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12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13 09:00
조회
45
추천
0
글자
11쪽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DUMMY

“대표님!”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서 뭐해?”


지혁이 쌍둥이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남자와 누워서 자고 있는 여자의 모습까지 여기서 볼 줄은 더더욱 몰랐고.


“이 사람들은...”

“아. 지혁 씨.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여기서 뭐... 하세요?”


진심으로 궁금했다. 중국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그것도 쌍둥이들과 함께 있다니. 로운과 있는 모습을 봐도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랐을 것 같은데.


“혹시... 납치?”

“저희는 돈이 안 되는 범죄는 안 해요.”

“그러시구나.”


언제 봐도 이 남자가 적응이 되지 않는 지혁이었다. 어쩜 저렇게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걸까.


그것도 애가 듣고 있는 상황에서! 웃으면서!


“그런데 대표님은 이 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아... 그냥 산책?”


승주는 잠시 생각했다. 지혁이 사는 곳은 성남 임시 거처 이곳은 서울이었다. 산책을 서울까지 나오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니 지혁이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그냥 좀... 어쩌다보니.”


물론 지혁도 할 말은 많았다. 산책이라고 말했던 것 또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해가 떠있을 당시 지혁은 산책을 하기 위해서 나왔으니까.


그건 지금으로부터 약 8시간 전. 막 점심을 먹은 지혁은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나왔었다.


“요즘은 아주 평화롭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조별과제도 의도하지 않은 방향이지만 끝났고, 카페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번에 애들 일당 주고 나서도 꽤 많이 남았지?”


애초에 비싼 가격으로 설정해 두었음에도 매일 준비해둔 커피가 모두 판매되고 있는 나날이었다.


“어떻게 보면 로운도 좋아하겠다.”


그가 원하던 ‘다함께 탑에 오르는 꿈’이 어느 정도는 실현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탑을 오르는 것은 자살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던 사람들이 자진해서 팀을 꾸리고 탑을 오르기 위해서 커피를 사가고 있었다.


“덕분에 꽤 여유로워졌지. 이거면... 된 걸까.”


물론 아직 그가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있었다. 이변이 일어나기 전의 세계로 되돌린다든가, 세상에 탑이 생길 때 들렸던 목소리처럼 탑의 꼭대기까지 간다든가 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사실 그것들을 해낼 자신은 없었다. 소원을 찾는 일이 더 중요했고, 탑에 오르기를 원하는 동료들이 더 소중했다.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소원을 찾고, 소중한 사람들과 온전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게 되면 자신은 그저 카페를 운영하며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사실 지금만 하더라도 충분히 넉넉해졌으니까.”


처음에는 능력으로 부자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정도만 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이대로 몇 년 만 더 꾸준히 모은다면 회사의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고, 로운의 회사에 투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님에게 더 이상 부족한 아들로 남지 않을 수 있었다.


항상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말했던 그들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만족할 것이다.


Rrrrr


탄천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자니 핸드폰이 울렸다.


“네. 로운 씨.”

(지혁 씨. 혹시 지금 바쁘신가요?)

“아뇨? 그냥...어. 걷고 있네요.”


(혹시 지금 회사로 와 주실 수 있나요?)

“회사요?”


(네. 캐롤라인 사제님이 오셨어요.)

“네?”


전화기 너머에서 ‘사제님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한층 더 작은 목소리로 로운이 속삭였다.


(워낙 귀찮음이 많으신 분인데 서울까지 오신 거 보면 중요한 일 같아요. 지혁 씨를 찾으세요.)


“아...오. 알겠어요. 1시간 정도면 될 거예요.”


로운의 말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수화기에서는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서 나왔다. 어딘가 잔소리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는 지혁도 들어본 이의 것이었다.


그저 산책을 나온 지혁이 성남을 떠나 서울에 온 계기는 그러했다.


“대표님?”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되묻는 승주의 목소리에 지혁은 정신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단 8시간 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첸과 화란도 있었다. 이전에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적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했지만 지혁은 아직은 그들이 신뢰되지 않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이 사람... 아니 이 분들과 있는 거야?”

“음... 얘기하자면 길긴 한데요.”


미간을 좁히며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을 보니 그들도 자신만큼이나 긴 하루를 보낸 것 같은 생각에 지혁은 이야기를 듣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집까지 데려다 줄게.”

“아... 그게.”


평소 똑부러지는 승주가 집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는 말을 돌린다는 이야기를 로운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로운이 이야기 해주었던 쌍둥이네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그럴 수 도 있겠다 싶지만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아이를 다른 곳에서 재우는 것도 지혁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미혜와 자신의 방에서 각자를 재울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의 보호자가 아이들을 찾기를 바란다면 들키는 것은 금방이었다.


지혁은 무릎을 굽혀 승주와 시선을 맞췄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

“...”


눈동자를 굴리던 승주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관리소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이 두 아이를 숨기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두 달만 있으면 관리소에서도 아무리 보호자가 찾는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찾지 않는다.


지혁은 하루 종일 자신을 따라다니던 고민에 다 함께 살 집을 사는 것도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화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그런 우리 숙소에서 같이 지내는 건 어때요?”


고민하고 있는 지혁의 옆에서 어딘가 끈적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 이전에는 워낙에 급한 상황이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는데 듣기만 해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연예인처럼 화려하게 아름다운 여자.


“연이 된다면 다시 만날 거라던 제 말 기억하시나요?”


한국에서 그것도 어딘가 초췌한 복장인데도 불구하고 여자는 오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때는 미처 소개를 못했네요. 저는 화란이에요. 첸과 같은 인애단 소속이죠.”

“아... 저는 지혁입니다. 우지혁.”

“네. 얘기 많이 들었어요.”


눈웃음 짓는 화란의 모습은 이전과 같이 지나가던 이도 홀릴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방금 느꼈던 끈적거린다는 느낌도 얼굴을 보자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런데 숙소에서 데리고 있겠다는 건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에요. 저희가...”


화란의 시선이 조용히 자신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을 향했다.


갑작스럽게 소란해진 분위기에 승우도 눈을 비비며 일어나 승주의 옆에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신경이 쓰여서 말이죠. 한 두달이라죠? 저희도 그 정도는 한국에 있을 예정이거든요.”

“...”

“뭐... 아이들이 원한다면 말이죠. 저는 왠지 저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화란이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자 아이들의 뽀얀 양뺨이 붉게 물들었다.


“승주야, 승우야. 너희는 어떻게 할래? 나는 로운에게 말해서 너희가 지낼 집을 구할 수 있을지 물어보려고 했거든.”


지혁은 화란에게 등을 돌려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고 물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우리들끼리 추측할 뿐이었다. 결국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의견이라는 것이 지혁의 생각이었다.


만약 들은 이야기가 맞다면 사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무엇을 선택해도 자신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음...”


역시나 바로 대답은 나오지 않았고, 승주와 승우는 서로를 바라봤다.


쌍둥이들은 눈빛만 봐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저 허황된 농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아이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기도...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구나.”


집에 돌아가겠다는 말이 없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집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면 오늘은 일단 화란 씨와 첸 씨네의 숙소에서 신세를 지겠습니다.”

“대표님?”


지혁의 대답에 당황한 승주가 지혁을 올려다봤다.


“일단은 오늘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럼 나도 같이 신세를 질게. 앞으로의 일은 내일 해가 뜨면 천천히 생각해 보자. 괜찮나요?”

“물론이죠. 오히려 반가워요.”


아름다운 눈웃음을 짓는 화란이었지만 아름다운 미소 속은 읽을 수 재질의 것이었다.


+++


화란과 첸의 숙소는 서울에 있는 한 오피스텔이었다.


이변이 일어난 이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꽤 큰 역변을 거쳤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그 가치를 잃어갔지만 몇의 고급 건물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은 많으니까 편하게 지내요.”


오피스텔에 들어서는 지혁은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항상 이런 집에서는 어떤 부자들이 사는 것일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부자들이 이런 부자들이었다.


최소 몇 십억은 하는 고급 오피스텔이었다. 게다가 거실에 난 거대한 창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곳곳에 작은 빛의 기둥들이 존재하는 모습조차 야경의 한 편을 장식하고 있었다.


“서울의 야경은 아름다워요.”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지혁의 옆으로 화란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중국의 야경도 아름답지만. 서울은 서울의 아름다움이 있죠. 마법진에서 나오는 불빛들은 분명 우리의 삶을 재앙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아름답지 않나요?”

“...”


화란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에 빛의 기둥에서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은 퍽 잘 어울렸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야경 때문에 삶을 버릴 수는 없죠.”

“그건 그래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지혁은 화란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런데... 어째서 황혼에서는 당신을 탐냈을까요?”


화란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지혁의 뺨을 스쳤다. 머리카락보다도 가벼운 손길이 간지럽게만 느껴졌다. 만약 자신이 직접 보고 있지 않았다면 그저 머리카락이 스치고 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몰랐다.


“당신에게는 우리는 모르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요?”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검은 옷의 사람들(2) 23.09.27 32 0 11쪽
96 검은 옷의 사람들(1) 23.09.25 38 0 12쪽
95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5) 23.09.22 40 0 12쪽
94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4) 23.09.20 45 0 11쪽
93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3) 23.09.18 39 0 12쪽
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6 0 11쪽
»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6 0 11쪽
90 초련(5) 23.09.11 45 0 14쪽
89 초련(4) 23.09.08 50 0 11쪽
88 초련(3) 23.09.06 55 0 10쪽
87 초련(2) 23.09.04 61 0 11쪽
86 초련(1) 23.09.01 54 0 12쪽
85 무임승차 프리 티켓(7) 23.08.31 52 0 12쪽
84 무임승차 프리 티켓(6) 23.08.30 50 0 11쪽
83 무임승차 프리 티켓(5) 23.08.28 53 0 13쪽
82 무임승차 프리 티켓(4) 23.08.25 52 0 14쪽
81 무임승차 프리 티켓(3) 23.08.23 55 0 12쪽
80 무임승차 프리 티켓(2) 23.08.21 57 0 14쪽
79 무임승차 프리 티켓(1) 23.08.18 53 0 13쪽
78 주문하시겠습니까(6) 23.08.16 57 0 13쪽
77 주문하시겠습니까(5) 23.08.14 59 0 12쪽
76 주문하시겠습니까(4) 23.08.11 59 1 14쪽
75 주문하시겠습니까(3) 23.08.09 56 1 12쪽
74 주문하시겠습니까(2) 23.08.07 59 1 12쪽
73 주문하시겠습니까(1) 23.08.04 64 1 12쪽
72 신입(6) 23.08.02 57 1 13쪽
71 신입(5) 23.07.31 55 1 14쪽
70 신입(4) +1 23.07.28 59 1 11쪽
69 신입(3) 23.07.26 60 0 11쪽
68 신입(2) 23.07.24 6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