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분노를 이기다.
뭔가 이상했다.
“너희 둘 다 왜 그래?”
백고은과 아발론 둘 다 평소보다 많이 이상했다.
“연... 뭐해?”
백고은은 나에게 달라붙기 시작했고
“연아, 이거 먹어라”
아발론 또한 나를 매우 챙기기 시작했다.
“너희 왜 이래...”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둘의 연기력은 정말 형편없었다.
왜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말하기 싫다는 것을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 셋의 뭔가 찝찝한 관계가 계속되었고, 드디어 나는 학교에 다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다시 학교에 간다는 생각이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학교에 도착한 순간 잊고 있었던 여러 가지의 것들이 기억났다.
첫째는 백고은이였다.
교내습격사건 이후 나와 백고은은 많이 친해져 모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얼음공주였고
그런 냉대를 받으면서도 그녀의 곁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몰렸다.
`왜 이렇게 어색하지`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살갑게 대화하던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쳐내는 걸 보자 어색했다.
둘째는 나였다.
학교를 가는 것에 들떠있었던 나였지만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알고 싶지 않은 사실 하나가 나를 반겨주었다.
`아... 맞다 나 친구 없지..`
학교에 있었던 시간조차 적은 나에게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건 백고은과 유연화뿐이었다.
백고은과 유연화 모두 주변의 엄청난 사람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나는 그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점심시간
혼자 밥을 먹자 갑자기 너무 외롭고 슬퍼졌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한 남자 무리가 나를 보고 내게 다가왔다.
“야 비켜 거기 내 자리야”
김시후와 아이들? 뭐 이런 걸로 기억하는 아이들이었다.
정말 유치한 시비였지만, 어차피 밥도 다 먹었고 말다툼하기도 싫었기에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렇게 자리를 피하는 나를 보며 아이들이 비웃었지만, 으른인 내가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저번에 기절한 이후부터 이상하게 피곤할 것 같은 일은 피하게 된 것 같았다.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건가?`
그날을 기점으로 무언가 가슴속에서 사라진 것 같은 공허함이 남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 손으로 형을 죽인 그 날 형의 마지막 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중요한 말이었는데...”
그렇게 의자에 앉아서 생각할 때 갑자기
“어?”
“이-를-ㅅ-해”
무언가 기억이 날 듯 안날 듯 안 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기억하려고 고민하고 있는데
탁!
어디선가 나를 향해 손이 날아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나는 손을 들어 그의 손을 쳐내고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 손의 정체는 김시후였고, 내가 이렇게 반응할 것을 예상 못 했는지 놀라며 뒤로 넘어지려 했다.
물론 내가 멱살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다.
이렇게 계속 넘어가면 더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 나한테 왜 이러냐?”
기분이 안 나빠서 참긴 했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다.
그들이 소위 왕따 같은걸 나에게 하는 걸 모르지 않았고
“이제 그만하자”
평소면 그냥 넘어갈 일이지만 오늘은
중요한 말이 기억날 것 같은 순간을 날려버린 그에게 조금 아주 조금의 화가 났다.
아주 작게 타오른 불꽃은 점점 거대해졌고,
지금까지 사라졌던 분노는 그 무엇보다 거대한 감정으로 불타올랐다.
아주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분노는 무엇보다 거대한 불꽃이 되어 이 공간을 지배했다.
유연의 앞에 서 있던 그들은 서 있을 수조차 없는 거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표정에선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아 더욱 무서웠다.
그의 앞에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마치 벌레를 보는듯한 그의 시선은 더는 어떤 생각도 불가능하게 했다.
`죽는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순간
자신은 소리를 질러 도움을 구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며 생명을 부지하는 것도 불가능함을 알았다.
바람이 부는 소리,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심장이 뛰는 소리
그 어떤 소리도 나에게 닿지 않았다.
마치 소리마저, 그에게 복종하는 것 같이
그렇게 그에게 다가왔던 4명이 죽어갈 때쯤
“유연! 정신 차려라!”
하늘에서 아발론이 내려오며 소리쳤다.
“어라?”
그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고, 자신이 행한 일을 알게 되었다.
녹색 풀과 나무는 생기를 잃었고, 내 앞의 모든 생명은 엎드려있었다.
“이게 무슨”
아발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땅에서 사슬이 솟아오르며 우리를 감싸는 방을 만들었다.
아발론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연.. 잘 들어라 지금 너의 몸에는 내가 걸어둔 봉인이 있다. 집중해서 너의 심장을 보아라”
마나를 가다듬고, 심장을 보자
내 심장에는 전에 없던 사슬이 있었다.
“지금 너의 상태는 엄청난 분노, 공포가 너를 지배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아발론은 나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을 이었다.
“내가 봉인으로 안 좋은 감정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
“그...럼”
내가 말하려 하자 아발론이 가슴의 올리고 있었던 손을 들어 내 입을 막았다.
“지금, 너의 봉인을 해제할 것이니라. 조절하지 못한다면 이곳 모두가 죽을 것이다.”
그녀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꼭 이기고 와!”
“잠깐...”
심장을 휘감던 사슬이 하나씩 풀리고
첫 사슬은 슬픔이
둘째 사슬은 공포를
셋째 사슬은 분노를
세 개의 사슬이 모두 풀리고,
온갖 어두운 감정이 나를 지배하려 했다.
“으....
조금씩 머리카락은 더욱 어둡게
눈은 점점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잠시 사그라들었던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점점 의식이 멀어졌다.
그렇게 의식이 한없이 희미해 질 때쯤
다시 한 번 세상이 전멸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었던 풍경
수많은 사람이 죽어있는 풍경 속, 홀로 서 있는 내가 보였다.
회귀 전, 수많은 죄 없는 사람을 죽였던 나의 모습이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자괴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슬픔을
꿈을 포기한 나약함을
그때부터 쌓여왔던 어두운 감정을
더는 쌓아둘 수 없었다.
이제는 누군가를 구하고 살리려고 살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속 이 어두운 감정을 쌓아둘 수 없었다.
[`고유스킬 : 의지`가 당신의 의지에 호응합니다.]
[`의지`가 당신이 당신의 어둠과 마주하고자 하는 것을 돕습니다.]
`오랜만이야`
시체들이 녹아 검정 액체처럼 과거의 나를 감쌌다.
약속 한 것처럼 나와 그는 격돌했다.
그는 회귀 전의, 나는 지금의 무기와 복장으로 그의 검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내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검을 내 검의 손잡이로 막아내고
그 힘의 반동 삼아 한 바퀴를 돌며 검을 내리그었다.
그 또한 나였대 문일까 내 검을 예상한 듯 거리를 벌리며 검을 피했다.
잠시 거리를 벌린 그는 검날을 세우며 나에게 돌격했고
다시 한 번 그 검이 나의 목을 노릴 때 나는 그 검을 살짝 쳐 옆을 찌르게 했다.
그가 검을 당기는 손을 내가 잡았고
난 그에게 말했다.
“내 분노도 내 것이야, 그러니까 이만 들어가!”
< 유연식(式) 나비의 춤 >
< 유연식(式) 나비의 춤 >
하늘에는 보라색 나비와 붉은색 나비가 날아다녔고 서로서로 감싸며 싸우기 시작했다.
같은 기술과 같은 스펙을 가진 나를 나는 이길 수 없었다.
아니 이길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알지 못할, 아스트리아의 엑스칼리버를 보고 만든 기술을
< 솔라리스 >
나의 붉은 마나가 검을 타고 올라 빛나기 시작했다.
“이만 잠들도록 해. 나중에 또 보자고”
뜨거운 열기에 그를 감싸던 검은 물체는 녹아내리고 주변의 모든 게 녹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검은 그를 베었고 나는 그를 유지하던 분노를 이겨냈다.
그렇게 다시 눈을 뜨자 내 앞에는 아발론이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다녀왔어!”
- 작가의말
댓글 적어주신 ‘마스터 현’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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