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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72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1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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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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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화

DUMMY

죽일 수 있다.


우진은 키메라의 커다란 덩치에 주목했다.


몬스터가 나타난 지 이제 나흘이다. 그 사이에 교주가 만들어낸 키메라가 완벽할 리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쿵쿵쿵쿵쿵


키메라는 다리를 벽과 바닥을 기면서 빠르게 달려올 때마다 마치 억지로 피부를 이어붙인 듯한 틈새 사이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찢어진 상처는 아물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녀석의 재생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위압적으로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허술하다는 증거였다.


‘괴물은 맞지만 우릴 압도적으로 죽이진 못해. 저 상처를 공략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키메라의 경로에 서 있는 김병식이 보였다.


“김병식, 막지 말고 피해!”

- 그르르륵

- 구우우어

“크학!”


병식은 녀석의 다리를 튕겨내고 메이스를 휘두르려 했지만, 충격에 뒤로 넘어졌다.


“내 방패가!”


빠르게 휘둘러진 다리에 병식의 맨홀 방패가 일부 찌그러진 것이다.


“이,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이익. 이쪽이다!”


위력에 놀란 병식은 눈물을 찔끔 흘리더니 녀석의 얼굴을 향해 도발했다.


‘병식이 이 정도였나?’


놀랍게도 병식은 첫 공격을 뺀 나머지 공격은 방패로 막아내며 시선을 유인했다.


병식이 해내는 짓거리에 떨떠름하면서도 우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짓뭉개라! 녀석들을 죽여··· 힉!”


저 뒤에서 키메라를 조종하고 있는 교주에게 간간이 단검을 던졌지만, 키메라의 다리가 계속해서 튕겨내었다.


‘저 다리들이 문제야.’


키메라의 지네같은 몸이 교주를 감싸고 있었다, 그 덕에 녀석은 도망갈 수 없었지만, 저 키메라를 죽이지 않으면 교주를 죽일 수 없어 보였다.


우진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남은 단검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푹 푸북.


그 중, 막지 못한 두 개의 단검이 키메라의 마디 틈새사이로 꽂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처가 아물며, 밀려 나오는 단검이 보였다.


‘상처가 있을 때 최대한 공격한다!’


우진은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몇 걸음 달려가자 마자. 우진은 저릿하게 반응한 감각에 뒤로 뛰었다.


주륵


우진의 볼에는 베인듯한 상처와 함께 피가 흘러나왔다.


“큭.”


우진이 다가가려는 동시에 휘둘러진 키메라의 다리가 우진의 볼을 스쳤다.

예민한 감각으로도 완전히 피하지 못할 정도로.


‘재빨리 뒤로 몸을 안 뺏으면 얼굴이 날아갔겠군. 힘도 힘이지만 저 빠른 속도도 문제다.’


우진은 뒤로 물러나면서 새로 얻은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 : 사냥꾼의 시야를 발동합니다.]

[사냥꾼의 시야가 사냥감을 물색합니다. 사냥감 ‘키메라’를 발견하였습니다.]

[사냥감의 수준이 높습니다. 능력치의 일부만 하락시킵니다. 상대의 민첩함이 줄어듭니다.]


후웅


우진은 눈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다리를 노려보았다.


흐릿하게 보이던 다리의 속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공격이 날아오자 우진은 뒤로 피했다. 이번에는 스치지 않았다.

세 번째 공격에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네 번째 공격에는 오히려 한 걸음 다가갔다.


그렇게 여러 번의 공격을 피하고 상처에 다가간 우진은 이제는 거의 빠져나오기 직전인 단검들을 향해 검을 내려쳤다.


푸욱


재차 박힌 단검이 송곳니로 베어낸 상처에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독사의 송곳니가 반응합니다······]


이번에는 맹독도 함께였다.


-그어어어어!

-크우우우우


“어, 어떻게 피한거냐!”


우진의 말도 안되는 움직임에 교주가 경악했다.


‘저런 신기를 보여준 건 그분밖에 없으셨다. 어찌 미개한 자가···!’


저러다가 이쪽으로 다가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릿속을 스치는 최악의 상상에 교주가 흠칫했다.


“빨리! 저 녀석을 죽이란 말이다! 이 멍청한 녀석!”


교주는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키메라를 향해 오히려 발로 차며 소리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촤악!


다시 한번 녀석의 공격을 피하고 우진은 같은 상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꿈틀


검에서 나오는 맹독이 재생을 늦추었지만 부족했다. 상처를 만드는 속도보다 재생하는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젠장. 이대로면···’ 우진이 인상을 쓰면서도 검을 휘두르려는 그때···


“타올라라!”


때마침 이유나가 호흡을 맞춰, 녀석의 상처를 향해 마법을 쏘았다.


화르륵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상처가 재생되지 않았다.


‘좋아.’

“유나씨, 이 상처를 향해 최대한 불을 날려요!”

“불이여!”


어느새 창을 지팡이처럼 들고서 마법을 쏘는 이유나였다.


- 크아아아!

- 구우우우!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이 이유나를 발견하고 공격하려 했지만,


퍼엉


“으랏차차!”

“병식아, 나이스!”



메이스를 키메라의 안면에 휘두른 병식에게 다시 어그로가 끌렸다.


완벽한 파티의 조화였다.


우진은 이유나가 만들어낸 상처에 쉴새 없이,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베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

.

.


수 없이 빠르게 베어내면서 점차 상처는 깊게 파고들었다.


“그, 그만해! 안돼! 죽이면 안··· 크아악!”


키메라가 고통에 몸부림치자 교주를 호위하던 꼬리가 교주를 조였다. 교주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캉!


쉽게 베어나간다 했더니 패여 나간 살점 한가운데 녀석을 이루는 척추가 보였다.


이걸 부수려면 그 방법이 낫겠지.


우진은 독사의 송곳니를 집어넣고 새로 얻은 주광빛 대검을 꺼냈다.


[미치광이 검사의 대검(희귀)]


- 근력 5 추가 상승.

- 스킬 : 광폭화 발동 가능. (하루 1회)


대검을 드는 순간. 우진의 몸에서 활력이 차올랐다.


‘검을 더 강하게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아. 이게 스텟 상승의 효과인가?’


하지만 우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치광이 검사의 대검이 반응합니다. 스킬 : 광폭화가 발동합니다.]


우진의 팔에서 힘줄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자칭 기사 정종원같이 덩치가 커지는 등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힘이 끓어 넘치는 것 같았다.

동시에 부작용도 있었다.


‘······벤다.’


사고가 단순해지는, 보다 본능적으로 변하는 기분이었다.


스윽


대검이 떠올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우진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밖에 없기에.


내려베기.


우진이 전신에 힘을 주며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뼈를 긁는 느낌과 함께 검이 걸렸다. 다시 한번 더.


콰아앙!


뼛조각이 튀면서 절반 가까이 부수었다.


우진은 다음이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다.


다시 한 번 내질렀다. 전신의 모든 힘을 모아서.


콰아아앙!!!


대검은 키메라의 척추를 넘어, 바닥까지 깨부쉈다.


- 크르르륵!

- 캬아아악!


콰득 콰드드득


키메라는 마치 반으로 갈라진 지네처럼 꿈틀거렸다. 절단된 단면이 계속 부글거리며 재생했지만, 몸이 반으로 갈라진 녀석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그리곤 마침내.


[합성몬스터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1,500골드 획득.]


녀석의 생기가 사라졌다.


“···끝난겁니까?”


김병식이 거친 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서 떨어진 반쯤 찌그러진 방패가 금속음을 내며 바닥을 굴렀다.


“하아, 하아. 이젠 무리에요.”


뒤이어 마력을 다 소모해 탈진한 이유나가 창에 기대며 앉았다. 하지만 김우진은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아직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뒤틀려 꼬여있는 키메라의 하반신으로 향하자. 몸의 대부분이 짓눌린 교주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봉인의 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은 녀석의 욕망을 알 수 있었다.


“쿨컥, 크흑, 흐흐. 잘도 쓰러트렸군. 이제 나도 죽일, 거야?”

“너···. 이 키메라는 어떻게 만든 거지?”

“그런 걸 내가 말해줄 것─.”

“크람손.”


우진의 말에 교주의 눈이 커졌다. 자신만의 비밀을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호흡도 가빠졌다.


“그걸 어떻게···?”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냐. 그 녀석을 어디에서 만났지? 말해준다면 살려줄 수 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내장의 손상이 심하다. 죽기 전에 정보를 뽑아내야해.’


“말하겠다. 그러니 살려주어어어어억!!!”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교주의 가슴에 파묻혀있던 책에서 뼈가 튀어 올라왔다. 마치 꽃처럼.

뼈의 꽃은 교주의 심장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쓰러진 교주와 복종의 서는 급속도로 말라가더니···


사아아아


···가루로 산화했다.


우진은 이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크람손의 뒤처리 방법이었으니까.

죽은 교주의 가슴에 피었던 뼈로 이루어진 꽃을 손에 들었다.


[아이템 뼈의 꽃을 획득했습니다.]


- 대륙을 악으로 몰았던 크람손의 징표입니다. 징표를 보유한 사람들끼리 위치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보유 시 크람손의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저주 ‘귀속’이 걸려있습니다.


크람손.


망자들의 왕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보스.


그리고 우진은 그런 보스의 호감을 사게 되었다.


‘녀석의 호감을 이용한다.’


어차피 구해야 했던 아이템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찝찝함을 털어내었다.

뒤를 돌아보니 키메라의 심장이 위치하던 자리에는 구슬 하나가 놓여있었다.


[탐식의 구슬(전설)]


- 마에서 떨어져나왔다고 알려진 7개의 조각 중 하나입니다. 죽은 적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 일정확률로 죽인 적의 능력치 흡수

- 낮은 확률로 죽인 적의 스킬 흡수


“이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대박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머리가···?’



땡그랑


손아귀에 힘이 풀리며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탐식의 구슬이 당신에게 흡수됩니다.]

[동화율이 낮습니다.······]

우진은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다. 마지막 문구를 보지 못한 채로···.


“형님!”

“우진씨!”


* * *


“끔찍해···.”


병식의 부름을 받고 병력을 이끌고 간 홍창민은 침음했다.


수원역의 한구석에 쌓여있는 시체들.


모두 키메라의 재료들이었다.


홍창민과 병력들은 세뇌되어 교주에게 충성을 바치던 인물들을 전부 포박했다. 그들의 말로는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면서 괴로워했다고 하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몫이었다.


수원역은 빠르게 정리되었고, 며칠이 지난 후에는 어느정도의 기능을 복원하면서 안전한 본거지를 얻었다.


“그게 삼 일 전이라고?”


우진은 수원역의 임시 침대에서 깨어났다.


“그렇습니다. 형님 그대로 죽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압니까?”

“병식아. 알겠으니 콧물은 내 옷에 닦지 마라.”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커다란 남성이 얼굴도 닦지 않은 채 매달려있는 것이 눈뜬 지 1분 만에 겪은 일이었다.


상황이 일단락된 후, 이유나와 홍창민 그리고 이도진과 함께 어떻게 된 것인지 얘기를 나누었다.


우진은 눈가를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구슬을 줍자마자 그대로 쓰러졌고···.”

“그대로 3일간 주무셨어요.”


이유나가 말을 이어 대답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그나마 근처에 창민 할아버지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만일 몬스터가 있었으면 위험했을 거에요.”

“거,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친구한테 그만하지.”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나에게 홍창민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보다 우진아. 상의할 문제 하나가 생겼다. 니가 잠든 사이에.”


우진의 침대에 걸쳐 앉은 이도진이 말했다.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진의 시야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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