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27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8.28 09:00
조회
52
추천
0
글자
13쪽

무임승차 프리 티켓(5)

DUMMY

이 아이템의 주인은 흡혈귀인 베이튼, 이 아이템의 이름은 ‘비상식량’이다.


즉,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헌혈팩... 아니 선지인가? 아무튼 알고 먹으면 거부감이 생기겠지만 이 녀석들은 비능력자. 게다가 탑에 대한 관심도 없다. 그러니 이게 뭔지 모를 거다.


성태훈이 먹으면서 어떤 안내창을 볼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비상식량’이라고 밖에 더 뜨겠는가. 알게 되도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자자... 착하지? 입에 넣고 잘 씹어 넘겨.”


나는 다시금 녀석의 입을 벌려 환을 우겨 넣고는 턱을 움직이게 했다. 씹을수록 인상이 구겨지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도 맛이 없는 모양이다.


“으...”

“안돼. 착한 아이는 뱉는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돌려 뱉으려고 하는 녀석의 얼굴을 잡아 입을 막았다. 성태훈의 눈가에 작게 눈물이 맺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곧 목이 움직이더니 크게 숨을 내셨다.


녀석의 한숨과 함께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쳐지나갔다. 냄새만 맡아도 무슨 맛일지 상상이 갔다.


환을 삼키고 얼마 가지 않아 녀석의 핏기 없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우으... 으악! 뭐야 징그럽게!”


정신이 든 녀석이 나를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이런 와중에도 징그럽다고 하니 내가 상처를 받지 않겠니. 이 진상아.


“성태훈! 괜찮냐?”

“어...오... 응. 괜찮네?”

“멍청한 자식아. 거기서 담배를 피겠다고 설쳐서! 이게 뭔 고생이야!”

“넌 흡연자의 마음을 너무 몰라.”

“알고 싶지 않아.”


의식을 차리자마자 티격태격 거리는 녀석들을 보니 내가 방금 그 고생을 한 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냥 버리고 갈걸.


“...”

“들었어요?”


옆에서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강민서를 보니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이제 본인 다리로 걸을 수 있죠?”

“... 저는 신세 졌다고 생각 안 해요.”

“...”


빈정남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옆에서 문주희가 옆구리를 찔렀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죽다 살아나서도 저런 소리를 하고 있다니 내가 그를 너무 얕잡아 본 모양이다.


“됐어요. 집에나 가요. 지금 여기서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매우 깊은 골목길이고 쓰레기 더미로 둘러싸여 있어서 몬스터들이 냄새를 맡지 못했지만 언제 들킬지 몰랐다. 사방에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사람들의 목소리도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관리소에서 나온 것 같네요. 그래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지역이니까 조심해서 이동해요.”

“말 안 해도 알아요.”

“와. 정말. 한 번은 내가 도와줬는데. 두 번은 없어요.”

“누가 도와 달랬나.”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내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이 둘의 부모님을 죽이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뭔가 큰 죄를 지었는데 기억을 잃어서 모르고 있는 걸까.


“내가 도와 달랬다. 개...”


꽤나 거친 욕설이 녀석을 향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를 게 없다는 듯이 빈정남이 귀를 후비며 앞장서서 걸었다.


“가자면서요. 어서 갑시다.”


빈정남은 문주희의 욕설을 들을 수 없다는 듯이 앞장서서 걸었다. 길은 알고 가는 건가 몰라.


“어디서 좀 촌스러운 소리 들리지 않아? ... 요?”


문주희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말하더니 이내 내 눈치를 보며 말끝을 올려 물었다.


“오빠 벨소리 같은데요?”

“우와... 완전 촌스러...워...요”

“그런 식으로 말할 거면 차라리 반말로 하죠. 기분 나쁠 건 똑같을 것 같은데.”

“오! 정말요? 하지만 괜찮아요. 나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다고요.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오. 그걸 당사자 앞에서 말하고 대단한걸. 아무튼 잠시만요.”


나는 세 사람의 시선 속에서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로운이었다.


“어... 로운씨.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냐뇨. 오늘 간다던 식당 합정 쪽 아니에요?)


“맞아요.”


(지금 거기 능력자들 소집됐어요. 몬스터 나타났다고.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덴 없어요?)


“괜찮아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직?)


“네. 이제 나가면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거든요.”


(후우... 일단 어디에요? 저희랑 합류해요.)


“아니... 정말 괜찮은데...”


(어차피 소집된 인원이 많아서 저희 정도는 빠져도 괜찮아요.)


와 이게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능력자가 할 소린가? 하지만 비능력자... 아니 비 전투인원 3명을 혼자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 자신이 없다.


“그럼 여기 그... 여기 어디냐... 민서 씨. 여기 어딘지 알아요?”


옆을 보니 강민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듯하다. 하긴 여기서 거짓말 해봤자 다 같이 죽는 것 말고 더 있을까.


“그쪽들은 알아요?”

“아...뇨? 성태훈. 우리 어딜 들어왔냐?”

“몰라? 그건 선배가 아셔야죠.”

“그걸 내가 대체 왜 알아야 하는데요? 아무튼 여기 위치 아는 사람이 없네요.”


(후배들하고 같이 계신건가요? 주변에 뭐 있어요? 거기로 갈게요.)


“여기 골목길이라 모르겠는데...나가서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래요. 부디 무사히 나와요.)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로운은 언제나 내가 위험에 처하면 나타난다. 영웅처럼.


“그럼 가볼까요? 관리소에서 지원을 왔다고 하네요.”

“오!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상황이 해결되면 나가도 되는 거 아냐?”

“그러게? 굳이 밖에 나가서 위험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듯.”


두 진상은 마치 진리를 깨달은 듯이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여기 있어요. 저는 가보겠습니다. 민서씨는 어떻게 할래요?”

“어... 저는...”

“선배님은 정말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군요?”


빈정남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끼어들었다.


“그쪽한테 안 물었어요. 민서 씨 어떻게 하실래요?”

“저... 저는 오빠 따라갈래요.”


강민서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에 두 진상은 실망이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민서가 저렇게 미련한 줄 몰랐는데 말이야.”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문주희.


“그런데. 두 분은 혹시 마법진에 갇혀 보신 적 있나요?”


내 느닷없는 질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법진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미리 대피하면 되는 건데. 누가 멍청이처럼 거기에 갇혀요?”

“올해 하반기 마법진에 갇혀 사망한 사람 2만 명, 부상당한 사람 5만 명, 의식 불명 상태 5천 여 명.”

“그게 왜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는 능력자의 수 3천 명.”


사람에 비해 마법진을 담당하는 능력자의 수는 적다. 마법진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지원하는 능력자가 많지 않다. 게다가 탑을 오르지 못하게 되면서 능력자가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더 줄어들었다.


“두 분 말대로 마법진은 생성되기 전에 신호가 있기 때문에 주의만 잘 한다면 위험하지 않을 수 있어요.”


땅덩어리가 좁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에 생성되는 마법진의 크기는 제법 작다. 정말 최악의 사례를 보자면 국경을 넘어서 생성된 마법진도 있다고 하니... 사방이 바다인 덕분에 살았다고 할까.


덕분에 인명피해는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만 단위의 수가 절대 적은 수는 아니다.


“수 만의 사람들은 어째서 마법진 내에서 죽어나갔을까요? 그들이 단순히 미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요! 이런 세상에서는 스스로의 몸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요.”


빈정남이 자신의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를 피다가 쓰레기 더미에 깔린 녀석이 할 소린가 싶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 일이 두 분 한테는 안 일어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

“음. 안 일어...나지 않을까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관자놀이부터 지끈거림이 퍼져나갔다. 내가 얘들하고 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예뻐하는 후배였다면 어떻게든 설득해서 데려갔겠지. 아니 애초에 여기서 이러고 있게 두지도 않았을 텐데. 나는 대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여기서 숨어 있다가 마법진이라도 생기면... 뭐 지나가는 쥐라도 잡아먹으며 살겠지.”


들으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는 등을 돌려 우리가 왔던 골목길 방향으로 걸었다. 뒤에서 주춤거리며 따라오는 강민서의 발걸음 소리도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사람 치의 발걸음 소리가 우리를 따라왔다.


...


번화한 거리 쪽으로 나와서 건물에 몸을 숨기고 밖을 살펴봤다. 번화가의 중심부 쪽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민서 씨. 저거 보여요?”

“네.”


아무래도 화재인 모양이다. 검은 연기가 나는 방면에서는 굉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뭐가 좀 있나요?”


귀찮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나를 제외한 세 명은 거리 쪽으로는 나오지 말라고 당부를 해둔 상태였다. 그런 지시가 갑갑한지 뒤에서 간식 달라고 재촉하는 강아지마냥 낑낑거리는 녀석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웨어울프에요.”

“웨어울프? 그거 완전 게임에서나 나오던 거잖아요.”


익숙한 단어에 빈정남이 흥분한 기색을 가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 소리를 들은 건지 거리를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던 몇 웨어울프의 시선이 우리가 숨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좀! 조용히 좀 해봐요. 거참.”


나는 숨어서 밖의 상황을 바라봤다. 웨어울프 몇이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급히 핸드폰을 꺼내 로운에게 현재 위치를 찍어 문자로 보냈다.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여유는 없을 것 같네.”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밖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내밀자 나와 동시에 나타난 얼굴이 있었다.


“꺄아아아악!”

“으아악!”


내 뒤쪽에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는데 바로 앞에 있는 웨어울프는 못해도 나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원래 이렇게 덩치가 큰 몬스터였던가?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녀석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더니 입을 모았다. 그리곤...


“어우우우우!”


울었다. 울고 싶은 건 난데.


나는 녀석이 더 울기 전에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품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사시미칼을 휘둘렀다. 내 움직임을 다 지켜보기라도 했다는 듯이 녀석이 내 칼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칼끝을 타고 무언가가 베이는 감각이 손끝에 전해졌다.


“평소 날 관리를 잘 했나보네...”


한 번에 보내지는 못했지만 날이 예리했는지 아니면 녀석이 피하는 게 늦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몸놀림이 빨랐는지. 이유가 무엇이면 어떠하리. 녀석이 더 이상 울을 수 없는 듯 가라앉은 소리로 크르릉 거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도 못 맞춰요?!”


뒤에서 비명 같은 째지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문주희가 바들바들 떨며 성태훈의 뒤에 숨어 외치고 있었다.


“그게 숨어 있는 녀석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말이지.”


안타까운 건 내 쪽이 더 안타깝다. 이 녀석을 한 방에 잡지 못하면 녀석의 다른 동료들이 몰려 왔을 때 위험해진다.


녀석들 몸집이 크니까 골목길 입구를 최대한 막고 싸워야 하나?


다른 루트로 도망가서 다른 능력자들의 도움을 기다려야 하나?


하나씩 유인해서 잡을까?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웨어울프들은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내가 여기서 사시미 칼로 녀석을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은? 이긴다는 보장이 있을까? 체력의 고갈도 고려해야 했다.


머릿속에서 한 남자가 떠올랐다.


“기다리다보면 오겠지.”


가방에서 병 두 개를 꺼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라떼. 효과는 좋지만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서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서 내가 마시려고 가지고 다녔던 건데...


나는 병의 뚜껑을 따서 단숨에 들이켰다. 눈앞에 두 개의 안내창이 동시에 나타났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효과로 10분간 이동속도가 100만큼 상승합니다.]

[단단한 바닐라 라떼의 효과로 10분간 방어력이 70만큼 상승합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검은 옷의 사람들(2) 23.09.27 31 0 11쪽
96 검은 옷의 사람들(1) 23.09.25 38 0 12쪽
95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5) 23.09.22 40 0 12쪽
94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4) 23.09.20 44 0 11쪽
93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3) 23.09.18 39 0 12쪽
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5 0 11쪽
91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5 0 11쪽
90 초련(5) 23.09.11 44 0 14쪽
89 초련(4) 23.09.08 49 0 11쪽
88 초련(3) 23.09.06 54 0 10쪽
87 초련(2) 23.09.04 60 0 11쪽
86 초련(1) 23.09.01 54 0 12쪽
85 무임승차 프리 티켓(7) 23.08.31 52 0 12쪽
84 무임승차 프리 티켓(6) 23.08.30 50 0 11쪽
» 무임승차 프리 티켓(5) 23.08.28 53 0 13쪽
82 무임승차 프리 티켓(4) 23.08.25 52 0 14쪽
81 무임승차 프리 티켓(3) 23.08.23 54 0 12쪽
80 무임승차 프리 티켓(2) 23.08.21 56 0 14쪽
79 무임승차 프리 티켓(1) 23.08.18 53 0 13쪽
78 주문하시겠습니까(6) 23.08.16 56 0 13쪽
77 주문하시겠습니까(5) 23.08.14 59 0 12쪽
76 주문하시겠습니까(4) 23.08.11 59 1 14쪽
75 주문하시겠습니까(3) 23.08.09 55 1 12쪽
74 주문하시겠습니까(2) 23.08.07 59 1 12쪽
73 주문하시겠습니까(1) 23.08.04 64 1 12쪽
72 신입(6) 23.08.02 57 1 13쪽
71 신입(5) 23.07.31 55 1 14쪽
70 신입(4) +1 23.07.28 59 1 11쪽
69 신입(3) 23.07.26 60 0 11쪽
68 신입(2) 23.07.24 6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