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26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8.07 08:00
조회
58
추천
1
글자
12쪽

주문하시겠습니까(2)

DUMMY

어젯밤 로운을 보내고 혼자서 쌍둥이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잠을 설쳤다. 아니, 이놈들도 문제려나. 핸드폰을 보니 메신저가 몇 통이나 쌓여있었다. 조별 과제 어린이들의 개인 메시지였다. 조별 채팅방은 알람을 꺼두어 보질 않으니 개인적으로 보내는 듯 했다.


이걸 차단을 할까?


“그래도 아직 조별 활동 중이니까 조금만 참아야지. 에휴.”


메시지의 알람을 껐다. 누가 보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어제 회의를 했고, 다음 회의까지는 따로 할 얘기가 없었다.


“얘들은 대체 왜 이렇게 꼬인 거야? 예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두 녀석들은 이상할 정도로 나를 물고 늘어졌고, 필요 이상의 비난은 선을 줄넘기하듯 넘나들었다. 안 그래도 신경 쓸 것도 많은데 참 난리다.


“에잉. 쯧. 이래서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


나는 혀를 차며 1층 카페에서 사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당장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원래는 과제를 하며 보낼 주말이었지만 어젯밤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로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잠실 운동장에 갈 생각이었다.


“그건 무슨 늙은이 같은 소리에요.”

“응?”


어라? 이 목소리는. 상당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린데.


“꼬맹이...?”

“고새 제 이름도 잊어버린 거예요? 몇 주 얘기 안 했다고? 좀 서운해요?”


미혜는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몸짓과 말투로 답을 하며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밥은 먹었냐?”

“당연하죠. 제가 밥 굶는 것 봤어요?”


보진 못했지만 전해 듣기는 했지. 무려 한 그릇밖에 못 먹었다고 말이야.


“하긴. 괜한 걱정이지.”

“...”

“...”


아. 어색하다. 정말 어색한 침묵이야. 예전에는 무슨 얘기를 하곤 했지? 아니 우리가 따로 대화를 하고는 했던가?


“오늘 뭔가 계획은 있냐?”

“아직 아무 계획 없어요.”

“...”

“...”


아니 이렇게 아무 말도 안하고 질문에만 답할 거면 왜 말을 건거야.


어색함과 미안함에 조금씩 답답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저씨는요?”


그런 내 기분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미혜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잠실 운동장에 좀 가보려고.”

“잠실 운동장에요? 탑에 가시게요? 왜요?”


탑에 간다는 말에 자세를 고쳐 앉고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냥... 뭐.”

“탑에 오르게요? 혼자요?”


아. 정정하자. 질문은 엄청 많이 하고 있었네.


“아니 그냥. 시장 조사.”

“시장 조사요?”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하지만 곧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차린다고 했었지 참.”


기억력도 좋고, 눈치도 빠른 녀석이었지. 너무 오랫동안 대화하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


“그래서 아저씨.”

“왜.”

“그동안 잘 지냈어요?”

“...”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번에는 내가 놀라서 미혜를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장난기 가득했던 표정은 어디가고 사뭇 진지한 얼굴이다.


“그냥. 그렇지 뭐. 학교 다니느라 회사 일도 소홀해지긴 했지.”

“미안해요.”

“뭐?”


예상치 못했던 답이었다. 아니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지.


“미안해요. 제가. 그냥 제가 힘들어서 아저씨 탓을 했어요. 제가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소원언니가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미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울 때를 대비해서 냅킨을 찾았지만 녀석은 끝끝내 울지 않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래도 언니 잘 있겠죠?”

“뭐... 편안하지는 않아도 반드시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왕이면 편안하게도 지낸다고 생각해주면 안돼요?”


삐죽 튀어나온 입술에 장난기가 묻어났다. 아직 어색하지만 미혜가 먼저 나서서 화해하고자 했다. 몇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먼저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할 뿐이었다.


“그럼 할 일도 없으니 아저씨나 도와주러 가볼까나.”

“엥. 나는 네 도움은 필요 없는데.”

“와. 그래도 나 데려가면 어딘가에는 도움이 될 걸요? 생각보다 괜찮을 걸요?”


진짜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니 왠지 더 놀려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악질인 건가?


“아. 그래그래. 같이 가자. 내가 점심도 사줄게.”

“우와. 백수 지갑 턴다!”

“백수라니!”

“제가 아저씨보다 잘 벌걸요?”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능력자 등록해서 국가에서 지원도 받고 있었지. 내가 더 가난한 입장이었네.


“그런데 아저씨는 아직도 능력자 등록 안했어요?”

“아. 어. 응. 해야지...”


능력 자체가 생기면 관리소에 신고해서 능력자 등록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그게 실제 전투에서 도움이 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조금... 조금만 더 있다가 해야지.”

“왜요?”

“너 오늘 질문 진짜 많다?”

“그야 오랜만에 대화하니까요!”


휘어진 눈꼬리가 입꼬리와 닿을 것만 같이 활짝 웃으며 말하는 미혜의 모습은 정말 후련해보였다. 이 녀석도 그동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겠지.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나는 관리소에 대해서 아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로운이 관리소를 대하는 태도나 이전에 관리소는 능력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 어딘가 걸린다.


무엇보다 아직 내가 내 능력을 모두 이해하지 못해서 잘 쓰지 못할 뿐이지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만 가능하다면 그 가능성을 무궁무진하다. 이런 능력을 누군가에게 휘둘려가며 쓰고 싶지는 않다. 남 좋은 꼴만 되면 배 아프지 않은가.


“흠. 뭐 아저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근데 왜 그러고 쳐다봐.”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라고 하면서 왜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지?


“시장 조사 간다면서요. 얼른 마시고 가요.”


그렇구나. 빨리 마시라는 무언의 압박이었구나.


“그래그래.”


+++


일요일의 잠실 운동장은 평일보다 사람이 많다. 이변 이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새 들어 많이 늘었다.


“새삼 사람들이 많이 늘었네요. 이제 탑에 오를 만 하니까 다들 어디서 기어 나오는 거야.”


미혜가 불만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탑에 오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바라봤다.


“못마땅해?”

“네. 고생은 우리가 다 했는데. 저 사람들은 사리고 있다가 안전해지니까 나온 거잖아요. 알면서도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선두에 서야만 해. 이전에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뭐. 그것도 그렇지만...”


이해는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지 삐져나온 입술이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저 사람들이 빨리 강해져야 앞으로 더 어려운 층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으... 나는 우리 사람들하고만 오르고 싶어요.”

“나도 그래.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도 올 거야. 반드시...”


탑이 몇 층까지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층의 정보에 의하면 층을 오를수록 더욱 위험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우리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벽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그렇긴 한데... 으...”


꼬맹이는 소름끼친다는 듯이 팔짱을 낀 상태로 팔을 비비며 몸서리를 쳤다.


“왜 그래?”


그러고 보니 얘가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만한 일이 있었나?


“아니. 어제 우리 탑 올랐는데. 공략 못한 거 알아요?”

“그건 로운 씨한테 들었어.”

“그게 다. 새로운 사람 때문이에요.”

“새로운 사람? 맞아 어제 고서우라는 사람하고 같이 했다며?”

“네.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팀워크라는 게 없었어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워크를 모르는 사람하고는 함께 탑에 오르고 싶지 않아요.”


응. 그래. 내가 아는 고서우가 그 고서우라면 미혜와 성격이 맞지 않을 만도 했다. 꼬맹이는 생각보다 정석에 가깝고, 고서우는 제멋대로니까. 싫을 만도 하지.


“그래. 이해해.”

“아저씨가 어떻게 이해해요? 본 적도 없으면서.”

“아니... 뭐. 얘기는 들었으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가는 당장이라도 불러내라고 할 것 같으니 조용히 있어야겠다. 뭐 그렇게 잘 아는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아직 화해도 하지 못했고.


“하여튼 또 보게 된다면 정말 무시할 거예요!”

“그래그래.”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전에 관리소장님으로부터 받은 탑지 내의 영업 허가권이 있었지만 여기도 언제 마법진이 생길지 모를 일이었다.


“미혜야.”

“네?”


미혜는 주변에서 불법으로 판매하고 있는 핫도그를 사와 양손으로 들고 먹으며 대답했다. 그새 그걸 발견하고 사오는 것도 어쩌면 엄청난 재능이 아닐까.


“과연 탑 주변으로 마법진이 생기는 일이 있을까?”

“음...”


입가에 묻은 케첩을 대충 핥아 먹으며 눈알을 굴리는 녀석.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바퀴 돌아 돌아온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아뇨. 안 생길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

“일단 이딴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저거랑 분명 관계가 있을 거잖아요.”


미혜가 다 먹고 빈 핫도그 막대로 탑을 가리켰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익숙해진 탑은 인간이 세운 건축물들 사이에 스며든 듯 했다. 물론 그 위압감이 가신 건 아니지만.


“마법진이 생기는 원리도 모르지만 일을 이렇게 만든 그 신이라는 놈들이 굳이 자신들이 만들었을 탑을 부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래?”

“네. 사실 잘 모르겠는데. 제가 알고 있는 정보에 한해서는 그렇게 생각해요. 잘 모르겠어요.”


말을 끝낸 녀석은 다른 한 손에 들린 핫도그를 야무지게 먹고는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


미혜의 말이 어디까지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봐도 될 문제였다. 우리가 그날 들었던 그 목소리. 우리는 아직도 그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인간들의 기준으로 신이라고 불렀고, 능력을 그들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물론 나에게 능력을 준 녀석의 말에 의하면 인간들의 판단이 틀린 것만도 아니겠지만.


‘왜... 탑을 세웠을까.’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솟아 있는 탑을 따라 고개를 올렸다. 더 이상 고개를 들 수 없을 때까지도 탑의 꼭대기는 보이지 않았다. 지구 밖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탑. 저건 대체...


“으아아악!”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현실로 끌고 온 것은 미혜의 우렁찬 고함 소리였다.


“왜! 무슨 일이야!”


급하게 고개를 꺾는 바람에 목의 옆쪽이 뻐근해졌다.


“저! 저 사람이에요! 어제 만난 사람!”


꽤 멀리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 미혜의 손가락 끝에는 나도 익숙한 얼굴이 해맑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이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아이같기도 하다.


두근...


심장이 조금은 아프다 싶게 뛰기 시작했다. 이 감각. 처음 저 녀석을 만났을 때도 느꼈었지... 아련하게 기억을 더듬고 있자니 옆에서 짧은 다리를 큼지막하게 벌리며 성큼성큼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미혜가 있었다.


“미...혜야?”


미혜는 금방 고서우의 앞에 도착했고 어깨에 손을 올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분명 다시 만나면 무시할 거라고 하지 않았냐고!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검은 옷의 사람들(2) 23.09.27 31 0 11쪽
96 검은 옷의 사람들(1) 23.09.25 37 0 12쪽
95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5) 23.09.22 39 0 12쪽
94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4) 23.09.20 44 0 11쪽
93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3) 23.09.18 39 0 12쪽
92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2) 23.09.15 45 0 11쪽
91 꿈은 막 내린 커피 향 처럼(1) 23.09.13 45 0 11쪽
90 초련(5) 23.09.11 44 0 14쪽
89 초련(4) 23.09.08 49 0 11쪽
88 초련(3) 23.09.06 54 0 10쪽
87 초련(2) 23.09.04 60 0 11쪽
86 초련(1) 23.09.01 53 0 12쪽
85 무임승차 프리 티켓(7) 23.08.31 52 0 12쪽
84 무임승차 프리 티켓(6) 23.08.30 50 0 11쪽
83 무임승차 프리 티켓(5) 23.08.28 52 0 13쪽
82 무임승차 프리 티켓(4) 23.08.25 52 0 14쪽
81 무임승차 프리 티켓(3) 23.08.23 54 0 12쪽
80 무임승차 프리 티켓(2) 23.08.21 56 0 14쪽
79 무임승차 프리 티켓(1) 23.08.18 52 0 13쪽
78 주문하시겠습니까(6) 23.08.16 56 0 13쪽
77 주문하시겠습니까(5) 23.08.14 59 0 12쪽
76 주문하시겠습니까(4) 23.08.11 59 1 14쪽
75 주문하시겠습니까(3) 23.08.09 55 1 12쪽
» 주문하시겠습니까(2) 23.08.07 59 1 12쪽
73 주문하시겠습니까(1) 23.08.04 63 1 12쪽
72 신입(6) 23.08.02 57 1 13쪽
71 신입(5) 23.07.31 55 1 14쪽
70 신입(4) +1 23.07.28 59 1 11쪽
69 신입(3) 23.07.26 60 0 11쪽
68 신입(2) 23.07.24 67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