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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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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8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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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초련(2)

DUMMY

“스토커냐.”

“왜. 귀엽잖아.”


화란이 쌍둥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서울로 가기 전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싶다던 화란이 첸을 데리고 안양으로 향했다.


“왜 하필 여기냐는 표정이네.”


불만스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첸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었다. 화란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한 눈에 반할 만큼 아름다운 미모였지만 첸은 그녀가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두려웠다.


“지난번에 황혼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던 것에 대해서 아직 보스의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둬.”

“보스는 너무 깐깐하다니까.”

“...”


첸은 어이가 없었다. 그로 인해서 자신이 얼마나 귀찮았는지 그녀는 알까? 알면 저럴 리가 없다.


화란이 황혼에 잠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의 주인이자 보스는 웃는 얼굴로 주변에 있던 모든 가구를 부숴버리고 조금 뒤에 찾아온 정보꾼이 화란이 그저 잠입을 했다는 소식에 그제야 휘두르던 도끼를 내려두고는 차분해졌다.


단순히 너무 놀라서 나왔을 행동이었다. 만약에 진짜로 화란이 배신이라도 했다면 그때 함께 있던 사람들은 첸을 제외하고는 모두 땅 속으로 이사를 가야했을 지도 몰랐다.


“무슨 생각해?”


그간의 지긋지긋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로운과 로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첸의 얼굴 옆으로 화란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첸은 화란의 이런 점이 싫었다.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끈적거리는 손길과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얼굴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자신의 볼에 입을 맞추며 사랑스럽게 웃는 여자.


“미안해. 하지만 덕분에 블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잖아. 보스도 그거 때문에 나를 나무라지 못하는 거 아니야?”


화란의 오른손이 첸의 오른손을 감쌌다. 끈적거리는 감각에 소름이 끼쳤지만 첸은 별말 하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이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과 자신의 오른손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디서 다쳐 오지마. 마음 아프잖아.”


가볍게 그러나 진심이 담긴 듯한 화란의 목소리는 늘 첸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보스만 아니었다면...’


화란도 보스만 아니었다면 첸과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첸 또한 보스만 아니었다면 화란과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보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인애단의 중심축인 화란을 첸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쟤네. 로운네 애들 아니야?”


자신의 손등을 훑던 손길은 어느새 옥상의 난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화란의 말에 첸은 자신의 눈길이 자신의 마음의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화란의 손가락 끝은 안양에 위치한 한 임시 거처를 향했다.


첸은 한국에서 운영하는 임시 거처에 대한 체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변이 일어난 세계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자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닌데.


“맞지?”

“...”


화란의 물음에 첸은 맞고 있는 한 남자아이를 볼 수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감싸고 자신을 향한 발길질을 참아내고 있는 소년.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한국으로 오기 전에 살펴보았던 자료에 있던 아이였다.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화란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지만 첸의 눈에는 그저 연기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물론 진심을 담아서 하는 이야기겠지만 과장된 제스처가 그녀의 행동을 연기로 만들었다.


“도와줄까?”

“쓸데없는 짓.”

“첸은 너무 매정해~”


그녀가 일부러 첸을 자극하기 위해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는 사이였지만 보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두 사람은 항상 붙여두었고, 둘은 꽤 긴 시간을 함께했다.


화란이 자신을 자극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 정도는 구분 할 수 있었다.


“너도 도움이 필요했었잖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생각은 없어?”

“...”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살피던 첸이 화란의 말에 그녀를 째려봤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빙긋 웃고 마는 화란.


“어린 시절의 너는 꽤 귀여웠는데 말이야.”


마치 소중했던 기억이라도 있었다는 듯이 하늘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말하는 화란을 첸은 믿을 수 없었다. 첸에게 화란은 그저 능력 좋은 양치기 소년일 뿐이었다.


“좋아. 나 쟤들 따라갈래.”

“뭐?”


애써 무시하고 있던 첸조차도 화란의 말에는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마침 한 소녀가 자신의 방에 들어온 남자에게 능력을 사용한 직후였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물론 그렇게 말하고 책임진 적은 없었다.


이것이 두 사람이 저 어린 소녀와 소년을 따라 서울까지 오게 된 배경이었다.


“내가 지금 가서 말 걸면 당황하려나.”

“응.”

“으응~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데.”


첸은 생각했다. 이 여자가 자신에게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것의 반만큼만 무관심했으면 좋겠다고. 상냥하지만 매정한 화란이 왜 자신에게만 저렇게 콧소리를 내며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어? 저 쌍둥이 위험에 빠진 것 같은데?”


화란의 말에 첸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돌아갔다. 절대 과거의 자신이 보였기 때문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로운의 사람이 다친다면 그가 슬퍼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걱정되지?”

“...”


화란의 말에 돌아본 쌍둥이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에게 끌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에선 능력자에 대한 대우가 확실한 만큼 능력자들의 제한도 많다고 들었다. 그 중 하나가 일반인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여기가 무법지대였다면 교복을 입고 있는 저 아이들은 오늘 밤부터 병원 신세를 졌을 테니까.


“저 아이... 능력이 좋은 걸?”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자 아이 쪽이 남자 아이를 감싼 채 교복을 입은 아이들에게 맞고 있었다. 그리고 안겨있는 남자아이는 입을 꾹 다물고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와주자. 응? 첸... 첸?”


자신은 절대 정의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없다. 이것은 그저 로운의 사람이기 때문에 한 행동이다. 첸은 그렇게 되새기며 옥상에서 뛰어 내려갔다.


+++


다른 나라에서 아이들을 때린 것에 대해서 보스가 알면 뭐라고 할까?


“역시 치워버릴까.”

“그건 좀 잔인하지 않아?”


증거를 없애버리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냥 잊어버리게 두자.”


화란이 엉켜 쓰러져 있는 아이들의 뺨을 툭툭치자 아이들의 몸에 나있던 상처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내일이면 기억하지 못 할 거야.”

“그게 더 잔인한 일 아니야?”


맞아놓고 맞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첸의 입장에서는 어쩐지 억울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화란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기억을 그렇게 지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다.


“걱정 마. 네 기억은 지우지 않아.”


그런 첸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조금은 경직된 얼굴로 대답하는 화란.


“네 기억 속에서 1초라도 내 모습이 사라지는 건 원치 않아.”

“욱...”


항상 로운에게 하던 말을 직접 들으려니 버거운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신을 바라보는 두 아이의 시선에 이 기분을 만끽할 순 없었다.


“괜찮아?”


첸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상냥함을 끌어 모아 물었다. 로운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끌어낼 수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던 두 어른이 갑자기 한국말로 물어오자 승주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종종 또래 아이들에게 불려가 맞을 때가 있었다. 능력이 없을 때는 힘이 없어 맞았고, 능력이 생긴 이후로는 능력자라는 이유로 맞았다.


항상 있었던 일이었기에 그렇게 큰 타격은 없었다. 아팠지만 익숙했다.


그렇게 수 없이 맞을 동안 자신들을 도와준 사람은 없었다. 종종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타나 사정없이 아이들을 쥐어 패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저런... 많이 다쳤네.”


냉정해 보이는 남자와 달리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주저앉아 있는 자신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맞췄다.


길고 고운 손가락이 뽀얀 승주의 뺨에 닿았다. 종종 승우에게도 받아본 적 있는 기운이었지만 승우와 달리 여자의 기운은 청량했으며, 끈적거렸다.


이 두 개의 감상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이 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생이 들었다면 슬퍼할 이야기겠지만 승우보다 훨씬 깔끔한 치유였다.


상처와 함께 몇 시간을 걸었던 피로도 녹아내렸다.


“반가워. 난 화란이야.”

“아... 어. 저는 승주에요. 이쪽은 승우고요.”

“승우도 반가워?”


없던 사랑도 생길 것 같은 아름다운 미소에 승우도 말을 삼켰다.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아니었다. 이건 여신을 바라보는 신도의 마음이리라.


그런 생각도 잠시 두 아이는 이어지는 여자의 말에 녹아내렸던 경계심을 다잡았다.


“혹시 괜찮다면 같이 다녀도 될까?”


여자의 뒤에서는 남자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왜 자신들에게 접근한 것일까. 접근이 아니라면 어째서 함께 다녀도 되냐고 묻는 것일까. 승주는 웃는 얼굴을 하고 속으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냥 서울 구경?”

“하아...”


남자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승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네. 도움 받았으니까 안내해 드릴게요. 한국 분들이 아니신 거죠?”

“고마워!”


일어난 승주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승우도 일으켜 세웠다. 두 아이가 일어난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화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안내해드리기 전에 제 질문에 답해주세요.”


승주의 요구에 화란은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듯이 미소 지었다.


“진짜로 뭐하시는 분들에요? 능력자죠? 그것도 중국에서 온.”


승주는 이전에 로운과 석이 나누던 대화를 엿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엿들었다기 보다는 들렸다. 로운컴퍼니의 누구도 자신 앞에서 말을 가리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가린 말들만을 자신의 앞에서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언제쯤 화해할까요.’

‘화해...인가. 그냥 미혜가 일방적으로 피하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요... 소원 씨가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중국에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건데...’

‘굳이 따지면 진 쉬에가 문제겠지...’


그때 처음으로 로운의 약한 모습을 본 날이었기 때문에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항상 회사의 대표로서 중심을 지키던 그가 자신의 탓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승주가 생각하는 로운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자신들은 모르는 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중국 능력자에 대한 경계심도 생기게 되었다.


“말해주세요. 어째서 한국에 왔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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