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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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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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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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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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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63화

DUMMY

나카하라 국장은 총독부 청사 제1회의실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오늘은 천장절이다. 우가키 총독은 오전 10시에 제1회의실로 각 부서의 수장들과 조선귀족들, 그리고 중추원 참의들을 불러모아 봉축식을 한다고 사전에 고지했었다. 그러나 국장은 총독의 연설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어제부터 내내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멸사봉공을 입에 담는 자들은 자신은 그러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멸사봉공하라고 내몰고 있다. 그들이 상처받고 타격받을 수 있는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길 주저하지 않고 있다. 바로 눈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격정적인 연설을 하는 우가키 가즈시게 총독, 그리고 오늘의 주인이자 총독 뒤쪽에 걸린 커다란 초상화 속의 주인, 그가 한때 경애해 마지않던 쇼와 천황이.


반면 어제 만났던 그 청년과 소녀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여전히 그 둘의 눈이 떠오른다. 이전에 그가 상대해온 범죄자들처럼 흐릿한 눈이 아니었다. 티 하나 없이 올곧게 그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그를 계속해서 흔들고 있었다.


살아온 고향땅이 황군에 의해 초토화되고 부모가 무참히 살해당한 청년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독립운동은 테러리즘과 다를 바 없는 범죄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상하이 가정부에 가담해 독립운동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부 덕택에 마냥 행복하게만 살아온 소녀가 그 부의 근원을 알게 되어 극도의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독립운동을 통해 다시 안정을 되찾고 사랑을 이루었다. 그런 소녀에게 부모에게 걱정끼치지 말고 가정부에 가담하지 말라고 하는게 사리에 맞을까?


그리고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자신은 이제까지 무엇을 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치지 않는 물음표를 그었다. 제국경찰로서 엄격한 사법집행으로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철저히 믿으며 살아왔다 어떠한 종류의 범죄건, 범죄자의 신분이 어떻건 간에 가리지 않고 체포해 왔다. 그런데 자신이 몸바쳐서 싸워온 범죄와의 전쟁이, 자기가 의도한 바는 아니라도 누군가의 목을 옥죄는 행위는 아니었는가? 그리고 공명정대한 심판을 가한다고 자부했지만, 결국은 그게 누군가에게 이용되고 있던 건 아니었는가? 멸사봉공 네 글자 뒤에 숨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자들을 보호하는데 이용되고 있던 건 아니었는가?


국장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만큼 정신은 흐릿했고, 이미 50줄을 넘은 몸은 무거웠으며, 그를 지탱하던 범죄자 심판에 대한 불타는 열정은 놀라울 정도로 식어갔다. 총독의 벌려진 입술에서 나오는 말들, 진무 천황이니 만세일계의 법통이니 성덕이니 대어심이니 하는 말들은 한때 특별한 것들이었다. 그 말들이 가진 울림은그의 가슴을 뛰게 했고 자연스레 복종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의미없는 말들에 불과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국장은 쓴웃음이 나왔다. 사상범을 다루는 고등계 형사들에게 훈시할 때, 자신은 항상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상범을 이해하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알려고 그들을 깊숙히 대하다가는 놈들에게 물들게 되기 마련이라고. 그들이 자신의 사상을 피력하려 할때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그렇게 되고 있다. 누가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비웃음거리로 만들 게 분명할 터였다.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리라.


그런데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총독의 연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삐걱 소리 나지 않게 천천히 열리는 듯 하였다. 그 틈으로 들어온 사람은, 하야시 센쥬로 조선군사령관의 전속부관이었다. 나카하라 국장은 대위 계급의 전속부관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살금살금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워낙 인기척 없이 조심스럽게 들어와서 그를 본 본 사람도 얼마 되지 않았다. 단상 위의 총독도 그를 보고 살짝 곁눈질만 했을 뿐 연설에 진력하였다.


전속부관은 조심조심 걸어오며 그의 상관인 하야시 사령관 옆에 섰다. 사령관은 행사 중인데 웬 방해냐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사령관에게 전속부관이 허리를 숙여 뭔가 귀엣말을 속삭였다. 하야시 사령관은 뭔 생뚱맞은 소리를 하고 있냐는 표정이 되었다가, 전속부관이 건내준 종이쪽을 펼쳐본다. 국장 눈에 종이쪽을 다 읽은 사령관의 얼굴이, 그의 전속부관과 같이 새파래지는게 보였다.


그 직후, 사령관이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노려보았다. 그 눈이 닿는 곳은 바로 국장의 얼굴이었다. 하야시 사령관은 그 멋들어진 콧수염을 파르르 떨며, 국장을 마치 당장 허리춤의 군도를 빼서 베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무섭게 노려보았다. 나카하라 국장은 사령관이 왜 자길 그런 식으로 보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관동군 특무기관 장교들이 관련된 마약거래 수사건이나 개성역에서 있었던 철도헌병과 개성경찰서 소속 경찰들의 우발적 충돌 때문에 감정이 안좋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왜 저런 눈으로 보는 건가?


이때 국장은 자신 옆의 인기척을 눈치챘다. 무라타 경부보였다. 왜 지금 무라타 경부보가 들어와 있는가? 국장이 그 의미를 생각해내기 바로 전에, 무라타 경부보가 다급한 표정을 한 채 허리를 숙였다.


“국장님. 경기도경찰부에서 긴급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그만큼 긴급한가?”


무라타 경부보는 경우 없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총독의 천장절 봉축연설이 진행중이다. 총독의 연설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정말 시급하며 긴급한 보고라는 것이었다.


경부보는 빠르게 손에 든 종이봉투를 건내주었다. 그 안에는 경기도경찰부장이 보낸 1장짜리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


보고서를 본 순간, 국장은 순간 이 회의실에서 천장절 봉축행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어억!”하고 소리를 낼 뻔했다.


-부천경찰서가 서 소속 고척리 주재소에 헌병 병력이 총격을 가하며 공격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고척리 주재소의 지원요청 전문은 중간이 끊겨 있었고, 지원요청을 받은 주재소들은 모두 전화통화 중에 총성을 들었습니다. 고척리 주재소의 전문 보고와 또 인근 주재소에 전화로 청한 지원요청 때문에, 부천경찰서에서 사태파악을 위해 보안과 소속 경력을 무장시켜 급파했습니다. 그 보고의 진위여부는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정보가 추가로 들어오는 대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가? 헌병이 주재소를 공격했다고? 분명 개성역에서 경찰과 헌병간의 누적된 긴장이 우발적인 총격으로 폭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서로를 정조준하고 실탄사격을 가하지는 않아 최악의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건 대체 뭐란 말인가? 그 시간에 헌병 병력이 부천군의 시골마을에서 돌아다니다가 근무중인 주재소를 습격했다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인가? 주재소에서 잘못 보고한 거 아닌가? 그런데 잘못 보고했다 하더라도, 전화 속에서 총성이 들렸다는 증언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이때 국장은 자신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여전함을 눈치챘다. 하야시 사령관이 계속해서 그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하는 게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국장은 이제 눈치챘다. 하야시 사령관이 자길 저렇게 보는 이유는, 바로 보고서가 논하는 이 사건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보고서 대로라면 이건 헌병이 경찰 주재소를 공격한 사건이다. 조선군사령관은 당혹스럽다는 눈으로 자길 봐야 정상이다. 미안해하지는 않더라도. 저런 식으로 화내는 게 아니라!


국장이 사령관이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한다고 느껴 눈을 치켜뜨려던 그 순간, 박수가 울려퍼졌다. 우가키 총독의 봉축연설이 끝난 것이다. 총독은 뒤로 돌아서서 천황의 초상화를 보며 강렬히 외친다.


“천황 폐하 만세!”


그 말에 자동적으로 울리는 “만세!” 삼창이 회의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국장은 입에서 만세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천황의 생일에 천황의 군대와 천황의 경찰이 서로 총격을 주고받은 사태가 일어났다. 이 아이러니한 사태에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조건반사적으로 나와야 하는 만세 소리조차도.


만세 삼창을 끝으로 봉축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총독이 연단에서 내려와 각 부서장들 및 귀족들과 악수를 나누려는 차에, 하야시 사령관이 성큼 걸어 앞으로 나섰다. 갑자기 불쑥 나온 사령관을 보고 총독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사령관은 주변을 휙 둘러보고는 총독의 귀에 뭐라 속삭였다.


사령관의 긴급보고에 얼굴이 순간 납빛이 되어버린 총독이었지만, 일단 사령관을 뒤로 무르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허허 웃으며 하객들에게 다시 악수를 청하며 환담을 나누었다. 그러나 총독이 나카하라 국장 앞에 서서 악수를 청한 바로 그때, 총독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끝나고 내 사무실로 오시오.”


총독은 그렇게 속삭이고는 다음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후, 나카하라 국장은 하야시 사령관과 함께 총독 집무실에 있었다.


“이건 경찰의 폭거입니다, 각하!”


하야시 사령관이 콧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콧수염 뿐만 아니라 전신이 분노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 신성한 천장절에! 어떻게 경찰이 황군을 공격한단 말입니까! 폐하의 황군을!”


그러나 국장도 노기 띤 얼굴을 하고 지지 않는다.


“말은 똑바로 하십시오, 사령관님! 사태에 책임이 있다면 그건 헌병에 있습니다! 우리 쪽 보고는 그쪽 헌병이 먼저 주재소를 공격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체 헌병이 무슨 이유로 경찰 주재소에 총격을 퍼붓는단 말입니까?”


그러나 하야시 사령관은 더 얼굴을 붉힌다.


“헛소리 마시오, 국장! 헌병이 주재소를 공격했다고? 본관은 그런 보고따위 받은 적 없소!”


아무렴! 헌병이 자기네들 잘못했다고 할까? 국장이 속으로 코웃음치던 차였다. 그는 사령관이 뒤이어 한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본관이 아는 건, 우리 헌병이 지금 추격대를 구성해 한강 이남에서 서쪽으로 도망치는 불령선인들을 추격하다가 경찰의 방해를 받아 대치 중에 총격전이 발생해 쌍방에서 사상자가 나왔다는 거란 말이오! 경찰은 우리 병력을 사살했을 뿐만 아니라 불령선인 추격도 방해한 거란 말이오!”


“뭐, 뭐라고요?”


이 전적으로 새로운 정보에 국장은 지극히 당혹스러웠다. 불령선인들이 빠져나가고 헌병이 추격을 해? 그렇다면 소련 총영사관에 은신해 있던 장백대호 천남건과 그의 수하들이 헌병의 포위망을 빠져나왔다는 말이 아닌가? 헌병이 겹겹이 형성한 포위망을 대체 무슨 수로 빠져나갔다는 것인가? 아니, 그보다도. 헌병이 추격대를 한강 이남으로 보냈다고?


“못 믿겠으면 한번 읽어보시오!”


하야시 사령관이 자신이 받은 보고서를 던지듯이 국장에게 건냈다. 국장은 보고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관동군 자금송금 탈취사건의 유력 용의자 집단을 추격하던 제6헌병대 모터사이클 분대와 제7헌병대 차량화 분대가 부천군 소사면 고척리 서쪽 1km 지점에서 도로를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 중, 갑자기 총격전이 발생하여 쌍방에서 수십명이 사상자가 되었고 경찰차량 수 대와 군용차량 수 대가 파괴 및 전소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보고가 작성된 시간은 그가 받은 보고보다 더 최신의 시간이었다. 헌병 쪽이 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국장은 헌병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알았다. 불령선인을 추격하던 육군항공대 정찰기가 바로 상공에서 이 유혈사태를 관측하여 무선전신으로 보고한 것이었다. 육군항공대 사령부는 급한 대로 정찰기 기장에게 긴급착륙해 사격중지를 명령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건을 하야시 사령관에게 보고하였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던 경찰의 보고가 늦어지는 것도 당연하였다.


확실한 것은, 이 정보상의 차이 때문에 국장 본인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것이었다.


하야시 사령관이 격앙된 목소리로 우가키 총독에게 주청한다.


“우리 헌병이 경찰 주재소를 공격했다는 건 어디까지나 경찰측 주장이지만, 이런 언어도단에 가까운 사태가 빚어진 것은 진정 확실한 것입니다! 각하께서 이 일을 일벌백계로 삼으셔서, 경찰의 폭거를 엄히 처벌하시고 또 모든 책임을 물으셔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그 말에 우가키 총독이 나카하라 국장을 매섭게 쏘아본다. 총독의 입이 열리려던 그때, 나카하라 국장이 화급히 목소리를 냈다.


“각하! 기다려 주십시오! 본관은 아직 이 사태에 대한 종합된 보고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쪽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철저히 조사하여 사건의 경위를 알아내 각하께 보고드릴 터이니, 그 뒤에 어떤 책임을 묻는다고 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총독은 이마빡에 힘줄이 솓은 채로 으르렁거렸다.


“오늘은 신성하고 또 신성한 천장절이오! 황송하옵게도 폐하께서 이 땅에 나신 날이란 말이오! 이제까지 비정상적인 일이 여러 차례 있었어도, 오늘만큼은 모든 게 다 정상적이어야 한단 말이오! 그걸 두분 다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이오? 당장 오후 1시에 경복궁 원유회가 잡혀 있소! 제국통치의 평안함을 옛 조선의 궁궐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행사인데, 그 전에 내가 이런 보고나 받아보아야 한단 거요? 왜 오늘 같은 날에 폐하의 군대와 폐하의 경찰이 서로에게 총을 쏴대야 한단 말이오? 대체 왜!”


그 힐난에 사령관과 국장 모두 이번에는 “면목 없습니다!”라는 한 목소리를 내었다.


“국장 말대로 경찰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왜 경찰이 헌병의 추격 경로를 틀어막다가 총격전이 일어나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소! 오늘 본관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오. 그러니 종합된 최종보고서는 내가 돌아왔을 때 내 책상 위에 올려놓도록 하시오. 이후의 조치는 그 뒤에 생각하겠소! 알아듣겠소이까?”


“알겠습니다, 각하.”


국장이 그러며 고개를 숙이자, 총독은 지극히 불편한 심기를 가라앉히려 애쓰며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절대로 언론에 새어나가면 안 되오. 설사 보도했다 하면 신문 다 회수하고 그 부분 다 하얗게 칠해버리시오. 군대와 경찰이 서로 총격전을 벌였다고 국민들이 알면, 그리고 적이 알면 어찌될지 두렵소!”


국장은 그 지시에 반사적으로 “알겠습니다.”라고 짤막히 대답했을 때, 스스로에게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충격적인 일이라 해도, 국장 본인도 이런 일을 숨기고 감추는 데 익숙해졌다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황망한 심정으로 집무실로 돌아왔을 때, 각 부서 과장들을 비롯한 간부들이 모여 분노하고 있었다.


“국장님! 이건 헌병 군바리 놈들의 만행입니다!”


“그놈들에게 본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망할 자식들! 사변 이후로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제놈들이 폐하의 군대면, 우리는 폐하의 경찰인데 어찌 이런 짓을!”


국장은 분노하는 간부들을 자중시킨다.


“진정들 하시오.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소. 헌병을 어찌하건 간에 우선 진상파악이 우선이오. 부천경찰서에 계속 연락해서 상황보고가 들어오는 대로 정리해 보고······.”


그런데 국장의 말이 끊겼다. 무라타 경부보가 문을 박차고 허겁지겁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국장님! 큰일 났습니다!”


그 말에 국장은 한숨을 푹 쉬고 묻는다.


“이번엔 뭔가? 헌병과 경찰이 서로를 죽였다는 것보다 더 큰일인가?”


그 말에 무라타 경부보는 놀랍게도,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하고야 말았다.


“대체 뭔 일이기에 그러나?”


국장은 한 마디 내뱉고 경부보가 통신실에서 가져온 긴급상보를 펼쳤다.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경찰서에서 날아온 상보였다.


그걸 본 그 순간, 국장은 앉은 채로 몸이 굳어져 버렸다.


“이런 세상에······.”


국장이 눈을 꿈쩍꿈쩍 한 뒤에 다시 긴급상보를 보았다. 그리고 또 다시 똑같은 말을 했다.


“이런 세상에······.”


국장이 그 내용을 보고 떠오른 건, 총독은 오늘 예정된 원유회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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