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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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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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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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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주문하시겠습니까(6)

DUMMY

솔직히 말해서 못난이가 금방 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못난이에게 커피를 먹이고 효과를 보일 생각이었지만 두 사람의 경기는 쉽게 끝을 보이지 않았다.


구경꾼의 냄새를 맡은 건지 탑 앞에서 음식을 팔던 사람들도 몰려와 구경꾼들에게 핫도그나 팝콘 같은 간식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몰려든 사람들 사이를 돌며 무언가를 팔고 있는 승주.


“자자! 이길 것 같은 사람에게 배팅해 보세요!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어린 승주의 모습에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차피 유흥거리라고 생각했는지 천원, 이천원 씩 배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이기지 않겠어?”


홍제천에게 한 표.


“나는 저 여자애가 뭔가 더 노련해 보인단 말야.”


주미혜에게 한 표.


작은 돈이라도 유흥의 재미를 더하기에 이 정도 감미료는 필요한 법이다.


미혜가 자신을 향해 예리하게 날아오는 칼날을 건틀렛으로 맞받아치면서 나는 쇳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못난이도 그간 많이 노력했는지 꽤나 익숙해진 몸놀림을 보여줬다.


저걸 같이 싸울 때 써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맨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데 쓰다보니까 이제야 보게 되었다.


“대표님. 대충 다 모아온 것 같아요.”

“그래그래. 다들 누구한테 걸었니?”

“음. 비슷비슷한데... 저 분한테 건 사람들이 더 많아요.”


승주의 작은 손가락이 현란하게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향했다. 그 중에서도 못난이를 향해서.


“아무래도 무기를 들고 있는 쪽이 좀 더 유리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에요.”

“그치. 보통은 그게 맞지.”


싸움에선 무기를 들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한 법이다. 원체 신체능력과 반사신경이 좋은 미혜가 아니었다면 진작 끝났을 지도 모를 싸움이다.


“그럼 슬슬 2차전을 준비하자고. 가서 미혜를 말려줘. 대충 눈치 챈 것 같으니까. 내가 못난이... 아니 제천이를 막을 게.”


그래도 애들 앞에서 못난이라고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네!”

“자자! 1라운드 종료합니다!”


싸움에 집중했는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은 두 사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멈추세요!!”


예정대로 링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각자 맡은 사람의 팔다리를 붙들었다. 눈에 미혜밖에 보이지 않는 지 내가 잡고 있는 데도 못난이는 칼을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위험하잖아! 진정해 일단!”


미혜 쪽을 보니 이미 진정이 됐는지 잠시 미혜의 양팔에 매달려 휘날리던 쌍둥이들이 지친 표정으로 미혜에게 기대 있었다.


“뭐야 형. 한참 집중하고 있었는데.”

“진정해. 임마. 목 좀 축이고 다시 하자고.”


못난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뭐가 이해가 안 되는 지 조차 설명을 못하겠는지 입을 다물었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던 구경꾼들 사이에서 야유가 흘러나왔다.


“한참 재밌었는데 뭐하는 거야!”

“이런 싸움에 2라운드가 어딨어!”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어떡할 거야!”


야유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던 못난이가 나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았어?”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저기 가서 잠시 앉아 있어.”


나는 이미 쌍둥이가 준비해둔 의자에 앉아 있는 미혜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못난이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래그래. 착하다.”


미안하다 못난아. 이게 다 우리 회사를 위한 거란다.


“여러분! 2차 배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돈을 건 분들도 계시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배팅을 바꾼다고 하더라고 추가금은 들지 않아요.”


팔을 활짝 펴서 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겠다는 듯이 돌아다니는 나에게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저희는 여러분들에게 하나의 변수를 드릴 예정입니다.”

“변수?”

“네. 이건 저희가 만든 커피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저기 카페에서 사온 평범한 커피죠!”


나는 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게 커피를 들어보이고는 설명했다. 순수한 전사의 싸움에 이런 상술을 더하게 되어 죄책감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먹여 살려야 할 직원들이 있었다.


“그 커피가 뭔데요? 뭔가 특별한가?”


한 아저씨가 나서서 물어봤다.


“네. 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말할 것 같으면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버프가 담겨있는 커피죠!”

“버프 커피라고?”


관중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뒤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설마 못난이가 벌써 눈치를 챈 건가.


“네! 단순히 이동속도만 올려주는 커피죠. 하지만 겉보기에는 다른 커피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이죠?”


사람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번에 효과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이 두 커피를 랜덤하게 저 두 선수에게 나눠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선수들이 어떤 커피를 마시는 지 보시고 다시 배팅을 하시면 됩니다. 한 사람당 한 명씩에게만 할 수 있으며 진 사람에게 배팅하신 분께는 일반 커피를, 이긴 사람에게 배팅하신 분께는 저희 커피를 한 잔씩 선물해드리겠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배팅 한 장당 가격은 천 원. 일반 커피를 사먹기에도 저렴한 가격이다. 그저 잠깐의 유흥거리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리라.


“자자 그럼. 선수들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으니 다들 조용히 해주십쇼. 이제 선수들에게 커피를 고르라고 해보겠습니다.”


나는 뒤를 돌아서 승주에게 눈짓하자 승주가 준비해둔 종이를 들고 왔다. 한 잔은 우리 회사의 이름이, 한 잔엔 일반 종이를 앞에 두었다.


“로운 컴퍼니?”

“우리가 아는 그 로운 컴퍼니야?”

“거기서 이제 커피도 만드는 거야?”

“일반 커피가 아니라고 하잖아. 무려 버프 커피라고! 그런 걸 만들 수 있었단 말이야?”


나름 탑에 오리려는 능력자 사이에서 로운 컴퍼니라는 이름은 유명했는지 이름을 듣자 마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나갔다.


“다들 조용! 자자 이제 선수들이 어떤 커피를 마시게 될 지는 우리도 모릅니다. 보시다시피 두 사람이 신경전이 엄청나거든요.”


쌍둥이가 두 사람을 데려오는 사이 나는 앞에 있던 종이를 들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혹시라도 못난이가 이런 우리의 속셈을 알게 되면 난리를 피울 테니까.


“아니 싸우다 말고 갑자기 웬 커피야. 흐름 끊기게!”


역시나 불만으로 가득한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못난이가 걸어왔다. 반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미혜가 그의 화를 북돋았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나봐? 그렇게 아득바득 하지 않으면 못 이기나봐~”

“아니거든?”


두 사람이 오면 천천히 고르게 할 생각이었지만 미혜의 도발에 넘어간 못난이가 말릴 새도 없이 커피를 들어 그 차가운 커피를 원샷 하고는 머리가 아픈지 얼굴을 찌푸렸다.


“으! 차가워! 이게 뭔 소용인가 모르겠지만 나는 여유가 없는 게 아니고 시간이 없는 거라고.”

“그거나 그거나.”


못난이의 말에 대충 대답을 해주는 미혜가 남은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는 빈 컵을 내려두었다.


“자자. 진정하고. 아까처럼 셋을 세면 시작하는 거야.”


“셋. 둘. 하나!”


“시작!”


두 사람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멀찍이 벗어나서는 큰 소리로 숫자를 셌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시 서로를 향해 뛰어드는 두 사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소한 원두가 특징인 이 앞 카페에서 산 커피를 마신 사람은 못난이었다. 이속 버프기 때문에 경기에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오진 않겠지만 비등비등한 실력이었던 두 사람이라면 버프를 받은 쪽이 수월하게 이기리라.


예상대로 미혜의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빠른 속도로 못난이의 앞과 뒤를 오가며 농락하고 있었다. 아마도 커피의 효능이 이만큼이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는 듯 했다.


생각보다 급했던 못난이의 행동에 뒤늦게 관중 속으로 들어간 승주가 슬그머니 나왔다.


“어때?”

“미혜 언니한테 압도적으로 몰렸어요.”

“하긴...”


이미 저렇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배팅하지 않을 수 없겠지. 이거 생각보다 오늘 커피는 다 허탕이겠는데.


“홍보비용이라고 생각하세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기운 빠진 목소리로 승주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알고는 있는데...”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오늘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은 못난이일테니까. 자신보다 어리고, 능력자 경험도 적은 미혜에게 졌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겠지!


예상대로 승부는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끝났다.


“이건 말도 안돼!”


못난이의 절규가 링 안에서 터졌다.


“갑자기 이렇게 빨라질 리가 없잖아!”

“무슨 소리야. 이렇게 보는 사람이 많은데 승부의 재미를 위해서 숨겨둔 힘을 나중에 보여준 거지.”

“...”


못난이는 화와 억울함을 참을 수 없는지 씩씩거리며 미혜를 노려봤다. 그런 못난이를 미혜는 말로 한 번 더 농락하며 승자의 여유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누.나. 라고 해볼까?”

“...”

“왜. 약속은 약속이잖아. 다 큰 어른이 한 입으로 두말하기 있어?”

“아뇨...”

“자자. 누.나. 해봐.

“...흥.”


못난이가 고개를 돌리고는 관중을 뚫고는 뛰어나갔다. 이번에는 우리가 좀 심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맛있는 거 사주면서 잘 달래고 설명해 줘야겠다.


“괜찮아요.”

“응?”

“저 녀석 언제 한 번은 콧대를 꺾었어야 했어요. 이렇게 단 기간에 실력이 좋아질 사람인데 현재 실력에 안주하고 노력을 안 하잖아요. 자기보다 대단한 사람이 더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었어요.”


방금 전까지 못난이를 바라보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운 미혜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도 동감이에요.”


옆에서 표를 정리하고 있던 승주도 말을 보탰다.


“그래도 조금... 불쌍해요.”


돌아온 미혜의 상처를 살피고 있던 승우가 말했다. 세 사람의 말이 다 이해가 되기는 한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


“그래서 커피는 어딨소?”


한 아저씨가 우리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뒤에 무리에는 씁쓸해 보이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아마도 못난이에게 배팅한 사람들이겠지.


“검을 쓰던 청년에게 배팅하신 분은 오른쪽으로 모여주시고, 주먹 싸움하던 꼬마에게 배팅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줄 서주세요.”

“뭐요?”


미혜가 발끈하며 바라봤다.


“하하. 미혜는 저기 모인 사람들 수만큼 커피 사와줄래?”

“흥. 네. 오늘 아주 알차게 부려먹네요.”

“다 일당으로 챙겨줄게.”

“아주 후하게 주셔야 할 겁니다.”


로운 컴퍼니라는 이름의 효과였을까 못난이에게 배팅한 사람은 고작 열 명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하긴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었으니 나 같아도 우리 커피에 걸었을 거다.


“그럼 여기 차례대로 줄 서주시면 커피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아메리카노는 미리 페트병에 담아서 포장해두었기 때문에 나눠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첫 커피를 받아서 간 청년이 그 자리에서 커피를 따서 단숨에 들이켰다.


“오! 진짜야! 진짜 이동속도가 증가했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안내창을 바라본 청년이 놀랍다는 듯이 소리쳤다.


“이게 진짜면... 다른 거. 다른 것도 사서 바로 탑에 올라야 돼!”


청년은 흥분한 듯이 다른 음료를 주문했다.


“손님. 다음 주문은 옆에서 마저 받겠습니다. 승우야 여기 좀 부탁할게.”

“네! 걱정 마세요!”


모든 커피를 사는데 29만원어치를 쓰고 간 청년을 본 다른 사람들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자마자 옆으로와 주문했다.


“뭔 커피가 이렇게 비싸... 많이는 못 사겠네... 밀크티 한 잔 주세요.”

“무슨 소리야. 이거 효과만 있으면 대박이라고.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탑을 공략할 수 있다고. 다 투자야 투자. 나는 카페라떼 한 잔하고 카라멜 아키아토 한 잔 주쇼.”

“네네. 차례대로 주문 도와드릴게요.”


약 30분간의 정신없는 판매를 끝으로 오늘 준비한 모든 커피를 완판했다. 첫 날이라서 조금 적게 준비한 것도 있었지만 페트병에 개별 포장된 커피는 탑 안에서 사용해야 하는 능력자들에게 편의성이라는 장점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어떻게 다 팔기는 했네요. 설마 매번 이렇게 호객행위를 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아무리 멍청이라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의심할 거예요.”


미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괜찮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잖아.”


그래. 소문이 해결해 줄 거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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