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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75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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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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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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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DUMMY

수원역을 떠나기 전. 그룹을 지휘하고 있는 홍창민과 그를 호위하기로 한 이도진에게 인사를 나눴다.


“상점을 살피러 그쪽으로 가본다고? 가든 말든 뭔상관이여!”

“영감. 방금 전까지도 걱정하더니 왜 아닌척해.”

“시끄럿!”


언제 친해졌는지 이도진은 어깨동무를 하며 홍창민을 놀리고 있었다.


“그래서 코치는 여기 남을 거에요?”

“남긴 뭘 남어. 몸 회복될 때까지 있는 거지. 이 팔근육 안 보이냐? 금방이야.”

“예. 예. 무섭네요. 무서워.”


이도진이 팔에 힘을 주며 근육을 자랑했다. 그에 우진은 대충 맞장구쳐주면서 흘려넘겼다.


‘아직 한참 남았지만 말이지.’

몸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좀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화성에 갔다 온다고? 깨어난 지 얼마 안됬는 데 위험한 거 아니냐?”


뻘쭘해진 이도진은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걱정마십쇼. 제가 형님을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거기에 끼어든 병식이 반쯤 펴진 맨홀 방패를 치면서 가슴을 폈다.


“금방이니까 걱정마세요. 원래도 걸어서 한 시간이면 갔으니까요.”

“오냐. 배웅은 안한다. 객사나 하지 마라.”


그렇게 우진은 수원역 정문에서 홍창민 일행들의 악담을 들으며 떠났다.


* * *


수원역에서 화성까지의 거리는 3km 정도. 가까운 거리이기에 빠르게 갔다 오겠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순조롭지는 않았다.


- 쿠워어억!

- 캬하아악!


몬스터의 소굴로 변한 거리들을 피하고 숨으며 돌아가기도 했기 때문에 시간은 지체될 것이었다.


그리고 우진이 선택한 방법은 사냥이었다.


“으라차차! 형님 한 놈 더 보냅니다!”



병식이 오크의 칼이 보이자 먼저 나서 방패를 내밀었다.

중식도처럼 생긴 녀석의 칼이 방패의 홈에 덜컥하며 걸리자 빼려고 잡아당겼지만, 병식과 방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촤학


그 사이에 뒤에서 다가간 우진은 녀석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오크 전사를 처치하셨습니다.]


- 크르르륵


동료의 죽음에 분노하듯이 괴성을 지르는 오크들이 달려왔다.


쿠웅


“우아아악! 도발! 덤벼라 오크들아!”


자신의 방패를 메이스로 치면서 도발스킬을 발동하는 병식에게 오크들의 무기와 주먹이 날아갔다.


“크윽. 누님, 도와주십쇼!”


방패를 뚫고 들어오는 예상 외의 충격에 안색이 파래진 병식이 도움을 요청했다.


“쏘아져라!”


그러자 뜨거운 열기가 병식의 등 뒤에서부터 느껴졌다.

불꽃을 화살로 뭉쳐낸 듯한 마법이 날아갔다. 이유나가 새로 익힌 마법. 파이어 애로우였다.


콰앙


불의 화살이 오크의 얼굴을 강타하는 동시에 우진은 병식의 등을 밟고 넘어가며 오크를 베었다.


그사이에 병식이 어깨로 다른 오크를 밀어내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이어진 우진의 참격에 목이 날아갔다.


“휴우, 저희 처음에 비해서 달라진 것 같습니다.”


방패에 걸린 칼을 뽑아낸 병식이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무슨 자기 덩치보다 큰 오크를···.”


한편 우진은 병식의 행동에 질색했다.


괴물인가?


2미터 가까이 되는 덩치의 괴물을 넘어트릴 정도의 괴력을 갖게 된 병식, 불 마법에 숙련되기 시작한 이유나까지.

우진과 함께 다니면서 그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힘내려는 건 좋지만 조심했으면 좋겠는데.’

우진은 병식이 오크와 싸울 때 대책없이 달려나간 행동에 자칫 다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싸움이란


“누님 보셨습니까. 형님의 칼질 한 번에 오크가 쓱싹입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힘내야겠어.”


이유나와 병식은 우진이 죽인 오크의 상처를 보고 있었다.

우진의 실력은 오크들을 가뿐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진과의 격차를 실감한 그들은 다시 한번 열의를 불태웠다.



한편 우진의 시야에 새롭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탐식이 오크 전사의 힘을 뺏어옵니다. 힘+0.1]

[탐식의 구슬의 동화율이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새로 얻은 탐식의 구슬의 효과는 많은 아이템을 보아온 우진으로서도 상상 이상이었다.

대충 50마리당 한 번의 꼴로 스탯을 흡수했다.

흡수되는 양은 매우 적었지만, 우진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커질 테니까.’


이번 사냥은 탐식의 구슬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었다.


“이대로만 가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사냥하면서 직진한다면 화성까지는 금방 도착 아닙니까?”

“···음.”


병식이 방패에 걸린 칼을 뽑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진은 무언가 찜찜했다.


지금까지의 우진의 경로는 단순했다.


직진 또 직진.


찢어진 도로표지판을 보면서 화성으로 방향을 잡으며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고블린 부락이나 떠돌이 오크들을 마주칠 때마다 사냥했다. 방금 같은 경우에도 주위에 다른 몬스터가 더 없다는 걸 알았기에 싸운 것이었다.

하지만 우진은 계속해서 반응이 오는 예민한 감각이 신경쓰였다.

마치 사자 우리에 갇힌 것 같은 기분.



“지금부터는 천천히 가자.”

“갑자기 말입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우진의 심각한 얼굴에 김병식과 이유나가 물었다.


“···감입니다.”

“형님이 그렇게 말하시니 알겠습니다.”


형용할 수 없지만, 우진의 본능에 각인된 감이었다.


하지만 둘은 순순히 믿어주었다.


그런 우진의 걱정과 다르게 화성의 외곽성벽의 근처까지 와서도 몬스터들은 나오지 않았다.


‘뭐지? 뭔가 이상해······.’


이렇게 몬스터가 아예 안 나온다면 생존자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우진이 걸어온 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서진 거리만이 무언가 있었다는 걸 보여줄 뿐이었다.


- 크롸아악!


때마침 와이번 무리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기에 우진 일행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와이번은 계속 주위를 배회했고 이러다간 하루를 꼬박 보낼 판이었다.


“이러다가 오늘 여기서 자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침낭을 필까요?”

“여기까지 무사히 온 게 다행인거야. 아쉬워할 것 없어.”


건물 근처에 있는 성벽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병식을 다독이는 그때.


“우진씨, 잠깐만요.”

“무슨 일이죠?”

“저기 생존자 아니에요?”


이유나는 우진을 부르더니 창가를 가리켰다.

어느새 해가 뉘엿거리기 시작하며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성벽에서 한 생존자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바닥에서 몸을 끌면서 나오는 생존자는 배와 어깨에 큰 상처를 입었는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부상자인데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잠깐만요.”


우진은 지금이라도 부상자를 구하러 갈 것 같은 이유나를 말렸다.


계속해서 기어나오는 부상자는 한명이 아니었다. 굴, 자동차 아래, 심지어는 하수도까지.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점점 기어나오는 사람들.


우진이 계속 느끼던 기시감은 머릿속에서 한 데자뷰를 불러일으켰다.


‘아무것도 없는 도시, 지기 시작하는 노을, 그제서야 튀어나오는···.’


“···좀비?”

“···네?”


- 크헤에에에엑!!


[망자의 울음소리를 들으셨습니다.]

[사기가 당신을 감쌉니다. 능력치가 일부 하락합니다.]


‘왜 이게 여기서··· 설마 웨이브라는게 도시들을 점령해서 준비해놓은 거였나?’


- 그으으으

- 구르르륵

- 키헤에에


노을 진 햇빛이 사라지면서, 어둠이 드리워진 성에서는 좀비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우진은 엘더로드의 좀비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햇빛을 피해 달아나고, 밤이 되면 깨어나는 괴물들.


그제야 우진은 계속해서 예민한 감각이 울렸는지 깨달았다.


“속았군.”


4499이거나, 크람손에 의해서 화성은 좀비들의 소굴로 변해있었다.


“···혀, 형님.”


파르르 떨리는 병식의 목소리에 계단을 쳐다보자 관절을 뚜둑 거리며 계단 앞에 서 있는 좀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켜!”

- 크ㅎ···


푸욱


눈을 마주친 좀비가 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바로 계단을 내려 뛰며 칼로 좀비의 머리를 베었다.


“허억, 허억, 허억.”


풀썩 쓰러진 좀비의 시체를 빠르게 치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앞에서 기어 나오고 있던 세 마리의 좀비들.


- 캬하아아악!

- 거억, 끄어어얶!!


그들과 눈을 마주친 우진을 먹잇감으로 보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시 재빠르게 계단을 타고 올라간 우진은 2층 계단문을 닫았다.


쾅쾅쾅쾅!


- 케에에엑

- 끄어억, 꺼어어억!


철문을 미친 듯이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등으로 문을 막으면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저멀리 달려오는 좀비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젠장!”

“불을 쓸까요?”

“불 쓰지 마요! 시선이 끌릴거에요.”

“형님! 창문에서도 옵니다!”


병식은 옆방에서부터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좀비들을 향해 메이스를 휘둘러 막았다.


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듯 좀비들의 숫자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일단 막고 봐야해요! 타올라라!”

-케에에엑!

창가 전부를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며 창가에 붙었던 좀비들이 불타며 떨어져 나갔다.


“지붕 위로 올라가!”



팔찌에서 뽑아낸 거미줄을 던져 지붕 위로 올라갔다.


“···끝이 없군.”


희미하게 비치는 수 많은 좀비 무리를 보고서 식은땀을 흘렸다.


- 크워어어어!

그중에는 좀비가 된 고블린과 오크도 있었다.


“안 보이던 이유가 있었군.‘


같이 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안보였지.


“···아직 준비가 안됬는데.”


어느새 100여 마리가 넘게 모인 좀비들은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사냥개의 후각과 사냥꾼의 시야를 발동한 우진의 눈에는 완벽하게 퇴로가 막혀있었다.


아니, 하나 남아있긴 했다.


성벽.


유일하게 핏빛 안개가 안 모인 곳. 우진은 강화된 시야로 성벽 안쪽에서 움직이는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다. 생존자인가, 아니면 네크로맨서?’


저기까지만 가면 좀비들을 따돌릴 수 있을 터였다.


“···유나씨. 불 한번 크게 모을 수 있어요?”

“······그거 하면 살 수 있어요?”


이유나가 올라오는 좀비 한 마리의 머릴 찌르며 소리쳤다.

“태양처럼요. 최대한 빛이 강하게.”

“일단 모아주십쇼! 빨리!”


올라오는 좀비들을 방패로 밀어낸 병식이 소리쳤다.


“일단 해볼게요!”


화륵, 화르르륵


창 끝에서 주먹 크기의 불이 피어올랐다.

시작된 불꽃은 점점 뭉치며 커져가기 시작했다.


- 캬아아악


그에 맞춰 녀석들은 불빛을 피해서 주춤거렸다.


“유나씨 절대 마법 풀지 마요!”


미치광이 대검까지 들며 광폭화 스킬까지 발동한 우진은 최대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선 작은 태양을 들고 있는 이유나를 병식이 업었다.


“꺄, 꺄악!”

“놓치마요. 유나씨! 병식아. 따라올 수 있지!?”

“끄응. 최대한 따라붙겠습니다.”


꽈드드득


지붕에 붙인 발에 최대한 힘을 주었다.




지붕을 박차며 대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광폭화의 능력으로 최대한 높게 뛴 우진은 대검을 지면으로 최대한 강하게 내려찍었다.


쾅!

도로와 동시에 좀비떼들이 충격에 휩쓸리며 날아갔다.


[좀비를 처치하셨습니다.]

[좀비를 처치하셨습니다.]

.

.

.


- 쿠웩!


죽지 않은 좀비떼들도 멀리 날아갔다.


뒤이어 착지한 병식에게 소리쳤다.


“성벽으로 뛰어!”


우진 일행은 곧장 성벽을 향해 달려나갔다.


- 캬아아악!


거미줄을 최대한 뿌려 녀석들의 발까지 묶었다.

달려오다가 거미줄에 걸린 녀석들은 허공을 향해 손톱을 휘두르며 발광했지만 움직이지 못했다.


투둑, 툭


하지만 아무리 탄성 좋은 거미줄이라도 대량의 좀비들을 버틸 수는 없었다. 몇 가닥씩 끊어지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였다.


“언제 끊어질지 몰라! 빨리 뛰어!”


앞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을 베어내며 병식과 유나가 달릴 수 있게 길을 텄다.

다행히 유나가 만들어낸 불덩이는 대부분의 좀비들을 걸러내고 어느 정도 불빛에 견디는 상위종만 달려들었다.


이제 성벽까지의 거리는 2미터도 안 남은 상황.


푸슉


우진은 마지막 1회분의 거미줄을 성벽에 발사해 타고 올라갈 밧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늘어난 근력을 이용해 성벽을 뛰어넘은 우진이 거미줄을 붙잡은 유나와 병식을 끌어올렸다.


“···겨우 도망쳤네요.”

“후우 죽는 줄 알았습니다.”

“······.”




동시에 근처에서 우리를 향해 빛이 쏘아졌다.


“당신들 뭐야!”

“손들어! 움직이면 쏘겠다!”

어둠 속에서 비친 빛에 눈을 찌푸렸지만, 우진은 볼 수 있었다.


눈을 찌푸리게 만드는 손전등이 달린 묵직한 소총.

녹색의 얼룩무늬가 새겨진 전투복.


성벽 위의 생존자들은 군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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