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1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5.31 01:04
조회
51
추천
3
글자
10쪽

제 2 장 악연 (4)

DUMMY

2부 악연






김형철을 만난 다음 날,


왠지 모를 찝찝함을 안고


재성은

세 달 만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면회를 와준 충식을 만나러

접견실로 갔다.


오랜만에 만난 충식은

무척이나 피곤해보였다.


자신 앞에서 일부러라도

밝은 표정을 애써 내보이려는

충식을 보며,

재성이 물었다.


"엄청나게 피곤해 보인다?

무슨 일 있냐?"


"...요즘에 일을 좀 늘렸어요.


밤에 건물경비 일을 시작했더니

잠을 많이 못자서 그런가

피곤하긴 하네요...


근데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


곧 적응될 거예요."


"낮에두 일허구 밤에두 일허믄

도대체 잠은 언제 자냐?


시장 일두 만만찮게 힘든디..."


"충호도

내년에 고등학교 가야하고,


영희도

이제 중학교 가야해요...


할머니 건강도

좀 안 좋아지신 거 같고...


저번에 아버지 뵈러가서도

말씀드렸더니


혼자서 무리하지 말고

통장 깨서 쓰라구...


도움이 못 되서 미안하다구...


근데

제가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제가 조금만 더 힘내면

아직까진 버틸만해요...


사실

저보다 종규가 더 문제예요."


"종규가? 왜?"


"어머니 병원비가

진짜 만만치 않아요.


퇴원한 후로

고등학교도 그만두고,


곧장 돈 벌겠다고 나서서

여기저기 알아보긴 했는데...


아직 미성년자기두 하구,


같은 미성년자라도

저랑은 좀 사정이 다른 게...


종규가

소년원 다녀온 경력 땜에

잘 써주는 곳이 없어요.


어쩌다 써주더라도

좋은 곳이 아니고...


저번에 일하던 곳에서는


사장새끼가

가게 돈 없어진 거 가지고

종규 의심하고 그래서

싸움 날뻔한 적두 있구...


지금은

역 앞에 있는 명월관에서

웨이터해요...


그나마 거기가 급료도 젤 낫고,

팁 받는 것도 제법 쏠쏠하다고...


근데 문제는

종규가 버는 것 가지고는

어머니 병원비가

충당이 안 된다는 거죠...


이모랑 이모부가

가게 돈까지 가끔 보태주셔서

어찌어찌 유지는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하시던 옷가게랑

살던 집 정리한 돈까지

어머니 병원비로

계속 까먹기만 하고 있는 상태라..."


"......"


"원래 오늘

종규랑 쉬는 날 맞춰서

형님 보러 같이 오려고 했는데,


어머니 좀 뵙고 온다고 하더니

시간이 되도 영 안와서

병원으로 찾아갔더니


중환자 가족 대기실서

쓰러져 자고 있더라고요...


요즘에 종규가

주에 3일은

낮에 노가다도 뛰거든요...


그래서 그냥

저만 혼자 온 거예요.


이따가 만나면

자기 떼놓고 나 혼자 갔다고

막 지랄하겠지만..."


재성의 눈에는

홀몸인 종규보다도

주렁주렁 식구들을 매달고 있는

충식이 더 힘들어보였지만,


갇혀있는 자신이

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언제 깨어나실지 모를

어머니를 돌보는 종규에게나


가장노릇 하느라고

잠도 못자는 충식에게나


그저 형으로써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도 뭔가

힘이 되는 말이라도 해주고 싶어

열심히 고민하던 차에,


야속하게도

접견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벨이 울렸다.


“자주는 못 와도 가끔씩 들릴게요.

건강하세요. 형님.


담엔 종규도 꼭 데리고 올게요.”


작별의 말을 전한 충식은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열흘 만에 만나는 정용상은

아주 심각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꾹 눌러 참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재성은

어젯밤에 방으로 돌아온

용상의 잠자리를 챙기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용상도 아무 말 없이

재성의 어깨를

한 번 토닥여 주고는

등을 돌렸다.


다음 날 오전,


항상 넷이서 가던 담벼락에

단 둘이만 있는 것도

두 사내의 마음을

무척이나 우울하게 만들었다.


재성은

항상 숨겨놓는 벽돌 밑에서

담배를 꺼내

용상에게 한 가치를 내밀었고,


용상이

말없이 받아 입에 물자

얼른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여 주었다.


용상은 상념에 찬 표정으로

깊고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재성도

아무 말 없이 불을 붙여

담배를 피웠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갔을 때,


드디어 용상이

어젯밤부터 이어진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너한틴...부끄럽게 됐다...


나이두 먹을 만큼 먹은

형이라는 것들이...

그런 꼴을 보였으니...”


“아닙니다. 형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어유.”


“.....”




둘 사이에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담배를 다 피운 재성은

김형철을 만난 얘기를 꺼냈다.


“형님...


그저께

형철이형 잠깐 만났어유.


김교도관이

목공장으로

절 부르러 왔더라구유.


형철이형이 이감되기 전에

저한테

꼭 전할 말이 있다고 했다구...”


정용상의 눈이 순간 번쩍이며

급하게 물었다.


“그려? 형철이가?

뭐라고 했는디?”


“...길게는 못 만났는디...


일단,

형님한티 죄송하게 됐다구...

죽을 죄를 지었다구...


그리구...증말 염치읍지만,

자기는 죗값 치루러 갈테니께

어머니 좀 꼭 부탁드린다구...”


정용상의 표정이

매우 복잡한 느낌으로 바뀌며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그리구,

아마 이게 젤 중요한 거 같은디...


이종배라구,

형님한티 꼭 전해달라구


교도관 몰래

귓속말을 하더라구유...


이,종,배.”




재성의 입에서

이종배라는 이름을 들은

정용상의 얼굴이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평상시 같지 않은

다급함을 내비치며

정용상이 다시 물었다.


“이종배라구?


형철이가 증말

그렇게 전해달라구 했단 말이지?


이종배?”


“...네, 형님...


핑계 같지만

증말 어쩔 수 없었다구,


언젠가는

너두 알게 될 거라구 하믄서...


저한티두

증말 미안하게 됐다구....”




정용상은

갑자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하나 더 달라고 하더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두 개비를 연속으로 피운

정용상이

벌떡 일어나 재성에게 말했다.


“가자, 전화 좀 쓰야것다.”


용상은 급히 서둘러

교도관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상의하더니,


사무실 쪽을 향해

교도관과 함께 곧장 사라졌다.


재성의 마음이

불안함으로 마구 요동쳤다.




사흘 후,

정용상은 접견을 하고 왔다.


접견을 다녀온 용상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고뇌에 빠져있었다.


다음 날 오전,

담배를 피던 재성이

조심스레 사정을 물었다.


용상은

어제 접견하고 온

‘밖에 있는 동생’에게 들은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두...


형철이가

개 같은 경우를 당한 거 같어.


그게 사실이믄,

증말 뭣같은 경우지.

빼도 박도 못하는...”


“그게 무슨 말씀이세유. 형님?”


“형철이한티 가족이라고는

온양에 계신

칠순 노모 한 분밖에 읍거든...


너한티 얘기 듣구,

어제 접견 온 동생한티

급허게 전화해서

좀 알아보라구 했었는디...


어머니가 사라지셨다구 그러네.

한 달 전쯤부터...


이종배,

그 마귀 같은 새끼가

뒤에서 뭔가

못된 수작을 부린 거 같어.”


“...그렇다는 건,


형철이형이

그 이종배라는 새끼헌티

어머니 일루 약점을 잡혀서

협박당했다는 거네유?


저한티 분명히 그랬거든유.

증말 어쩔 수 읍었다구...”


“...아마두 그랬지 싶다...


밖에 있는 아우덜한티

좀 더 자세허게

알아보라구 했으니께,


내가 나가기 전에는

답이 나오것지...


이종배,

이 씹어먹어두 시원찮을 새끼....”


재성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근디 이종배가 누구래유?


그 사람이

도대체 뭐허는 사람인디


형철이형 어머니헌티까지

수작을 부려서


형님들헌티

그런 짓까지 허게 만든 거래유?”


“...너두 아마

고향에 있을 때 들어는 봤을겨...


본명보다는 별명으루

더 많이 알려져 있으니께...


‘바라시’라구,


한 번 달라 붙으믄

피 한 방울 안 나올 때까지

조각내서 빨아먹는 새끼라구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지...


난 그 새끼를

‘바라시’보다는

거머리라구 불렀지만...”


“아...

저두 고등학교 때

한 번 본 적 있어유...


권투부 단체전 우승 회식허는디

높은 분덜이랑 같이 찾아와서는

밥값 내구, 금일봉두 전달허구


교장선생님허구 다정허게

사진두 찍구 갔어유.


키 작달막해가지구,

한쪽 다리 절던...”


“그 새끼 다리,

그렇게 만든 게 나여...


그때 아예

죽여버렸어야 하는 건디...”


“...그럼,

자기 다리 그렇게 만들었다구


형님덜한티

그런 짓을 헌거래유?”


“...그 새끼는

원한이라구 생각허것지.


우리가 볼 땐 응징이지만...


원래가 다른 사람들 사정은

눈꼽만큼두 관심읍는 새끼여.


지만 배부르믄 되는 새끼라,

지 살라구 남 죽이는 걸

당연허다구 생각허는 새끼니께.


애당초 사람종자가 아녀.

그냥 거머리 같은 벌레종자지.”


그 말을 끝으로

정용상은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깊이 고민하는 듯 했다.


재성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흘 후

또 접견이 약속되어있으니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정해질 것이다.




사흘 후,

‘밖에 있는 동생’과

두 번째 접견을 마치고 온 용상이


재성을 데리고

김 교도관을 찾았다.


용무는 간단했다.


자신의 출감을 축하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하루 저녁만

장소제공을 부탁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물론

‘청주교도소의 왕’ 중 한 명인

‘서문 살무사’이기에

가능한 얘기였다.


김 교도관은

바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정용상의 귓속말 이후

환한 얼굴로 바뀌었다.


정용상은 이렇게 말했다.


‘이따가 퇴근허구

양지다방에 들렀다 가...


누가 봉투 맡겨놓은 거 있을겨’


작가의말

제 2장 악연 (3) 회차, 

착오가 있어서

마지막 부분 많이 수정했습니다.


귀찮으셔도,

이야기의 흐름상

다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목차 22.05.11 70 0 -
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7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6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4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2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1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7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7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5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0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6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