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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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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02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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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4)

DUMMY

“대표님!”

“어? 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지혁은 벌써 식탁 위가 말끔하게 정리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목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바라보니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있는 승주가 보였다.


“고무장갑 끼고 해. 손 다 상해.”

“그렇긴 한데. 불편한걸요. 우리 승우가 있기도 하고.”


태연하게 웃는 승주의 옆에서 승우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이전에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 지혁은 문득 치유 능력자가 남아 있다면 의사들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신이 부여한 능력. 그거라면 지금까지 해결 하지 못했던 인류의 난제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탈... 아니다.


자신의 커피는 보양식으로 팔릴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방금 전까지 진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실없는 웃음이 났다.


그런 지혁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두 아이만 있었다.


“그나저나 첸씨와 화란씨는?”

“일하러 가신댔어요.”

“...? 우리를 여기에 놔두고?”


어제부터 하는 얘기를 들어봤을 때 이곳은 그들의 집은 아니었다. 더더욱 둘의 신혼집은 아닌 것 같았다.


같은 조직 소속이라고 했으니 임무를 위해 왔을 테니 그저 묵어가는 숙소일 뿐이리라.


“그래도 이렇게 생판 모르는 남을 집에 두고 가도 되나?”


그만큼 믿는다는 걸까? 자신들을 믿는 것이거나, 어차피 아무것도 훔쳐가거나 빼내가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거나.


무엇이 되었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없던 세 사람한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다만, 혹여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대했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걱정이 생기려고 했지만 어젯밤 살벌하게 기싸움을 하던 모습을 떠올리니 그럴 일은 없겠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려던 사람이 멀쩡히 살아남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우리는 회사에 가볼까?”

“아, 저희는...”


입을 열려는 승주의 소매를 승우가 잡았다. 고개를 작게 젓는 모습이 무엇인지 몰라도 승주의 뜻이 달갑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가기 싫어?”

“응...”

“네가 그렇다면야.”


다정했던 질문만큼이나 승우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승주의 미소는 따뜻했다. 저렇게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이들인데.


“그럼 로운 씨 만나서 이야기 한 다음에 어디 놀러갈까?”

“어디요?”

“가고 싶은 곳 있어?”

“있긴 하지만...”


대답을 하는 아이들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쳤다.


“왜 그래? 별로 가고 싶은 곳이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대표님 카페는요?”

“아...”


지혁은 몸 안에서 무언가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의도하지 않은 외박을 한 바람에 아침에 커피를 준비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쌍둥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뭐... 괜찮지 않을까?”


물론 지혁은 괜찮았다. 다만, 같은 시간. 탑에 오르기 위해 모였던 파티들은 지혁의 카페가 문을 열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지혁은 두 아이의 등을 밀며 오피스텔을 나왔다.


+++


“그래서 첸네서 잤다고요?”


세 사람이 어제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차분하게 들은 로운은 사색이 된 얼굴로 되물었다.


“좋은 분들 같았어요.”


승주의 말에 승우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은... 좋긴 하지. 착한 사람인지는 몰라도 자기 사람한테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없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얼굴빛이 좋지 않은 로운이었다.


“그런데 이전부터 궁금했는데 첸 씨가 무서운 사람인 건 알겠는데 로운 씨한테는 친절하지 않아? 왜 그렇게 싫어해?”

“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나요?”

“무척?”


로운은 생각을 하려는 듯 시선을 위로 올리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혁은 꽤 익숙한 모습이지만 승주와 승우는 그렇지 않은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부담스럽긴 해요.”

“부담스러워?”


뭔가 안 좋은 기억이 있었거나, 로아에게는 말 못하는 남동생의 서글픔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던 지혁의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었다.


“네. 첸 씨는 저를 좋아하거든요.”

“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아는 당연한 사실을 되짚어주는 로운이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표정이네요?”


그런 지혁의 표정이 재밌었는지 로운이 작게 웃었다. 그의 잘생긴 외모에는 수수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게 단순히 친구로서 좋아했던 건 아니라서요.”

“그럼 예전에는...”

“네. 지혁 씨도 첸 씨를 봐서 알잖아요. 아무한테나 그렇게 애정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웃는 얼굴에 친절해 보이지만 그건 상대와 자신 간의 벽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위한 친절함일 뿐이었다.


“예전에는 꽤나 진심이었던 것 같은데...”


로운은 말끝을 흐리며 옛 이야기를 떠올리듯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그 모습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던 방금 전의 모습과는 달리 행복해보였다.


+++


어린 시절 아버지가 중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면 유학을 간 누나를 보기 위해 따라가 며칠씩 중국에 머문 적이 있어요.


첸은 그때 누나의 소개로 알게 되었어요. 당시의 제가 어렸기 때문도 있고, 누나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제가 중국에서 그를 처음 본 날, 두 사람이 어린 아이치고 꽤나 끈끈한 신뢰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애정이요? 두 사람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어요. 정말 순수한 친구. 아니 동료에 가까울까요?


“첸! 여기는 내 동생 로운이야.”

“안녕... 하세요.”


처음 첸 씨를 봤을 때는 그저 신기했어요. 한국말을 못하는 제 또래의 외국인은 처음이었거든요. 당시 기분으로는 진짜 외국인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어렸죠. 나중에 안 거지만 그래도 간단한 말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누나가 한국말과 중국말을 번갈아가며 첸과 제 말을 옮겼어요.


그는 지금과 달리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이었어요. 누나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던 거지 그냥 둘이만 있었다면 조금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첸은 무서운 사람이 맞지만요.


이런 것까지 말하는 게 맞나 싶지만... 첸의 아버지는 망나니였어요. 조직 생활을 했다던데 쫓겨나다시피 조직을 나왔다고 들었어요.


이유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당시에 너무 어리기도 했고, 첸이 그 얘기를 하는 것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묻지는 않았어요.


조금 커서 어느 정도 예상하게 되었지만... 그런 사람이 잘못을 하고 조직을 나왔는데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었다는 거예요. 아마도 누군가 힘을 쓰고 있었던 거겠죠.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죽고 말았을 거예요.


그 망나니도, 어렸던 첸도.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첸의 아버지가 죽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쉬쉬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인애단의 보스가 직접 찾아와 그를 죽였다고 했거든요.


인애단의 보스는 귀찮음이 많은 남자에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뜻이 깊은 사람이에요.


...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그렇게만 들었어요. 저는 그를 직접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첸이 십년이 넘게 그를 따르며, 헌신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거겠죠.


첸과 치하이 할아버지는 아버지이자 아들의 장례식을 제대로 치루지 않았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뿐더러 그가 생전 보였던 모습 때문에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인연을 끊었거든요.


솔직히 그 남자 생각을 하면 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는 사람을 잃었을 첸이 걱정돼서 가봤어요.


아무리 폭력적인 아버지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아버지였다는 거겠죠. 그날 첸의 눈빛은 지금까지 본 적 없고, 이후에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공허했어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전에 그를 살게 만들었던 분노나 복수 같은 감정들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었을 때니까요. 그 크기가 너무 커서 공허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정신이 없던 것은 맞는지 남이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못했어요. 그런 그를 누나가 계속 말을 걸며 따라다녔어요.


그리고 딱 한 번 자신의 의지로 뭔가를 한 게 있었는데.


조금... 이게...


후... 왜 ... 그가 왜 그런 착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때 첸이 저를 꽉 안아줬어요. 그... 다시 말하지만 당시에는 그가 그저 힘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심장이 크고 빠르게 뛰는 게 저한테까지 느껴졌지만 많이 놀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저를 안고 그가 중국어로 뭐라고 말했던 게 떠올라요. 지금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 기억도 하지 못해요.


저는 그 무뚝뚝한 남자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날 첸은 인애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제게 말했어요. 앞으로 바빠질 것 같아서 자주 못 볼 것 같으니 인사를 하겠다고 말이죠.


저도 누나도 꽤나 놀랐어요.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이끄는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이. 그때 어렸을 때마저도 어렴풋이 느꼈어요. 그가 지금 보이고 있는 반응이 슬픔도, 분노도 아니라는 사실을요.


이후에도 우리는 만났지만 이전과 다르지 않았어요.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다른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중국어를 배웠어요. 셋이서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거든요.


다른 애들이 중학교에 갈 무렵, 아버지는 제 공부에 박차를 가하셨고 그 동안 누나는 한국으로 돌아왔죠. 그 뒤로 몇 년은 못 갔던 것 같아요. 몇 년 만에 중국에 가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어요.


“오랜만이야. 그 동안 더 아름다워졌네.”


몇 년 만에 만난 첸이 저에게 한 말이에요. 옆에서 누나는 숨이 넘어가라 웃고 있었지만요. 이전에는 말이 거의 통하지 않으니 그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던 거죠.


“어렸을 땐 첸이 로운을 무척 좋아했지.”

“지금도 좋아해.”

“정말?”


누나는 셋이 있을 때 가장 밝은 모습을 보였어요. 어느 때보다 수다스러웠고, 행복하게 웃었죠. 특히 예전에 우리끼리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할 때는 특히요.


“그게 무슨 소리야?”


대화에 끼지 못하는 건 저 뿐이었어요. 되묻는 저를 누나가 정말... 음흉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상상이 안 가신다고요? 저도 상상이 안가요. 누나가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던 건지.


“첸이 너만 보면 얼굴도 붉히고, 귀도 빨개지고. 버벅였던 거 모르지?”


누나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도 첸은 차분했어요.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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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3) 23.09.18 39 0 12쪽
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6 0 11쪽
91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5 0 11쪽
90 초련(5) 23.09.11 4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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