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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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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11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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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임승차 프리 티켓(3)

DUMMY

강민서가 무사히 가게 밖으로 뛰어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가게의 주방으로 갔다.


“그나마 식당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긴 게 다행인건가.”


나는 식칼이 꽂혀있을 만한 곳을 모두 뒤졌다. 학교 조리실을 생각해봤을 때 있을 것 같은 위치를 뒤져 몇 자루의 식칼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회를 뜰 때 사용하는 얇고 긴 칼을 꺼내들었다.


“평소에 쓰던 거에 비해서 짧기는 하지만... 나무 막대기 같은 것보다는 낫겠지.”


이전 같은 요행을 바랄 수 없었다. 그때는 다른 애들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없지 않은가.


“제가 이 칼은 꼭 깨끗하게 닦아서 다시 갔다 드릴게요.”


주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도망친 이후라 들을 사람은 없었지만 물건을 훔친다는 일말의 죄책감에 혼잣말로 변명을 했다. 물론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귀를 찢을 듯이 들려왔다.


주방을 뛰쳐나가니 아까보다 적은 수의 능력자들만이 남아서 몬스터를 상대가 하고 있었다. 몬스터의 수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의 수보다는 많아 보였다.


“저기요! 이쪽이에요 이쪽!”


한 청년이 나를 향해 팔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쪽으로 도망치시면 돼요!”

“아... 저 사람들은요?”


내 질문에 상대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우리가 남아서 여길 막아볼게요... 관리소에 연락 좀 넣어주세요.”


뒤를 돌아봤다. 아무리 봐도 열세인 상황이었다. 능력자들의 수는 고작해야 대여섯 명 하지만 늑대형 몬스터로 보이는 몬스터들은 소나기처럼 소용돌이 속에서 쏟아져 내렸다. 저게 소나기 일지... 폭우일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도 돕겠어요!”

“...”


청년의 시선이 내가 들고 있는 사시미 칼에 향했다. 방금 질문 때보다 더욱 어두워진 안색이 청년의 곤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닙니다. 대신 한 시라도 빨리 관리소에 연락을 넣어주세요. 어서요!”


청년은 내 등을 밀치며 레스토랑 밖으로 쫓아냈다.


아.


지금 나타난 몬스터들은 늑대형... 만약 그 몬스터들이 이 레스토랑에서 뛰쳐나가게 된다면 아무리 빨리 도망친 사람이라도 잡히고 만다. 어떤 몬스터가 인간을 가만히 두겠냐만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최선의 판단이었겠지. 목숨을 걸어서라도 몬스터들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자.


소수의 인원이 최선을 다해 막고, 시간을 번다면 더 많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게 이변이 일어난 이 세계를 살아가는 능력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


그 짐에 대한 대가. 관리소의 혜택.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 그들을 돕고 싶었지만 커피의 힘이 없는 나는 그저 검술을 조금 할 줄 아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다.


나에게도 전투에 쓰일만한 능력이 있었더라면.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있었더라면.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었더라면.


[그러게. 너는 아무런 힘이 없다니까.]


...


이런 상황 속에서 생각이 생각을 물고 이어졌다. 이전에 느꼈던 적이 있는 검은 늪 같은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가라앉듯이 서서히 숨이 죄어왔다.


“선배!”

“아...”


이전처럼 무력하게 빠져들고 있는 나를 누군가 힘차게 흔들었다.


“민서 씨...”

“여기서 멍하니 뭐해요! 어서! 도망치자면서요.”

“그게...”


나는 레스토랑 쪽을 바라봤다. 여전히 늑대의 울음소리는 번잡했고, 누군가의 숨소리는 약해져 가고 있었다.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관리소에는 제가 연락했어요. 금방 올 거예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능력자에게 도움이 되는 커피를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도, 탑을 오르는 팀을 꾸리겠다는 것도, 검술을 배우는 것도. 모든 생각이 잡다하게 찢겨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서는 삶을 원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바꿔보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 인생 하나 바꾸기도 벅찼으니까. 고작해야 조별과제 하는 후배들과 기싸움하는 것이 전부인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지?


칼을 쥐고 있는 손에서 힘이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 이성이 말하고 있었지만 누군가 부추기라도 하듯이 생각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나는 결국 남들을 앞세우기나 하는 겁쟁이.


구역질나는 죄책감과 숨 막히는 무력함이 한데 뭉쳐 검은 손이 되어 발목을 잡았다.


“선배! 어서요! 이러다가 도망도 못 가면 안에서 고생해주신 분들한테 오히려 죄송한 일이라고요!”

“그...그래...”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애써 이끌며 나를 잡아 끄는 강민서를 따라 뛰었다. 커져가는 울음소리와 사그라지는 숨소리를 뒤로하고.


+++


“후우...두 진상... 아니. 주희 씨랑 태훈 씨는 어떻게 됐나요?”

“글쎄요. 누구보다 빨리 도망치기는 했는데... 아까부터 연락도 해보고 있는데 안돼요...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잘 도망친 게 아닐까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시간을 끌기는 했지만 결국은 가게를 뛰쳐나온 몬스터들로 인해서 근방이 끔찍한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듣고 있기도 괴로울 정도로 처절한 소리들.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 중에서 두 진상의 목소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안 좋으세요?”


눈을 뜨자 걱정스럽다는 듯이 올려다보고 있는 강민서가 보였다.


“잘 도망친 것 같아요. 들리지 않아요.”

“네?”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지만 질문에 대답해줄 생각은 없었다. 선두에 서서 싸울 수는 없어도 이 애들을 안전한 곳에 보내두고 나면 나도...


“안돼요!”

“네?”

“지금 저기로 돌아가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요!”


강민서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힘 있게 말하는 것 같지만 목소리의 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녀라고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상황을 막고 있으리라.


‘알고는 있어도 그게 내가 아는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사람에겐 꽤 중요한 일이니까.’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이란 게 그런 거니까.


“아직은 안가요.”

“나중도요!”

“일단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합시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어?


“선배님? 왜 그러세요?”


불안감에 가게 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 끝자락에 무언가가 보였다. 가게 안에서도 봤던 검은 연기가 이 일대의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쏟아낼 것 같이 불길한 하늘이었다.


“민서 씨. 지금 하늘색이 무슨 색이게요?”

“네? 갑자기요?”


강민서는 정말 뜬금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선배의 질문엔 대답을 하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구름이 조금 껴있기는 하지만 가을 날씨답게 파랗네요.”


대답을 하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왜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겠지. 나라도 이해가 가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녀의 말로 확실해졌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먹구름은 단순히 비를 머금고 있는 먹구름이 아니다.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겠는데요.”

“네?... 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대답을 하는... 착한 아이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정신을 놓은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읽은 것인지 강민서의 두 뺨이 조금 붉어졌다.


“다 설명해주긴 어렵지만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 최대한 빨리 거처로 돌아가세요.”

“아뇨. 저도 여기 있을 거예요.”

“예?”

“선배님이 여기 계속 계신다면 말이에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내가 말하는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을지 전달이 잘 안된 것 같은데... 아까보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날 거라고요.”

“그러니까 선배님도 도망가시라고요!”

“내 몸 하나 정도는 챙길 수 있어!”


[정말?]


“선배님만 챙기지 않을 거잖아요.”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라서요. 제가 위험하면 다 두고 도망칠 건데요?”

“...”


강민서는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었다.


“아뇨. 선배는 그럴 분이 아니에요.”


이상하게 우리 학교에는 나를 잘 모르지만 좋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 아니, 단순히 좋은 사람들이 많은 걸까. 강민서의 얼굴 위로 익숙한 얼굴이 겹쳐졌다.


“맨날 시비 거는 주희랑 태훈이 장단 맞춰주고, 맨날 싫다고 하면서 정작 위험할 때는 누구보다 잘 챙겨주시잖아요.”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아까 가게에서요. 위험할까봐 일부러 상을 엎은 거죠?”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말하는 모습마저 비슷했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네요.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요.”

“헤... 그래도 선배가 좋은 사람이란 건 알아요.”


실없이 웃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성태훈!! 야! 성태훈 정신 좀 차려봐!’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로 봐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잠시만요. 잠깐만.”

“네?”

“방금 주희 씨 목소리가 들린 거 같아요...”


강민서에게 조용히 하라고 전한 후 눈을 감고 다시 소리에 집중했다. 여려가지 소리들 사이에서 익숙한 소리들을 찾아 신경을 집중시켰다.


‘꺄아악!’

‘너라도 도망쳐!’

‘엄마! 엄마 어딨어?’

‘여기서 죽을 줄은 몰랐는데...’


낯선 목소리들의 익숙한 말들 사이로 떠오르는 죽음들에 숨이 막혔다.


대체 신은 인간에게 무슨 원한을 가졌기에 이런 세상을 쥐어준 건가.

어째서 이런 고통을 안겨주지 않고는 참을 수 없던 건가.


결국은 약한 자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 신들이 원하는 건 그런 세상일까.


[아니]


‘문주희. 쿨럭. 너라도 도망쳐라. 난 못 살 것 같다.’

‘무슨 소리야! 너 두고 가면 내 꿈에 나와서 괴롭힐 거잖아!’

‘그럼 어떡하냐. 다리에 감각이 없는데... 하하.’

‘아니야. 팔이 있으니까 기어서라도 도망치자. 응?’


아무리 철없고, 재수 없는 아이들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세계에서는 그저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둔 약자일 뿐인 거겠지.


“차...찾았어요?”

“네. 찾긴 했는데... 하.”


단서가 없다. 주변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봐도...


“그래도 들리긴 한다는 건 당장 뛰어가면 늦지 않게 갈 수 있다는 건데.”

“...”

“그나마 이쪽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리네요.”


아니면 어쩌지? 내가 지금 하는 판단이 틀리다면 빈정남은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틀린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뛰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지.


“...”

“왜요. 뛰면서 옆보면 넘어져요.”

“역시. 선배는 좋은 분이에요.”


강민서가 싱긋 웃었다. 여름철에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아서 숨이 막혔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타인의 믿음에 숨을 쉴 수 없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티 없이 맑은 상냥함에.


‘아아... 핸드폰도... 어떡하지. 역시 조금만 기다려. 내가 도와줄 사람을 데려올게.’

‘아냐... 가라니까. 여기서 너까지 무슨 일 생기면 난 너희 형한테 죽은 목숨이야.’

‘죽은 놈이 또 어떻게 죽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는 녀석들의 대화를 들으니 이게 죽음을 앞둔 위급한 상황의 사람들이 나눌 대화인가 싶다.


하지만 대화 내용이 점점 선명해지고, 목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는 걸 봐서는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저 근데 선배.”

“왜요.”

“우리 가게 방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데요?”

“...?”


어째서 누구보다 가장 먼저 도망친 녀석들이 가장 도망을 치지 못한 걸까.


“가보면 무슨 상황인지 알겠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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