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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현대편 -절애(대한민국, 1990)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0
최근연재일 :
2022.07.07 12:01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510
추천수 :
108
글자수 :
164,208

작성
22.05.24 16:05
조회
86
추천
4
글자
9쪽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DUMMY

직장에서 돌아와

종규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

재성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충식을 찾아갔다.




동생들에게 간식을 먹이고

할머니의 약을 챙겨드리던

충식이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재성에게 눈짓으로 보냈다.




가로등 아래 담벼락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담배 하나씩을 태우고,

충식이 조용히 말했다.


“형님,

종규가 어디 갔는지...

알 것 같아요.”


“어딘디?”


“아마...그 새끼한테 갔을 거예요.


그저께 밤에 잠이 안와서

공원에 갔는데,


종규가

한밤중에 나무에다 대고

칼을 막 휘두르고 있더라구요.


먼가 느낌이 쎄해서...

가만히 숨어서 지켜봤는데,


어제

종미누나 49제 끝나고 나서

종규 얼굴 보니까,


이미 결심이 선거 같더라구요.”


“....근디,

그 새끼가

어디루 이사 갔는지를 모르잖어.


어딨는지를 알으야

쫓아가서 말리든 때리든 허지.


하...답답허다, 증말...”


재성이

우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자,

충식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뭔가 결심을 한듯 말했다.


“사실은...제가 알아요.


그 새끼가

우리 가게 사장님이랑

관계가 있더라구요.


며칠 전에

그 새끼가

우리 가게로 찾아와서


옆 동네

백석리인가로 이사 갔다고,


사장님이랑 차 마시면서

그 새끼 입으로

직접 얘기하는거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


충식의 말을 들은

재성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생각을 정리하듯,

담배 하나를 더 태운 재성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자...


종규도 종규지만,


나두

그 개새끼한테 풀고 싶은게,

아주 많다.”


“그래요. 형님.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둘은

조용하고 묵직하게,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종규가

박무석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주위의 모든 것이

어둠에 잠식당해 있었다.


종규는

박무석의 집 앞에서

침착하게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박무석이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실컷 자고 나온 듯

길게 하품을 한 박무석은

동네 입구의 점방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종규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




소주와 라면을 산 박무석이

비닐봉지를 들고

다시 집 쪽으로 움직였다.


점방에서 박무석의 집 사이에

조그만 개울이 흘렀고

작은 다리 하나가 놓여있었다.


종규가

오래전부터

박무석의 습격장소로

물색해놓은 곳이었다.


다리 밑은

가로등조차 없어

완벽한 어둠의 공간이었고,


적당한 넓이의 공터가 있어

싸움을 벌이기도 적당했다.




박무석이 휘파람을 불며

다리 중간쯤을 건너고 있을 때,


번개처럼 달려간 종규가

태클을 하듯 몸을 부딪쳐

박무석의 몸을

다리 아래로 떨어트렸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불시에 습격을 당한 박무석이

그대로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종규는

재빨리 아래로 내려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박무석의 얼굴을

온 힘을 다해 강하게 걷어찼다.


다리 밑으로 떨어지고

얼굴까지 걷어차이자,


불시에 연타로 습격을 받은

박무석의 몸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종규는

품 안에 손을 넣어

가슴 속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신음을 내뱉으며

박무석이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종규가 매섭게 내지른 칼이

박무석의 목 쪽으로

예리하게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박무석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만만찮은 사내였다.


종규가 내지른 칼을

재빨리 오른손으로 움켜잡더니

남은 왼손으로

강력한 반격을 날렸다.


묵직한 박무석의 주먹이

종규의 오른쪽 얼굴에 꽂혔다.


종규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박무석은

칼을 잡은 오른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비틀었다.


으득, 하는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며

종규의 손에서 칼이 떨어져나갔다.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었다.


박무석은

떨어진 칼을 주워들고

천천히 종규에게 다가갔다.


당황한 종규가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을 때,


박무석의 왼손이

종규의 멱살을 잡고

우악스럽게 들어올렸다.


자신을 습격한 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박무석이

얼굴을 가까이 대고

종규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잠시 후,

종규의 얼굴을 알아본 박무석이

실로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이 좆만한 튀기새끼가...

감히 누구를...


너 오늘, 아주 골루 보내주마.”




거친 욕설을 내뱉은 박무석이

칼을 돌려 잡더니,


칼등부분으로

종규의 얼굴을 강하게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칼등이 얼굴을 파고들 때마다

종규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칼등으로 열 번이 넘게

거센 타격을 받은 종규가

거의 기절하기 직전,


갑자기

종규의 멱살이 풀리며

박무석의 몸이

저만치 옆으로 날아갔다.




"컥!!!!"


박무석이

누군가에게 걷어채인

옆구리를 쥐고

고통의 신음을 토해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종규가

눈을 돌려보니


귀신같은 얼굴을 한 재성이

쓰러진 박무석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서있었고,


급하게 달려온 충식이

종규를 부축해 주고 있었다.




재성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던 박무석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 새끼들은 또 뭐야..."


아주 언짢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박무석이

자신들을 향해 입을 열자,


재성은 천천히 다가가

번개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박무석의

턱, 오른쪽 옆구리, 인중에

재성의 3연타가 꽂혔다.


실로 매섭고 예리한,

분노의 콤비블로우였다.




오랫동안 단련된 권투선수의

묵직하고 날카로운 주먹을

몸의 급소에 연타로 맞은

박무석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땅에 쓰러진 박무석의 등으로

재성의 발길질이 내리 찍혔다.


컥,


박무석이 개구리 뻗듯이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러나 재성은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된 재성의 발길질에

박무석의 온몸 여기저기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충식이

급히 재성을 말렸다.




“형님, 그만하세요.

그러다가 저 새끼 죽어요.”


“죽여버릴거여, 놔!”


충식이 강한 힘으로

재성의 허리를 잡았다.


둘이 아웅다웅 하는 사이,

겨우 정신을 차린 박무석이

다시 칼을 집어들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 어린 씨발 새끼들!

다 죽여주마.”




박무석이 칼을 들고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걸 본 충식이

급히 재성을 밀치고


박무석이 내지른 칼을

옆으로 흘리며

허리와 팔을 잡아채

그대로 공중으로 내던졌다.


쿵! 하는 큰소리가 들리며

박무석의 고통에 찬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박무석은 악다구니를 썼다.


“이 씨발새끼들!

니네 다 죽었어!

이 개새끼들!”




그때였다.


땅에 떨어진 칼을

다시 잡은 종규가

재빨리 달려가더니,


말릴 틈도 없이 그대로,


박무석의 모가지를

돼지 멱을 따듯 그어버렸다.




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박무석의 목 줄기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박무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동안 몸을 꿈틀거리더니,


어느 순간

사지를 축 늘어트리며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한순간,

두려운 정적이 찾아왔다.


재성과 충식은

깜짝 놀란 얼굴로

얼음처럼 굳어버렸고,


종규는

칼을 쥔 채로 조용히

박무석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바로 그때,


그들의 머리 위에서

누군가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사람 살려!

여기요! 사람이 죽었어요!”




고함소리에 놀란 셋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박무석이

고래고래 악을 쓸 때,

동네 아줌마 하나가 지나가다

다리 밑을 쳐다 본 것이었다.


아줌마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온 동네를 뛰어다녔고,


한밤중의 고요에 잠겨있던

시골마을의 집들에

하나둘씩 불이 켜졌다.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다리 근처로 몰려들었다.




무언가 결심한 표정의 재성이

멍하니 서있는 종규에게

서둘러 칼을 뺏었다.


종규가 의아한 눈빛으로

재성을 쳐다보자

재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새끼는...내가 죽인 거다...


알았지?”


재성의 말에

충식도, 종규도 깜짝 놀랐다.


재성이 말을 이었다.


“충식이는...

아버지두 살아계시구...

할머니랑 동생들두 돌봐야하구...


종규는...

어머니 깨어나실 때까지

옆에서 지켜드리야지...


난 혼자잖냐....

그냥 내가 다녀오께.”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저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동네 아저씨들 몇몇이

랜턴을 켜고 다리 밑으로 내려왔다.




종규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충식은

그런 종규의 어깨를

꼭 잡고 있었다.


재성은

이를 꽉 깨문 채로

한 손엔 칼을 들고,


아무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있었다.




십분 뒤,


살인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수갑을 차고 연행되어가던

재성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둘을 쳐다보며 말했다.


“건강혀...아프지 말구...”


재성은

평상시처럼 씩 웃으며

동생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재성이 탄 경찰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순경 한 명이 현장에 남아

동네사람들과 함께

다음 지시를 기다리며

둘을 잡아두고 있었다.


충식과 재성은

한참동안 비를 맞으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그들의 눈물을 감춰주었다.




이것이

그들의 첫 번째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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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2 장 악연 (17) 22.07.07 63 0 14쪽
33 제 2 장 악연 (16) 22.07.05 42 0 11쪽
32 제 2 장 악연 (15) 22.06.30 45 0 10쪽
31 제 2 장 악연 (14) 22.06.28 42 1 10쪽
30 제 2 장 악연 (13) +1 22.06.16 63 2 13쪽
29 제 2 장 악연 (12) +1 22.06.16 47 2 10쪽
28 제 2 장 악연 (11) +1 22.06.15 46 2 10쪽
27 제 2 장 악연 (10) +1 22.06.10 65 2 14쪽
26 제 2 장 악연 (9) +1 22.06.07 56 3 12쪽
25 제 2 장 악연 (8) +1 22.06.05 64 1 17쪽
24 제 2 장 악연 (7) 22.06.04 48 1 11쪽
23 제 2 장 악연 (6) 22.06.02 52 2 9쪽
22 제 2 장 악연 (5) 22.06.01 54 2 11쪽
21 제 2 장 악연 (4) 22.05.31 51 3 10쪽
20 제 2 장 악연 (3) 22.05.28 61 3 14쪽
19 제 2 장 악연 (2) 22.05.26 57 3 11쪽
18 제 2 장 악연 (1) 22.05.25 67 3 10쪽
»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7) +1 22.05.24 87 4 9쪽
1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6) 22.05.23 69 4 11쪽
15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5) +1 22.05.20 71 4 10쪽
14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4) 22.05.19 65 2 9쪽
13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3) 22.05.18 68 2 9쪽
12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2) 22.05.18 65 2 12쪽
11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1) 22.05.17 69 3 11쪽
10 제 1 장 세 명의 소년 (10) 22.05.17 69 4 9쪽
9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9) 22.05.16 78 3 10쪽
8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8) 22.05.16 75 2 9쪽
7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7) 22.05.13 80 2 10쪽
6 제 1 장 세 명의 소년 (06) 22.05.13 8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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