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절망하다.
유연과 백고은이 실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연화마저 실종되었다.
“대체 어디 있냐...”
처음 연이의 담임선생님이라는 백염화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
게이트 폭주 현상으로 무너진 생활이 자리를 찾아갈 때까지도
유연은 실종상태였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동생들과 연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그 어떤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동생을 잃었다는 절망에 빠져 갈 때쯤
[ ■■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
[ 열람하시겠습니까? Y/N ]
[ Y ]
투명했던 알림창이 검정색으로 변하고
바람이 부는 소리, 주변의 차 소리와 사람 소리가 멈추고
내 주변 그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 너의 동생은 살아있다. ]
[ 하지만, 지금 너의 동생은 무척이나 위험한 상태이다. ]
[ 나, '아담'과 동격의 존재가 너의 동생을 속이고 있다. ]
[ 곧 그가 돌아올 테니 그에게 '이브'를 의심하라고 전해라. ]
한 줄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유연이 살아있고 지금 위험하다는 것이다.
[ '아담'에게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
[ '고유스킬 : 빼앗는 자의 손'을 습득하였습니다. ]
빼앗는 자의 손 : 죽인 것의 격을 빼앗는다.
갑자기 엄청난 두통이 일어났다.
그렇게 정신을 잃으려는 순간
[ 이 사실을 이브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라 ]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흑색으로 물들었던 상태창도 다시 투명하게 돌아왔다.
'이번에는, 꼭 너를 지킬게'
생각을 마친 남훈은 강해지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 - - - - - - - - -
남훈은 그날을 기점으로 여러 몬스터를 학살하고, 그들의 능력을 흡수하며
유연처럼, 아니 유연보다 빠르게 힘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처음 백염화에게 전화가 왔다. 유연이 돌아왔다고
그 사실을 안 순간 갑자기 몸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내 마음대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점점 의식이 몸과 멀어져 어느 순간 멀리서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 되었다.
[ ■■의 상태창을 통해 당신을 조종합니다. ]
더는 내 몸을 느낄 수조차 없을 때, 내 몸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향한 곳은 서울 강남의 한복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기른 힘으로
내 몸이 누군가를 죽이기 시작했다.
한명 한명, 죄없이 그저 내 앞을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그 사람의 격을 빼앗을수록 점점 몸에서 떨어진 의식마저 희미해져 갔다.
“빌런, 거기까지다.”
그런 나의 앞을 5명의 헌터가 막았다.
그들은 한명 한명 TV에서 보았던 1명의 A급 헌터와 4명의 B급 헌터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검게 변한 피부와 온몸에 두르고 있는 사람들의 피,
머리에 자란 뿔까지 어디선가 보았던 악마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최정예의 팀일지라도 난 그들이 나의 몸을 멈춰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과 두 달 동안 흡수한 몬스터의 힘은 내가 S급 헌터와도 비등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한 번의 휘두름에 검과 함께 한 명이 죽었고,
한 번의 찌르기에 한 명의 심장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그들이 도망가기 시작할 때, 나의 몸은 즐기듯 그들을 쫒아갔고
결국, 나를 막으러 왔었던 헌터들마저 모두 죽였다.
내 손에는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어있었고
더 이상 그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죽어서라도 이 몸을 멈추고 싶었다.
그런 나의 앞에 그가 있었다.
내 앞에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사내가 서 있었다.
이런 나의 마음과 달리, 나의 몸은 그를 노렸다.
그의 검과 내 검이 부딪칠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고
내 손으로 동생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내 몸은 압도적인 스텟으로 그를 노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나하나 상처가 늘어날수록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부풀었던 힘은 사라졌다.
조금씩 의식이 몸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유연의 검이 나의 마지막을 향할 때,
완전히 의식이 돌아왔다.
아...
나를 찌르며 울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사람들을 죽이지 않아서
나를 막아준 게 연이 너라서
항상 나에게 어린 동생이었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동생을 보며, 마지막 기력을 다해 말을 시작했다.
“연아...”
나는 늘 그렇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렇게 죽는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항상 나를 보며 웃어주던 연이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유치한 꿈 포기하지 마”
연이가 어릴 때부터 입에 달고 살았고,
작년까지도, F급으로 각성했을 때도 언제나 유치하다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영웅
나를 죽이고 그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목표를 잃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떨리는 몸을 붙잡고 말을 했다.
“그리고, 이브를 너무 믿지 마.”
내 입에서 내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름이 나오자 그의 눈이 커졌다.
“고마웠다. 내 동생”
하고 싶었던 말은 많았지만, 더 말할 수 없었다.
“아... 죽는 건 조금 무서운데”
그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의 눈이 감겼다.
갑자기 그의 몸에 불이 붙더니 점점 큰 불꽃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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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공간 속 한 남자가 눈물 흘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탓에 그가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한 선택에 사람들이 죽어 나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마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슬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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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구로 귀환했을 때 본 것은 백염화 선생님이었다.
그는 돌아온 우릴 보고 기뻐했다.
자신의 동생이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했다.
그렇게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우리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형···. 형이 빌런이라고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알림창을 보기 전까지
[ 유연, 당신의 형이 현재 '아담'에게 조종당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그럴 수... 아니 그럼 어떻게 돌려놓지?'
[ 그건 그가 죽어야 합니다. ]
그녀의 말은 냉정했다.
그렇게 나는 눈물을 흘리며,
형의 마지막을,
형의 최후를 만들었다.
- 작가의말
하하... 그냥 바로 써버렸어요...
sun923님, aldkjae님 추천과 댓글적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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