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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79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15 01:00
조회
480
추천
14
글자
11쪽

8화

DUMMY

문을 열고 보이는 건 거미줄로 뒤덮인 지하 계단이었다. 올라가는 쪽은 아예 거미줄과 책상, 의자 등으로 아예 막혀있었다.

그나마 천장에서 거미줄 사이로 비치는 형광등 빛이 이곳이 계단이었다는 걸 증명해줄 뿐.


“킁킁, 이거 무슨 냄새입니까.”

“웁. 썩은 내.”


시체가 부패하는 듯 썩은 냄새가 올라오자 병식은 창백해진 얼굴을 찌푸렸다. 유나는 아예 헛구역질 중이었다.

우진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계속 내려갔다.


‘자이언트 타란툴라의 소굴일 때부터 냄새는 각오했다. 내 목표는 빠르게 사람들을 구하는 것.’


재차 목표를 다지는 우진의 앞으로 타다다닥 하고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키햐아아악


눈을 붉게 빛내는 4마리의 자이언트 타란툴라가 천장과 벽으로 기어왔다.


그중 한 마리의 입에는 고블린이 걸려있었는데 신체 절반이 거미줄에 뒤덮인 걸로 보아 막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듯 했다.


경계하는 듯 다가오지 않는 타란툴라들중 천장에 붙은 한 마리가 뒤를 돌아 거미줄을 쏘았다.


“우아아악!!!”


날아오는 거미줄을 보고 앞으로 치고 나간 병식이 방패를 들어 막았다. 그 순간 벽에 붙어있던 거미 두 마리가 좌우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병식은 방패를 움직이려 했지만 강한 끈적임 때문인지 움직여지지 않았다.


“거미줄이 장난 아니게 끈적거립니다. 조심하십쇼!”


그렇게 말한 병식이 벽에다 무기를 휘두르며 거미가 못 오게 방해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위의 거미줄이 메이스에 걸리면서 휘두르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익!”

“타올라라!”


화르륵.


이유나는 자신의 창에도 거미줄에 걸리기 시작하자. 불을 소환해 무기에 걸린 거미줄을 끊어내고선 자신에게 다가오는 녀석을 향해 불을 쏘아 날렸다.


-키헤에엑


불에 닿은 타란툴라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나머지 타란툴라들이 계속해서 다가왔다.


“병식아. 너는 방패만 들고 최대한 쏘아지는 거미줄을 받아줘. 유나씨는 불을 이용해서 거미줄을 끊어주세요.”


그렇게 말한 우진은 빠르게 다가오는 첫 번째 타란툴라의 안면을 향해 독사의 송곳니를 휘둘렀다.


녀석은 첫 번째 다리의 발톱으로 막아내려 했지만, 다리의 첫 번째 마디 틈을 노린 우진의 검을 막을 수 없었다.


- 캬학!


다리가 베어진 거미는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유나가 쏘아낸 불덩이에 괴성을 지르며 벽에서 떨어졌다. 급하게 떨어져서일까? 녀석은 균형을 잃고 배를 뒤집어 깐 모습이 되었다.

- 캬하아악!

타란툴라는 쓰러진 채로 우진에게 거미줄을 쏘았다.


하지만 우진은 거미줄을 무시한 채 계속 휘둘렀다.

치이익!

그러자 검에 닿은 거미줄이 녹아 끊어졌다.


당연히 거미줄에 걸려 허우적거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은 거미줄이 끊어지는 것에 당황하며 행동을 멈추었다.


‘기회다.’


우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바닥으로 향하게 찍었다.

마치 송곳처럼 나 있는 검날이 배를 뚫고 나왔다.


찌릿


예리한 감각의 망이 발동하며 위를 올려다봤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우진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리는 마지막 타란툴라가 보였다. 우진은 검을 그대로 수직으로 크게 올려 베었다.

촤학!

날아온 거미의 시체는 반으로 갈라지면서 우진의 양옆을 나뒹굴렀다.


우진은 얼굴에 튄 타란튤라의 피를 닦으며 떠오른 시스템을 보았다.


[자이언트 타란툴라를 처치했습니다. 4골드 획득.]

[독사의 맹독이 ‘자이언트 타란툴라의 마비독’을 흡수합니다.]

[맹독이 1 상승합니다.]


독사의 송곳니는 몬스터의 독을 흡수하면서 맹독 스킬이 강화된다.

‘독사의 송곳니를 얻자마자 맹독을 강화시키게 될 줄은 몰랐군.’


떠오른 시스템 창을 한쪽으로 치우며 점차 검게 물들어가는 검의 액체를 본 우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괜찮아?”


뒤를 돌아보니 불에 타고 짓뭉개진 거미 두 마리가 늘어져 있었다.


“이쪽도 처리했어요.”

“걱정마십쇼. 형님.”


유나와 병식도 각각 한 마리씩 처치한 듯 했다.


우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거미줄에 뭉쳐진 막대를 주워들었다. 거미줄을 털자 점차 목검의 형상을 드러냈다.


콰직!


코팅된 겉 부분을 부수고 주변의 옷가지를 두른 후에 불을 붙여서 임시 횃불을 만들었다.

타오르는 횃불에 주변이 밝게 빛났다.


하얀 실이 덮인 계단이 보였다. 간간이 사람의 모습 그대로 덮인 모습도 보였다.


“저거··· 사람 아닙니까? 어서 구해야─.”

“소용없어. 이미 죽은 사람들이야.”

“예?”


병식이 되묻자. 우진은 반쯤 거미줄에 덮인 고블린을 가리켰다. 쓰러져있는 고블린은 죽은 듯 보였으나 가끔 움찔하는 것이 보이며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녀석들은 살아있는 녀석만 고치로 만들어. 그게 습성이야.”


이어 인형에게 다가가 검으로 거미줄을 잘라 들어보니, 검도복을 입은 수련생이 있었다. 체액이 빨려나간 듯 쪼그라든 모습이었다. 우진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지만 이 사람은 우진을 알고 있었으리라.


‘아마 이 목검도 이 사람이 들고 왔던 것이겠지.’


병식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이건 자이언트 타란툴라의 사냥 습성이었다. 녀석들은 살아있는 먹잇감만을 노렸는데, 죽은 먹이는 건들지 않고 그대로 둥지를 지을 때 장식용으로 내버려 두었다.


옷에 묻은 피를 털어낸 우진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가자.”


검도장 입구까지 내려가는 동안 다른 거미는 나오지 않았다.


깨져있는 유리문을 건너 넘어가자 검도장 벽 곳곳에는 의식을 잃은 검도생들이 얼굴만 나온 채로 거미줄에 묶여있었다.



근처에선 타란툴라 두 마리가 돌아다니며 먹이를 지키고 있었다.


- 키헤엑!?


녀석이 눈치채기도 전에 빠르게 다가간 우진이 먼저 한 마리를 찔렀고, 곧이어 나머지 한 마리를 병식이 메이스로 찍었다.


푸확.


거미의 체액이 볼에 튀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지금 깨우고 있어요.”


이유나가 마법으로 불을 붙여 거미줄을 끊어내고 있었다.


“도와드릴게요. 병식아, 너는 입구를 경계해줘.”

“예, 형님!”


우진은 병식에게 입구의 경계를 맡기고 기절해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꼰대··· 꼰대는 어디 있지?’


하지만 관장, 이도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 으, 이, 이비.”

“정신이 드세요?”

“한석규, 내 말 들려?”

“읍읍! 마, 말이?”


그때 마침 수련생 중 한명이 깨어났다. 김우진도 잘 알고 있던 한석규였다.


“한석규. 관장님은 어디 있지?”

“아으으으. 이 목소린?”


마비가 풀렸는지 말을 할 수 있게 된 한석규가 그제야 고개를 들고 놀랐다.


“김우진 사범님!? 살아 계셨습니까? 아니 왼팔은 대체 어떻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관장님은? 나머지 생존자들은 어디에 있지?”


한석규는 잠시 횡설수설했지만, 김우진을 보고 곧장 정신을 차렸다,


“사람은 여기가 전부에요. 관장님은 좀 전에 끌려갔어요”


한석규는 분통하다는 듯 부들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사범님도 겪으셨죠? 튜토리얼이라면서 나온 괴물들요. 그때는 어떻게든 잡아서 클리어했어요. 관장님 덕분이었죠. 그런데 검도장을 빠져나올 수 없었어요. 그 거미 괴물들···. 1층을 이미 점령하고 있더라고요. 계속 쏘아대는 거미줄 때문에 제대로 검을 휘두를 수 없었어요,”

“거미가 윗 층에 있었다. 이 말이지? 관장님은 좀 전에 끌려갔다고?”


한석규는 더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우진은 말을 끊고서 요점만 정리했다.


‘거미굴은 검도장에서 시작된 게 아니야. 위에서 시작된 거지. 그래서 여긴 두 마리밖에 없었어.’

우진은 그제야 주위의 쌓여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검도장은 일종의 먹이창고였다.


그렇다면 이 건물의 생존자는 검도장 사람들뿐.


“유나씨?”

“네.”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밖으로 데려가세요. 병식이도 같이해서요.”

“우진씨는요?”

“잡아야죠. 보스.”

“혼자서요?”


우진은 태연하게 얘기했지만, 유나는 무모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 말렸다.


“거미줄 때문에 위험할텐데요?”

“그래서 유나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부탁이요?”

“예. 이번 던전을 클리어하는 걸 도와줄 건 유나씨밖에 없어요.”


우진의 눈에서 이채가 돌았다.


* * *


“이게 맞는 걸까?”

“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형님이 얘기한 거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이유나는 아직도 자신이 하는 행동이 맞는 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김우진이 이유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 뒤에 그대로 계단을 타고 올랐으니까.


“부상자들은 다 옮겼습니다.”


건물을 나온 김병식과 한석규는 나머지 사람들을 적당한 곳으로 옮기고, 이유나에게 갔다.


“하아. 우진씨라면 해낼지 모르죠. 한번 해볼게요.”


이유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김우진을 믿기로 했다. 심호읍을 한 이유나는 건물을 감싸고 있는 거미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타올라라!”


주먹만 한 불꽃이 거미줄 곳곳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꽃은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며 곳곳에 불을 수놓았다.

점차 건물 전체가 불타기 시작했다.


이유나는 타오르는 건물을 보며 김우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건물에 불을 질러주세요. 아주 크게.’


그때의 김우진은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었다.


* * *


‘유나씨가 제대로 해줬군.’


우진은 창문 밖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건물을 보면서 웃었다.


쨍그랑


어느새 열기에 깨지는 창문을 보면서도 우진이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 캬하아악!


열기에 놀라 내려오는 거미들을 잡는 것.


팟!


우진을 보고 거미줄을 쏘는 녀석들을 보면서 우진이 중얼거렸다.


“사냥개의 후각 그리고 맹독.”


[스킬 : 사냥개의 후각이 발동합니다.]

[독사의 송곳니가 반응합니다.]

[스킬 : 맹독이 발동합니다.]


점차 붉게 물들어가는 우진의 시야에는 검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뱀의 송곳니가 거미를 꿰뚫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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