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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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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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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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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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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화

DUMMY

우진이 엘더월드를 플레이하던 무렵에는 딱히 목표가 없었다. 그저 손 없이도 알아서 굴러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때의 우진은 의욕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의욕을 내게 만든 하나의 몬스터가 있었다.


드래곤.


몬스터중 가장 정점이라고 칭할 수 있는 괴물.


하지만 엘더월드에서는 드래곤을 잡을 수 없었다.


‘그게 아군NPC일 줄은 몰랐지.’


드래곤이라는 말에 엘더월드의 기억을 떠올린 우진이 피식 웃었다.


아무튼 드래곤이 있는 곳에는 드래곤 레어도 함께 했다.


안전 영역을 넘어선 절대 영역.


몬스터가 한 발자국도 침범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곳이라면 몬스터 웨이브도 쉽게 넘길 터였다.


‘그리고 드래곤의 협조를 받을 수도 있겠지.’


드래곤을 왜 잡을 수 없는지를 찾아보다 알게 된 정보에 당시에는 좌절했지만, 지금에는 큰 도움이 될 정보가 머릿속에 담겨있었다.


“형님 무슨 좋은 일 있으십니까? 앗 제가 맞춰보겠습니다. 그 순간이동을 배워서 아닙니까?”

“그런 거 아냐.”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병식을 무시하며 우진은 바람에 펄럭이는 천막의 입구를 바라봤다.


빠르게 지나치는 도로는 반파되어 있거나 대부분 금이 가 있었다.


새파랗게 밝은 하늘 아래에는 부서진 도시와 돌아다니는 몬스터의 풍경은 이질적이었다.


우진은 저 풍경을 보다가, 뭔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나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예? 아뇨. 우진씨가 준 지팡이 있잖아요. 새로운 마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안돼서요.”


이유나는 검은나무 지팡이를 들어 보이며 얘기했다.


검은 로브를 죽이고 얻은 지팡이는 이유나에게 돌아갔다. 점차 마법을 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나는 고민없이 창을 버리고 지팡이로 무기를 바꿨다.

그리고 지팡이에 귀속된 스킬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출발할 때부터 마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잘 해봐요. 유나씨는 재능있어요. 지금 어떤게 고민인데요?”

“지금 문제가 마법을 쓸 때 모이는 마력의 소비가 큰 점이······”


이유나가 자연스럽게 마법에 관한 얘기를 꺼냈지만, 알기 어려운 용어가 튀어나오며 집중력을 흐트러트렸다.

애초에 우진은 마법도 스킬로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나는 다르게 느끼고 있는 모양. 더 이상은 듣기도 난해했다.


난처해진 나는 병식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툭 툭


“응? 두 분이서 저 빼놓고 뭐하십니···”

“그래서 마력의 손실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서 아예 잡고있는 방식을 역으로 뒤집어 전환을···.”

“······.”


신호를 받고 끼어들려 한 병식은 내용을 듣고 안색이 파래지며 그대로 뒤 돌았다.


‘저 녀석 혼자 배신을.’

“아! 그럼 설마?”


다행히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이유나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며 집중했다.


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금방 도착할 겁니다.”


때마침 트럭을 운전하는 한 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빠르게 달리던 트럭은 점차 속도가 느려지더니 정차했다.

적재함에서 내린 우리는 부대 초소 입구를 바라보았다.


“응?”

“뭔가 이상한데요?”


하나 둘 내린 인원들은 부대에서 보이는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무 문제가 없는 거지?”


누군가 중얼거린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지금껏 지나쳐온 부서지고 반파된 건물들과 도로와는 다르게 이곳은 깨끗했다.

오히려 부대 정문부터 더욱 치장되어있는 상황. 물론 우진은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도 떠오르며 그들에게 이유를 알려주고 있었다.


띠링


[골드 드래곤의 레어에 진입하셨습니다.]

[절대영역에 진입했습니다.]


- 골드 드래곤의 레어에 머물기 위해서는 골드가 필요합니다.

- 지금부터 당신의 신분은 ‘평민’입니다.

- 일정시간마다 골드를 지급하지 않으면 당신의 신분은 하락합니다.


“드래곤?”

“설마 그 드래곤이야?”

“이 신분들은 뭐야?”

“내 골드가 사라지고 있어!”


우진은 사람들의 반응을 들으며 레어의 규칙을 떠올렸다.


‘드래곤의 레어는 안전하다.’

‘또한 레어에는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골드가 필요하다.’


우진의 상태창에서도 조금씩 소모되고 있는 골드가 보였다. 나름 많이 모았다고 느껴진 골드의 액수도 빠르게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이 만큼이 우진의 시간이었다.


만약 골드가 다떨어져 내지 못한다면?


“천중사님?”

“천,천중사님 살아계셨습니까?”

“너희들··· 응?”


입구에서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반가워하는 병사들의 표정과 다르게 그들은 물건들을 옮기고 있었다.


의자부터 침대, 관물대까지 끌고 와 입구를 장식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일꾼이었다.


‘신분이 하락하고 노예가 되지.’


병사들의 이상한 행동에 천중사는 복잡한 시선을 보냈다.


뒤에 은인들도 데려왔는데!


“저, 저희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저희도 그만하고 싶습니다!”


병사들은 시선을 느끼곤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심지어 그건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천중사! 나 좀 도와주게!”

“천중사님!”

“사, 사단장님, 김하사?! 이게 대체?”


병사뿐만 아니라 간부들까지 정문을 치장하고 있었다.


‘레어를 만드는 건가.’


게임에서도 레어에 오면 계속 보수 중인 노예NPC들이 있었던 것처럼 저 군인들도 비슷한 역할을 맡은 듯 했다.

그리고 노예가 있다면 감독도 있기 마련이었다.


“아직도 주인님의 명을 듣지 않는 건가?”

“쉬고 싶은 건가? 골드를 갚는 것이 먼저다.”


딱 딱 딱


해골로 이루어진 스켈레톤들이 튀어나왔다. 용의 이빨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의 몬스터. 용아병이었다.

용아병들은 뒤에서 꾸물거리는 병사들을 향해 매질을 하고 있었다.




“악. 일할게요! 일한다고!”


병사들은 아파하면서도 익숙하다는 듯 순식간에 일을 해치웠다.


“몬스터가 말을?”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우진은 용아병들에게 다가갔다.


“음? 네놈들은 이곳에 처음인 건가?”

“첫 손님이라면 응대를 잘해야 하는 법.”

“데려가야 하는가?”

“그렇다.”


용아병들은 우진 일행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속삭이더니 말했다.


“따라와라. 손님.”

“주인님에게 소개해주지.”


* * *


용아병들을 따라 부대 안으로 들어가자 일반적인 부대와는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진의 감상은 단순한 보물창고였다.


‘저기는 무기고일테고, 저기는 식량창고인가? 잠깐, 저건 핏빛갈기 트윈헤드 오우거잖아?’


우진이 둘러보는 족족 무기와 방어구들, 심지어는 엘더월드에서 후반에서야 볼 수 있었던 몬스터들도 이곳에서는 순한 양처럼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저긴 차량정비소 있던 곳인데···.”

“저긴 본관이었는데 지금은 돌무더기야.”


그에 반해 병사들은 뒤바뀐 부대에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용아병들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사령부였다. 천장이 반쯤 날아간 사령부의 건물 위에 장식된 거대한 황금덩어리가 보였다.


단순한 황금이라기에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화더미에 파묻힌 거대한 몸체.

황금색으로 물든 비늘은 찰랑거리며 반짝였고, 몸을 감싸고 있는 날개만으로도 사령부 주위의 햇빛을 모두 차단하고 있었다. 가슴이 부풀고 가라앉으며 숨을 내쉴 때마다 근처의 금화들이 흔들렸다.

잠을 자고 있는지 눈을 감고 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뜰 것 같은 몬스터.


골드드래곤이었다.


- 새로운 이방인인가···.


그 순간 골드 드래곤이 눈을 뜨면서 말이 들려왔다.

육성을 통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한 목소리는 위압감을 주면서 모두가 몸을 떨었다.


“인사드려라. 우리의 조물주이시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도록.”


그들을 안내했던 용아병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


멀뚱멀뚱 서 있는 일행들을 향해 말 한마디가 쏟아졌다.

- 꿇어라.


그와 동시에 무형의 힘이 그들을 누르며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드래곤의 고유스킬, 언령이었다.


- 네놈은 가만히 서 있는 것이더냐?


우진을 제외하고서.


뿌드드득


우진은 자신의 몸으로 쏟아지는 언령에 저항하기 위해 최대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광폭화 해제까지 5분남았습니다.]


심지어는 광폭화도 미리 준비했을 정도.

압력에 짓눌리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본체도 아닌 분신. ···한테 무릎 꿇을 순 없지.”


입조차 떼기 힘들었지만 겨우 할 말을 끝냈다.


저 위압감 넘치는 용은 분신이었다. 본체는 이곳에 없었다.

- 호오?


흥미로운 장난감을 본 것처럼 녀석의 눈이 커졌다.

만일 우진이 봤더라면 새로운 패턴을 찾았노라고 소리쳤을 테지만, 그의 고개는 아래로 짓눌려 있어 볼 수 없었다.


“큭···!”


김우진은 압력에 이를 악물었다.


- 그만

- 배짱이 마음에 드는구나. 좋다. 고개를 드는 것을 허락하지.


그리고 어느 순간 전신을 가하던 모든 압력이 사라졌다.

고개를 들자 거대한 용의 눈이 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지만 반항한 대가는 받아야겠지.


그 말과 함께 우진의 인벤토리에 있던 모든 골드가 사라졌다.


[보유 골드의 절반이 징수됩니다.]


지금껏 모은 골드의 절반이 날아가자 속이 쓰라렸다.

‘괜찮다.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


- 나의 이름은 이도나스. 보다시피 골드 드래곤이다.


눈이 반쯤 잠긴 그녀는 우진의 주머니를 응시했다.


- 더러운 죽음의 냄새가 여기까지 나오는군.


그와 동시에 우진의 인벤토리에서 뼈의 꽃이 떠올랐다. 우진이 꺼낸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의 의지가 우진의 인벤토리까지 관여한 것이었다.


- 더러운 시체놈의 추종자더냐?


이도나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


- 말하라. 놈에게는 빚이 있지. 그놈의 추종자라면 참 재미있겠구나.


차분하게 들리는 말에 비해 점점 커지는 살기는 위험해보였다.


‘침착해라. 말 한번 잘못하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다.’


우진은 골드 드래곤에 대한 설정을 떠올리고서, 말을 고른 다음에서야 대답할 수 있었다.


“나는 추종자가 아니다. 오히려 사냥꾼에 가깝다 할 수 있겠군.”

- 사냥꾼이라···.


한순간 반쯤 가라앉은 눈이 우진을 꿰뚫었다.

마치 온몸이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


[황금용의 시선이 당신을 관조합니다.]

[용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습니다.]


- 사실이군. 하지만 동시에 네놈에게서도 마가 느껴진다.


‘거짓간파로군.’


용의 권능중 하나였다.


원작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소속진영을 숨기지 못하게 쓰인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는데.’


- 다시 한번 묻지.


고개를 든 황금룡의 눈이 정확히 우진을 응시했다.


- 네놈은 누구냐.


우진은 무슨 대답을 원할지 망설였다.


‘이도나스. 녀석은 누구보다 크람손을 증오한다. 그렇다면 내가 해줄 대답은······’.


“나는··· 해방자다.”

- 해방자?


우진의 대답에 이도나스가 되물었다.


“나는 크람손을 죽일 방법을 알고 있다.”

- 라이프베슬을 파괴하는 것 말이냐? 그 해골을 죽이는 건 나한테도 쉬운 일이다. 겨우 그딴 것이라면 다른 이들에게도 많이 들었다.


이도나스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우진에 대한 흥미가 식은 듯했다.

이도나스 주위에 쌓인 금화들이 뭉치며 드래곤의 앞발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라고? 다른 자들도 찾아왔나?”

- 내 분신들이 다른 지역에도 있다는 것은 알 텐데? 뭐 그들중 대부분이 내 심기를 거슬렀기에 전부 죽여버렸다. 그리고 네놈도 똑같겠군,


스윽


황금 앞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람손을 죽이기만해서는 저주를 풀 수 없다.”


콰앙!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의 바닥이 파괴되었다. 옆을 보니 거대한 앞발이 바닥을 부수고 반쯤 파묻혀있었다.


- 재미있군.


그 순간 강한 돌풍이 우진을 덮쳤다. 강한 바람의 위력에 우진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동굴?”


우진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군부대의 길 한복판에서 어두운 동굴의 안으로.


그리고 우진은 이 동굴의 모습이 매우 익숙했다.


동굴 한가운데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금화더미.


“정녕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에게 고해야 할 것이다.”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육성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쌓인 보석 더미 위에서 앉아있는 여성이 보였다.

사파이어를 조각한 듯 빛나는 파란 눈동자. 찰랑거리는 황금색 비단결의 머리, 아름다움을 조각한 듯한 외모의 여성.


[축하드립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이도나스를 조우하셨습니다.]

[최초의 조우 업적으로 블랙마켓 VIP입장권을 획득합니다.]


이도나스. 그녀가 우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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