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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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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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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2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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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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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DUMMY

“아···.”


우진이 본 이도나스의 모습에 감탄했다.


마치 미에 대한 기준을 엄선하여 고르고 그 모든 것을 합친 것 같은 모습.


[축하드립니다. 플레이어 최초로 이도나스를 조우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떠오를 때까지 우진도 넋 놓고 있었을 정도


“왜 그러지? 소환될 때 영혼이라도 놓고 온 게냐?”

“아니, 그럴리가.”

“자, 그럼 말해보아라. 저주에 대해서 말이다.”


이도나스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우진은 속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녀석의 입 안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정신차려야 한다.’


하지만 이건 동시에 기회였다.


‘본체가 있는 레어로 불렀다고? 급하긴 했나 보군.’

“생기를 빼앗아 가는 저주. 그 저주가 네 심장에 박혀있지. 하지만 그건 크람손을 죽인다고 풀 수 있는 게 아냐.”

“뭐라?”

“끝없이 너의 생기를 뽑아가서 결국에는 너를 언데드로 만들어버리겠지.”

“여기까지 와서 이 몸을 도발하다니. 네놈도 죽고 싶은 게로구나.”


기세가 사나워지는 그녀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의 황금이 뭉치며, 황금의 병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병장기들을 뽑으며 우진의 주위를 둘러쌌다.


하지만 우진은 여유로운 태도를 일관할 뿐이었다.


“세계수의 뿌리를 구해다 주지. 세계수의 뿌리가 있다면 내가 널 치료해줄 수 있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그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 확인도 안 할 건가?”


우진은 자신의 눈을 툭툭 건드리면서 이죽였다.


“······.”


다시 한번 그녀의 시선이 우진을 꿰뚫었다.


“거짓은 아니군.”


‘먹힌건가?’


“하지만 네놈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시험을 통과해보아라.”




이도나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황금 병사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금화로 돌아갔다. 그 병사는 검과 방패를 든 채로 우진의 맞은편에 섰다.


“이 녀석을 쓰러트려봐라. 그럴 수 있다면 믿어주도록 하지. 그렇지 않는다면 네놈의 영혼을 뽑아 그 정보만 뽑아낼 것이다.”


띠링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이도나스의 시련]


- 이도나스가 당신을 시험하고자 합니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병사를 쓰러트리십시오.


보상 : ‘김우진’에 대한 이도나스의 평가 상승. 이도나스의 협조 획득.

실패 시 : 용아병 ‘김우진’ 생성.



“좋다. 시작하지.”


퀘스트에 실패하면 우진은 그대로 용아병이 되리라. 하지만 우진의 마음에는 걱정은 단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김우진은 유일하게 이도나스 레이드를 시도해본 유저였으니까.


‘패턴은 전부 기억하고 있지. 게다가···.’


철컥


황금으로 이루어진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를 바라보았다.


‘어디 게임 속 검술 실력을 볼까?’


우진의 검에 대한 호승심이 불타올랐다.



우진은 독사의 송곳니를 꺼내 들며 자세를 잡았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검을 천천히 가슴 앞으로 내렸다.


그 상태로 검을 쥔 아귀에 힘을 주었다. 너무 강하지도 않으며, 약하지도 않게.


검끝이 향한 곳은 병사의 명치가 향하는 부근으로.


중단세.


우진이 자세를 잡자 우진의 기세가 갈무리 되었다.


동시에 황금병사를 향한 우진의 시야가 먹잇감을 탐색하듯 비추었다.


[사냥꾼의 시야가 사냥감을 탐색합니다. 사냥감 ‘황금 병사’를 발견하셨습니다.]


“어딜 얕은 수를 쓰느냐.”


우진을 지켜보던 이도나스가 손을 움직이자 사냥꾼의 시야가 취소되었다.


“드래곤은 드래곤이라 이건가···.”


취소된 스킬에 아쉬워하는 그때. 황금 병사가 선공을 가했다. 오른손으로 든 검을 우에서 좌로 내려 베었다.

우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우상단으로 검을 뻗었다.




맑은 금속음이 동굴을 울렸다.


“호오··· 제법.”


지켜보던 이도나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저 발칙한 녀석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황금 병사의 몸에는 제국에서 이름 높던 기사의 영혼이 담겨있었다. 외형이 단순한 병사의 인형일 뿐 그 실력은 그대로 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태연하고 쉽게 받아내는 우진의 모습에 흥미가 돌았다.


‘신체적 능력은 저놈과 똑같이 맞춰주었다고 해서, 기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거늘. 흥미롭구나.’


왼손에서 피어나오는 마의 기운에 잠식된 녀석이라면 이곳에서 제거할 요량이었지만, 기술을 보아하니 아닌 모양. 이도나스는 김우진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한편 김우진은 검을 휘두르는 병사의 방식을 노려보고 있었다.


휘두르는 검을 막으면 방패로 밀어 자세를 흐트러트린다.

방패에 검이 막히면 곧장 검을 치고 들어왔다.


‘마치 노련한 싸움꾼이다.’


우진이 빈틈을 찾아 녀석의 무릎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단단한 소리와 함께 방패에 막힌 검이 보이자마자 우진은 놈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움찍하는 어깨의 모습.


‘머리!’


뒤로 머리를 젖히자 천장을 바라보는 시야에 황금색의 궤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뒤로 바닥을 구르자. 우진이 있던 자리에 검을 찌르는 병사가 보였다.


횡베기 후 찌르기. 두 번의 내려베기 후 올려베기.


이 외에도 여러 패턴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걸 실제로 겪는 것은 조금 남다른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진이 느끼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재미있다.’


몬스터의 패턴으로서가 아니라 검사로서 병사가 다음에 휘두를 검격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우진은 알면서도 피하기 급급했던 검격에 조금씩 검을 맞대기 시작했다.




방패에 검이 부딪혔지만, 우진은 검을 멈추지 않았다.


[독사의 송곳니가 반응합니다.]


방패를 통째로 갈라버리고 목을 날리려 했지만, 우진의 가슴을 향하는 검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방패에 꽂힌 독사의 송곳니를 본 병사는 승기를 잡았다는 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우진의 손에는 새로운 검이 들려있었다.


미치광이 검사의 대검.


병사는 흠칫했지만 이미 가까워진 상황, 이대로 검을 찌르기만 하면 병사의 승리가 확실했다.




하지만 갑자기 황금빛이 반짝이며 우진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분명 가슴을 찔러야 했던 검이 상대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갔다.


블링크였다.


“마법은 처음보나?”


콰앙


주황빛의 대검이 병사의 옆구리를 날려버렸다.


황금병사의 몸이 충격에 구겨지며 금화더미로 날아갔다.


쓰러진 병사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이정도면 통과인가?”

“···나쁘지 않군.”



대답이 조금 늦은 이도나스의 반응에 우진은 통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네놈이 크람손의 추종자는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추종자였다면 싸울 때 시체 냄새가 흘러나왔겠지. 좋다. 네놈을 용아병으로 만들려던 건 취소하지.”


띠링


[퀘스트 ‘이도나스의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그래서, 네놈이 세계수의 뿌리를 구한다고 해서, 날 치료할 것 같지는 않고. 무엇을 원하지?”


이도나스가 손가락을 의자에 툭툭 두들기며 물었다.


“혹시 내 몸에 새겨진 표식을 지울 순 없나?”

“크람손이 네놈을 불가능하다. 그 해골녀석은 마법의 대가. 애초에 그런걸 할 수 있었다면 저주부터 지웠겠지.”


우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뼈의 꽃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불쾌한 걸 보았다는 듯 손짓으로 뼈의 꽃을 인벤토리에 날려버렸다.


“역시··· 그렇다면 상회를 열어줬으면 하는데.”

“상회?”

“블랙마켓. 지금 준비하고 있지? 내가 원하는 구역에 입구를 설치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그것까지 알고 있는건가? 좋다. 허락하지. 그나저나 네놈은 참으로 흥미롭구나. 다른 녀석들은 내 심기만 거슬러 죽여버렸거늘.”


이도나스. 다른 이름은 블랙마켓의 황금손 이도나스. 골드로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 녀석은 골드 수급을 위해 블랙마켓을 운영하는 거물이었다.


뭐, 블랙마켓은 사실상 유저들의 거래소에 가까웠지만.

그런 거래소의 입구 하나를 설치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 건 큰 이득이었다.


‘그런데 다른 녀석들?’


이도나스의 말을 상기한 우진이 되물었다.


“다른 녀석들이라니?”

“다른 레어에서 너같은 미물들이 말을 걸기도 했지. 물론 내 심기를 거슬러서 대부분은 죽여버렸지만.”


콧바람을 내쉬는 녀석의 말에 우진은 질색했다.


‘나 빼고도 게임을 하던 사람은 있었겠지만, 아예 여기서 죽어버렸다는 건···.’


자칫 말실수로 심기를 거슬렀다면 그대로 죽여버릴 수도 있었단 얘기.


“혹시 살아남은 사람도 있나?”

“모르지. 그 버러지들은 애초에 이곳으로 부르지도 않았다.”

‘하긴 최초 조우 업적은 내가 얻었으니.’


그 말에 우진은 최초 조우 업적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다른 랭커들은 아직 조우하지 않은 건가?


“용건은 끝인가? 그렇다면 이만 떠나라.”

“잠ㄲ···”


우진이 뭐라 말하기 전에 이도나스가 손을 휘젓자 풍경이 일그러지며 주위가 바뀌었다.


“형님?”

“우진씨?”


어느새 우진은 다시 사령부의 길 한복판에 서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그 용과 함께 사라지더니 혼자 돌아오고.”

“잠시 협상을 좀 했죠. 그런데 천중사님은요?”


이유나가 묻자 얼버무린 우진은 화제를 돌렸다.


“천중사님은 지금 사냥나갔어요. 어떻게든 병사들의 채무를 갚아야 한 대나?”


채무라는 말에 우진은 골드가 소모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참 병식이랑 유나씨는 골드 괜찮아요?”


지금까지 남아있던 걸 보면 골드가 부족할 수도 있었다.


“아뇨, 우진씨가 사라진 뒤로 골드는 소모가 안 됐어요.”


아무래도 이도나스의 배려인 듯 했다.


“그거 다행이네요. 아 참 일단 급한 용무는 끝났는데 상점 한번 둘러볼래요?”

“여기도 상점이 있습니까?”


우진의 말에 병식이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라고 중얼거리며 맨홀방패를 만지는 모습을 보자. 병식이 얼마나 새 방패를 원했는지 느껴졌다.


‘하긴 애초에 상점을 찾으러 온 거였지. 고생만 시키고 좀 미안한 걸.’


우진은 병식과 유나를 데리고 용아병이 지키고 있는 한 문 앞에 섰다. 문에는 푸른 소용돌이가 치는 포탈이 회전하고 있었다.


“들어갈텐가?”

“블랙마켓의 입장권이 없으면 들어올 수 없다.”


우진은 용아병들의 말에 VIP입장권을 꺼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VIP님의 입장을 환영합니다.”


“빨리 문이나 열어주시죠.”


용아병의 솔직한 태도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잠시 후 용아병들이 포탈을 건드리자 가운데부터 빠르게 회전하는 마력이 벌어지면서 다른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마력을 서로 연결···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구조네요.”


이유나는 포탈의 입구를 보고 감탄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들어가자.”


우진은 병식과 이유나를 챙겨 발을 뻗었다.


그리고 블랙마켓에 들어서자 마치 사막의 시장처럼 보이는 곳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우진의 눈앞으로 단검 하나가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형님!”


병식이 놀라는 것도 잠시 가볍게 피한 우진은 이 격한 환영인사를 해준 주범을 찾았다.


타다닥


저 멀리 도망가는 한 로브를 걸친 인형.


“환영인사가 참 거칠군.”


환영인사를 해주었다면 그에 맞받아 쳐주어야지.


우진이 로브를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로브에 그려진 문양을 보고 멈췄다.


장미가 그려진 그림 위로 둘러 싸여있는 가시 그림.


“가시장미?”


엘더월드 랭킹 1위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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