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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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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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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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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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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69화

DUMMY

옥룡회의 트럭들은 30분 정도 거리에 정차되어 있었다. 따로 미행이 붙은 게 없었다고 차오펑과 량궈가 여러 차례 확인해 주었다.


“몸 좀 쑤시고 들어가야 할게다. 나오면 많이 뻐근할텐데 그래도 참아야지.”


에이코가 트럭 짐칸 휘장을 걷고 한 말이었다. 그 안에는 나무상자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성인 한 명이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면 능히 숨을 수 있을 크기였다. 평범한 화물수송 트럭처럼 위장하여 혹시 모를 검문을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들킬 염려는 마십시오. 인천을 넘어 부천까지 장 대인께서 손을 써 두셨습니다.”


량궈의 말이었다. 천 지부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가라고 지시한다. 주리는 상자 안에 몸을 쪼그리고 들어갔다. 상자 속에는 정우와 같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로 크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쉽다는 표정만 살짝 짓고 입구를 닫았다. 나중에 정우와 한 방을 쓰게 되면 몇 시간이라도 껴안고 있을 터이니.


자세는 결코 편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계속 유지되온 긴장이 쭉 풀리며 금새 잠이 몰려왔다. 몇 시간 동안 총탄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위험한 시간을 뒤로 했다는 게 진실로 믿기지 않았다. 그들 모두 누구도 죽지 않고, 누구도 다치지 않고 살아남아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주리는 이제 정말 다 끝났다는 환희 속에서 조금씩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순간 몽롱한 정신이 확 떴다. 잘 달리던 트럭이 멈추나 했더니, 상자 밖에서 일본말이 새어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검문 좀 하겠다.”


고압적인 투의 목소리였다. 순사인가? 아니면 헌병? 주리는 이미 장 대인이 손을 써 두었다고 들었으면서도 혹시 어쩌나 하는 심정에 침을 꿀꺽 삼키고, 상자 바닥에 내려놓았던 마우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때 중국말 억양이 다분한 일본말이 작게 들려왔다.


“소위 나리.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차오펑의 목소리였다. 그 말에 딱딱하게 굴던 그 군조의 목소리가 대번에 바뀌었다.



“아니 차오 군이 아닌가!”


퍽 반갑다는 목소리였다. 주리의 귀에 “여기 이 친구는 아는 놈이다!”라고 주변에 전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위 나리. 갑자기 웬 검문입니까?”


“말도 말게. 글쎄 무장한 불령선인들이 경성에서 빠져나와 도망쳤다지 뭔가? 이쪽으로 온다는 경보가 있어서 아침나줄부터 뺑이치고 있다네. 근데 자네는 무슨 일로 가는가?”


“광둥으로 보낼 물품 좀 운송하러 갑니다. 제가 직접 갈 정도로 중요한 겁니다.”


“아. 그러한가?”


주리는 이 헌병 소위가 차오펑과 잘 아는 사이인줄 알고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마우저를 다시 내려놓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손에 힘을 주고 말았다.


“혹시 안에 불령선인들이라도 타고 있는 거 아닌가?”


저 소위가 혹시 눈치챈 걸까? 주리는 권총을 꽉 부여잡는다. 몸에 재차 긴장이 확 들어간다. 다시 격전을 치러야 하나? 적들이 혹시 우릴 둘러싸고 마구 총격을 퍼붓는 건 아닐까?


그러다 다행히 재차 안도의 한숨을 쉬고 몸에 힘을 뺄 수 있었다.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이 차오펑이 그런 자들과 어울릴 정도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 같아 보이십니까?”


“하하. 그냥 해본 말일세.”


이 대화를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헌병 군조가 던진 소리에 진지한 기색이라고는 없었다. 말 그대로 농담만 주고받은 것이었다.


“여튼 이렇게 뵙게 되었으니, 우리 성의라도 좀 받으시죠.”


“이거 참, 매번 받기만 해서 어떻한데? 영 부끄럽구먼.”


“아닙니다. 나리님들께서 봐주셔서 장사 잘 하고 있는 건데, 이 정도는 드려야 합지요.”


“지나인들하고 한번 좋은 관계를 맺어 두면 평생 간다더니, 그 말이 맞구만!”


듣자하니 차오펑이 헌병에게 소정의 뇌물을 건네준 모양이었다. 헌병 소위의 말투는 뒷돈을 한 두번 받은 게 아닌 듯 하였다. 옥룡회의 영향력이 인천에 배치된 헌병 부대까지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도 좋네. 자네 조직에 한두푼 얻어먹은게 아닌데, 좋게좋게 가야지.”


“감사합니다, 소위 나리. 나중에 더 크게 대접해 드립죠. 그럼.”


멈춰 있던 차가 다시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주리는 다시 맥이 탁 풀리며 완전히 마음을 놓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차가 계속 덜컹거려 잠을 방해받았다가, 몸의 피곤함 때문에 그럼에도 꿈속으로 빠져들기를 몇 번을 지났는지 모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쿵쿵 두들기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자니? 다 왔단다! 가서 좀 쉬어야지!”


에이코의 활기찬 목소리였다. 주리는 상자를 열려다 말고, 입가에서 액체가 스르르 흐르는 감각을 느끼자 황급히 쓱쓱 닦고서야 입구를 열었다. 오래 쪼그리고 앉아서 뻐근한 몸을 이리 저리 꺾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정우는 진작 나와 있었다. 정우 또한 상자 속에서 눈을 붙였는지 피곤한 기색이 보였지만, 주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싱긋 웃음짓는다.


이때 에이코가 “이애. 잘 안 닦였다.”라고 쿡쿡거리자 “에엑!”하고 기겁하며 다시 입가를 닦는 주리였다. 자신이 이런 면에서 다소 칠칠맞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우와 사모님이 보는 곳에서 그러기는 역시 부끄러웠다. 그러나 바로 “오호호호! 정말 자다가 침 흘렸나보네?”라고 웃는 에이코를 보고 “뭐에요!”하고 입술이 삐죽 내밀 뻔했다. 붙임성 좋은 동급생들은 학교에서도 여럿 만났지만, 만나본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시어머니격의 사람이.


그때 주리는 콧속으로 소금기 어린 바닷바람 냄새가 들어옴을 알았다. 트럭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한번에 알 수 있었다. 오래 어둠에 익숙해 열린 짐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셨다. 눈을 찌푸린채 꿈적꿈적 하며 빛에 익숙해졌을 때, 가슴이 탁 트이는 청량감이 몰려왔다. 하이얀 백사장에 펼쳐진 넘실거리는 드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보름 전, 인천으로 직접 송금액을 전달한다는 임무를 가지고 정우와 함께 왔던 옥룡회의 총본산인 호텔 양산빈관의 앞바다였다.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중국 옷 차림을 한 채 정우의 팔짱을 끼고 해변을 거닐다가, 해변가에 누워서 별을 보다 서로 몸과 마음 양쪽을 뜨겁게 불태웠던 그곳이었다. 주리는 그때 자기가 정우 귀에 드로워즈 안 입고 왔다고 속삭였던걸 기억하자 얼굴에 새삼 피가 몰렸다.


트럭은 호텔 건물 뒤로 돌아가는 듯 하였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에서 바다와 백사장이 사라지고 회색 벽이 들어왔으니. 속도를 줄이던 트럭이 멈춰서고 다들 트럭에서 내린다. 이들은 중국인들의 안내 하에 호텔 뒷문으로 들어갔다. 혹여 정문과 로비에서 누군가 흙먼지가 잔뜩 묻은 남루한 복장에 범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이 오고감을 수상히 여기진 않을까 취한 조치로 보였다.


문을 천 지부장이 앞장서서 들어간 그 순간이었다.


“아빠아아!”


천 지부장에게 쪼르르 달려와 확 뛰어들어 양팔로 목을 감싸는 형체가 있었다. 천 지부장의 가슴께보다 더 아래의 작은 키, 양갈래로 땋은 머리, 중국 아동복 차림의 여자아이였다. 천 지부장은 갑작스럽게 품 속에 달려든 아이에 멈칫하고 그 자리에 잠깐 굳어졌다가, 바로 양 손을 들어 여자아이를 안듯이 받쳐 주었다.


“보고 싶었어요!”


그러며 그 수염투성이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얼굴을 비비는 아이를 주리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바로 천 지부장과 에이코의 딸인 경자였다. 경자는 그러다 목을 처들고 뒤에서 오는 형제들을 보고 활짝 웃는다.


“오빠들, 안녕! 나 왔어!”

이에 형제들은 “여, 왔니?”, “오느라 수고 많았다!” 등의 친근감 가득한 인사를 해 준다. 태어날 때부터 돌봐왔던 아이였다. 정우 등에게 경자는 항상 귀여운 여동생이었고, 경자에게도 아버지의 제자들은 사실상 친오빠나 다름이 없었다. 13살의 나이차에도 경자가 그들에게 공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천 지부장은 그러는 열 두살짜리 딸을 안아 들고는 침묵하고 있었다. 4년만에 보는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이 생각나지 않아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때, “누님! 체통을 지키시오!”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경자보다 더 키가 작은 꼬마 남자애가 있었다. 젖살이 빠지지 않아 볼살이 살짝 늘어난 얼굴형이었으나 고집센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진지함으로 가득차 있어서 첫인상이 강하게 남을 아이였다. 천 지부장의 아들 규일이었다. 규일은 왼팔을 곧추세운 채 주먹쥔 손을 바닥에 내리며 오른쪽 무릎을 꿇어 상대에게 극도의 경의를 표한다는 자세를 취한다.


“아버지! 소자가 문후 여쭈옵니다!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셨사옵니까? 사형들께도 소제가 문후 여쭈옵니다! 그간 무사무탈하셨나이까?”


변성기가 올려면 한참 남은 영락없이 어린아이 목소리인데도, 목소리를 어떻게든 굵직하게 내려고 애쓰며 어른들도 잘 안쓰는 어려운 문자를 사용하고 지극히 고전적인 어미를 사용하는 그 태도에 형제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규일은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상하이로 가기 전 “형아! 가지 마!”하고 목놓아 울며 그들 다리에 매달리던 5살짜리 아기 였었다. 그런데 그 규일이 4년만에 한자어 가득한 말들로 그들을 맞아주니 옛날의 인상과 오는 차이가 웃음보를 자극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야! 넌 그런 말투 어디서 배웠니?”


“백범 선생님도 그런 말은 안 하신다.”


“성재 선생님이냐? 아니면 석오 선생님?”


“확실한 건 도산 선생님은 아니라는 거다!”


정우를 제외한 형제들은 규일의 그런 태도에 놀리는 말을 하느라 신이 났다. 이때 아직도 아버지 품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는 경자는 고개를 돌려 동생을 보고 혀를 내민다.


“야! 넌 고리타분하게 그게 뭐냐? 내가 다 부끄러, 진짜!”


동생을 쏘아붙이는 누나의 말에 한층 더 웃음이 터진다. 경자의 딱 그 나이대 말투와 규일의 나이를 뛰어넘은 말투가 너무나도 달랐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규일의 태도는 한없이 진지하기만 하다.


“아버지와 사형들께 예를 갖추는 것이 자식된 자이자 사제된 자의 법도요! 누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기로서니와 어찌 체통없이 구시오?”


그러나 경자도 지지 않고 따따따 몰아붙인다.


“넌 9살 애 말투도 아니고 어른들 말투 흉내내는 주제에 뭔 법도 타령이니? 그렇게 말하는 애가 세상에 어디 있니?”


“그저 고래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예법에 따를 뿐이오!”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주고받는 양상은 한두번 있던 게 아닌 모양이었다. 어머니인 에이코는 자식들을 지극히 귀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나선다.


“자자. 남매싸움은 그만하고. 경자는 이만 내려와야지. 아버지 힘드시겠다. 당신도 경자 좀 내려주고요. 주리에게 인사 시켜야죠.”


천 지부장은 말 없이 허리를 숙여 딸을 내려 주었다. 경자는 내려오자마자 눈을 호기심으로 번쩍이며 주리에게 시선을 돌린다.


“우와아아! 언니가 주리 언니에요? 반가워요! 반가워! 반가워! 내가 경자에요! 제 편지 잘 보셨어요?”


경자는 방방 뛸 기세로 주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거두절미하고 덥석 잡고는 얼굴을 올려다본다. 주리는 이 앙증맞고 어머니를 닮아 활기가 넘치는 열 두살짜리 여자애에게 바로 호감을 느낀다. 금방이라도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사방에 자신의 활력을 나눠줄 것 같았다. 그 조막만한 머리에 자그마한 몸집에 초롱초롱한 큰 눈에 양갈래로 땋은 머리 모두 입에서 하마터면 “집에 데려갈래!”소리가 나올 뻔할 정도로 귀여웠다.


“그래. 정말 잘 읽었단다. 덕분에 많이 힘이 되었어.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단다.”


그 말에 경자는 정말로 방방 뛰면서 어머니에게 “언니가 나 만나서 반갑데요!”라고 호들갑이다. 그런데 이때 규일이 오더니 으레 그 극상의 예우를 보이는 자세를 취하며 오른쪽 무릎을 끓어 인사한다.


“소제, 사저께 인사올리옵나이다!”


“아니······. 그렇게 인사 안해도 괜찮은데······..”


주리는 그런 규일이 귀여우면서도 그 자세가 적잖이 부담스럽다. 자신이 이런 예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몰라 곤란하기까지 하다. 이에 경자가 틈을 잡았다는 듯 “야! 언니가 난감해하잖아! 넌 무슨 법도라며 그런 쓸데없는 거나 보여주고!”라고 동생에게 잔소리다. 그러며 주리에게 종알대기를 “언니! 쟤는 진짜배기 500년 전 사람이여요! 재와 같이 다니면 부끄러 죽겠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규일은 “법도를 망각한 지금 시대가 더 부끄러운 것이오!”라고 응수한다.


그런데 이때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있다.


“당신은 애들 몇년 만에 보는 건데 여전히 말 한마디도 안 할 거에요?”


에이코가 팔짱을 낀 채로 남편을 보고 있었다. 천 지부장은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아이들을 본다. 늘 그렇듯이 굳은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몇초 후, 자신을 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그가 한 첫 마디는 이리하였다.


“무공은······. 증진되고 있느냐? 린(林) 사범께 잘 배우고 있느냐?”


이에 부인은 “어떻게 애들 보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에요? 편지 가끔 보낼때 마다 그 소리더만!”라고 잔소리지만, 경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 자체에 활짝 웃는다.


“린 할아버지에게 진짜진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젠 저 제 허리까지 오는 대나무도 확확 뛰어넘는걸요!”


그러며 경자는 주리가 놀라 숨을 삼키게 하였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듯 갑자기 내달리더니 벽을 확 치고 올라가는 게 아닌가. 그것도 도움닫기 동작 하나 없이 다리 힘 만으로 튀어오른 것이었다. 경자는 거의 천장까지 휙휙 내달렸다가 아래로 떨어지나 싶더니 한바퀴 휙 돌아서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여, 대단한데!”소리와 함께 박수가 들리자 경자는 히히 웃으며 아직 유치가 많은 삐뚤빼뚤한 치열을 드러낸다.


“그래. 린 사범께 잘 배웠구나. 하지만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더 정진하거라.”


천 지부장은 그 무거운 입을 열어 나름의 칭찬의 말을 한다. 그러며 천 지부장은 평소 거의 보여주지 않는 행동을 한다. 그 큰 손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이다. 옆에서 에이코는 “이렇게 할 줄 아는 양반이 평소 편지도 잘 안쓰고······.”라고 잔소리다.


그런데 규일의 얼굴은 누이와 달리 굳어져 있다.


“소자는······. 소자는 감히 아버지께 자랑할 만할 수준이 못 된다고 생각하옵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천 지부장의 눈이 까닥한다. 이때 에이코가 입을 연다.


“우리 아들이 만족하는 기준이 턱없이 높아서 그렇수. 아직 아홉살이고 또 그 나이대 수준에서 따라올 애가 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여전히 만족을 못한데요.”


부인의 말에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아들이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조숙하고 기준점이 높은 게 너무 이례적인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늘 가지고 있던 터였다.


“그렇게 느낀다면······.”


천 지부장이 앞으로 성큼 나선다.


“잠깐 시험해 봐도 괜찮겠군.”


그 말이 끝난 순간, 천 지부장은 모두가 헉 하고 놀랄 행동을 취한다. 천 지부장의 거센 일장(一掌)이 아들에게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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