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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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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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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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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초련(3)

DUMMY

"뭐하시는 분들이세요?"


승주의 질문에 화란과 첸은 시선을 마주했다. 분명 로운컴퍼니와 아는 사이였지만 자신들은 보스의 명령을 받고 비밀리에 한국에 들어왔다.


소중한 사람들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들이 속한 조직이 수집하는 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관...광?"


화란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회피하고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평소 거짓말과 연기라면 도가 튼 화란이었지만 어쩐지 저 맑고 곧은 눈빛 앞에서는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괜히 참견했나라는 후회가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이 둘을 위험에서 구해준 것은 첸이 아니던가. 이 상황이 왠지 억울하게 느껴지는 화란이었다.


"뭐라고 할까?"


승주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어중간한 답을 하고는 중국어로 대화를 시작하는 두 어른이 못마땅했다.


"뭐라고 대답해도 의심스러울 거야."


자신들이 로운컴퍼니를 알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연히 로운컴퍼니의 아이들을 구해주었다.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져서?


한국의 전통 동화도 아니고 너무 억지였다. 그렇다고 단순히 관광이라고 하기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 능력으로 상처까지 회복했다?


이 또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첸은 방금 전 자신의 섣부른 행동을 후회했다. 차라리 지나가다가 봤다면 덜 의심스러웠을 텐데.


'화란의 말대로...'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첸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을 눈치 챈 승우가 승주의 뒤에 숨었다.


"알려주시지 않으면 같이 못 다녀요."

"수련. 수련을 하러. 왔습니다."


대답을 주저하고 있는 화란 대신 첸이 입을 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뜬금없는 대답이었지만 현실적인 대답보다는 아이의 경계심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승주와 승우는 어려보이는 외모였지만 곧 20살이 되는 나이었기에 그런 걸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수련이요?"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은 누나의 뒤에 서있던 승우였다.


"우리는 무술가 입니다. 중국의."

"아..."


첸의 말에 두 아이의 시선이 첸과 화란의 복장으로 향했다. 중국 무술 영화에서 볼 법한 옷을 입고 있기는 했다.


"한국에 훌륭한 능력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말을 이으려던 첸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일과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서비스용 미소가 습관이 된 첸의 버릇이었다.


"번역해줘?"

"응."

"뭐라고 해줄까?"

"한국에 훌륭한 능력자가 많다고 들었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왔는데 길을 잃었다. 한국에서 로운컴퍼니라는 회사가 유명하대서 조언을 구하고자 왔다. 라고."

"대놓고 그렇게 말해도 돼?"

"..."


화란은 첸의 심중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가 원하는 대로 두 아이에게 전했다.


"로운컴퍼니요?"

"우리 회사에요?"


익숙한 이름에 아이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쌍둥이끼리는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이었던 걸까. 화란의 눈에는 쌍둥이들의 행동이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으음... 중국까지 소문이 났구나... 아무튼 알겠어요. 그럼. 회사까지 안내해드릴게요."

"우리는 너희를 따라다니고 싶은 것뿐이야."

"우리를요?"

"회사에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아이들은 뭘 하며 지내는지 궁금해!"


항상 눈치를 보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열심히 돌아가던 승주의 머리가 그 순간만큼은 반동도 없이 멈춰버렸다.


여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아름다운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들의 하루가 궁금하다고 하고 있었다. 게다가 뒤에 서서 말없이 웃으며 서있는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승주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조합을 데리고 회사까지 안내해주기로 한 것도 승주로써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는데 별 거 없는 자신들의 하루를 따라다니겠다고 한다.


"어...우..."

"저희는 오늘 아무것도 안 할 건데요!"


말문이 막힌 승주를 대신해서 승우가 나서며 말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남동생의 손은 식은땀으로 미끈거렸다. 승주와 달리 낯가림이 있는 승우로써 이 상황은 곤란했으리라.


그럼에도 승주를 대신해 나선 것은 승주의 곤란한 상황을 형제의 감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것대로 좋고~ 아니면 우리랑 데이트 할까?"


그 순간 승주는 깨달았다. 아, 자신들은 이 여자에게 휘둘리고 있구나. 여기서 승낙한다면 오늘 하루 종일 여자에게 끌려 다닐 것이었다.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일은 거의 하지 않으며 생산적인 일을 미덕으로 여기는 승주에게 오늘은 방황의 날이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대들었고, 일반인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평소에 하지 않을 일들의 연속이었다. 오늘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그래요! 멀리까지 오셨는데 맛있는 것도 먹고, 관광도 해봐요!"

"우와! 고마워~"


아이의 대답에 더 아이같이 기뻐하며 화란이 승주의 볼을 잡고 볼에 입을 맞췄다. 곧 하얀 승주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항상 손찌검만 당해봤지 이런 부드러운 접촉은 처음이었다. 이를 보고 있는 승우의 얼굴도 승주와 다를 바가 없었다.


+++


"으음..."


파전이 든 종이컵을 들고 우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화란은 어딘가 불편해보였고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것처럼 보이는 첸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일이기는 했지만 조금은 후회를 하고 있는 승주였다.


"저기 있잖아."

"네?"

"평소에 이런 곳에서 놀아?"

"아... 아뇨."


승주와 승우가 고민 끝에 두 사람을 데려온 것은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전통 시장이었다. 이변이 일어나기 전 텔레비전에서 봤던 외국인들은 항상 이런 곳에 와서 군것질을 하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맛있긴 한데."


어느 새 남아 있던 파전을 다 먹은 화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평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화란에게는 이런 정해진 루트가 지겹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이 데이트라도 하자고 제안한 입장에 아이들이 고심 끝에 정한 루트에 불만을 달 순 없었다. 물론 그것도 시장만 2시간째 돌아보기 전의 일이었다.


"평소에는 뭘 하며 시간을 보내?"

"음... 저는 공부를 해요."

"공부?"

"네. 저는 나중에 사업을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경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 학교에서는 경제학도 가르쳐?"

"아뇨... 그냥 혼자서 하는 거예요..."

"대단한걸."

"아니에요. 공부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인걸요."


승주는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발끝을 바라봤다. 신발은 깔끔했지만 오래된 느낌이 물씬 풍겨났다.


"그럼 승우는 뭐해?"

"저는 일해요."

"일?"

"네. 저희 회사 대표님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카페를 운영해?"


화란이 첸을 바라봤다. 첸이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저 혹시... 저분은 화가 나신 걸까요?"

"뭐?"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모습에 화란은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에이~아니야. 쟤는 나한테는 항상 저래. 너희가 말 걸면 또 이렇게 웃으면서 대답할걸."


화란은 양손으로 눈과 입꼬리 끝이 맞닿을 듯 끌어당기며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첸의 웃는 얼굴을 따라하는 듯 했다.


"흐음~ 너~"


무언가 깨달은 화란이 승주와 시선을 맞추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갑자기 다가온 얼굴에 승주는 당황은 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든 그녀였다.


"하나만 알려줄게. 저 남자는 무척 위험한 남자야."

"네?"

"무엇보다. 나이도 많다고. 아저씨야 아저씨."

"..."


화란의 말에 승주는 시선을 돌렸다. 자신도 저런 소중하고 따뜻한 감정을 품던 때가 있었다. 그 상대가 누구였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하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아이들이 부러운 그녀였다.


"아저씨~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여기서 두 시간 더 둘러볼 생각은 아니지~?"

"..."


그녀의 질문에도 첸은 그저 먼 곳을 바라봤다. 자신이 바라볼 수 있는 최대한 먼 곳, 진지하게 뭘 할지 고민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지나간 시간이 겹쳐보였다.


"첸! 여기는 내 동생 로운이야."

"안녕...하세요."


그 아이는 자신의 누이와 달리 수줍음이 많았다. 어쩌면 낯선 언어로 말하고 있는 누나의 모습에 위축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첸의 마음에 들었다.

하얀 피부와 예쁘장한 얼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부드러워 보이는 짧은 머리카락이 어린 첸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안녕."


로운을 만나기 전 로아가 자신에게 알려주었던 몇 안 되는 한국말 중 하나였다. 익숙한 단어를 들어서 인지 로운의 얼굴이 살짝 편안해졌다.


"방학동안 잠깐 놀러왔어. 아버지가 위험한 곳은 가지 말라고 하셨어. 이미 다 알고 계신가 봐."

"그래."


그날도 도망치듯이 할아버지 가게로 도망쳐왔던 첸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지금은 성숙한 어른이 되었지만 그 당시의 로아는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말괄량이 꼬마였다.


그리고 그런 로아와 어울려 더욱 날뛰며 돌아다녔던 것이 첸이었다. 오늘은 불사인에서 경매를 하는 날이라고 해서 거기를 가볼 생각이었다.


어른들이 들었더라면 묶어서라도 말렸을 곳이었지만 로아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계획들이 있었지만 로운을 보는 순간 첸은 자신의 계획을 곱게 접어두기로 했다.


혹시라도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소풍이라도 갈까?"

"뭐어?"


그답지 않은 말에 로아가 기겁을 하고 대답했다. 그리곤 곧 첸의 마음을 눈치 챈 로아가 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거기 가볼까? 저번에 로운에게 얘기해 줬더니 한 번 가보고 싶다고 그랬어."


첸의 오해를 풀어줄 생각은 정말 눈곱만큼도 없는 로아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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