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9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5.25 16:25
조회
67
추천
3
글자
10쪽

제 2 장 악연 (1)

DUMMY

1부 복수를 꿈꾸는 남자






살인죄로 기소된 재성은

1심에서 10년형을 받았으나


장선생님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노력과

훌륭한 변호사의 능력으로,


항소를 통해 2심에서

5년형으로 경감되었다.




장선생님의 죽마고우라는

김민석 변호사는


당시에

‘시국사건’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 중 한 명으로,


‘젊은 인권변호사’로

법조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무게감 있는 변호사였다.




살인이라는 큰 죄가

2심에서 과실치사라는 판결로

바뀌게 된 것은

김민석 변호사의 실력도

한몫 했겠지만,


사실 피해자인 박무석의

‘쓰레기 같은 인생’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박무석이

어린나이부터 죄를 짓고

징역을 들락거리며 저질러왔던,


부녀자 강간·간음부터

폭행, 청부 상해, 사기 및 협박 등등


매우 죄질이 나쁜

다양한 범죄경력이

판사의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재성의 살해동기가 된

종미의 비극적인 죽음과정과


그로 인해 벌어진

그날 밤의 참극이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었다고

적극 어필한,


김민석 변호사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어차피 진짜 살인범도 아닌

재성이었지만,


그날 밤 박무석이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다리 밑에서

죽어간 과정을

자세하게 본 사람은


재성과 충식, 종규,


그렇게

세상에서 셋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미 시작한 거짓말을

더 정교하게 부풀리는 건

재성에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재성은


‘원래 자기 품에서

먼저 칼을 꺼낸 건 박무석이다.


칼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박무석이다.


싸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자가 먼저

누나의 죽음에 대해 따지러간

우리 동생을

잔인하게 때렸다’ 등등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거짓’으로 진술하였다.


참고인이자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목격자’ 충식의 일관된 진술과


박무석에게 처참하게 폭행당해

광대뼈와 코뼈가 골절되고

턱뼈에 금이 가


무려 3개월을 입원한

종규의 당시 얼굴사진은


판사에게는

감형의 이유가,


검사에게는

항소포기의 이유가 되기엔

충분했다.




재성의 판결이

5년으로 확정되자


장선생님은

김변호사와 함께

면회를 와서 말했다.


“재성아,


선생님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가.


선생님이 다녔던

모교로 발령받았어.


시간이 날 때마다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지만,

현실적으로 아마 힘들겠지...


하지만 재성아,


세상이 널 힘들게 하더라도

절대로 굴복하거나

기죽으면 안 돼.


그러면 그럴수록 자꾸

쉬운 길만 선택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라,


결국엔

나중에 후회만 남게 되거든...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쉬운 길은

대부분이 나쁜 길이야...


세상에 쉬운 건 없어.


무언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언젠간 반드시

좋은 일도 생겨..."


선생님의 자상한 위로와

인생 선배로서의 값진 충고는

재성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선생님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쉰 후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재성아,


여기에 갇혀있을 5년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고...


아무리 그자가

세상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그것도 모자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다고 해도,


인간은 인간이야.


남의 목숨을

실수로든 일부러든

끊었다는 건,


인간으로서 정말 큰 죄야.


아마 너의 인생이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이 너를 내내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괴롭히겠지.


근데 그것만으로

끝나지도 않을 거야


죗값을 치루고 세상 밖으로 나온

5년 뒤의 너에게


세상 사람들은

‘살인자’니 ‘전과자’니 하면서

손가락질하고 따돌리거나


말도 안 되는 누명을

마구 씌울지도 몰라."


"................."


선생님이 잠시 숨을 고른 후,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을 꺼냈다.


"재성아,


너에겐 남들에게 없는

빛나는 재능도,


남의 아픔에 공감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도 있어.


앞으로 살아가면서

힘들고 고될 땐,


꼭, 선생님이 지금 해준 말을

떠올려줬음 좋겠다.


남들이 뭐라 하던 넌,


나한텐 정말 멋진 제자였고,

최고의 재능을 가진 원석이었어...


너도 나도 4년 동안

정말 노력도 하고 인내도 했는데...

결국 운이 따라주질 않았구나...


너같이 휼륭한 원석을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선생님이 정말 미안하다.”




마지막 말을 끝낸 장선생님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변호사의 위로를 받으며

울음을 그치려 노력하는

장선생님에게


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며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을 만난 것은,


외롭고 힘들기만 했던

제 짧은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밖으로 나가면 꼭 찾아뵐게요.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재성은

장선생님에게만은

‘진실’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끝내 말할 수 없었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헤어졌다.




검찰에서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재판이 종결되어

기결수가 된 재성은

청주교도소로 이감되었다.


죄수들을 태운 호송버스 안에서

청주교도소의 담벼락이 보이자


재성은

천천히 두 주먹에 힘을 주며

의지를 다졌다.


‘난 잘 할 수 있다.

난 잘 견딜 수 있다’


잿빛 하늘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무심히 날아가고 있었다.




교도소에 도착해

신체검사를 비롯한

단계별 수형절차를 거친 재성은


8356이라는 번호를 받고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서자

다섯 명의 사내들이

가부좌를 틀고

정자세로 앉아있었다.


교도관이 간단하게

재성을 소개하고 사라진 뒤,


다섯 명의 사내들은

부동자세를 풀고

‘평상시의 자세’로 돌아갔다.


구석에 앉아

그들의 그런 행동을

지켜보던 재성은,


누가 ‘이 방의 왕’인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7774라는 번호를 가슴에 단

그 남자는,


자그마한 햇빛이 들어오는

창살문 앞에 앉아

평온한 표정으로

조용히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양 옆으로


5456을 가슴에 단,

덩치가 꽤나 큰

험상궂은 사내와


7154를 가슴에 단,

날카로운 눈빛에

깡마른 사내가


그를 지키듯이 서서

재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3377을 가슴에 단 노인은

반대편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고,


8004를 가슴에 단

자그마한 사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바깥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던 사내가

눈을 돌려

재성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린 사내의

오른쪽 얼굴에

목 중간부터 귀 아래까지

길게 그어진 칼자국이 보였다.


사내의 첫인상은


그 길고 사나운 흉터와

걸맞지 않는,


사람 좋아 보이는

남자다운 얼굴에

깊고 부드러운 눈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무언가 미묘한 느낌을

재성에게 선사해주었다.




재성에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내가 입을 열었다.


“니가 박무석이를

저기루 보내버렸다지?”


사내가 손가락으로

하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저음의 목소리였다.


재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을 풀려 노력했다.


하지만,


난생처음 보는 사내가

어떻게 저런 걸 다 알고 있지?

하는 의문이


재성의 머릿속을 지배하며

가슴 한구석에

끝모를 두려움을 일으켰다.




“.........네....제가 했습니다.”


재성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재성의 대답에

살짝 떨림이 느껴졌다.


사내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운 채로

재성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재성은

사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사내는

재성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사람 죽일 얼굴은 아닌디...

눈빛두 그렇구....흐음.....”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무척이나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재성에게 다시 물었다.


“너...진짜 죽였어?

그 미친개 박무석이를...니가?”


“.......”


재성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긍정의 표시로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사내가

한참을 더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다시 창가 쪽으로 돌아갔다.


“일단 좀 쉬게 혀...


뭐, 시간은 많으니께...

천천히 알아보믄 되것지.”


사내가

재성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한

사투리로 말하자,


험상궂은 덩치 큰 사내가

예. 라고 짧게 대답하더니

재성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니 자리는 저쪽여.


잠은 이따가 점호 끝나구

자리 마련해줄테니께


그때까진

저기다가 짐 풀구 쉬어.


밥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께.”


“.....쉬라는 건...

뭘 하면 되는 건가요?”


“말 그대로여.


책을 읽던,

편지를 쓰던,

멍하니 있던...


너 하고 싶은 거 허믄 돼,


허긴 여기서

딱히 할 것두 없것지만...


암튼

찬찬히 가르쳐줄테니께

일단 쉬구 있어.”


5456을 단 덩치 큰 사내는

그 말을 마치고

다시 창가의 사내 곁으로

돌아가 앉았다.




방안에 또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재성은

사내가 알려준

자신의 자리로 가서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었다.


5년...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구속되고 재판받고

이러구러 6개월이 흘렀다.


앞으로 4년 6개월,

날수로 치면 1640일 정도...


도대체 그 많은 날들을

여기서 어떻게 보내야하나,


두려움과 막막함이

재성을 덮쳐왔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동안 우울하게

얼굴을 파묻고 있던 재성은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목차 22.05.11 70 0 -
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8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6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5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3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2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1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8 3 11쪽
» 제 2 장 악연 (1) 22.05.25 68 3 10쪽
1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6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1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7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