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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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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8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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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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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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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검은 옷의 사람들(2)

DUMMY

나는 지금 한 여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화란.


정확히 말하자면 저 사람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와! 저 펭귄 너무 귀엽다!”


아이들만큼이나 신나서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만 봐서는 정말로 놀러온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같이 임무를 위해 한국에 왔을 텐데 첸 씨는 보이지도 않아... 그렇다고 임무 도중에 이렇게 놀러 다닐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


아닌가.


첸 씨는 어디 있지? 혹시 저 먹구름들과 관련된 일 때문에 온 건가?


단순히 먹구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화란의 등장과 함께 의심의 시선이 더해지니까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홍대에서 봤던 것과 같은 걸지도 몰라.


그때는 워낙에 정신이 없기도 했거니와 실내에서 생겼던 먹구름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하늘에 떠있는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또 하나는...


순수하게 놀러온 사람처럼 동물을 구경하는 것 같다가도 한 번씩 마주치는 시선에 화란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혁 씨. 배 안 고파요? 너희는 배 안고프니? 어린애들은 기운이 넘치다니까.”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에 아이들이 귀엽다는 눈빛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화란의 말에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막 3시를 넘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아침을 먹은 이후로 간간히 간식을 먹이기는 했지만 식사로는 어림도 없었으리라.


“저희는 괜찮은데.”


승우가 먼저 나서서 고개를 저었다. 흔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의 시선이 아직 둘러보지 못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저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먹으면서 봐야지.”

“동물원은 일찍 닫는단 말이에요.”

“어머. 그러니? 그건 몰랐는데...”


아쉽다는 표정에서 입을 가리고 있는 우아한 손짓까지. 마치 카메라를 앞에 두고 있는 사람 같다.


“첸 씨는 어디계세요?”

“첸이요? 첸은 왜요?”

“첸 씨랑 데이트 왔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몇 시간을 돌아다니는데 첸 씨는 안 보여서요.”


내 질문에 화란은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자신의 턱으로 가져가 하얗고 가느라단 손가락을 곧게 세워 돋보이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걸 안다는 듯이 잠깐 서로의 시선이 닿자 그녀가 싱긋 웃어보였다.


“첸은 아마...”


살포시 손가락을 턱에 대고 생각에 잠긴 듯 살짝 눈을 감았단 뜨며 말하는 화란의 모습은 지금 당장 카메라를 들이대도 화보 한 장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이 아름다웠다.


“미아가 되었으려나.”


물론 화보 같은 모습에서 나온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다. 화란이 그의 행방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말씀해 주세요.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

“놀러왔다니까요~”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나도 상대도 진심은 아니라는 것은 옆에서 멀뚱히 서있는 아이들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건 왜 물어보실까나.”

“...”

“혹시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요?”


화란은 어느새 내 앞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 끝이 뺨을 부드럽게 눌렀다.


눈앞에서 눈을 가늘게 휘며 웃고 있는 여자는 자신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 아니 여자뿐만 아니다 그녀가 있는 조직에서도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도 많이 나에 대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둘러가며 물어보는 것은 확실한 무언가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하지만 곤란하기는 이쪽도 마찬가지. 분명히 보이는 광경이 위험하다고 판단되지만 이것을 무어라 설명할 자신은 없었다.


대뜸 신의 능력으로 일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걸 봅니다. 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화란은 방금 전보다 더 가까워져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정도로 화려한 아름다움 속에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진 쉬에의 능력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챙겨야 할 사람들도 늘었다. 이전처럼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머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뭘 고민해. 지금은 저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 아니야?”


귓가에서 들리는 소리 놀라서 눈을 떴다. 그 전까지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코앞까지 와 있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기척은 없었다. 화란이 또다시 귓가에 대고 입을 움직였지만 나오는 소리는 없었다.


놀리는 건가 싶어 바라보자 매혹적이게 미소 지었다. 생판 남이 볼 때는 매혹적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부인할 수 있다.


이 여자는 무서운 여자다. 웬만해서는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여자.


아름답게 휜 눈 안에는 먹이를 노리는 야생의 눈빛이 있고, 부드럽게 말려 올라간 입 꼬리는 언제라도 벌어져 목덜미를 물것만 같았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는 두근거릴 정도로 미인이라고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가.


“뭔가 있기는 한 거죠?”

“그럼... 우리가 괜히 여기까지 왔겠어?”


화란이 힐끗 아이들을 바라봤다. 걱정 반 호기심 반이 담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듯 했다.


“저 아이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위험에 처하게 할 필요는 없지.”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저도 돕겠습니다.”

“돕는다라...”


화란이 낮게 웃으며 한 발짝 물러났다.


“일단은 조금 걸으면서 이야기 해 볼까요?”

“음... 네.”


아직까지는 먹구름만이 보일 뿐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최소한 당장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발길 가는 대로 걸으며 파충류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제가 이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첸에게 말하지 말아요. 분명 화 낼 거예요. 그 사람은 화를 내면 꽤 무섭거든요.”

“네.”


화를 내지 않아도 무서운데 화를 내면 얼마나 무섭다는 거지?


“당신은 블랙이라는 조직에 대해 아나요?”

“블랙이요? 처음 들어보는데...”


블랙이라는 이름은 낯설었지만 블랙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에서는 불현 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검은 옷을 입고 몰려다닌다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나요?”


이전에도 몇 번이가 본 적 있었던 검은 색의 마력과 검은 옷의 사람들. 갑자기 떠오른 것 치고는 꽤나 정확히 맞춘 것인지 화란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맞아요. 우리는 그렇게 불러요. 진짜 이름이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요. 검은 안개에 둘러싸인 것뿐이죠.”

“블랙이라니...”


조금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소설이나 영화 같은 곳에서 보면 아무리 악당이라고 하더라도 좀 더 의미 있는 이름을 짓지 않던가.


어쨌든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로 모인 걸 테니까.


“아무튼. 처음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진 쉬에를 쫓던 길이에요.”

“그 남자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스스로의 목소리가 커졌다는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 쉬에게는 진 빚이 있으니까. 그 빚에는 생전 본 적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많은 이자가 붙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었다.


“아니요.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의 행적부터 그의 존재까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그게 블랙이라는 건가요?”

“네.”


짧은 대답 이후로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자신은 할 말이 다 끝났으니 네가 한 번 이야기 해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블랙을 찾죠? 뉴스에서 보면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중국에서도 그런가요?”

“아뇨.”

“그런데 왜 중국 조직에서 나서는 건가요? 저는 거기부터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답해주셔야겠어요.”

“...”


화란의 시선이 천천히 나를 훑었다. 눈을 훑었고, 목을 훑었고, 어깨를, 팔을, 다리를 훑더니 천천히 다시 눈을 바라봤다.


이전에 느꼈던 끈적거리는 시선이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어디 하나 절단 낼 수 있을 것 같은 예리한 눈빛이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표현은 아마도 이런 사람들에게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보스는... 까칠하고, 예민하고, 귀찮은 걸 정말 싫어하지만요.”

“그쪽 보스에 대해 그렇게 말해도 돼요?”

“안 될 건 뭐람. 아무튼 그런 사람이지만 사람은 꽤 따뜻해요. 중국이 아니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무리가 있다면 참지 못할 뿐이에요.”

“음...”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뭐하는 사람인지도 어떤 목소리로 어떻게 말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뭔가 바라는 게 있을 거라는 의심까지 들었다.


“아무튼 변덕도 심한 사람이라. 그 의중은 우리도 모릅니다. 그냥 시키니까 하는 거지.”

“결국은 상사의 지시라서 할 뿐, 자세히는 모른다는 거네요.”

“그렇죠.”


빙긋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당장은 그녀가 왜 그런 질문들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제 능력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


질문을 받은 상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생각을 하는 듯 했다.


“버퍼라고 알고 있어요.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그리고 저는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건 당신이 마저 이야기 해주면 이야기 해줄게요. 그 정도는 설명해 줄 수 있으니까.”


이제 자신이 받을 패만큼은 보여줬으니까 뜸들이지 말고 내놓으라는 소리였다.


“저는 마력이 보여요.”

“마력이라.”

“네. 단순히 마력 뿐만은 아닌 것 같지만. 마법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볼 수 있어요.”

“마법진 같은 것도 보나요?”

“아뇨... 그건 못 봐요. 보기에는 너무 크지 않을까요?”

“그건 그러네요.”


또 다시 머리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이럴 때 보면 꼭 호기심 많은 소녀 같기도 하다. 이 사람에게서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느껴진다.


그건 본인이 변덕이 심해서 일수도 있겠고, 혹은 그녀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 능력으로는 뭘 할 수 있죠?”

“최소한 저 먹구름들은 볼 수 있는 것 같군요.”

“먹구름이라.”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화란의 시선이 쫓았다.


“최근 가장 맑은 하늘인데... 먹구름이 가득하게 보인다는 거죠?”

“지난번에 저것과 비슷한 것을 봤을 때 몬스터가 나타났어요.”

“몬스터요?”

“네. 마법진도 없이 몬스터가 소환됐었어요.”

“흠...”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했지만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 곤란했다.


그렇게 말하는 게 가능했으면 우리 애들한테는 다 말했겠지.


“그럼 그건 블랙의 소행이 맞겠네요.”

“...”

“저희가 블랙을 쫓던 중에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그들이 몬스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작가의말

즐겁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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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5) 23.09.22 40 0 12쪽
94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4) 23.09.20 44 0 11쪽
93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3) 23.09.18 39 0 12쪽
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5 0 11쪽
91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5 0 11쪽
90 초련(5) 23.09.11 44 0 14쪽
89 초련(4) 23.09.08 49 0 11쪽
88 초련(3) 23.09.06 54 0 10쪽
87 초련(2) 23.09.04 60 0 11쪽
86 초련(1) 23.09.01 54 0 12쪽
85 무임승차 프리 티켓(7) 23.08.31 52 0 12쪽
84 무임승차 프리 티켓(6) 23.08.30 50 0 11쪽
83 무임승차 프리 티켓(5) 23.08.28 53 0 13쪽
82 무임승차 프리 티켓(4) 23.08.25 52 0 14쪽
81 무임승차 프리 티켓(3) 23.08.23 54 0 12쪽
80 무임승차 프리 티켓(2) 23.08.21 5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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