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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55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11 01:00
조회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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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1쪽

4화

DUMMY

“아니 어떻게···.”

“유나씨. 정말 저희와 같은 사람이 맞습니까?”


이유나와 김병식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환상인가 싶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블린 워리어 한 마리에게 밀리던 사람이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변화의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어제만 해도 없었던 왼손.


팔 하나와 두 팔이 낼 수 있는 힘은 다르다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생겨났다고 바뀔 수 없어 보였다.


때마침 김우진이 고블린 워리어 A의 팔을 날려버렸다.


“어쩌면 우진씨가 카페에 있었던 건 저희에게 큰 행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병식은 김우진을 도우러 들어갈 틈조차 없다는 것에 찜찜해하며 메이스의 쥔 손의 힘을 뺐다.


- 케르르륵!


칼을 들고 있던 팔이 어깨째로 날아간 고블린 워리어는 비명을 질러댔다.


쉬익!


김우진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다른 고블린 워리어가 검을 휘둘렀다. 김우진의 왼 다리가 있던 곳이었다.


마치 공격할 곳을 미리 아는 것처럼 몇 번 움직인 것만으로 모든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실제로 우진은 공격할 곳을 예측하고 있었다.


‘왼쪽 다리.’

‘머리, 오른팔 이어서 가슴···’


한 걸음 뒤로, 이어서 숙이고 검을 휘둘러 막고 물러난다. 찔러오는 칼을 검으로 빗겨내면서 고블린 워리어B의 얼굴이 코 앞까지 왔다.


- 케르르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게 화가 나 있는 표정이지만 김우진은 두렵지 않았다.


‘몸이 가볍다. 균형도 흔들리지 않는다. 영약 때문인가?’


오히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 달라진 신체를 가장 확실히 체감하는 그였기에 펼치는 능력은 남달랐다.


계속해서 공격을 피하며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김우진은 단숨에 목을 베어냈다.

[고블린 워리어를 처치하셨습니다. 3골드 획득.]

허물어지는 고블린 워리어B를 뒤로, 김우진은 검에 묻은 피를 툭툭 털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으니 준비하시죠.”

“저건 안 잡는 겁니까?”


김병식이 가리킨 방향에는 팔 한쪽이 없는 채로 뒹굴고 있는 고블린 워리어A가 있었다.


- 케르르륵

“아 그건 말이죠······.”


만난 지 하루도 채 안 됐지만, 웃음기 없던 김우진이 처음으로 씨익 웃으며 대답하자 김병식과 이유나는 뭔가 모를 오한이 느껴졌다.


* * *


카페를 나와 상가 건물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김우진은 무리를 이끌고 안전할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상가는 피범벅과 시체들이 널려있었는데 물린 상처를 보아하니 고블린 소행인 듯했다.


- 케에에엑! 케에에엑!


“저, 김우진씨 정말 이게 맞는 겁니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 저도요. 오히려 몬스터들이 몰려올 것 같은데요?”


둘의 예감은 적중했다.

고블린 워리어A는 팔다리가 묶인 채 김병식의 방패에 매달려 있었는데 간간히 김우진이 검으로 상처를 내며 비명을 계속 지르고 있었다.


이쯤 되면 불쌍해 보일 정도.


“아뇨, 이게 맞습니다. 지금 여러분들 중 몬스터를 잡아보신 분 있습니까?”

“그건······.”

“없습니다.”


우진의 질문에 이유나와 김병식이 대답했고 나머지 일행들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어제도 저 혼자 몬스터를 잡았었죠. 오늘도 그랬고요. 과연 제가 없어도 여러분들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을까요?”

“······.”


모두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하자 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세상은 변했습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일겁니다. 사회에서, 생존으로 바뀐 것 뿐입니다.”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상관없다. 과연 다음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마침 저기 고블린들이 오는 군요.”


이들이 향하고 있던 건물 복도와 계단 끄트머리에서부터 비명소리를 듣고 고블린들이 달려나왔다.

-키에엑

“이제부터는 여러분들도 싸우세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김우진이 뒤를 돌며 달려든 고블린 한 마리를 베었다.


“으하압!”

“덤벼, 이 못생긴 괴물들아!”


몇몇 사람들이 기합을 내며 고블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춤했던 사람들도 전부 싸우기 시작하며 점점 적응해나갔다.


그중 김우진의 눈에 띈 건 이유나와 김병식 그리고 오한우였다.


김병식은 덩치에 걸맞게 방패로 막고 메이스로 찍으며 고블린들을 상대했다.

이유나는 창을 들고 찌르고 밀치며 고블린들을 견제했다.

‘자세가 좀 부실하군.’

다만 일반인이라는 게 드러나듯 김우진의 시선에서는 부족한 점이 몇몇 보였다.


‘차차 고쳐나가면 되겠지.’


김우진은 일행들이 고블린을 상대하는 사이에 슬쩍 뒤로 빠져나왔다. 김우진이 노리는 건 자잘한 고블린이 아니다.


일행들이 고블린 무리를 잡는 동안 김우진은 더 큰 무리를 사냥하려 했으니까.


김우진은 계단 근처의 엘레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문이 반쯤 부서진 엘레베이터 옆에는 건물 잔해로 둘러싸인 굴을 볼 수 있었다.


그 굴속에서 고블린들은 계속해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수는 어림짐작해도 약 10여마리. 수적으로는 적지만 전부 하나같이 무장을 하고 있었다.


[고블린 군락을 발견하셨습니다.]

[퀘스트 생성 – 고블린 군락 제거. / 퀘스트 완료시 – 스킬 생성]


“찾았다. 고블린 군락.”


튜토리얼이 끝나고 난 직후에 얻을 수 있는 스킬이 이곳에 있다.



다시 한번 기억을 상기시킨 김우진은 검을 뽑아 들고서 벽에 몸을 숨긴 채 다가갔다.


피슝

그때 우진을 향해 무언가 날아왔다.



김우진이 검집을 들어 막아내자 검집에 그대로 박힌 바늘이 보였다. 독이 묻어 있었는지 바늘이 박힌 부분이 조그맣게 부글거렸다.


위쪽을 바라보자 벽에 거꾸로 매달린 고블린 한 마리가 대롱을 들고 있었다.


-케륵?!


독침에 죽지 않고 자신의 위치까지 파악한 고블린은 도망가려 했지만, 어느새 이마에 박힌 검은 그대로 고블린을 절명시켰다.


“고블린들은 언제나 뒤통수치는 걸 좋아하지.”

처음 게임하면서 많이 당한 수법이었다.


[고블린 척후병을 처치했습니다. 1골드 획득.]


띄워진 시스템을 보면서 검을 회수한 김우진은 뒤를 돌아보자 굴에서 단검과 독침 등으로 무장한 고블린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림잡아··· 10분이면 되겠군.”


김우진은 저 끝의 고블린 한 마리를 쳐다보았다.


무기 대신에 작은 깃발을 들고서 지휘하는 녀석이 눈에 띄었다.

[고블린 십인장]

이 군락의 우두머리. 녀석을 잡으면 군락은 무너진다.


김우진은 검을 바로 세우며 달려오는 고블린들을 베어나갔다.


* * *


퍼억


마지막 고블린의 머리가 메이스에 터져나갔다.


김병식의 메이스였다.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1골드 획득]


가쁜 숨을 내쉰 김병식의 시야로 시스템이 떴다.


처음 고블린을 죽일 때는 거부감도 있었지만, 먼저 공격하던 괴물인 것을 떠올리며 적응해나갔다.


“이게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계속 나오던 고블린들도 끊겼어요. 아마 주변의 고블린들을 다 죽인 것 같아요.”


이유나가 다가오며 대답했다. 그녀는 주위에 쓰러진 고블린들을 찔러보며 확인사살을 하고 있었다.


김병식은 그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김우진씨는요?”


이유나는 모른다는 의미로 고개를 내저었다.


“도중에 뒤로 물러서는 것까지는 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저 왔습니다.”


김병식과 이유나가 고개를 돌리자 피로 얼룩진 도복을 입고 있는 김우진이 엘리베이터 방향에서 걸어왔다.

특이하게도 김우진은 팔 하나 정도 크기의 녹색깃발을 들고있었다.


“그건 뭐에요?”

“아, 고블린의 깃발입니다. 이유나씨에게 괜찮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유나에게 녹색 깃발을 건네주었다.


“이건···.”

동시에 받아든 이유나의 눈은 동그래졌다.


[고블린 십인장의 깃발 – 소지자가 적에게 피해를 입힐 때 미약한 확률로5m 범위 이내로 미약한 회복마법 발생.]


“부상을 회복을 시켜주는 아이템입니다. 유나씨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계시니까 큰 도움이 될겁니다.”

“감사합니다!”


이유나가 크게 숙이면서 감사를 표했고, 그럴 줄 몰랐던 김우진은 당황했다.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유나씨가 많은 사람들을 봐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진짜배기는 제가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알까. 깃발을 넘긴 이유는 우진에게 딱히 쓸모가 없어서 넘겼다는 것을.


“아무튼, 주변을 수색하고 왔는데 이 근처에는 고블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 그렇다면 이동하기 수월하겠네요.”

뭔가 모를 부담감에 말을 돌린 김우진과 잘 모르지만 밝게 대답하는 김병식.


“음? 병식씨. 고블린은요?”


김병식의 방패에 매단 고블린이 사라져있었다.


“어느새 보니 밧줄이 풀려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전투중에 풀린 듯 합니다. 아마 저 핏자국이 그 고블린 같더군요.”


김병식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의 핏자국을 가리켰다. 핏자국은 복도 끝까지 길게 자국이 남아서 옆 코너로 넘어가 있었다.


“그래도 저런 출혈량이면 이미 죽지 않았을까요?”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잘됐군요. 마침 시험해볼 것이 있었는데.”


김우진은 숨을 크게 들이키고 핏자국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냥개의 후각.”


[스킬 : 사냥개의 후각이 발동합니다. 추적대상 : 고블린 워리어]


그러자 김우진의 시야가 붉게 물들어갔다. 동시에 여러 피가 연기처럼 입체적이게 가시화되었다.

그중에서도 혼자 점멸하면서 빛나는 연기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저 연기가 고블린 워리어의 피인 것 같군.’


고블린 십인장을 잡고 얻은 보상중 하나인 스킬이었다. 몬스터를 추적하는 데 있어서 아주 효과적인 스킬중 하나였기에 김우진은 스킬을 얻고자 군락을 부수기까지 했다.


“가시죠.”


김우진은 그렇게 말하고 핏자국을 따라 걸어갔다.


생각보다 핏자국은 길었다. 고블린워리어의 시체는 마트 입구까지 이어져 있었다. 다만 고블린 워리어의 시체에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다른 생존자가 있나봐요.”


화살을 본 이유나의 말에 부상자 무리가 “다른사람들이 있대”, “이제 안전한건가?” 등등을 말하며 긴장을 푸는 분위기였지만, 우진은 아직 마트 입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편의점 안쪽에서 나오는 다른 핏빛 안개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김우진은 손을 들어 일행들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입구에 다가가는 순간.




화살 하나가 힘없이 발 아래로 떨어졌다. 아니, 던져졌다는 말이 더 옳겠다.

고개를 든 우진에게 여러 사람들이 활을 들고 뭉쳐있었다.


“우, 우, 움직이지마! 이 괴물놈들아!!!”


마트 집단의 대표로 보이는 아저씨가 눈을 질끈 감은 채 활을 들고 소리쳤다.


새로운 생존자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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