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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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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15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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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문하시겠습니까(5)

DUMMY

“자 다 모였지?”


지난 주말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은 나에게 참으로 정신없이 바쁜 일주일이었다. 학교에 가서는 말 안 듣는 후배들과 조별과제를 하고, 거처로 돌아와서는 개업 준비에 힘썼다.


물론 금전적으로 필요한 모든 일은 로운이 맡아서 해줬지만. 나도 신경이란 걸 쓰고 있었으니까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란 말씀.


“무슨 일로 이렇게 다 모으신 거예요?”


여기는 로운컴퍼니의 사무실. 미혜와 쌍둥이, 로운과 석 씨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도 아는 것이 없어보였는지 승주가 먼저 손을 들고 물었다.


“이제 우리 로운 컴퍼니에서 커피 사업을 하기로 했어! 다들 박수!”


손뼉을 치며 말하자 따라 치기는 했지만 로운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나마 미혜만이 조금은 알겠다는 표정일뿐.


“로운이랑 여러 가지를 고민해 봤는데. 우리가 탑 앞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유명한 이름으로 개업을 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거든.”


“아니. 아저씨. 그런 거 말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씀해주셔야 이해를 하죠.”


돌려가며 말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미혜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짐작 가는 것은 있었지만 확신은 서지 않아 본인 딴에는 답답함을 느끼는 듯 했다.


“아. 카페를 차릴 거예요! 탑 앞에서!”

“카페요?”


예상대로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승우였다. 이변이 끝나고 세상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면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 알다시피 내 능력은 버프를 부여하는 커피를 만드는 거지.”


뜸을 들이듯 말하자 승주와 로운의 고개가 위아래로 살짝 움직였다. 내가 만약 교수나 선생님이었다면 두 사람같은 모범생이 예뻐보일 수 밖에 없으리라.


“이걸 우리 팀만을 위해 쓰기에는 능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 우리가 한 팀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탑을 클리어하고 세상을 최대한 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거잖아.”

“아! 다른 팀에게도 커피를 나눠줘서 도움을 주자는 거죠?”


승우가 조금 흥분한 듯이 말했다. 그런 승우의 팔을 승주가 잡아 내리며 자리에 앉혔다.


“맞아.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건 맞지만. 그렇게 되면 부작용도 많으니까 팔 거야.”

“그런데. 그럼 버프에 의존한 사람들이 더욱 능력 개발을 하지 않으면 어떡해요?”

“승주 너도 알다시피 탑은 오를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져. 버프란 게 전투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건 아니야. 내가 10층을 올라갈 능력이 있다면 11층까지도 올라갈 수 있게 해줄 뿐인 거니까.”

“아~”

“아무튼. 자. 이게 우리가 팔 목록과 가격표!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야.”


나는 바닥에 엎어두었던 칠판과 종이를 들어 다섯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이속 증가, 1시간) - 3만원

카페라떼 (아이템 드랍률 상승, 30분) - 5만원

모카라떼 (체력 회복률 증가, 30분) - 5만원

카라멜 마키아토 (힘 증가, 1시간) - 4만원

바닐라 라떼(방어 증가, 1시간) - 5만원

밀크티(근력,민첩,행운 증가, 40분) - 10만원 ]


“와... 아저씨 양아치에요? 이런 커피를 누가 사 먹어요?”


미혜의 말에 동의라도 한다는 듯이 쌍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 씨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일반 커피랑은 재료부터가 다르다고. 던전에서 나오는 재료로만 만들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수요는 있을 거지만 공급은 우대표님 혼자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렇지.”

“단일 가격으로는 비싸 보이지만 탑을 오르는 사람들이 한 층을 클리어할 때 벌어들이는 수입을 생각하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격이라고 판단됐어. 오히려 조금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 돼.”


가만히 듣고 있던 로운이 입을 열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미혜와 승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근데 직원이 왜 나랑 쌍둥이들뿐이에요? 아저씨는 뭐 하시고요?”


다른 종이에 적혀 있던 글자를 확인한 미혜가 다시금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여기 적혀 있잖아. 나는. 레.시.피.개.발 및 음료 제작이야.”

“레시피 개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어느 가게라도 새로운 메뉴가 없다면 경쟁력을 상실하기 마련. 그래서 나는 틈틈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거야. 그리고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재료는 내가 만들고 너희가 판매만 할 거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흠. 뭐... 걸리는 게 많지만 대표님도 같이 얘기했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죠.”


미혜는 여전히 못미덥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그나저나 나보다 로운을 더 믿는다는 말투네. 조금 서운하려고 그래!


하지만 맞는 말이지. 그럼그럼. 로운이 훨씬 믿음직해.


“저... 그럼 대표님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되나요?”

“뭔데?”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우가 손을 들고 말했다.


“혹시 커피를 만드실 때 저도 같이 있어도 되나요?”

“응?”

“아니... 그. 불편하시면 괜찮아요. 그냥 커피 만드는 걸 보고 싶어서요...”


평소에는 누나인 승주 말만 따르고, 승주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녀석이 웬일로 본인의 의사를 말하다니. 조금 놀라운 모습이기는 하다.


“뭐. 상관은 없는데 새벽 일찍 만들 건데 괜찮아?”

“몇... 시요?”

“한...4시? 5시?”

“아...”


아무래도 현재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거처에서 성남 거처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대중교통도 움직이지 않을 시간이다. 오히려 막차를 타고 오는 게 더 나을 수도.


“일단 언제든 환영이니까 올 수 있으면 매일 아침 5시까지 내 방으로 와.”

“네!”

“그럼 내일 첫 개시를 할 거니까 다들 늦지 말고 오도록!”


+++


이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가는 공원을 보자니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아저씨. 제가 어제 돌아가서 생각해봤는데요.”

“응...”


지난주의 그 난리로 인해서 이전보다 많은 관리자들이 배치되어있는 탑 앞. 탑에 도전하려는 능력자들은 경계를 하고 있지만 지난 일로 인해 사기가 꺾인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조금 춥지 않아요?”

“그렇지...”

“그런데 우리 메뉴가 왜 다 아이스 뿐이에요? 그래서 손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요.”

“...”

“아마 가격도 한 몫 할 거예요.”


미혜의 지적에 힘을 입히듯 한 마디 얹는 승주. 그도 그럴 것이 아침 일찍 와서 문을 열었지만 멀리서 이상하다는 듯이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 있을 뿐 누구도 와서 커피를 사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로운컴퍼니라는 이름까지 걸고 하는 건데 두 사람의 지적한 문제때문인지 아직까지 손님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유명한 이름이니까 한 명쯤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이 어렵지 효과를 본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가격에 굳이 얼어 죽고 싶을 만큼 차갑게 드시고 싶은 분들은 많이 없겠죠.”


두 사람이 오늘따라 죽이 잘 맞는다. 옆에서 승우만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상하다. 분명 거처에서는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때는 여름이기도 했고 거처에서 우리는 유명하잖아요. 나름. 아마도...”


왜 뒷말을 흐리는 건데. 당당해지라고! 나는 몰라도 너는 유명해!


“흠... 이대로면 얼마 못가서 망하겠는데. 다들 좋은 생각 없니?”

“음...”

“아!”


생각의 침묵을 깨듯 승주가 큰 소리를 내며 나를 올려다봤다.


“커피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결국 거처에서도 대표님의 커피가 인기가 있던 것도 효과가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음... 뭔가 이런 거에 실험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래도 실험체라니... 내 커피는 실험용 약물이 아니라고. 조금 서글픈 기분이 들고 있던 차에 머릿속에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


잠시후 내 연락을 받고 온 남자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뭐야 형.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면 곤란해.”

“어차피 할 일 없잖아.”

“무슨 소리야. 나 수련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한다고.”

“네가 일을 해?”


어쩐지 못 본 사이 더욱 껄렁해진 모습의 못난이.


“수련은 무슨 맨날 가서 훈련장에 있는 다른 능력자들하고 수다나 떨면서.”


옆에서 미혜가 웃기다는 듯이 말했다.


“너너! 솔직히 이제 내가 너보다 더 잘 싸우거든?”

“하. 그럼 한 번 싸워볼래?”

“이게 매번 봐줬더니 어른 무서운 줄 모르네!”

“웃기고 있네. 몇 살 차이도 나지 않으면서. 내가 너보다 실전 경험은 많거든.”


그리고 못 본 사이에 둘 사이도 많이 가까워졌는지 애처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오늘 제천을 부른 이유와 같이 이런 상황은 오히려 좋다.


“그럼 한 번 겨뤄봐. 이참에 누가 더 실력이 좋은 지 싸워보는 것도 좋지.”


나는 웃으며 두 사람을 부추겼고, 눈짓으로 승주를 바라봤다. 눈치 빠른 승주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승우를 데리고는 혹시라도 손님이 몰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한 벨트형 차단봉을 들고 트럭 앞 공간으로 향했다.


“좋아. 이참에 승부를 내자고! 내가 이기면 나를 형님으로 모시도록!”

“참나. 그런 건 이기고 나서 이야기 하라고. 내가 이기면 나를 누님으로 여기도록!”


보고 있자니 둘이 비슷해 보이기는 한데. 나이를 생각하면 미혜가 조금 더 성숙한 걸까. 아니 못난이가 못난 것 같다.


“자자. 그럼 주변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저 안에서 둘이 겨뤄보도록. 둘 중에서 더 이상 싸울 수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진 거야.”

“네!”

“뭐야. 저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둘이 싸우는 사이 승주와 승우가 일사분란하게 준비한 정사각형 모양의 공간.


“그건 아주 사소한 거야. 뭐가 됐든 다른 사람들이 다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왜. 쫄리냐?”


주변 상황을 지켜보던 미혜가 순간적으로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이내 이해했다는 듯이 비웃으며 못난이를 바라봤다. 못난아 이번 만큼은 내가 정말 미안하다.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코스 요리를 해줄게.


“그럴 리가! 덤벼!”


못난이가 들고 있던 칼을 꺼내들고는 먼저 링 안으로 들어갔다. 미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트럭 구석에 던져두었던 가방에서 건틀렛을 꺼내 가져왔다.


얼마나 큰 소리로 싸우고 있었는지 소란스러움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어 링 주변을 둘러 쌌다. 다들 무슨 일이냐는 눈빛으로 주변 사람들을 바라봤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의문만 커져갔다.


“자자. 시작하면 싸우는 거다?”

“물론이죠. 저는 준비 됐어요.”

“나도 준비됐어. 이런 꼬맹이 따위한테 질 리가 없지.”

“흥.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한테 질 정도로 약하게 자라지 않았거든요?”

“내가 화촌지 사람인지는 겨뤄봐야 알지.”


언제까지 이런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아서 링 가운데 두 사람을 세우고 링 밖으로 나와 손을 높게 들었다.


“셋을 세면 시작할게.”


“셋!”


“둘!”


“하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뒤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준비하고 있는 승주의 모습이 보였다. 참 눈치가 빠른 아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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