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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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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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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9화

DUMMY

“제기랄! 이게 뭔 난리야!”


기타무라 소좌가 첫 보고를 받고 한 소리였다. 한강 이남 시흥 방면에서 순찰중인 모터사이클 분대가 간이 통신소에서 전문으로 제출한 보고는 다음과 같았다. 시흥군 북면의 한 물류창고에서 분대 소속 모터사이클 운전수와 경기관총 사수가 총탄에 맞아 사살당했으며 사이드카의 경기관총이 도난당했다는 것이었다. 분대는 그 시점에서 물류창고를 빠져나간 유일한 트럭을 추적하겠다고 하며 긴급보고가 끝났다.


소좌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딱 들어맞고야 말았다. 불령선인들이 무슨 교묘한 계책을 쓴지는 몰라도 소련 총영사관에서 빠져나가 검문선을 돌파한게 틀림 없었다. 영사관을 1차 포위망으로, 정동 일대를 2차 포위망으로 삼은 제6헌병대는 순식간에 눈뜬 장님 신세가 되어버린거나 다름 없었다. 책임추궁이 돌아올 것은 뻔했다.


그러나 잠깐의 짜증 이후에는 다시 침착함이 돌아왔다. 이럴 상황을 대비해서 기동예비들을 경성 외곽 일대에 배치해놓지 않았던가? 시흥 쪽에는 모터사이클 분대도 있고 제7헌병대에서 지원나온 부대도 있으며 기병 제28연대 소속 기병중대도 하나 배치되어 있다. 추격전을 벌일 여건은 이미 갖춰져 있었다.


게다가 수단 하나가 더 있었다. 지상에서 추적하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이었다.


“그쪽 공역에서 정찰기 한대 돌아다니고 있지?”


소좌가 부관 호리 대위에게 묻는다. 호리 대위는 늘 그렇든 건조하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어제 요청하셨던 대로 0730시에 출격해 정찰임무를 수행중입니다.”


“그거 잘 됐군.”


기타무라 소좌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날, 소좌는 헌병사령관에게 타부대 지원 뿐만 아니라 김포비행장에 주둔한 항공대의 정찰기 지원도 요청했었다. 이와타 헌병사령관은 이를 하야시 조선군사령관에게 부탁해 항공대의 항공기 지원을 받아내어 소좌에게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관측장비 및 항공사진기와 무선전신기를 갖춘,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생산한 88식 정찰기 4대가 기타무라 소좌의 수사본부에 배속, 경성 외곽 4면을 작전공역으로 삼고 정찰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이때 정찰기가 있다는 점에서, 소좌의 머릿속에 스스로 썩 괜찮다고 자부할 발상이 떠올랐다.


“정찰기에 전보 때려. 불령선인의 차량을 확인하는 대로 계속 추격하라고. 그리고 모터사이클 분대와 기타 그쪽에 나가 있는 부대에는 추격 중이라면 일단 멈추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라고 전해라.”


호리 대위는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하고 바로 명령을 이행하려 하였다. 이때 손을 드는 자가 있었다.


“본부장님. 그래야 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는 관동군 헌병사령부에서 파견되어 수사본부에 배속된 시라키 겐스케(白木賢介) 대위였다. 전날 아오야기 중위와 기타 이 사건에 연관된 장교들을 취조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놈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체포하는 쪽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이미 우리는 양적으로 우세한 상황입니다. 최대한 단기간에 놈들을 잡아야 좋지 않겠습니까?”


이 지적에 기타무라 가타무라 소좌가 히죽 웃는다.


“이런. 이런. 시라키 군. 본관이 구상한 그림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겠군.”


시라키 대위는 육군사관학교 시절 기타무라 소좌의 한기수 아래에 있던 후배로 그와 안면이 있던 터여서 소좌는 그를 가볍게 부르고 있다.


“그 전에 하나 묻지. 놈들이 왜 한강을 넘어 남쪽으로 도주했을까? 자네라면 그 이유를 모를 리 없을 것 같은데?”


소좌의 질문에, 시라키 대위가 막힘없이 대답한다.


“소관이 보건데 이건 놈들이 황해를 통해 지나로 빠져나가려는 의도 같습니다. 인천이나 군산, 또는 목포 같은 항구가 놈들의 최종목표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바로 그거야!”


기타무라 소좌가 손가락을 딱 친다.


“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놈들이 포위망을 돌파한다면 북쪽으로 갈줄 예상하지 않았는가? 놈들이 소련과 관련이 있는 이상, 함경북도로 도망가 소련령으로 도주하는 상황이 가장 유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주경로가 남쪽인 이상 그 가정은 의미가 없어졌어. 놈들도 이 반도에서는 계속 도망다닐 수 없는 걸 잘 아는 이상, 어떻게든 해외로 튀려 할 수 밖에 없지. 현재 거리상 역시 가장 유력한 곳은······.”


기타무라 소좌가 벽면에 펼쳐진, 조선반도 전역이 그려진 작전지도의 한 부분을 지휘봉으로 가리킨다.


“여기다.”


지휘봉의 끝은 명백히 인천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상에서 추적당하고 있는 한 더 먼 항구를 택하는 것은 무리다. 인천 이외의 대안을 택하는 것은 놈들에게도 힘들지. 그리고 놈들이 항상 주도면밀하게 활동하는 특성상, 인천에 놈들의 협력자들이 있는 게 분명하다. 사전에 배를 구해놓았던 거지.”


소좌는 그러고는 시라키 대위에게 묻는다.


“본관이 알기로는 안둥에 있는 그 영국인······. 이름이 뭐였었지?”


“조지 쇼 말씀이십니까?”


“그래 조지 쇼! 그놈의 무역회사가 불령선인들의 조선 관내 침투와 자금운송 및 퉁신을 해 온 걸로 아는데, 맞나?”


“그렇습니다. 쇼의 이륭양행은 오랫동안 골칫거리였습니다.”


“이 건에 대해 쇼의 움직임은 없나?”


시라키 대위는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없습니다. 이런 일이 터질때마다 우리는 쇼와 이류양행부터 조사하는게 상례이긴 합니다만, 보고를 받자마자 전면적 압수수색을 동원한 조사에 나섰을 때도 아무 혐의점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쇼는 10년 전에 자행한 그런 활동으로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 되었고, 최소한 성상 폐하께서 보위에 오르신 후에 말썽을 일으킨 적은 없습니다.”


“음. 그런가? 그렇다면 내 가정이 맞을 수 있겠군.”


소좌가 혀를 낼름거리며 마른 혀를 매만진다.


“쇼와 그놈의 무역회사가 이 건과 무관하다면, 그렇다면 또다른 세력이 이놈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네. 항구를 근거지로 삼고 있으며, 조선과 지나 사이에서 선박을 움직이고 사설 통신망을 굴릴 수 있는 놈들이지.”


“그 말씀이라면······.”


시라키 대위도 뭔가 눈치챈 것 같았다.


“본부장님께서는 정찰기로 놈들을 계속 추격하다가, 놈들이 종착점에서 멈추면 그 일대를 들이치겠다는 뜻입니까?”


그 말에 소좌가 입꼬리를 양 옆으로 쫙 찢으며 웃는다.


“훌륭해, 시라키 군! 이제 본관의 의도를 알았군! 본관은 기껏해야 10명도 안되는 불령선인들만 때려잡고 싶지는 않아. 그놈들을 미끼로 삼아서 더 큰 놈들을 다 잡아올리고 싶은 거지! 설령 그놈들만 잡는다 해도, 인천이나 아니면 다른 항구에서 상하이 가정부와 끈이 닿은 놈들이 건재한 이상, 또 같은 놈들이 계속 관내에 침투하게 될 걸세. 그걸 완전히 뿌리를 뽑으려면, 죄다 한꺼번에 그물로 낚아서 처리하는게 제일 좋은 방법 아니겠나?”


“과연. 그런 생각이셨습니까?”


시라키 대위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의구심이 남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상에서 추격을 자제할 이유가 있습니까?”


“생각해 보게. 우린 불령선인들이 어떤 화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몰라. 지금까지 확인된 건 기껏해야 권총이지만, 놈들이 또 뭘 가지고 있을지 파악되지 않은 이상 섣불리 교전을 시작했다가 괜한 병력손실만 입을 수 있네. 그럼 손실 보고서 쓰느라 괜히 짜증만 날 거고. 그럴 바에야 안전하게 가는 게 낫지 않겠나?”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만······”


시라키 대위는 그래도 불안한 표정이었다. 물론 항공기의 정찰이 대단히 유용하긴 하지만, 그는 혹여 항공기가 포착한 불령선인을 놓치면 곤란해지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소좌는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때 소좌가 다른 질문을 한다.


“그나저나, 봉천 특무기관 쪽에서는 누가 온다던가? 귀관과 같이 와야 하는게 맞지 않나?”


“아 그게······.”


그 질문에 시라키 대위가 곤란해한다.


“소관도 잘 모릅니다.”


“엥? 몰라?”


“그렇습니다. 소관도 특무기관에서 기관장 대리로 누굴 보낸다고만 알지, 자세한 정보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쪽에서는 뭔 생각이래? 특무기관은 따지고 보면 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아닌가? 공개적이지는 않더라도 뭔가 책임은 져야 할 것 같은데?”


“소관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합니다만, 사령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 없습니다.”


“뭐, 알아서들 하겠지.”


그때 대화를 끊는 목소리가 있었다. 통신실에 지시를 내리러 갔다 돌아온 호리 대위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소좌님. 사령부에서 전문이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 한번 보자.”


소좌는 호리 대위가 전해준 전문을 펼친다. 그런데 소좌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상정 외의 상황을 맞았을 때 나타나는 짜증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물개 놈들.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 못했는데.”


소좌가 보는 전문은 오늘 오후 1400시경에 해군성에서 파견된 특수경찰 인력이 해군 수송기편으로 김포비행장에 도착할 거라는 통보를 담고 있었다. 그런데 해군성의 특수경찰과 같이 오는 인력 때문에 총 3대의 수송기가 올 예정이었다. 그 수송기들이 중대급 규모의 해군육전대 병력을 데려온다는 것이었다.


한편 소좌의 수사본부에서 남쪽으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는, 천 지부장이 트럭 상공에서 천천히 선회하기 시작한 복엽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천 지부장은 저 기체가 급강하하며 기총소사를 퍼부울 거라고 예상했다. 그가 시베리아에서 붉은 군대와 함께 백위파 군대와 일본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겪었던 것처럼.


그러나 저 항공기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저만치에서 날아오다가 트럭 바로 위까지 오더니 선회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트럭을 계속 따라다닐 것처럼. 보아하니 전투기가 아니라 정찰기인 것 같았다.


그러나 천남건의 경험상, 기총소사만 퍼붓고 사라지거나 낮은 고도까지 와서 격추할 기회를 노출하는 전투기보다는, 상공에서 얄밉게 아군 방어진지를 쓱 흩고 지나가는 정찰기가 더 위협적이었다. 정찰기가 한번 지나가면, 늘 적의 포격이 맹렬하고 정확했으니까.


하강하며 기총소사를 준비하는 전투기라면 빠르게 맥심 기관총을 올려 격추를 노릴수도 있겠지만, 저 하늘에 떠서 고도를 하강시키지 않은 채 빙빙 돌고 있는 정찰기를 어찌 해 볼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도주하는 상황 상, 추적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정찰기가 따라붙었다.”


천 지부장이 매우 안좋은 소식을 알렸다. 그 말이 가진 의미를 아는 청년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거나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면 바로 인천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명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놈들 정찰기에 인천까지 추적당한다면, 우린 옥룡회에 어마어마한 민폐를 끼치게 될 겁니다!”


그 말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야 체포와 고문,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지 오래 되었지만 수년간 그들과 인연을 맺어준 옥룡회가 그들로 말미암아 적의 표적이 된다면 그 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터였다.


“그 말이 맞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저걸 떼어내는 수 밖에.”


“하지만, 어떻게 그럽니까?”


민호가 묻는다. 대석이 “맥심으로 격추시킬까요?”라고 묻지만, “사거리가 닿지 않는다. 너무 높이 떠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천 지부장은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지시를 내린다.


“가장 가까운 산으로 간다. 기슭에서 차를 버리고 숨어들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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