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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274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8.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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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문하시겠습니까(1)

DUMMY

1층 로비 카페에 사람보다 빈자리가 많아지는 시간. 9시.


“저희 마감해야 해요.”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얼굴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이 임시 거처에서 지내는 동안 이웃으로 지내며 얼굴을 봐야하는 사이임에도 진상의 기운은 가시지 않았는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 카페 직원의 안색이 어두웠다.


“아... 조금만 더 안 될까요.”

“후우...”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한숨. 내가 어찌 그 기분을 모를까. 당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고달팠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이를 막는 손님이 있다니. 지금 면전에 대고 욕을 해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손님. 하지만 저희도 마감을 해야 해서요.”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 않았다. 역시 퇴근을 앞둔 자에게 억지는 통하지 않나.


“네... 어쩔 수 없죠.”


나는 한껏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최대한 천천히 가져온 물건을 가방에 챙기며 밖을 바라봤다. 한 면이 통유리로 된 창밖으로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 시간이 될 때까지 왜 아무도 돌아오지를 않는 거야.


오전에 출발했다고 들었는데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이번에는 신입들도 같이 갔다고 들었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회의를 밀어서라도 같이 갔어야 하는 건데.”


늦게 시작했던 만큼 아직 팀원들이 한계를 느낄 수 있는 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입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돌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똑똑한 쌍둥이들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나 : 다들 별 일 없는 거지?]


저녁 식사를 하며 보낸 메시지 옆에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숫자가 뻔뻔스럽게도 지키고 있었다.


“제발... 아무나 좋으니까 읽어라...”


마지막 손님인 내가 나가기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직원을 무시하며 최대한 천천히 카페에서 나갔다. 어차피 바로 위가 내 방이니 방에서 편안하게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걱정이 돼서 편하게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혹시라도 또 ... 그런 생각을 하며 화면을 바라본 순간 핸드폰 화면에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숫자가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은 남아 있었지만.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나래 씨! 무슨 일 있던 거 아니죠?”


스피커 너머에서 나래 씨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서 익숙한 목소리들이 자잘하게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다들 무사한 듯 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해 듣자니 역시 나라도 같이 갔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별 일 없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나래 씨는 도착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들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김에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자 아까 그 직원이 일말의 상쾌함을 품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앞을 지나갔다. 잠깐의 순간에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복도에 앉아 있는 다 큰 성인 따위는 퇴근 앞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모른 척 지나갔다.


“그래그래. 못 본 척 해주면 오히려 좋지.”


사람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서 마실 수 있게 따뜻한 우유라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으로 올라갔다.


+++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불빛이 보이더니 이내 택시 한 대가 나타났다. 멈춰서 택시의 문이 열리고 아까 카페 직원 만큼이나 피로해 보이는 얼굴의 사람들이 내렸다.


“미혜야! 나래 씨! 석 씨! 다들 괜찮아요?”


볼 일이 끝난 택시가 후진으로 임시 거처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좀 골치 아프긴 했는데... 별 일은 없었어요.”


여전히 나에게 화가 난 모양인 미혜와 말 수가 없는 석 씨를 대신해서 나래 씨가 입을 열었다.


“골치 아픈 일이요?”

“네. 오늘 제천 씨도 늦잠 자서 못 오시는 바람에 탑 앞에서 새로운 분하고 함께 들어 갔거든요.”

“오...”


탑을 오르는 행위는 꽤나 신뢰를 기반으로 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팀원이 없다면 목숨을 유지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인데...


로운이 모르는 사람을 데리고 탑을 올랐다고?


“일단 제가 마실 걸 준비해 놨어요. 쭉 마시고 오늘은 푹 쉬세요.”

“자세한 얘기는 아마 로운 씨가 해주실 거예요. 저희도 정확한 상황은 보지 못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나래 씨가 미혜의 팔짱을 어색하게 끼고 끌고 가듯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옆을 보자 석 씨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골치는 아팠지만. 나쁘지 않았다.”

“뭐가요?”


이 사람 또 이런 식으로 말하네. 꼭 중요한 단어를 한 두 개씩 빼먹는단 말이야.


“아까 말한.”

“나래 씨가 말한 사람이요?”

“그래.”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대화가 끊어지지 않길 바라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


아! 답답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쁘지 않았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


새벽 늦게 내 방으로 찾아온 로운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초췌한 얼굴이었다. 짙은 초췌함에 걱정 한 스푼과 불쾌함 한 스푼 정도가 섞였을까.


“저 늦은 시간에 실례해도 될까요.”

“뭐 그런 걸 물어보십니까. 들어오세요. 시간이 늦었으니 커피 말고 캐모마일이라도 한 잔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내 손짓을 따라 방으로 들어온 로운은 눈에 보이는 자리에 아무렇게나 몸을 던졌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시선은 천장을 바라본 채였다.


이제는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종종 보고 있으면 무섭다.


“하실 얘기가 뭐예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로운의 앞에 머그잔을 내밀며 물었다. 그제야 시선에 생기가 돌면서 고개가 천장을 벗어나 나를 향했다.


“아. 일단 오늘 있었던 일부터 말씀드릴게요.”


로운은 천천히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자신이 잠들어 있던 시간을 빼고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 자식을 그냥 돌려보냈어요?”

“다들 무사히 나왔고. 모르는 사람인걸요.”


어쩔 수 없다는 투였지만 씁쓸하게 웃는 표정과 금방이라도 부술 기세로 머그잔을 잡고 있는 주먹에는 핏줄이 섰다. 저 악력을 버티고 있는 머그잔이 더 놀랍다.


“이름이 서우라고요?”

“네. 고 서우라고 했어요.”


내가 아는 그 고서우일까. 세상이 그렇게 좁을 수 있나? 성별을 알 수 없는 외모에 고서우라는 이름. 칼을 쓰는 사람. 게다가 나와 같은 학교라니.


“아무리 세상이 넓다고 해도. 그 사람 제가 아는 사람 같네요.”

“네?”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요. 그리고 제가 아는 고서우라면 그렇게 행동했을 것도 같고...”


말을 길게 잇지 못할 것 같아서 내 몫의 캐모마일을 한 모금 삼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천장 다 데일 뻔 했다. 로운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다 안 식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오버를 했다가는 로운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지.


“그래서 하실 얘기가 뭐예요? 제가 고서우를 알 거라고 생각해서 오신 건 아닐 거잖아요.”

“아. 맞아요. 그래서 시간이 늦기도 해서 쌍둥이들을 거처에 데려다 줬거든요.”

“하긴 좀 멀리서 왔다고 했죠.”

“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쉽지 않아 보여요.”


하긴 그렇겠지 미성년자기도 하고 이전에 면접에서 독립하겠다고 말한 거 보면 가족들하고 같이 살고 있을 테고.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지금 로운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겠지.


로운은 천천히 머그잔을 입 근처로 가져가 뜨거운 차를 식히며 한 모금 마셨다.


“아무래도 쌍둥이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폭력이요?”

“네. 가정폭력이요.”

“아...”


장난을 치나 싶었지만 평소 알던 로운의 성격상 그런 걸로 장난을 칠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에 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칠 리가 없지.


그렇다면 진짜로 폭력을...


순간 머릿속에 이전에 봤던 양승주와 양승우의 스탯이 떠올랐다. 스킬의 사용 없이 스탯만 오른 양승주도 특정 스킬과 스탯만 오른 양승우도 이상한 경우였다. 만약에... 그게 ...


“승주가 폭력을 당하면 승우가 이를 치료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로운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느린 움직임이었지만 눈빛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가 쌍둥이의 부모를 한 대라도 칠 것 같았다. 이전에 비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로운이었다.


“흠. 일리가 있는 이야기에요. 아니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설명이 되죠.”

“지혁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네. 그런데... 그래서요?”


세상이 변하기 전에도 그랬지만 미성년자에 대해 보호자 그것도 혈육으로 이어진 보호자에 대한 권한은 막대했다. 생판 남인 우리로서는 당장 거처를 옮겨 두 사람의 안전을 취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서 그런데 우리가 일자리를 내어주는 건 어떨까요?”

“일자리요? 지금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아뇨. 이거 말고요. 이걸 일자리라고 했다가는 우리는 고소당하고 말 거예요.”

“음... 확실히...”

“그래서 생각한 게... 카페 알바 정도의 일이면 괜찮지 않을까요?”


여기서 갑자기 왜 카페 알바가 나오지. 설마.


“네. 지혁 씨가 운영할 카페의 직원으로 쌍둥이들을 쓰면 어떨까 해서요.”

“아...”

“곤란...할까요?”

“음...”

“그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지혁 씨가 카페를 차리시겠다고 하면 제가 언제든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했었던가?


“그리고 필요하시다면 브랜드화 시켜서 지점을 낼 수 있게도 할 수 있어요!”


그...그럴 필요는 없는데.


“원하신다면 세계 모든 탑 앞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지혁 씨의 커피를 상품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로운은 흥분했는지 머그잔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탁자를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런 눈빛을 보면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아니 이건 협박에 가까우려나.


“아니아니. 일단 진정하세요. 왜 그렇게 흥분했어요. 제가 하지 말자고 한 것도 아니고.”

“아... 죄송합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그런 거죠. 계획 자체는 저도 괜찮습니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좋으니까요.”

“그렇군요.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오히려... 로운 씨가 왜 그렇게까지 나오시는 지 궁금하네요.”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바로 지금 로운의 눈빛처럼 실망감이 가득 담겨있을 수도 있고 말이지.


“그야... 애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어른들이 나서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뭐... 그렇긴 한데 보통은 이렇게까지는 하려고 안하죠.”

“음...”


이번에는 저쪽에서 입을 닫아버렸다. 여기서 더 힘으로 열려고 해봐야 아무 의미 없겠지.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러면 빠른 시일 내에 구상을 해보도록 하죠.”


쌍둥이와... 여기 축 쳐진 강아지 같은 남자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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