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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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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72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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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은 옷의 사람들(1)

DUMMY

“대표님은 동물원 좋아하세요?”

“동물원... 거의 와 본 적이 없지.”


어린 시절에 친구들이 동물원에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많았지만 직접 와 본 적은 없었다.


‘아니. 온 적은 있던거 같은데... 언제였지?’


기억 속의 동물은 뿌연 안개에 덮여 있었다. 자신이라고 생각되는 아이가 손을 잡고 있는 어른의 손도, 당시에 있었던 동물들의 모습도, 그날의 날씨도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날 동물원에 있었다는 기억뿐.


“그럼 동물은 좋아하세요?”

“동물은...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막상 보면 귀엽기는 하지만 찾아서 본 적은 없었다. 일단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오기는 했지만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뭐부터 볼까?”

“승우는 곰을 좋아해요.”

“곰 보러 갈까?”

“네!”


평소엔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만 하던 승우가 신이 나서 걷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잘 데려왔다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반면 승주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넌 안 신나?”

“네. 별로.”


담백하게 말하는 모습이 애 같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도 일단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애초에 동물원에 와 본 적도 없거니와. 저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렇구나.”

“...”

“...”

“대표님은 왜냐고 안 물어보시네요.”

“뭐. 이유가 있겠지.”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한테 대답을 듣기 위해 애쓰는 취미는 없었다.


“동물은 어딘가 우리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비슷하다니?”

“사람들과 사는 동물들은 자유가 없잖아요. 인간이 정해둔 공간 안에서 인간이 주는 음식만 먹고 사는 모습이 집에서의 우리 같았거든요.”

“그럼 밖에서 사는 동물들은?”


“걔들도 마찬가지에요.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동물들은 죽거나 위험하잖아요. 만약 우리가 강했더라면 그 아이들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승주는 말을 하다 말고 승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


“역시 로운 씨가 말한 셸터에 가기 전까지는 첸 씨네서 지내는 게 어때?”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여기서 조금 더 참견을 한다면 오지랖이 될까? 별로 참견하지 않았으면 하는 곳까지 들어서는 일이 아닐까.


“저희는 약해요. 능력자가 비능력자를 해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는 한에는요.”

“...”

“아버지는 아직 우리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알았더라면 거처에 가두고 때리는 것이 아닌 돈을 벌어오게 시켰겠죠.”

“그런 사람이니?”

“사람... 아니죠.”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에서 그동안에 이 작은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쌓였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대표님! 여기 봐요! 이 북극곰 대표님 닮았어요!”

“뭐?”


승우가 가리킨 곳에는 벽에 기대고 앉아 다른 북극곰 친구들을 구경하고 있는 한 북극곰이 있었다. 무기력해 보이는 북극곰은 세상의 모든 재미를 잃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와. 정말이네.”

“내가 저렇다고?”


대체 저 북극곰이 어디가 나랑 닮았다는지 이해가 안 가네.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바보 같기도 하고, 지루해보이기도 했다.


‘이런 곳에 갇혀서 평생을 살다보면 지루할 법도 하지.’


“지금 딱 그런 표정이 닮았어요.”

“지금 표정?”


순간적으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지?


으음...


이해는 되지 않지만 평소에 꽤나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나...


“그럼 로운씨는?”

“음... 로운 대표님은...”


지혁의 질문에 승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는가 싶더니 조심히 입을 열었다.


“사막 여우... 같은 느낌?”


옆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꽤나 날카로운 관찰력이었다.


“오... 그럼 석 씨는?”

“음... 석 아저씨는.”


‘그쪽은 아저씨구나.’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버팔로같은 느낌이 있어요.”

“호오...”


승우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외형만 비교하고 보자면 설득력 있는 예시였다.


“그럼. 나래 씨나 제천 씨는?”

“나래 누나는...사슴이나 펭귄...?”

“이미지가 약하구나.”

“근데 화나면 좀 악어 같아요.”

“악어! 좀 그런 느낌이 있지.”

“헤헤. 하지만 제천 형은 확실히 알 것 같아요!”


이쯤 되니까 조금은 무슨 대답이 나올까 기대가 된다.


“얼룩말이요!”

“푸핫”


예상도 하지 못한 대답에 터져버렸다. 얼굴이 닮았다고는 못하겠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럼 미혜는?”

“음... 제가 여기서 이런 말 했다는 건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안돼요.”


미혜 또한 정해놓은 이미지가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할 때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혜 누나는... 죄송하지만 좀... 복싱하는 고릴라 이미지에요...”


지혁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제천과 마찬가지로 외형적인 이미지보다는 미혜가 가진 이미지가 반영된 예시였다.


확실히 두 사람과 더 자주 만났기 때문일까 이미지가 확 와 닿네.


“그럼 소원은?”

“소원이요?”


한참 웃다가 무심코 뱉은 말에 승우가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제가 모르는 분이에요...”


아...

승주와 승우는 소원을 본 적이 없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끔씩 듣기는 했을 테지만...


“아... 맞네.”


방금 했던 말을 다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한 번 씩 소원의 이름이 떠오르고는 한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랫입술에 얼얼한 감각이 남았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동물원도 놀이공원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나는 승주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이끌었다.


“곰 좋아한다며? 여기 반달가슴곰도 있대. 궁금하지 않아?”

“좋아요!”


화제를 전환하려 한다는 것을 지나가던 강아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 아이도 모를 수 없다는 것. 승우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표정을 지으며 방긋 웃어보였다.


+++


‘동물원이라. 악취미네.’


진 쉬에의 뒤를 쫓다보니 나타난 블랙이라는 집단. 한국에 있던 다른 조직원의 정보에 의하면 블랙이 오늘 이곳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


화란이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온 가족들로 가득했다. 첸 또한 화란의 말에 공감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지?”


여전히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화란의 얼굴에 어떠한 표정도 없었다. 지금 그녀는 무척 화가 나있었다.


첸은 인애단 소속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했다.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웃기겠지만 인애단 자체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검은 손이 되겠다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화란 또한 평소 행실이 저럴지언정 죄 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희생물로 삼으려는 짓을 용납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뭔 죄가 있다고.”


특히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생각보다는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했다. 첸에 비해서.


“뭐라고 말 좀 해봐. 너랑 일하면 아주 그냥 답답해 죽겠어.”


자신의 마음과 달리 말없이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는 첸이 답답했던 화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눈썹하나 꿈쩍할 첸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괜히 나한테 화풀이 하지 마.”


오히려 화보다는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첸이었다.


“블랙 같은 놈들이 아무리 우리 애들이라도 그렇게 쉽게 정보를 줬겠어? 우리를 만만히 보고 일부러 정보를 흘렸거나, 함정일 거라고!”

“알아.”


첸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던 흔적이었다. 그나마 진 쉬에가 일을 크게 만들다가 실패한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지 그 전까지는 낌새만 느껴졌을 뿐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갑자기 다음 계획까지 알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스가 시켰으니 어쩔 수 없지.”

“하...”


화란은 화가 나지만 첸의 말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그랬으니까.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보스한테 따질 거야.”

“... 그래.”


첸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맑은 날씨였다. 참으로 눈치가 없는 날씨였다.


‘짜증나네...’


화란과 맞은편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첸은 누군가 자신의 허리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얇고 가느다란 손가락이었지만 특유의 끈적거리는 느낌 때문에 존재감이 컸다.


“마음대로 만지지마.”

“싫은데.”


허리를 훑듯이 따라 온 손은 그의 배 앞에서 엉성하게 손깍지를 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긴장할 법도 한 요염한 손길이었지만 첸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첸이 그러거나 말거나 화란은 첸의 어깨에 턱을 대고는 얼굴을 가까이 붙였다.


“저기 봐.”


화란이 어딘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바로 얼굴 옆에 있는 턱으로 가리켜봤자 보일 리 만무했지만 화란은 개의치 않았다. 미지근한 온기의 입김이 귓가에 닿았다.


“지혁 씨랑 애기들이네.”


첸에게 어떤 관심도 끌지 못했던 손길과 다르게 그녀의 목소리에 첸의 시선이 화란이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반달가슴곰이 있는 우리를 뒤로 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쌍둥이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고 있는 지혁이 있었다.


“왜 저기에...”

“지혁 씨는 항상 보면... 참 운이 없어.”


어느새 떨어진 화란이 안타깝다는 듯이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러게.”


첸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놀랐다는 듯이 돌아보는 화란이었지만 이 또한 첸의 관심 밖이었다.


“어쩔까? 솔직히 뒤만 캐면 되잖아? 우리 둘 중 하나는 저기에 합류해도 되지 않겠어?”

“...”


평소라면 단칼에 거절했을 첸이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 첸의 모습이 그저 귀엽게만 보이는 화란이었다.


“네가 갈래. 내가 갈까?”

“...”

“어쩔래?”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지.”


화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첸을 바라봤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그는 화란과 자신의 사이에 주먹을 쥔 손을 내밀었다.


“너도 참... 어쩔 때 보면 애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화란도 주먹 쥔 손을 내밀었다.


“가위! 바위! 보!”


+++


“어머. 여기서 또 보내요.”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화란 씨가 말을 걸어왔다.


높게 올려 묶은 머리에 조금은 타이트해 보이는 검은 슈트를 입고 있는 그녀는 누가 봐도 단순히 동물원에 놀러온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어... 화란 씨가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은요~ 놀러 왔죠. 첸과 데이트요.”

“아... 그러시구나.”


저 사람의 말은 왠지 처음부터 마지막 말까지 무엇 하나 진실 되게 들리는 말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그 첸과의 데이트라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아이들마저 놀라는 기색하나 없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화란 씨를 바라봤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화란이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물었다. 아무래도 대답은 가볍게 무시당한 듯싶다. 이에 나도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답했다.


“여기는 보시다시피 진짜 놀러왔어요.”

“그렇구나. 저도 같이 해도 돼요?”

“그래요.”


옆에서 승주와 승우가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화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승주와 승우의 사진을 찍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본 핸드폰 카메라 렌즈 너머의 하늘은 내가 보고 있는 하늘과 달리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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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5 0 11쪽
91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5 0 11쪽
90 초련(5) 23.09.11 44 0 14쪽
89 초련(4) 23.09.08 49 0 11쪽
88 초련(3) 23.09.06 5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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