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30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08 13:59
조회
1,005
추천
21
글자
11쪽

1화

DUMMY

“사범님, 저희 운동 안 합니까?”


김우진은 얼굴을 가린 책을 들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관원을 쳐다봤다.


목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관원 한석규를 보고 나서야 운동시간이 된 걸 알았다. 그대로 고개를 스케줄표를 보니 이라고 적혀있었다.


“관장님은?”

“김우진 사범님이 잠시 맡아주실 거라고 했습니다.”


한석규가 어림도 없다는 듯 칼같이 대답했다.


‘그 꼰대가···.’


달력을 슬쩍 보니 12월 24일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도장은 쉬지 않았다.

잠시 사무실만 봐달라더니······.

쯧─ 소리를 내며 입을 찬 김우진이 한석규에게 말했다.


“애들 집합시키고 5분간 몸 풀고 있어.”


한석규를 내보내고, 잠시 컴퓨터로 무언가를 조작한 김우진은 왼손에 장갑을 끼고선 사무실을 나왔다. 맨 앞에서 관원들과 준비운동 중인 한석규 옆에 서서 관원들에게 운동내용을 전달했다.


“오늘은 검도 대련을 할 거다. 석규가 대표로 애들 조 맞춰서 준비해줘.

“예, 알겠습니다!”


몇몇의 관원들은 김우진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우진은 관심 없었다.


“유한진, 팔에 힘이 잘 안 들어가니까 검이 휜다.”

“신종오, 손목을 더 유연하게 돌려. 계속 검이 빗나간다.”


김우진은 대련을 지켜보며 자세를 봐주었지만 30분이 지나자 쉬는 시간을 명목으로 한석규에게 넘기고 사무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 게임을 켰다.


[로드 오브 엘더월드]


“사냥이 아직도 안 끝났어?”


빈사 상태인 캐릭터가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몇 번의 터치로 캐릭터의 체력을 회복시켜준 우진은 그대로 대충 관원들의 승패만 얘기하며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 *


쉬는 시간 동안 관원들은 앉아서 떠들고 있었다. 평소에도 여러 가지 주제로 떠들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김우진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김사범님 또 게임하시네. 사범이면 그래도 뭐 가르쳐 줘야 하는 거 아냐?”

“난 김사범님 나올 때마다 대련만 하니까 좋기만 한데 뭘. 훈련보다는 낫지.”

“야, 근데 김사범님은 왜 맨날 장갑끼는 걸까?”

“너 그거 몰라? 김사범님 왼손 의수잖아. 그래서 장갑낄걸? 애들사이에서는 그렇게 소문났어.”

“헐, 그러면 장애인한테 배우는 거네?”


관원 둘이서 떠드는 사이에 한석규가 끼어들었다.


“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대련 준비해라. 너네 한 번만 더 김사범님 흉보다 걸리면 죽는다.”


한석규는 주먹을 들어 올리며 둘만 들리게 말했다.


“형, 그게 아니라, 아니 난 그냥 궁금해서”


당황하며 횡설수설하는 관원을 두고 다른 관원이 물었다.


“그런데 석규형은 김사범님 흉보는 거 진짜 싫어한다. 관장님은 대머리라고 욕하면서 말야···. 형은 뭐 아는거 있어? 도장 엄청 오래다녔잖아.”


올해로 검도 3단을 단 한석규에게 관원들의 시선이 몰렸다. 한석규는 찝찝한 표정으로 말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하더니 관원들에게 이야기했다.


“사실은 말야. 예전엔 김우진 사범님은 진짜 대단한 선수였어. 검도 신동이라고도 불렸고, 나도 그래서 검도를 시작했지.”

“에이, 그 정도면 여기서 사범을 왜 하는 거야?”


한석규가 목을 가다듬고 계속 이야기했다.


“실력이 장난 아니셨지. 대회도 엄청 휩쓸고 말야. 근데 그런 거 있잖아. 천재가 사고를 당해서 그만두게 되는 이야기. 김사범님도 비슷해. 교통사고라고 하던데···. 아무튼, 정말 대단했는데 안타까운 분이셔. 자자,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다시 대련 준비하자.”


조용해진 관원들을 보며 분위기를 환기시킨 한석규는 다시 대련을 준비했다.


“어. 석규야. 네가 애들 대련 좀 봐주고 있어라.”


그러나 김우진은 그런 한석규에게 일을 넘기고 사무실 문을 닫았다.


“사범님? 뭐야 문이 잠겼잖아!?”

‘어쩌다가 천재가 저렇게 바뀌었을까.’


사무실 문 안쪽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김우진을 보며 한석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김우진 어디 갔어?”


그때 도장에 한 중년이 들어서며 관원의 모든 인원이 인사했다.

“관장님 안녕하십니까.”

“어, 그래. 석규야. 왜 니가 가르치고 있냐?”

“엇, 그게······.”


한석규의 이야기를 들은 관장 이도진은 사무실에 있는 놈팽이부터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운동이 끝나고 나서···!


* * *


‘뭐야, 꼰대 왔나?’


밖에서 애들이 인사하는 소리에 잠시 밖을 쳐다본 우진은 그대로 다시 핸드폰에 집중했다.


게임 속 화면에서는 전사 캐릭터가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다. 하지만 전사 역시 공격에 맞고 있다.

서로 맞고 때린다. 하지만 몬스터들에게 주는 피해보다 전사가 맞는 피해가 더 크다.

이대로면 죽고 말 텐데.


“좀 피해라 제발.”


하지만 우진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포션을 주는 것과 아이템을 바꿔주는 정도만 가능한 방치형 게임이었으니까.


결국, 우진의 바람과 다르게 곧장 화면은 어두워지고 –사망하셨습니다- 라는 문구가 떴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공격을 막거나 피하거나 해야지 무슨 게임이 그런 거 하나 없냐.”


캐릭터를 부활시켜 다시 오토를 돌려놓은 우진은 만일 직접 상대했다면? 검을 들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왼손을 쳐다보았다.


단 하나.


제 자리에 있어야 할 손가락은 단 하나, 엄지손가락밖에 없었다.


-드르륵

“얌마! 김우진!”


그때 관장 이도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 6시, 우진이 게임을 하는 사이에 관원들은 운동을 마치고 환복을 하고 있었다.


“아, 왜요.”


이도진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되어서 우진은 더 퉁명스럽게 말했다.


“잠시 업무 보러 간 사이에 애들 하나 못 봐주냐!”

“아 맡기신다는 말 없었잖아요.”

“니가 사범이지 프로게이머냐?! 게임도 망치인지 방치인지 지켜보는 것밖에 없으면서, 애들을 안 가르쳐 쯧.”

“아이. 관장님이 저 사범 시켜놓고 왜 저한테 그래요.”


얼굴이 새빨개진 이도진이 마른세수를 하고 머리를 쓸어넘기며 화를 식혔다.


“그럼 손 없다고 질질 짜던 놈 내버려 두냐?! 나보고 코치님~ 코치님~ 하면서 울던 짜식이.”

“제, 제가 언제 질질 짰다고.”

“됐고, 가서 커피나 사 와라. 니 때문에 목이 탄다. 목이 타.”


당황하는 김우진을 앞에 두고 이도진은 사무실로 손짓하며 내보냈다.


“아씨, 그걸 왜 나한테 시켜요.”

“왜? 팔 하나 없으면 커피도 못 사 오냐?”

“에이 씨, 아아 맞죠? 역 앞 삼거리 카페?”


* * *


“에이, 카드도 안 주고 커피를 사 오라 하냐.”


도복도 안 갈아입고 무작정 패딩을 걸치고 나온 우진은 크흥- 코를 먹으며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우진의 시선은 게임화면에 고정되어있었다.

게임 속에서는 검사가 괴물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검사.


검을 휘두르던 김우진.


금속을 감싼 의수의 실리콘이 오늘따라 더욱 저렸다. 그러다 문득 관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손 없다고 질질 짜던 놈 내버려 두냐?! 나보고 코치님~ 코치님~ 하면서 울던 짜식이.’


‘으아악! 손이! 손이!!!’

‘우진아. 김우진! 진정해! 너 움직이면 상처가 벌어진다고!’

‘흐윽. 흐윽. 코치님···! 팔에 안 느껴져요.’



위이이잉.


‘아.’

핸드폰 진동에 상념에서 깼다.


“나도 모르게 멍 때렸네. 응?”


화면 속에는 게임이 멈춘 채, 한 메시지만 띄워져 있었다.


[클로즈베타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베타에 참여해주신 영웅분들께는 특전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리소스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정식 오픈을 기다려주세요.]

[다운로드 시작.]


“뭐야, 게임 왜 이래? 클로즈베타라고? 뭔 소리야 이거 왜 안 꺼져?”


게임의 화면이 멈춰버리고 그대로 다운로드 중이라는 화면만 나타났다. 몇 번을 건드려봐도 정지된 화면 그대로. 심지어는 어플이 꺼지지도 화면을 끌 수도 없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얼굴을 구긴 우진이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걸어갔다.

핸드폰은 카페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작동되지 않았다.


우진은 수원역을 지나쳐 상가건물 안쪽의 대형카페로 들어갔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카페 앞에서 인사를 하며 카페를 홍보하는 산타 직원을 지나쳐 문을 열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들어간 카페에서 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진은 다운로드 중이라고 나오는 휴대폰만 바라보았다.


“주문하시겠어요?”

“······.”

“손님?”

“아, 됐다!”

“네?”

“아, 아뇨.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우진은 커피를 계산하면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리소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잠시 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업데이트?’


우진이 화면만 바라보고, 점원이 커피 두 잔을 포장해 내올 무렵.


쿵!


큰 소리와 함께 모든 전등이 꺼지더니, 카페는 어둠으로 잠겼다.


“뭐야?”

“정전인가?”



‘아냐, 이상해, 바깥의 모든 건물이 불빛이 꺼졌어.’


단순한 정전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게 있다고. 우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와중에 허공에는 글자가 나타났다.


[서버가 오픈되었습니다.]

[로드 오브 엘더월드가 시작됩니다.]

[선택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엘더월드라고?’


좀 전까지 우진이 하던 게임의 이름.


딸그랑! 탕 타당!


그러고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금속음들이 난 후에, 그곳을 쳐다보니 칼과 창, 활, 해머와 지팡이까지. 여러 무기가 창문의 달빛에 비쳤다.


“뭐야? 무기?”

“이거 영화촬영 같은 건가?”

“엘더월드는 또 뭐야?”


모두가 갑자기 나타난 무기에 다가가지 못할 때, 야구점퍼를 입은 한 남학생이 호기롭게 다가가더니 칼을 집었다.


“야! 괜히 건들지 마!”

“걱정 마. 이거 광고 같은 걸 거야. 이 근처에 카메라도 있을걸?”


남학생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말렸지만, 남학생은 카메라가 있을 만한 곳을 둘러보며 자신만만하게 칼을 뽑았다.


스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뽑혀 나오는 칼.


“오오. 이거 완전 진짜 같은데?”


남학생이 킥킥거리면서 칼을 이리저리 달빛에 비추고 있을 때.


‘아냐.’


김우진은 서슬 퍼렇게 비치는 날을 바라보았다.


‘이건···. 진검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2.03.15 66 0 -
공지 3월 첫째주 화요일과 토요일은 글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22.03.01 29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입니다. 22.02.21 242 0 -
30 30화 22.03.13 96 2 12쪽
29 29화 22.03.12 98 3 11쪽
28 28화 +1 22.03.11 121 5 11쪽
27 27화 22.03.10 120 4 11쪽
26 26화 22.03.08 142 6 11쪽
25 25화 22.03.04 152 5 12쪽
24 24화 22.03.04 160 9 12쪽
23 23화 22.03.03 189 8 13쪽
22 22화 22.03.01 201 8 15쪽
21 21화 22.02.28 210 6 13쪽
20 20화 22.02.27 223 8 13쪽
19 19화 22.02.26 240 10 12쪽
18 18화 +1 22.02.25 271 11 12쪽
17 17화 22.02.24 400 11 13쪽
16 16화 22.02.23 290 9 13쪽
15 15화 22.02.22 308 10 14쪽
14 14화 22.02.21 330 9 13쪽
13 13화 22.02.20 369 13 12쪽
12 12화 22.02.19 383 12 12쪽
11 11화 22.02.18 403 13 12쪽
10 10화 +3 22.02.17 465 15 15쪽
9 9화 22.02.16 448 16 14쪽
8 8화 +1 22.02.15 479 14 11쪽
7 7화 +1 22.02.14 499 16 14쪽
6 6화 22.02.13 542 14 12쪽
5 5화 +1 22.02.12 592 16 14쪽
4 4화 +1 22.02.11 637 17 11쪽
3 3화 +2 22.02.10 691 19 15쪽
2 2화 +2 22.02.09 731 21 9쪽
» 1화 +2 22.02.08 1,006 2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