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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5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6.0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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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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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 2 장 악연 (8)

DUMMY

“현수가

어느 날인가 혼자 면회를 온 겨.


원래 형님이 매달 한 번씩

현수 델구 꼭 접견와주셔서

영치금두 넣어주시구

안부두 묻구 가시구 허셨거든,


자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돼서

너무 미안허다구 허시믄서...


근디,

그날은 현수가 혼자 왔더라구.


그래서,

형님한티 무슨 일 있냐.

어디 편찮으신데라두 있냐

그랬더니


현수가 대답을 못허구

계속 울기만 허는겨.


내가 출소까지

한 달쯤 남었을 때던가 그랬는디...


답답해서 계속 다그치니께

현수가 그러는겨...


보름 전에 교통사고루

형수님이랑 같이 돌아가셨다구.


트럭에 받히셔서 즉사허셨다구.”


“교통사고유?”


“...현수 말루는

그날 저녁에 식사 허신 다음에

형수님이랑 산책나가신다구

두 분이서 손잡구 나가셨는디...


너무 어이읍이 그렇게 됐다는겨...


트럭 몬 운전사 새끼는

이미 구속되서 만나볼 수두 읍구.


형님허구 형수님 사이엔

자식이 읍었거든...


그래서 현수가 가서

형님이랑 형수님 시신 수습해다가

장례까지 치러드렸다는겨..."


"............"


"난 진짜 미칠 거 같어서

막 접견실 창틀에다가

대가리 쳐박구,


또라이마냥 생난리를 쳤더니

간수 둘이 달라붙어가지구

내 대가리에 곤봉박아 넣어서

그대루 기절했어.”


“그럼...그 다음에...”


“내가 하두 미친놈처럼 날뛰니께,


감당 안 된 간수덜이

출소 전 날까지 독방에 가둬놨어.


그렇게 한 달 동안

독방에 갇혀 있다가

출소허자마자 형님한티 갔지.


형님이랑 형수님

합장된 봉분 앞에다

꽃 한 송이 놓구

향 하나 태워 올리는디


진짜 미칠 거 같은겨.


현수는 그냥

계속 죄송허다구만 그러구...


근디...먼가 미심쩍은,

겁나 이상한 느낌이

확 드는 일이 생긴겨.”


“그게...뭔디유?”


“다음 날 아침에 자구 있는디,


백월에

갑자기 집달관덜이 들이닥쳐서

빨간 딱지를 여기저기 붙이더니

빨리 나가라는겨.


경매루 넘어가서

주인이 바뀌었다구...


그래서 내가 막 따졌지.


그게 무슨 소리냐,


형님이 어디서

빚이라두 읃어 쓰셨다는 거냐...


그랬더니

현수가 날 붙잡구

자기가 얘기해준다구

그만 허라는겨.


그래서 일단

근처 다방으루 가서

얘기를 들었지...


근디 먼가 이상헌겨,


현수가

잘 설명을 못헌 것두 있것지만...


먼가

일이 앞뒤가 안 맞는 거 같은겨...”


용상은 목이 마른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단숨에 비우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전부터 좀 안면이 있던,

법무사 허는

형님 친구 분헌티 찾아갔어.


근디 거기서

기가 막힌 얘기를 들은겨...


백월을 경매루 낙찰 받은 놈이

이종배라는겨.


난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설명을 좀 잘 해달라구

부탁을 드렸지.


그랬더니 그분 말이,


김용갑이라구,

큰형님허구 교분이 깊으시던

연탄공장을 허던 부자가 있는디


큰형님이

그 사람이랑 같이

무슨 학교 같은 걸 짓는

사업을 허다가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그 사람은 부도나서 자살허구,


연대보증을 섰던

형님네 집이랑 땅은

경매루 넘어간 거라구,


그렇게 된지

여섯 달쯤 됐다구 그러더라구.”


“그래서 어떻게 허셨어유?”


“그 당시에는 내가

법이나 경매

뭐 이런 분야에 대해

아는 것두 읍구,


무엇보다 너무 정신이 읍어서


그냥 미친 놈 마냥

먼가 더 아는 놈,

도와줄 놈이 읍나


계속 이 사람 저사람

만나구 다녔어.


다른 건 몰러두

형님이 남기신 백월만큼은

꼭 되찾구 싶었거든..."


"그츄...다른 건 몰러두


거기가

형님덜 보금자리 같은 곳인디..."


"그렇게

몇 달 더 돌아댕기다다가

몇 개 더 알아낸 사실은,


형님 친구였다던

김용갑 사장님이라는 분이 허던

연탄공장은


김영민이라는

그분 사촌동생이

경매루 인수를 해서

다시 가동을 허구 있다는 거,


그리구

그 김영민이라는 사람이

이종배 쩐주 중에

젤 큰 손이라는 것두 알게 됐지."


"..........."


"뭔가 내 촉으로는,


뒤에서 걔덜 둘이

뭔짓을 꾸민 거 같은,

그런 미심쩍은 것이 많이 있었는디

이렇다 할 물증이 읍었어.


그러다가 어느날

황당헌 일이 벌어진겨.”


“황당헌 일유?”


“그 교통사고 낸 운전사 놈이

여섯 달 만에 징역서 나온겨...


사람을 치어서

둘이나 죽인 놈인디

고작 여섯 달,


근디 풀려난 이유가

가로등두 읍는

어두운 곳에서 일어난

단순 과실이었다.


초범이라 양형이 쎄지 않다.


전과두 읍는 성실했던 사람을

단 한 번의 실수루

인생 자체를 망치게 허는 건

너무 가혹허다...


뭐 그런 황당헌 이유라는겨...


근디 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 새끼가

절대 성실헌 놈이 아니었거든...


중기허는 기사덜 사이에서

노름꾼에 대마꾼으루

아주 유명한 놈이더라구."


"그러네유...


성실한 사람한티

그런 평판이 돌 일이 읍쥬."


"그래서

나랑 현수가 맘을 먹었지.


어차피 경찰이나 법 쪽으로는

더 이상 알아볼 것이 읍다.


우리 식대루 허자.


그 운전사 새끼를 족치자.


그럼 먼가

이 미심쩍은 것이

확 풀릴 거 같다.”


재성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유?”


그러나 용상은

잠시 말을 끊고

담배 하나를 태운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운전사 놈을

계속 따라다니다가


비가 많이 내리던 밤에

혼자 술 취해서 식당서 나오던

그 새끼를 낚아채서


좀 멀리 떨어진 산자락 아래에

돈사(豚舍)랑 계사(鷄舍)들 있는,

농장들 많이 모여있는 곳으루

트럭에다 태워서 끌구 갔지.


그래서

진짜 죽일 듯이 한참 패구 나서


지금부터

우리가 묻는 말에 그짓말 허믄

모가지 따가지구

돼지랑 닭모이루

던져버릴 거라구 했어.


아마 하룻밤이믄

흔적두 안남을거라구

확 겁주믄서...”


".................."


“내가 물었지.


너 혹시

누가 시켜서 한 거 아니냐,

증말 실수였냐.


...그랬더니

이 새끼가 막 울면서

무릎 꿇구 빌더라구,


잘못했다구, 어쩔 수 읍었다구...”


“...그럼...

형님 예감이 맞었던 거여유?”


“...그 운전사 새끼는

이종배한티

뼛속까지 얽힌 빚쟁이였어.


그 새끼 동료덜이

그 새끼가 유명한 노름꾼에

대마꾼이라구 헐 때부터

대충 짐작은 했지만...


그런디 갑자기 그 새끼 입에서

재성이 너두 잘 아는 놈

이름이 나오더라구...


박무석이가 시켰다구...


눈 딱 감구 한번만 저지르믄

이종배 사장님이 빚두 까주구

징역두 오래 살지 않게

잘 그림그려주것다구 했다믄서


박무석이가

그새끼한티 약조했다는겨...”


“박...무석...”


그 이름이 튀어나오자

재성의 얼굴에

엄청난 분노가 나타났다.


용상은 잠시 말을 끊고

가만히 재성의 표정을 살피더니

담배를 하나 권했다.


재성이

천천히 담배를 태우는 동안

용상이 마저 말을 이었다.




“박무석이는...


그때 이종배가 운영허는

노름방 관리허던 똘마니였어...


끼리끼리 논다구,

이종배가

아주 아끼던 꼬붕이었지.


그 운전사 새끼한테는

더 이상 딸 게 읍었어.


그래서

바루 모가지 썰어버릴라구

칼을 댔는디,


현수가 그러더라구,


이런 새끼는

죽이는 게

오히려 더 편허게 해주는 거다.


평생 죽지두 살지두 못허게

병신을 만들어버리는 게

형님허구 형수님에 대한 복수루

더 낫지 않것느냐...


그래서 그냥,

다리 양쪽 힘줄을

수술두 못허게 다 뭉개서

앉은뱅이루 만들어가지구

병원 앞에다 던져 놓구서


우리는 바루

박무석이 있는 노름방으루 갔어.


왠일이십니까 형님들

어쩌구 허믄서 인사허는

박무석이 모가지를 잡어서

근처 기찻길루 끌구 갔어.


가슴팍이랑 다리 몇 번 후려서

뼈대기 몇 개 부러뜨린 다음,


철로에다 묶어놓구

죽여버린다구 겁주믄서

막 조졌지.


불어라.

니가 알구 있는 거 다...”


“...그 새끼가...다 불었쥬?”


“그렇지 뭐...

그런 양아치 새끼가

뭐 대들구 버틸만한

깡다구가 있것냐?


그때 박무석이 입 통해서

드디어 다 알게 됐지.


모든 건

김영민허구 이종배가

뒤에서 짜구 꾸민 일이었어.


김용갑 사장 재산을

싹 다 빼앗을라구

꽤나 오랫동안

뒤에서 대가리를 썼더라구,


이종배랑 김영민이가

뇌물이랑 여자루 매수헌

경찰서장 이명식이두

수사과정에서 관련되어 있었지.


핵심은 그거였어.


김용갑 사장을 망가트리야는디,

큰형님이 계속 방해가 된겨.


근디 지들 깜냥으루는

맥으루든 힘으루든

감당을 못 허는 분인디,


연대보증까지 서가믄서

아예 본격적으루 막아서시니께


이 벌레 같은 것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모의를 헌겨...”


“그럼 형님덜이

지금 징역사시는 이유가...”


“어차피 박무석이 같은

똘마니 새끼는

영양가두 읍는 하수인이니께,


아예 그 기사새끼마냥

병신을 만들어버릴까 허다가...


오줌까지 지리믄서

지 어머니 얘기 꺼내가며

싹싹 비는 게 좀 불쌍해져서


뼈대기 몇 군데 더 부러뜨리구

그냥 풀어줬어.


근디 그게 실수였어.


그 새끼 풀어주구나서

우리는 바루

이종배가 드나드는

그 새끼 첩년 집으루 들이쳐서


이종배 후려 쌔려가지구

거의 모가지를 따기 직전이었거든.


근디 어떻게 알었는지

갑자기 경찰덜이

우르르 들이닥치더라구.


절대루 쉽게 죽이믄

안되것다는 생각에,


내가

그 새끼 발모가지를 돌려서

사시미루다가

한참 썰구 있을 때였는디...


형사덜이랑 경찰덜 열댓 놈이

방으루 뛰어들어오더니


나랑 현수를

그냥 다짜고짜 깔구 뭉갠겨..."


"아니, 그걸

형사덜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고서 달려온거래유?"


"박무석이,

양쪽 다리 다 부러진 그 새끼가


근처 파출소까지

독사같이 기어가서

신고를 했댜...


경찰덜두 깜짝 놀랐다는겨.


비 내리는 한밤중에

피투성이가 된 왠 사내놈이

땅바닥을 기어서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왔으니...


나중에 알아 봤더니,

지 어머니 얘기두

다 그짓말이었어...


그런 뱀 같은 새끼헌티 속은

내가 등신이지..."


"아........."


"암튼 그래서

수갑채워져가지구

형사 둘한티 깔린 내가


들것에 실려 가는

이종배 그 새끼헌티

죽일 듯이 소릴질렀지.


넌 내가 반드시 죽여버린다.


창자까지 싹 다 훑어서

잘근잘근 씹어먹어버린다."


"그럼...그게...마지막..."


"응...그게 끝여...


그 다음엔 뭐,

이렇게 7년이나 선고받구

세 번째 징역에 왔지.”


길고 긴

정용상의 얘기가 끝이 났다.


용상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연들과

박무석의 존재,

장현수의 죽음 같은 것에서


재성은

무언가 강한 운명의 끈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박무석을 죽인 죄로

용상형님을 여기서 만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담배를 태우던 용상이

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내가

박무석이부터

확실허게 끝장을 봤었다믄...


큰형님 원수두 갚구,


현수두 이렇게 허망허게

죽지 않았을텐디...


다 내 잘못여...내 잘못....”


“...형철이 형님 어머니두...

이종배 그 새끼가

어떻게 헌건가유?”


“증거는 읍지만...아마두...


온양 쪽 동생덜이

일단 실종신고는 했다는디

찾기가 힘들 거 같어...


그 마귀 같은 새끼가

나 나올 때 되어가니께

지레 겁먹구서


형철이 어머니 작업해가지구

형철이 협박했것지...


그 새끼여, 그 새끼.


물증 같은 거 읍어두

백프로 그 새끼 짓여.


문제는,

내가 살아있다는 걸,

형철이가 실패했다는 걸

그 새끼가 알고 있다는 거여...


아마 무언가

단단히 대비를 허구 있것지.


이제 밖에 나가믄,

이번에야 말루 반드시

그 새끼 모가지를 따서

확실허게 썰어버리야는디,


이젠 현수두 읍구...

영 쉽지가 않을 꺼 같어.”


재성의 마음속에서

강렬한 분노와 울분이

계속 치밀어 올랐다.


충식의 피곤한 얼굴과

종규의 망가진 얼굴도 떠올랐다.


드디어, 재성은 결심을 굳혔다.


“형님...드릴 말씀이 있어유.”




재성은 용상에게

오랫동안 숨겨온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박무석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의 진실을 듣게 된

용상의 표정에서

한순간 놀란 빛이 떠올랐으나,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재성의 이야기가 끝나자

두 사내의 사이에서

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용상이 담배를 하나 물고

불을 붙였다.


그는 눈을 감고

무언가를 아주 깊게,

신중히 고민하고 있었다.


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갈 무렵,


눈을 뜬 용상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얘기를...


지금에 와서,

나헌티 허는 이유가 뭐여?”


“...그냥 뭐랄까...


형님헌티 도움을 청허기 전에

숨기구 있는 게 있으믄

안될 거 같아서유.”


“도움? 어떤 도움?”


“전 앞으루 4년은 더

여기 갇혀 있으야 허구,


꼭 챙겨주구 싶은 동생덜은

밖에서 맨날 죽어나구 있구...


형님헌티는 기대구 싶구...


한 마디루는

잘 설명을 못허것는디,


그냥, 형님이라믄

제가 원허는 어떤 그림을

그려주실 수 있을 거 같어유...


전 제 가족 같은 동생덜이

힘들게 사는 것두 싫구,


돈두 많이 벌어서

다 같이 행복허게 살구두 싶구...


근디 방법은 모르것구,

몸은 여기 갇혀있구....”


“내가 여기서 나가믄

무슨 일을 벌일라구 허는지

잘 알믄서두...


그런 맘이 들어?”


“...현수형님두

이제 더 이상 안 계시구,


그리구 형님 걱정처럼

그 새끼가 독사마냥

바짝 독이 올러서

경계를 허구 있을 지금,


제 깜냥으룬

어찌해야 헐지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것지만...


제 동생덜이

형님 일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어드릴 수는 있을 거 같어유...


특히 충식이는...”


“니 맘은 고맙다만...


이쪽으루 한 번 발을 들이믄,

다시는 돌아갈 수 읍어.

예전으로는...”


“...어차피,

지금 이 상태루

쭉 간다구 해두...


저나 충식이나 종규헌티

행복헌 미래는 없어유...


제가 형님이랑

같이 나갈 수 있다믄

제가 직접 형님모시구

움직이믄 되것지만,


그건 현실적으루 힘들구...


그리구...사실 이게 젤 중요헌디...


형님이

단순히 복수만 허시구

안 좋은 끝을 보시는 건 싫어유.


그냥 제 맘이랄까...

암튼 그러믄 안 될 거 같어유.”


“그게 뭔 소리여?

안 좋은 끝이라니?”


“형님은 지금

그 새끼 모가지만 따믄

모든 게 끝이라구 생각허시지만,


그럼 안 될 거 같구,

일단 그런 끝은 너무 싫어유...


형님 정도의 경험이나

인맥이 있으믄,


왠지 복수두 성공허구

앞으루 좋은 날두

잘 만드실 수 있을 거 같어유.


무슨

근거나 확신 같은 게 있어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닌디...


좀 철읍는 소릴지는 몰러두,


그렇게 잘 돼서

저랑 제 동생들 미래를

형님한티 맡기구 싶어유...


아까 말씀해주신,

큰형님이 형님 거둬주셔서

멋진 세상 구경시켜 주시구

행복헌 시간 만들어주신 거 마냥


저희 삼형제,

형님이 거둬주셨으면 좋것어유.”


“.........”




이번 침묵은 아주 많이 길었다.


용상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고

고뇌에 빠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성에겐

무척이나 답답한 시간이었다.


십 분 정도 흘렀을까.


용상이 재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두...꿈이 있다...


나라구 왜 꿈이 없것냐.


큰형님이 남기신 백월 되찾구,


나 같은 건달 옥바라지허믄서

몇 년씩 고생만 허구 있는

내 여자, 호강두 시켜주구 싶구.


그리구 무엇보다,

큰형님처럼

나두 멋있게 살구 싶다.


근디...그게 맘처럼 쉬운 게 아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무슨 일을 당헐지 아무두 몰러.


어쩌믄 지금보다 훨씬 더

비참헌 결과가 나올 수두 있어.


그래두,

그런 미래가 될지 몰러두,

재성이 넌, 나를 따라올겨?”


“...예, 형님...

힘닿는 데까지 노력허께유.

저희 좀 거둬주셔유.”


재성의 확고한 대답을 들은 용상이

잠시 그를 지그시 쳐다보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나 뒈질뻔 했을 때,

그때 니가 수혈해줬다구 들었다.


네 피가 이미 내 몸에 섞인 이상,

다른 절차 같은 거 다 필요읍어.


지금부터 넌,

내 형제구 동생여.


앞으루 잘 부탁헌다.


형두 꼭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허께.”


“.....고맙습니다. 형님.

절 받으셔요.”


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용상에게 큰절을 올렸다.




재성의 큰절을 받은 후,

용상은 술잔을 건네며

재성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워주었다.


고개를 돌려

단숨에 술잔을 비운 재성은

잔을 닦아 다시 용상에게 바치며

두 손으로 공손히 술을 올렸다.


용상도

재성이 따라준 술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단단한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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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5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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