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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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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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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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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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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51화

DUMMY

“어······ 어떻게 여기에!”


주 선생이 놀라 말을 더듬거린다. 왜 저자가 여기 있는가? 왜 경찰에 체포되지도 않고 여기 유유히 들어오고 있는가?


“놀랐습니까?”


정우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그의 눈이 주 선생을 정면으로 쳐다본다. 주 선생은 혀가 입천장에 딱 붙은 듯 말을 하지 못한다.


“여기서 밝혀야겠군요, 선생. 방금 전까지 선생이 의열단원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들은 내 형제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의열단원이 아니고요. 약산 단장을 만나 같이 일하고 사진을 찍은 적은 있지만, 그것 외에 인연은 없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독립당, 그리고 한인애국단을 위해 일하지 그 외에는 적을 둔 적이 없음을 말씀드리죠.”


주 선생이 뒷걸음질친다. 식은땀이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그럼 그 사람들이 의열단이라고 한건 다 뭐란 말인가?


“우리는 그쪽이 경찰의 밀정이 된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정보원이 상세히 알려 줬거든요. 당신이 제보해서 내가 보성전문학교 교수 오궁섭으로 행세했다는 것을 저들이 알았다고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협조하는 동지이자 형제의 얼굴을, 당신이 나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기억해서는 경찰에 고변한 것도 알고 있고요. 당신이 고변했으나 경찰들이 믿지 않았던 그 총독부 관리이자 우리 정보원 말입니다.”


정우의 눈이 차갑게 타올랐다. 최악의 사태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 떠올랐다. 고등계 1과 형사들이 자신과 히로요시가 같이 있었다는 제보를 웃어넘기지 않고 신뢰할 수 있다고 받아들인 상황을. 히로요시가 긴급히 수사대상이 되고, 히로요시의 부모님이 사상범이라는 것, 그리고 그의 평소생활을 추적하다 대백루라는 중국요릿집에 자주 드나든다는 것이 파악된다. 경찰은 재빨리 히로요시를 체포하고 대백루를 급습한다. 그때 대백루에 그들이 전부 있느냐, 몇 명만 있느냐, 아니면 없느냐에 따라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가 갈리겠지만, 최소한 왕시산 채주와 옥룡회 경성채 사람들은 모두 경찰에 체포되어 끔찍한 고문을 당하게 될 터였다. 경성 내 거점은 모두 파괴되고 그들은 수배당하여 쫓기거나 경찰의 포위망 속에서 죽어갈지도 몰랐다. 그리고 정우 본인은, 모두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 속에 가라앉아 버렸을 터였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주 선생을 노려보는 눈에 힘이 들어간다.


“당신의 고변 덕에 우리는 큰 위기에 빠질 뻔했습니다. 핵심 정보원이 체포되고 우리의 기지가 발각당할 뻔했죠. 당신은 적의 밀정이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공작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던 밀고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전등불에 비친 주 선생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사라짐이 보인다.


“천만다행으로 하늘이 도와 경찰이 그때 당신 제보를 믿지 않았었죠. 우리 정보원이자 형제는 경찰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우리에게 전해주더군요. 누가 자신을 고변했다고 말입니다. 경찰이 직접 말해줬다고요. 그리고 그런 밀고를 한 자가 바로 당신이란 것도요!”


자신을 후려치는 말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완전히 속았다. 의열단원이라고 접근했던 자들은, 그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하여 왔다. 그런 것도 모른 채 마침내 의열단에 들어가 독립운동을 하게 된다며 기뻐하며 저들이 하라는 대로 순순히 따라 주었다. 저자와 임시정부 사람들에게 자신은 어떠한 변명을 하여도 밀고자로밖에 보이지 않을 게 자명하다.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의열단에 가입시켜 준다면서 지금도 눈을 가린 채 여기로 데려왔다는 데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주 선생의 눈이 빠르게 굴러간다. 이곳은 창문 하나 없는 밀폐된 방이다. 들어오는 통로라고는 바로 저 오궁섭 교수, 아니 본명 모를 저 사람이 온 문 이외에는 없다. 공기에서 습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지하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하나였다.


그는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죽게 되던 살게 되던.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이 밀고자에게 절대 자비롭지 않다는 건 유명하지 않은가!


정우가 그를 매섭게 노려본다.


“난 선생과 처음 만났을 때, 편벽된 구석은 있더라도 그래도 이런 짓은 안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방향은 다르더라도 결국 조국의 독립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고 말이죠. 그런데 밀정짓을 합니까? 내가 임시정부 사람인 걸 인지하는 상태에서도? 나 뿐만 아니라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이 일로 죽느냐 사느냐가 달리게 될 것을 충분히 아는 상태에서도 말입니까?”


정우의 힐난에 주 선생의 이가 떨리는 게 보인다.


“말해 보시지요. 대체 왜 그런 겁니까? 그때 인정문 앞에서 내게 공박당해서 그런 겁니까? 겨우 그런 이유로 우리가 독립운동을 하는 걸 알면서도 밀고했단 말입니까? 경찰이 뭔가 약속한 거라도 있단 겁니까?”


정우가 다그치는 소리에, 주 선생의 머릿속이 뒤흔들린다. 어떡해야 할까? 이 자리에서 용서를 빌어야 하나? 내가 밀정짓을 한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 사죄해냐 하나? 경찰이 나를 협박해서, 내가 보안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는데 자기들 밀정짓을 안하면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을러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해야 하나?


그러나 그 순간, 그날의 굴욕감이 떠올랐다. 내가 왜 고개를 숙여야 하나? 내가 왜 저런 자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 내가 왜 저런 기득권세력, 구질서 옹호자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


“당신네들······. 당신네들 때문이다!”


주 선생의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공포의 빈 자리를 오기와 자존심이 차지한다. 그의 손가락이 정우를 향한다.


“너희 유교봉건 기득권 세력이 다시 이 나라를 차지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네놈들은 공자왈 맹자왈이나 할줄 알고 공리공담만 늘어놓고 중국에 사대하는 성리학으로 백성들을 노예화하고 수백년 간 기득권을 누려왔어! 이 나라의 자주성을 말살시키고 근대화를 가로막고 명나라 황제에게 제사 따위나 올리던 그런 체제를 네놈이 다시 부활시키려 하잖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같잖은 소중화 따위나 주워섬기고, 상복 몇년 입는지 같은 쓸데없는 걸로 당쟁을 벌이고, 적자와 서자를 차별하고,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고, 양반과 상놈을 차별하는 그런 전근대 체제를! “


선생이 정우를 상대로 입에서 침까지 토하며 열화와 같은 분노를 퍼붓는다.


“저희 놈들은 이 나라의 근대화와 개화와 발전을 위해 없어져야 할 놈들이야! 봉건주의 전근대 시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놈들! 민중의 편에 서지 않고 민중에 공감할줄 모르는 자들! 그래서 내가 했다! 이이제이의 수단을 써서라도 내가 했다! 그런 걸 가지고 밀정이니 뭐니 해도 난 개의치 않는다! 난 우리 나라를 위해, 우리 이천만 한민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한거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했을 거다! 누군가가!”


정우는 마음을 차분히 하려고 애써야했다. 석오 이동녕 선생의 연설자리에서 야유를 해가며 방해하다가 프랑스 조계지 공부국에서 일하는 엄항섭에 의해 프랑스 경찰당국에 체포된 조선공산당 상해파 당원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걸로 기억한다. 최소한 그들이 우리들 작업을 전면적으로 훼방놓거나 밀고한 자들은 아니지 않았던가?


“대체 뭐부터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으나, 조선왕조가 흔히 봉건주의로 번역되는 유럽식 퓨덜리즘을 한 적도 없다는 건 일단 그대가 알 리도 없는 것 같으니 굳이 더 말하진 않겠소. 하지만 이거 하나는 똑바로 합시다.”


정우의 눈에서 차가운 불꽃이 타오른다.


“조선을 개화하고 문명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자들, 그리고 옛날에 존재했던 모든 걸 다 부정하고 파괴해야 한다는 자들, 그런 자들이 적에게 작위를 받았고 지금 있는 자리가 중추원이외다. 명나라 멸망 이후 조선이 곧 중화임을 잊지 않고 그 의식을 공고히 한 자들이 아니라 말이오!”


정우가 언성을 높이며 일갈한다.


“당신은 지금 민족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끔찍한 착각에 불과하오! 유럽과 일본의 휘황찬란함에 마음을 빼았긴 자들, 이른바 근대화에 마음을 빼앗긴 자들이 내면화한 우승열패와 약육강식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주워삼키고 있으면서, 적의 논리 안에 포섭되어 적과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 무슨 그게 민족을 위한 거요? 무슨 그게 민중을 위한 거요?”


“닥쳐라! 내가 왜놈들과 같다는 거냐! 매국노들과 같다는 거냐!”


“다르지 않소!”


정우가 매섭게 자른다.


“그대는 지난 왕조와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쓰레기통에 들어갈 걸로 만드는 게 이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한 거라고 말하고 있소. 봉건이니 전근대니 낙후니 야만이니 하는 추잡한 딱지들을 붙여대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전파하며 적에게 실질적으로 부역하고 있소! 민족 사이에 전근대니 봉건이니 하며 이거 없애자 저거 없애자 이거 죽이자 저거 죽이자 하며 균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반성이란 미명으로 치장된 열등감과 열패감, 자학의 논리를 형성하여, 그 시대가 망했어야 마땅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적의 지배논리, 문명개화의 논리를 공고히 만들고 있소! 내가 저번에 말했잖소! 당신이 하는 소리와 정한론자인 후쿠자와 유키치가 하는 소리가 똑같다고!”


“시끄럽다! 그럼 뭐 어떻단 말이냐!”


주 선생은 이를 부드득 갈며 악을 쓴다.


“개화되지 못하고 근대화되지 못하여 나라가 망하였다! 그런 근원이 된 자를 죄다 쓸어버려야 우리의 실력을 키우고 독립을 할 수 있는 거야! 그런데 네놈은 양반 기득권세력의 편에 서서 이 나라를 전근대시대로 돌리려 하고······”


정우는 더 들어주지 못하고 말을 끊는다.


“내가 영국 소설가 웰즈가 말한 타임머신이라도 있는 줄 아시오? 흘러간 시간을 거꾸로 돌리게? 누가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겠소? 그 시대를 더 합리적이고 설명할 수 있는 게 많은 방법으로 해석하고, 지금 시대의 문제를 과거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자는 것이 어떻게 그런 발상으로 비약될 수 있소!”


“그건 네놈이 전근대 기득권세력이기 때문이다! 신분차별하고 적서차별하는······.”


“내가 대체 뭔 기득권이 있다는 거요! 난 이 나라에 재산 하나 없고, 벼슬 하나 없으며, 그저 수천만 동포들의 삶에서 비극이 더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를 위해 일하는 종복 중 하나에 불과하오! 내게 무슨 권력이 있소? 내게 무슨 힘이 있소?:”


“기득권을 옹호하면 그게 바로 기득권이다! 네놈은 전근대 봉건시대의 기득권세력이 가진 민중을 노예화하는 성리학을 옹호하니······.”


“내가 저번에 몇 번을 말했소! 민중은 정학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내면화했다고! 당신은 공리공담이니 어쩌니 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의 글을 제대로 읽기나 했소? 누구 글을 읽었소? 점필재요? 정암이오? 퇴계요? 율곡이오? 남명이오? 사계요? 우암이오? 동춘당이오?”


“그딴 자들의 글 따위는 안 읽어도 뻔하다!”


정우는 이 선생과의 대화 자체가 불가능함을 새삼 느꼈다. 그가 원하는 건 감정의 해소일 뿐, 그것도 배설에 가까운 해소일 뿐이었다. 어차피 죽게 될 것을 직감하고 최후의 오기를 부리려는 심산임을 알 수 있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걸로 생각하고, 자신의 정당화를 통해 다가올 공포를 억제하려는 발로였다.


그러나 이쯤 되자, 정우는 그냥 자기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내자고 결정했다.


“당신은 계속 전근대, 전근대 하며 들먹이는데, 이 나라가 과거시험으로 관리를 뽑을때 유럽에서는 매관매직으로 관리를 뽑았소. 뭐가 근대고 뭐가 전근대요? 이 나라가 법전에서 신분을 막론하고 토지를 소유하면 그 소유권과 거래권을 법적으로 보장할 때, 다른 나라에서는 농노가 부쳐먹는 땅과 영주의 직령지를 모두 경작해야 했소. 뭐가 근대고 뭐가 전근대요? 세도정치의 시대에 이르러 이 나라에서 성리학의 가치들이 빛을 발하지 못할 때, 일본에서는 무사들이 본격적으로 성리학을 받아들이며 참여의식이 높아지고 도쿠가와 막부에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했소. 무엇이 근대고 무엇이 전근대요? 각 나라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경험한 바가 달라서 제도가 다르고 사고가 달라지거늘, 그러한 두 개의 범주로 인간의 삶을 묶는게 가당키나 한 일이오? 칼을 휘둘러서 허공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소?”


“닥쳐라! 네놈은 그런 논리로 이 나라를 낙후한 상태로 두려······”


“당신은 스스로를 심판관으로 착각하고 있소! 이른바 근대라는 특권적 위치에 올라서 과거와 현재를 오만방자하게 재단하는 심판관 말이오! 영국과 프랑스와 미국이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도달하지 못한 것들을 모두 실패했다고 자부하는 그 오만함이 당신을 여기까지 이르게 하였소! 딱하오, 주이한 선생!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훌륭하게 사는 것이고, 어떻게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이로 말미암아 생겨난 삶과 경험을 억압이니 속박이니 공리공담이니 하며 없애려는 데, 그것의 보호를 받길 바라진 않을 거라 믿겠소!”


주 선생이 뭐라 고함을 질렀으나, 정우는 더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후지무라 중위에게 베이고 실로 꿰맨 상처가 다시금 타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 상태에서 더 혈압이 올라가다가는 겨우 봉합한 상처가 다시 터질 것 같았다. 그러면 모두에게 심각한 폐였다. 상의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와 옷이 물든 꼴을 보고 주리가 울상을 짓는 것을 절대 보기 싫었다.


“축하하오, 선생. 당신은 조만간 근대화가 진행중이고 근대적 사상과 근대적 사고를 가진 근대인들의 나라에서 근대적 관리를 받으며 살게 될 것이오.”

정우는 그렇게 쏘아붙인 후 방을 획 나가버렸다. 머리가 최고조로 뜨거워진 주 선생은 정우에게 다시금 소리를 지르려고 그를 따라붙으려던 찰나, 방문이 가로막히는 바람에 나가질 못했다.


“다, 당신들은 뭐요?”


문을 가로막은 자들은 주 선생이 처음 보는 백인이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푸른 모자가 돋보이는 제복을 입은 자였다. 이 백인은 서류 한 장을 주 선생의 눈 앞에 흔들어대며 무언가 말했다. 주 선생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라 어안이 벙벙한 채로 그대로 있었다. 대체 이 백인은 누구인가? 내게 뭘 말하는 건가?


그러나 한 가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서류에 적힌 문자는 그가 소련공산당 입당신청서라고 서명한 서류의 러시아어 문자와 똑같았다. 그리고 서명란에는 놀랍게도 자신의 서명이 있었다. 분명 입당신청서와는 완전히 다른 서류인데도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이 수염 난 백인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의 양 옆에서 같은 제복을 입은 청년 둘이 오더니, 그의 양 팔을 거세게 붙잡는 것이었다.


“당신들 뭐요! 내게 왜 이러는 거요!”


주 선생이 거세게 반항한 그 순간, “억!”하고 비명을 질렀다. 제복입은 백인 청년 중 한 명이, 그의 목덜미 정맥에 주사기를 푹 꽂아 넣었기 때문이었다. 따끔하기 이를 데 없는 고통에 이를 악문 순간, 몇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에서 주르르 힘이 빠져나갔다.


“천남건 씨 수하도 참 일을 오래 끄는군.”


주 선생이 약물을 맞고 기절한 것을 확인한 아르카디 키릴롭스키 요원이 껄껄 웃었다. 그는 키릴롭스키 신부의 복장이 아닌 오게페우 제복 차림이었다.


“그냥 부르자마자 우리가 처리하게 했다면 시간낭비는 없었을 텐데.”


그가 주 선생의 눈 앞에 대고 흔든 서류는 다음과 같았다.


-본인 예프게니 스테파노비치 주가이는 전 백위파 장교이자 관동군 특무에 기용된 간첩 E. I. 솔로마틴 소령에게 극동특별적기군과 통합국가정치부의 병력배치 상황과 국경경비 상황에 대한 정보를 넘겼으며, 반동 G. M. 세묘노프의 잔당들이 국경을 통해 하바롭스크에 침투하여 극동특별적기군 사령관 V. K. 블류헤르 동지와 기동훈련 참관차 방문할 국방인민위원회 부인민위원장 M. N. 투하쳅스키 동지에 대한 암살음모를 실시하도록 도울 예정이었습니다.


본인은 전연방공산당과 전체 소비에트 인민에 대한 반혁명적 사보타주 행위를 저질렀으며 통합국가정치부가 본인을 고발한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바 입니다.


주가이, E. S.(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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