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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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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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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8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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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58화

DUMMY

비록 추격하는 병력은 늘어났지만, 교전이 더 격화되지 않았다.


삼면에서 달려드는 일본군 병력은 순식간에 화력을 얻어맞고 파국을 맞은 전우들을 보고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도주하는 불령선인들의 화력은 기껏해야 중국 산시성 군벌의 카피판 마우저 정도나 장비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기관총이 세 정이나 튀어나와 화력을 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기를 찢는 총성음을 듣고 휘하 2개 소대를 몰아 말을 몰아 달려온 기병중대장은 예하 소대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보고 격노했다.


“저런 한심해 빠진 놈들!”


상대의 화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않은 채 어리석은 돌격을 감행한 소대장과 소대 간부들은 절명한 채 낙마해 말발굽에 짖이겨져 끔찍한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으며, 소대원들은 혼란에 빠져 모래성이 무너지듯 흩어지고 있었다. 병사 몇명이 그 꼴을 보고 역겨움을 느꼈는지 헛구역질을 참는 게 보였다.


“동작 그만! 당장 명령에 따르지 못할까!”


기병중대장은 그 꼴을 보고 벽력같이 고함을 질렀다.


명령체계가 붕괴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기병대원들은 명령권자의 등장에 벌벌 떨면서도 다시 군기를 회복해 중대장의 주변으로 말을 몰았다.


“누구든 상황 보고해라! 이게 대체 무슨 꼴인가!”


“놈들이! 놈들이 기관총을 가졌습니다!”


그나마 선임자인 병장 한 명이 우는 소리를 한다.


“기껏해야 권총 정도일 줄 알았는데······. 소대장님은 돌격해서 쓸어버리려고 앞장서시다가······.”


“망할 놈들! 그건 어디서 구했단 말인가?”


중대장은 적의 화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보고에 신중하게 나서기로 결정했다.


“저걸 추격하되 분산하고 거리를 둔다!”


이는 적의 자동화기 사격의 효과를 경감하자는 것이었다. 중대장이 “전원 본관을 따르라!”라고 호령하자 기병대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정우는 한번 뜨거운 맛을 본 기병들이 섵불리 접근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을 보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추적에 충실하려 하는 게 분명했다. 병력 손실에 머리가 뜨거워져 돌격하지 않고 저렇게 산개한 채로 추격만 하는 것을 보니 지휘관이 꽤 신중한 자임이 틀림없었다.


후미에서는 전투가 진행중이었다. 기병대와 달리 제6헌병대 직속인 모터사이클 분대는 이미 차량 1대의 운전수와 기관총 사수를 손실하고 1대는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두대는 사수가 사살당해 화력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어떡합니까? 계속 추격합니까?”


부분대장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모터사이클의 엔진음을 뚫고 소리친다. 분대장이 그에게 역정을 낸다.


“그럼 어쩌려고? 이대로 놈들 놓쳐서 소좌님에게 죽어라 갈굼당할래?”


그 사람 괴롭히기 좋아하는 기타무라 소좌에게 걸렸다가 어떤 꼴을 당할 지 지극히 두려웠다


“우린 아직 기관총이 다섯 정이나 있다! 유효사거리 내로 들어가서 한꺼번에 퍼부어 제압한다!”


모터사이클 분대는 그 명령에 따라 기운차게 질주하려고 속도를 내었다.


그러나 대석의 맥심 기관총이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투투투투투!


11년식 경기관총보다 더 사거리가 긴 맥심이 둔탁한 총성음을 흩뿌리며 좁게나마 화망을 형성한다. 비포장 도로나마 닦인 도로 밖으로 나가기 힘든 모터사이클들은 맥심 기관총의 화망 속으로 들어가는 자살행위는 차마 못한다. 유효사거리 내로 접근해 집단으로 화망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그저 추격만 할 뿐이었다.


트럭을 타고 추격해 한인애국단의 트럭 우측을 질주하는 1개 분견대 병력은 순식간에 트럭 1대와 그 위에 탑승한 병력을 죄다 손실하고 기가 질렸다. 역시 저 트럭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거리를 둔 채 계속 추격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위험한 쪽은, 역시 기관총 화력을 당장 투사할 수 없는 전방이었다.


“놈들이 도로상에 도열합니다! 쏴서 저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종팔이 날카롭게 보고했다. 운전중인 재호와 조수석에서 톰슨 기관단총을 사격할 준비를 하는 종팔의 눈에는 도로 위에 우르르 몰려와 1열은 앉아 쏴 자세로, 2열은 서서 쏴 자세로 도열해 그들을 조준하는 보병들이 보인다. 강행돌파하려다가 둘 다 적의 일제사격에 앉은 채로 목숨이 다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모두 끝장이었다.


“내가 지원하겠다!”


천 지부장이 그러며 “기관총 주거라! 엄호를 부탁한다!”하며 정우에게서 11년식 경기관총을 빌렸다. 정우가 망설이지 않고 기관총을 넘긴 그와 동시에, 천 지부장이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바로 위의 방수포를 찔렀다. 부욱 소리와 함꼐 방수포가 찢어지고 기관총이 그 위로 튀어나온다. 지부장은 기관총을 트럭 운전석 위에 세우고 전방에 도열한 적을 향해 거침없이 사격을 개시했다.


사격개시 명령을 긴장 속에서 대기하던 보병들은 갑작스런 기관총 사격에 얻어맞았다. 순식간에 네 명이 그 자리에서 피를 쏟고 군도를 빼들고 사격개시를 지시하려던 분견대장이 그 자리에서 끔찍한 몰골이 되어 쓰러졌다.


그때 빠앙 하고 경적을 터져라 울리며 맹렬히 달려드는 트럭 앞에, 생존한 병력은 전우의 시신을 수습할 새도 없이 좌우로 몸을 날려 밭두렁 아래로 굴렀다. 거세게 질주한 트럭 바퀴가 우지끈 하고 무언가를 거세게 부러뜨리는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이때 트럭을 기준으로 11시 방향에서 새로운 적정이 출현했다. 저만치 끼익 하고 트럭이 멈춰서고는 병력이 우르르 내려 달려와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천 지부장은 망설이지 않고 총구를 그쪽으로 돌리며 아래로 소리쳤다.


“탄창! 빨리!”


이미 30발들이 탄창 하나를 다 비운 터였다. 그 명령을 즉시 이행한 사람은 주리였다.


“여기요!”


주리는 정우가 챙겨온 4개의 탄창 중 아직 차 있는 두 개의 탄창을 빠르게 잡아 위로 올렸다. 천 지부장은 거세게 주리 손의 탄창을 낚아채듯이 잡고 교체한 후 사격을 개시했다. 구리 탄피가 쩔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졌다.


이때 트럭 좌측에서 추격하던 기병중대장은 계속 거리를 벌려두기에는 시간이 촉박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 트럭이 시흥군 북면에서 노량진과 영등포 사이를 흐르는 안양천을 넘는 다리에 접어든다면 좁은 다리 때문에 다른 병력과 함께 다리를 건너려다 교통정체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트럭 상단부에 누군가가 상반신을 드러내고 경기관총 사격을 가하자 더는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불쑥 튀어나온 저자를 몇명 희생을 치르더라도 제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저놈을 쏜다! 더 가까이 접근해 퍼부어라!”


그는 휘하 중대에 트럭을 향하여 돌격 명령을 내렸다. 목표는 상반신을 내밀어 방호수단 없이 표적이 된 저자였다.


11년식 경기관총을 천 지부장애게 내주고 옆에 둔 톰슨 기관단총을 잡은 정우는 기병들이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수십 필의 건장한 군마들이 한꺼번애 내는 말발굽 소리에 땅이 우르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놈들이 지부장을 쏘려고 접근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천 지부장이 그쪽으로 사격하는지 기병총을 겨누려던 적 기병 몇이 픽픽 쓰러지는 게 보인다.


가장 먼저 총을 겨눈 놈부터 기관단총의 제물로 만들려던 정우는, 바로 왼쪽 옆에서 주리가 엎드리는 걸 얼핏 보았다. 주리는 떨리는 손으로 나무로 만든 권총집을 손잡이게 끼워 개며리판으로 만들려고 했다. 정우가 예전에 알려준, 마우저 권총을 안정적으로 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긴장해 떨리는 손 때문에 두어 번 헛손질을 했지만, 권총집이 착 하고 손잡이에 끼워지며 개머리판이 되었다.


“신중하게. 내가 알려줬던 대로.”


정우가 4발을 끊어 쏘고는 바로 주리에게 지시했다. 주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숨을 서서히 쉬며 달려오는 기병 한 명을 조준했다. 맞을지 않을지는 그녀 본인도 확신이 가지 않았으나, 일단 쏴야 했다.


탕!


애석하게도 첫 격발은 빗나간 것 같았다. 그 기병은 바로 기병총을 꺼내들어 달리는 말을 탄 채 조준하는 묘기를 부리려 하고 있었다. 주리는 당황한 나머지 연거푸 방아쇠를 당겨대었다. 그러다가 네번째 사격을 하였을 때, 말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 거세게 뒤틀면서 날뛰며 고삐를 잡지 못한 기수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말에 맞은 모양이었다.


적 한명을 처치했다고 기뻐할 새는 없었다. 귀가 멎을 것처럼 들리는 총성음이 마구 울리고, 적 기병들이 계속 달려와 기병총을 쏴대고 있었다. 주리는 정우와 함께 정신없이 쏘고 또 쐈다. 그러다가 잠깐 격발을 멈추고 “아악!”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탄피가 손등을 치고 떨어진 것이었다.


“괜찮아?”


정우가 주리의 외마디 비명에 고개를 휙 돌렸다. 혹여 총이라도 맞았을까 하는 공포감이 정우의 눈에 비쳤다. 주리는 처음 느껴보는 피부가 타는 듯한 고통에 손을 감싸쥐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괜찮아요! 계속 쏘세요!”


주리는 이를 악물고 다음 표적을 찾아 격발했다. 정우는 주리의 부상을 확인하고 심하다면 응급처치를 당장 해야겠다는 충동에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지만, 주리가 의연히 계속 사격하는 걸 보고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둘은 엎드린 채 시야를 확보할 수준만 방수포를 들춘 채 쏴댔다. 그 덕택에 적이 표적을 확보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쏴대는 통에 피해는 없었지만, 머리 위로 총탄이 휙휙 스쳐 지나가는게 느껴졌다.


“그쪽이 더 급하냐?”


민호가 루이스 경기관총으로 추격해 오는 트럭들에 견제사격을 하며 외친다. 정우가 말 없이 발을 위로 치켜들었다 내리치며 그렇다고 한다. 민호도 바로 경기관총을 빼서 좌측으로 기어와 원없이 사격을 가한다.


타타타타!


흙먼지를 일으키며 쾌속으로 질주하는 트럭의 삼면은 총탄이 마구잡이로 오고가는 전쟁터가 되었다. 화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계속되는 격발로 뜨거워진 총몸, 뜨겁게 달궈진 탄피가 같이 내는 열기가 방수포 속을 달군다. 세차게 달리는 트럭 밖으로 바람이 휙휙 들어와도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병중대는 결국 상반신을 노출하고 경기관총을 쏴대는 표적을 처치하지 못했다. 측방에서 계속되는 자동화기 사격 때문에 추가로 병력손실만 입은 중대장은 결국 굴욕감에 이를 갈았다.


“제기랄! 물러나라! 물러나!”


그 지시에 기병들은 사격을 포기하고 기수를 왼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낙마해 지극히 훼손된 전우의 시체 10여 구를 뒤로 남겨둔 채.


일본군은 계속 트럭을 추격했으나 전후좌우에서 계속 투사되는 자동화기 화망에 들어가지 않으려 애를 쓸 뿐이었다. 더 이상의 희생을 감수하고 화력을 투사할 자신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 질주했을 때, 재호는 양평천에 놓인 다리 위로 장애물들이 세워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뒤에서 일본 보병들이 앉아 쏴 자세로 사격하려는 것도. 하필 11년식 경기관총의 아리카사탄이 거의 다 떨어진 시점이었다.


“최대한 숙여! 돌파한다!”


재호는 옆의 종팔에게 소리치고는 엑셀을 꽉 밝았다. 조수석의 종팔이 상반신을 팍 숙인 순간 쨍그랑 하고 앞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바로 뒤로 총탄 수발이 박혀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우지끈 소리와 함께 트럭이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들을 들이받아 버렸다. 다리는 순식간에 돌파당했고 맹렬한 질주에 흩어졌던 병사들은 삽시간에 멀어져 가는 트럭 후미를 향해 애꿏은 총탄만 낭비할 뿐이었다.


“놈들이 더 오려 하지 않습니다!”


대석이 환호 섞인 보고를 했다. 그 말대로였다. 모터사이클들은 거리를 두고라도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었지만, 기병들과 트럭들은 좁은 다리로 한꺼번에 몰려들다가 발생하는 병목현상 때문인지 더 따라오려 하지 않고 있었다.


“좋다. 모터사이클 상대로 계속 견제사를 퍼부어라. 놈들 연료에는 한계가 있을 터이니.”


천 지부장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지시하고는 혹시 전방에서 몰려오는 적이 있나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지상에서 적정은 더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런 총성에 놀라서 오는 마을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 정도 규모로 추격을 해 왔으면 분명 시흥과 부천에 배치된 헌병이나 기타 병력이 연락을 받고 몰려와야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전방에는 계속 적정이 보이지 않았다.


불길함을 느끼고 짐칸 안으로 내려오려던 그때, 천 지부장은 깨달았다. 적의 추격 수단은 지상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곤란하게 됐군.”


지부장이 그 한 마디를 내뱉었다. 청명한 봄 하늘 저편에서, 자그마한 항적을 그리는 복엽기 한 대가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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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8화 +10 21.01.18 38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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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50화 +8 21.01.01 329 1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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