 명의 소년에게

유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셋 중에서

종규는 차치하고서라도,


재성과 충식은,

전국체전의 선수로 선발된

최상위급의 격투기 선수아닌가.


나이만 고등학생일뿐,

그들의 힘과 기술은


일반인들은

감히 상대할 수도 없는,

한참 까마득한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숫자만 믿고

기세좋게 달려들었던

그 동네의 토박이 청년들은

하나둘씩 처참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때,


어둠의 저편에서

쇠파이프와 자전거 체인이 날아와

종규의 허벅지와

충식의 어깨를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재빨리 그곳을 벗어난

청년 몇몇이

무기를 급조해온 것이었다.


무기를 든 청년들은

그야말로 눈에 살기를 띠고

죽일듯이 달려들었다.




첫 공격에 큰 상처를 입은

충식의 어깨에

또 다시 시커먼 체인이 날아왔다.


자전거 체인의 거친 이빨이

이미 상한 충식의 어깨를

한 번 더 물어뜯었다.


마치 톱 같은 것으로

살점이 갈려나간 것처럼

체인이 두 번이나 할퀴고 지나간

충식의 어깨는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허벅지와 허리를

쇠파이프에 가격당한 종규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둘이 무너지자,

상황은 다시

소년들에게 불리하게 바뀌었다.




재성이 홀로 분투했으나,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움판의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어,


세 명의 소년들은

청년들의 구둣발에

마구 짓밟히기 시작했다.


십여분이 넘게 셋을 짓밟고도

전혀 멈출 생각을 하지 않던

흥분한 청년들이,


어느 순간,

충식의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자

드디어 멈칫했다.


아까 체인으로 맞은 자리가

어딘가 잘못된 듯


충식은

오른쪽 팔을 들어 올리지 못했고,

그의 찢겨진 어깨에서는

검붉은 뜨거운 피가

선지처럼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종규도

파이프에 맞은 한쪽 다리를 붙잡고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청년들이 공격을 멈추고

잠시 멈칫한 틈을 타서,


탈출의 기회를 포착한 재성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정면에 있던 청년 둘의 턱과 배에

번개처럼 주먹을 꽂았다.


억,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두 명의 청년이 쓰러지고

비로소 탈출구가 열렸다.


재성이

종규를 부축해 급히 일으키고

충식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충식아! 튀어!”




셋은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역 안으로 도망쳤다.


일곱 명 정도의 청년들이

그들을 뒤쫓아 역으로 들어왔다.


셋은

플랫폼의 개찰구를 뛰어넘어

철로로 도망쳤다.


저 멀리서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셋은 최후의 힘을 짜내어

철로를 건넜고


그들을 쫓아온 청년들은

역으로 막 들어오는 기차에 가려

셋을 놓치고 말았다.


잠시 후,


기차가 다시 움직이자마자

청년들이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소년들을 찾았으나,


이미 셋은 기차에 올라탄 뒤였다.


그들의 짧은 첫 여행은,

그렇게 위태롭게 끝이 났다.




소년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열시가 넘은 한밤중이었다.


셋은

일단 재성의 자취방으로 갔다.


운좋게 올라탄 기차 안에서부터

충식의 부상이

영 심상치 않아보였던 재성은


혼날 것을 각오하고

장선생님의 하숙집에

전화를 걸었다.


삼십 분 후,


도립병원 응급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 앞으로

장선생님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재성이 선생님에게

무언가 말하려 하였으나,


장선생님은 일단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충식부터 챙겨서

급히 병원으로 들어갔다.


종규도 다리를 절고있었지만,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고,


재성도

오른쪽 주먹이 부어있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그날 밤,

충식은 응급수술을 받았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어깨 관절을 심하게 다쳐서

안쪽 근육을 지탱해주는

무언가가 파열되었다고 했다.


다섯 시간이 넘는 큰 수술이었다.




"어쩌냐...우리 충식이...

체전두 나가야 되는디...


하...다 나 때문여...


내가 심난허다구

니네까지 괜히 끌어들여서....


미안허다. 종규야...


미안허다. 충식아...."


응급실 밖에서

재성이 눈물까지 흘리며

심하게 자책하기 시작했다.


"형님....그런 거 아니에요.


형님 잘못 아니니까,

그렇게 울지 마세요.


저나 충식이형님이나,

저희가 좋아서 따라간 거여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책하지 마세요."


종규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재성의 눈물과 자책을 달랬다.


그러나 재성은

자신의 돌발행동 때문에

충식이가 이렇게 된 것 같아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종규는 그런 재성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미안하기만 했다.




수술실 밖에서

그런 둘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장선생님이


갑자기 재성에게 다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른손 내놔 봐”


재성이 오른손을 내밀자

장선생님이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갑자기 응급실로 데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말했다.


의사도

재성의 오른손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재성의 오른손은

복합골절로 판명되었다.


장선생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탄식을 내뱉으며 주저앉았다.




그날 밤,

충식은 유도를,

재성은 권투를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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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8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6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5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1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7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7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6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1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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