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장 - 방랑자들 (2)
<제 41 장 - 방랑자들 (2)>
“아하! ……그런데?”
“그런데라니! 마교가 꾸미는 음모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달성이 되었다는 소리다!”
“일단 진정해. 아직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를 수도 있으니까. 몇 가지가 걸려.”
신형의 말에 주연림이 숨을 고르고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말인가.”
“우선 당가에게 요구한 것이 충족되었다고 마교의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보장이 없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가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주연림이 각종 보고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마교의 모습에 비추어 보았을 때, 목표가 달성되지도 않았는데 당가를 그냥 놔두고 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소리였다.
둘이 상하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라고 해도, 그것은 명목상일 뿐이다.
마교는 절대 굴복만을 원하는 단체였으니까.
“그리고 과연 당가에 요구한 재료들이 마교가 필요로 하는 전부일까? 혹여 당가가 모든 재료를 제공한다고 해도, 마교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지.”
“으음….”
“또 있어. 마교의 목표가 단순히 독 같은, 그러니까 우리에게 피해가 되는 것일까? 일례로 효과가 좋은 비료의 재료 같은 거라면? 그것은 마교의 힘을 키워 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전력이 내려간다거나 단기적으로 누군가 다치는 일은 아냐. 즉,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신형은 사영을 보았다. 자신의 생각이 어떤가에 대한 눈짓이었다.
“확실히….”
“으음.”
주연림과 사영은 신형의 말에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왜 그렇게 흥분한 거지? 평소답지 않은데.”
신형은 둘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둘이 현명한 대책을 세우고, 신형의 의견에 반박을 하는 모양새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쩐 이유인지, 둘은 오히려 신형이 하는 생각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어.”
“또 뭐가 있나?”
“마교가 목표를 달성했건 하지 않았건, 당보미가 가져온 정보를 들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야 어떤 대책을 세워도 세울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다. 결국 얼마만큼을 주고, 그 정보를 받느냐가 중요한 거겠지.”
주연림은 신형이 말하는 짧은 시간에 벌써 정신을 차린 것인지, 조금 전의 흥분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평소의 냉정함을 회복한 상태였다.
주연림과 사영은 마교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다.
단순히 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주구장창 들어온 인면수심, 삼두육비의 괴물들과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얼마 전 마교의 결사대의 침입까지 있지 않았던가. 순간의 냉정을 잃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 그러니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고. 그 여자에게 줄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물론 가용할 수 있는 신력은 세 자리 수로 한정이다. 1천이 넘어가면 차라리 신력을 이용해서 찾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일단 혼인 이야기는 반대에요.”
지금껏 묵묵히 있던 홍화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신형은 그런 홍화의 투정을 귀찮다는 듯 대충 넘겼다. 부끄러움이나 민망함, 혹은 그에 따라오는 기분 좋은 감정들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 계속되면 당연히 지겨워질 수밖에.
“히잉. 진짜란 말예요.”
홍화는 자신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울상을 지었다.
“뭐, 그건 차치하고, 결국 당보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주연림도 그런 홍화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뭐 아는 바 있어?”
신형은 사영에게 물었다. 일단 당보미라던가, 일반적인 정보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사영이었기 때문이다.
“따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뭐든 괜찮으니 말해봐.”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가장 좋겠지만, 순순히 대답을 해 줄 리가 없잖아.”
“그렇겠지요. 그러니 두 분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영은 주연림과 홍화를 보았다.
“나?”
“쯧.”
둘 다 탐탁지 않은 모양인지, 잔뜩 인상을 쓰며 사영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에게 일을 시키려 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뿐더러, 당보미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심도 작지 않았다.
“황송합니다. 허나, 신룡 님께서 시간을 쪼개 자주 만남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여성끼리니 경계심도 많이 누그러질 것이고, 많이 친해진다면 방심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요.”
사영은 신형의 이름을 팔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보미는 여성 남성 가릴 것 없이 아름다운 사람들 좋아한다고 들었다.
주연림과 홍화, 둘 다 사영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여성들이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또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으음.”
“크윽….”
주연림은 생각에 잠겼고, 홍화는 신음성을 냈다.
저런 식으로 신형을 엮게 된다면, 자신들이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 모를 일이지만, 신형이 직접 당보미와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까지 당보미와 시간을 함께 할 이유가 없다.
라는 말은 급히 눈을 치켜뜨는 사영에 의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씨앙. 이건 뭐 죄다 상전이여.’
권위를 찾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목상 상급자라고 인정하면서 저렇게 대하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한다.
‘에이씨. 그냥 좋은 거라고 생각하자.’
생각해보면 사영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저랬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옹졸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따라왔다.
“한다! 하면 되지 않는가!”
“별 수 없지요.”
신형의 침묵이 마음에 걸린 것인지, 주연림과 홍화는 급하게 소리쳤고, 사영은 그 모습에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결국 승자는 사영 혼자뿐이었다.
***
“어머나!”
당보미는 환호성을 질렀다.
주연림과 홍화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둘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
신형과의 대화를 마치고 난 후, 앞뒤 재지 않고 바로 당보미의 처소로 들렀다.
“생각과는 조금 달랐지만….”
주연림과 홍화는 초상화와는 많이 달랐다.
둘 다 동글하다기보다는 뾰족한 외모였고,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한 것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주연림은 그 작은 체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자신도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주연림은 그보다 더 작다.
껴안으면 품에 꼭 들어올 만큼.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침을 닦으며, 당보미는 급히 외쳤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전해라!”
그렇게 밖을 향해 급하게 외친 뒤, 당보미는 서둘러 동경을 보면서 분도 칠하고 머리도 정돈하면서 외모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늘과 내일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공모전 준비로 인해 당분간 분량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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