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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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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76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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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초련(1)

DUMMY

[성태훈 : 형님! 조별 과제는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형님은 세상을 구하는 데 힘써주시면 됩니다!]


그날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성태훈은 간간히 개인 메시지로 연락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저씨? 왜 웃고 있어요?”

“아니 그냥 웃겨서.”


나의 수없는 거절에도 불구하고 성태훈은 조별과제 뿐만 아니라 내 개인과제까지도 해주겠다며 가져가서는 완성도 높은 보고서로 가져왔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못 했던 게 아니라 안하고 있었다는 거지. 그간 그들에게 당했을 수 없이 많은 선배들을 생각하니 안쓰러운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개인과제는 못 쓰겠다.”

“네?”

“아냐. 먹던 거 마저 먹어.”


미혜는 내가 만든 애플파이를 두 판 째 먹고 있으면서 질리지도 않는지 옆에 또 다른 애플파이 하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아저씨 근데 진짜 가게에서 디저트는 안 팔 거예요? 이렇게 맛있는데 아깝잖아요.”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걸 팔겠어.”

“왜? 진짜 맛있는데.”


녀석은 자신의 말이 진심이라는 듯이 열심히 포크를 움직여 파이를 조각내고 있었다.


“그러게. 세상이 안전하다 싶어질 때가 된다면 너희랑 같이 과자도 구우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재밌겠다.”


쨍그랑-


창밖을 보면서 간만에 감정에 젖어서 말하자니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앞에서 열심히 포크질을 하던 미혜가 포크를 떨어트리는 소리였다.


“아휴, 칠칠치 못하게.”

“아저씨! 그거 방금 완전 사망 플래그였다고요!”

“방금? 뭐가?”

“그 있잖아요. 막 멸망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같은 영화들보면 꼭 아저씨같은 소리 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죽어서 ...”


미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잠겨가는 목소리로 더 이상은 말을 이을 수 없는지 입을 꾹 다물고 애플파이를 씹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무슨 소리에요!”

“야! 입 안에 있는 건 삼키고 말해! 아우, 드러워!”

“뭐라구요?!”


이전처럼 티격태격거리며 편하게 대화하고 있자니 그간 서먹했던 것들이 모두 한 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서먹해졌던 일말의 사건들도 모두.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시네요.”

“아, 로운 씨.”

“대표님? 안녕하세요?”

“뭐에요 그 반응은.”


투닥거리고 있는 우리 옆으로 와 의자를 꺼내 앉은 로운이 어이없다는 듯이 답했다.


“애플파이네요?”

“네. 아저씨가 만들었대요.”

“온 김에 먹어요. 이 녀석이 안 그래도 마지막 남은 판까지 다 먹어치우려고 하던 차에요.”

“드실 거면 지금 말씀해 주세요. 안 그럼 제가 다 먹어버릴 거니까요.”

“그럼 한 조각만 주세요.”


꽤나 큼직한 한 조각을 잘라낸 미혜는 카운터에서 빌려온 접시에 파이를 담아 포크와 함께 로운에게 건넸다. 로운은 한 입 먹고는 맛있다는 말만 하며 몇 번 더 포크를 움직였지만 이내 먹지 않았다.


그렇겠지 이런 이른 시간부터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걸 테니까.


“무슨 일 있어요?”

“아. 네.”


로운은 포크로 파이 끝을 잘게 쪼개며 입술을 달싹 거렸다.


“대표님. 안 드실 거면 그냥 저 주세요. 망가지면 못 먹어요.”

“아... 어. 가루가 되더라도 내가 처리할 테니까 걱정마.”


나는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진지한 얼굴로 저런 소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로운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혹시 석 씨나, 나래 씨, 제천 씨는 어디 계신지 아시나요?”

“어... 오늘은 따로 들은 건 없는데... 뭐 들은 거 있어?”

“...”


미혜는 나와 로운의 시선에도 본인이 씹던 것은 끝까지 씹겠다는 의지를 보이더니 삼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정말 말을 잘 듣는다.


“오늘 저번에 홍대쪽 봉사활동 간다고 하던데요?”

“봉사활동?”

“말이 봉사활동이지 그냥 일하러 간 거 같아요. 무보수 일.”

“그게 봉사활동이기는 하지. 하긴 이변이 일어난 초기에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다고 했지.”


한결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 옆에 또 다른 한결같은 사람 하나. 허공을 바라보며 무서울 정도로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이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오늘. 관리소에서 회의가 있어요.”

“갑자기요?”

“네. 최근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앞으로의 관리 방향에 대한 긴급 회의라고 들었어요.”

“로아 씨도 참가하시는 건가요?”

“네. 누나는 회의 자체에 참가하기 보다는 단순히 참관에 불가하지만요.”


로운은 다시금 말을 멈추고는 허공을 바라봤다.


“이번 회의는 비공식 회의에요.”

“네?”

“소수의 관계자들만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로운씨가...”


나는 순간적으로 바보같은 질문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애가 좋은 남매가 이런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이번 회의에서 지금의 일상을 뒤집을 안건이 통과될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조금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말 그대로에요. 이제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을 조금 더 내어주고 후퇴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는 소리에요.”


그게 더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인데. 하지만 이 말을 전하고 있는 로운의 심정이 참담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요.”


그렇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마도 소장님은 이 순간을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준비해왔겠죠.”


나의 재촉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리던 로운이 나를 바라봤다.


“일이 마무리 되면 소장님이 지혁 씨를 보기를 원하세요.”

“네? 저를 왜요?”


공식적으로 능력자가 아닌 나였다. 관리소에 등록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소장이 나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물론 이전부터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갑작스럽게 정해진 거고, 관리소에서도 모르는 일이에요. 누나를 통해서 조심스럽게 의사를 전하신 거라고 해요.”

“그러니까 더 의심스러운데요. 뭔가 위험한 일은 아니죠?”

“...”


로운의 시선이 나를 피했다.


“뭐. 몬스터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소장님도 인간일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럼 뭐, 별일 있겠어요?”

“그렇죠...”


나는 로운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를 추궁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아는 그라면 적절한 때에 적절한 정보를 내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모든 걸 계산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온 김에 커피나 한 잔 하고 가요.”

“네. 감사합니다.”


+++


한편, 우리의 쌍둥이들은 서울의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누나, 우리 괜찮을까?”

“괜찮아. 안 괜찮으면 어쩔거야.”


승주는 잔뜩 화가 나있었다. 앞으로 한 달 반, 자신들의 자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딴 것도 부모라고...”

“...”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야! 일어나! 하늘같은 아버지가 왔는데 아직도 자고 있어!?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문 너머에서 격렬한 악의가 느껴지고 있었다. 임시 거처에 살면서 좋은 것은 각자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시하려고 이불을 뒤집어쓰려던 승주의 귀에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쯤 앓는 듯한 목소리.


“아버지! 그만! 그만요!”


화가 난 승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부술 듯이 문을 두드리고 있던 남자가 앞으로 기울어지듯 승주의 방으로 들어왔다.


남자의 옆에는 입가가 터지고 눈이 부어오른 어린 남자아이가 주저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남자가 승주의 앞에 섰다. 역한 술냄새가 아이의 코를 스쳐지나갔다.


“술 드셨네요.”

“내가 술을 마실 수도 있지? 어디 딸년이 아버지 하는 일에 도끼눈을 하고 물어?”


승주는 참았다. 앞으로 2개월. 자신들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고 이 사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너. 요즘 일한다면서?”

“아닌데요.”

“거짓말 하지마! 네가 일하지 않으면 저 녀석이 어떻게 돈을 가지고 있어?”


아이의 시선이 죄인이 된 마냥 시선을 돌리고 있는 자신의 남동생을 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방을 뒤지셨어요?”

“뒤지다니. 아비가 아들놈 방도 못 들어가? 그런 게 어딨어! 아무리 세상이 변했대도 내! 아들인데!”


승주는 참고 싶었다.


“후... 그건 세상이 변하기 전에도 해서는 안 되는 일...”


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벼운 아이의 몸이 벽을 향해 날아갔다. 뺨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감각이 자신이 남자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전해줬다.


“나 어릴 땐 말이야! 아버지가 하는 말이 다~ 예예, 하고 대답했어. 어디 감히 아버지가 말하는데 끼어들어?!”


지긋지긋했다. 2개월. 2개월이 무엇인가. 자신이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이 고통을 왜 모두가 외면하는가.


임시거처는 그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었지만, 20살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반드시 부모와 함께 같은 거처에서 지내야 한다는 규칙도 내걸었다.


그걸 지키고 싶지 않다면 나가서 살라는 듯이.


“누나!”

“시끄러워!”


승주를 향해 달려오던 승우의 몸이 남자의 휘청거리는 다리에 맞아 날아갔다.


아아. 자신은 무엇을 위해 참아왔는가. 무엇을 위해 맞아왔는가. 최소한 자신의 동생만큼은 이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랐었다. 자신의 동생이 치유능력자가 된 것도, 자신이 전력능력자가 된 것도 모두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신. 최소한 승우는 건들지 말아야지.”

“뭐? 당신? 이게 아버지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내가 머리가 뜯겨도, 입술이 터져도. 참았던 게 당신이 무서워서 인 것 같아?”

“이 년이 미쳤나.”


자신은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다. 천륜이다 뭐다 하더라도 평생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지 않은 것은 마음 약한 자신의 동생이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거늘.


“오늘부터 당신은 제 부모가 아닙니다.”

“뭐? 이게 진짜. 아직 덜 맞았지?”


승주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심장부터 저릿해져 오는 감각이 온몸을 지나 손끝에 모였다.


일반인에게는 능력을 쓰면 안 된다. 정당방위? 그런 것도 없다. 능력자 앞에서 일반인은 절대적 약자다. 아무리 십 년을 넘게 폭력을 행해왔더라도. 그건 이변 이전의 세계니까.


승주는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향해 뻗어오던 팔을 내리쳤다.


섬광이 방 안을 채웠다. 피부를 타는 냄새가 났고,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승우야! 가자!”


승주는 그대로 승우를 일으켜 세워 방을 뛰쳐나왔다. 소란이 일어나기 전에 거처를 뛰쳐나와 자신들이 갈 수 있는 최대한 멀리 갔다. 자신들이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향해 막연히 계속해서 뛰었다.


“죽지...않았겠지?”

“당연하지. 죽여 봤자 나만 손해인걸.”


하마터면 정말로 죽일 뻔했다. 이성의 끈이 끊기기 전에 가까스로 빗맞혔다.


“잘 해야 팔 하나 화상 정도 겠지.”

“그렇겠지...”

“혹여라도 치유해줄 생각 따윈 하지마!”

“물론이지.”


승주도 안다. 승우가 사람을 쉽게 버리지 못할 뿐이지 자신과 같은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어디가?”

“글...쎄?”


그저 하염없이 걸었다. 자신들, 단 둘이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았다. 그런 곳이 있다면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도착하리라.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는데...


“귀여운 아이들이네.”

“...”

“첸. 넌 너무 재미가 없어! 보스만 아니었으면 너랑 단 둘이 이 먼 한국까지 오지 않았을 거야.”


건물의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 쌍둥이를 발견한 화란을 첸은 무미건조한 눈길로 바라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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