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67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13 01:00
조회
543
추천
14
글자
12쪽

6화

DUMMY

‘채찍부터 끊고 시작하다니 운이 좋아.’

우진은 채찍이 끊어져 화를 내는 고블린을 노려보았다.

우진은 엘더월드를 하면서 검사를 키웠다. 그것도 수많은 검사를 키웠고 검의 종류에 따른 육성법과 공략법이 존재했다. 당시에는 재미를 위해서 했을 뿐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우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고블린 라이더의 첫 번째 패턴은 채찍을 이용한 홀딩, 이어지는 오크의 내려찍기 패턴은 말도 안 되는 판정과 데미지로 입문하는 뉴비들을 절단하곤 했다.


그 패턴을 우진이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투검이었다.

달그락거리며 손가락 마디에 끼워져있는 단검들.


그리고 인벤토리 주머니에도 가득 찬 단검들까지. 우진이 사냥을 위해 준비한 도구였다.


슉 슈슉


우진은 마치 투구를 하는 것처럼 단검을 하나, 둘씩 던졌다.


스팟─ 하고 고블린 라이더의 귀와 볼을 스쳤다.


케엑─!


당황한 녀석이 오크를 발로 때려보지만, 채찍이 없어진 뒤로 오크는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춤에서 뿔로 만든 나팔을 꺼냈다.


“나팔···?”

“우진씨, 저건···?”


뒤늦게 출발한 김병식과 이유나가 우진에게 합류했다.


“아까 얘기한 거 준비해. 둘 다.”


우진이 다음 단검을 꺼내며 말했다.


이제 두 번째 패턴이 온다.


뿌우우우우─


[고블린의 뿔나팔이 울립니다. 고블린들이 출몰합니다. 용맹의 소리를 들은 고블린들의 공격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뿔나팔 소리가 건물내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건물내에 숨어있던 고블린들이 각자 소리를 지르며 나타났다.

- 케게게겍! 케게! 케르록!


“유나씨. 전에 준 깃발 잠깐 빌려주세요.”

“지금요?”

“형님, 조심하십쇼!”


김병식과 이유나는 몰려오는 고블린을 방패로 밀치고 창으로 찌르며 막아섰다. 이유나의 등에 걸린 깃발이 간간히 빛나면서 병식과 유나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빨리!”

“잠, 잠깐만요!”


우진은 이유나의 등에서 깃발을 쑥 뽑아 꺼냈다.

당황한 병식과 유나가 계속해서 고블린을 견제해주는 사이에 우진은 다시 한번 단검을 던졌다.



- 케에엑

녀석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박수를 치다가 날아온 단검에 놀라 뒤로 자빠졌다. 그대로 다시 일어서더니 화가 난 듯 나팔을 다시 한번 불려 시작했다.


“형님, 다시 나팔을 붑니다!”


하지만 우진은 오히려 나팔을 꺼내는 지금을 기다렸다.


-켁!


다시금 우진의 단검이 빠른 직선을 그리며 나팔을 향해 날아갔다. 튀어나오는 고블린들을 믿고 나팔을 불려던 녀석은 단검이 목에 박혀 그대로 절명했다.


[고블린 라이더를 처치했습니다. 100골드 획득하셨습니다.]



로비의 바닥으로 라이더의 시체와 함께 나팔이 떨어졌다.

‘나팔을 불려는 때에 죽여야만 드랍되는 아이템. 그리고 이 나팔을 깃발과 같이 보유하면···.’


우진이 떨어진 나팔을 주워들자 시야에 메시지가 떴다.


[고블린의 뿔나팔을 획득했습니다. 고블린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불러낸 고블린은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블린의 십인장의 깃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숨겨진 조건 충족.]

[‘고블린 지휘자’가 충족됩니다. 단 한번, 10분간 고블린을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고블린을 지휘하는 동안 공격받지 않습니다.]


부우우우우웅─


우진은 나팔이 익숙하지 않아 다른 소리가 났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고블린들이 이쪽을 향해 쳐다보기 시작했다.

김병식과 이유나와 싸우던 고블린들도 싸우다 말고 우진에게로 향했다.


- 이게 무슨?

그런 시선을 보내는 김병식과 이유나에게 말했다.


“10분간 고블린은 제 명령을 따를 겁니다.”

우진은 그렇게 말하고선 폭주하기 시작하는 오크를 보았다.


[라이더의 통제에서 벗어난 오크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라이더가 죽고 나서부터 날뛰기 시작한 오크.

오크는 로비 한가운데에서 주먹과 나무몽둥이를 계속해서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만약 저기 다가간다면 한순간에 피떡이 되겠지.


‘괜찮다. 고블린은 많으니까.’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튀어나와 이제는 고블린의 파도라고 불러야 할 것들이 우진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진은 오크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잡아라.”


-케게겍 케에엑 케르르륵

-크우우우!


이에 맞서는 오크 또한 고블린들을 짓뭉개고 날렸다.

오크 한 마리를 고블린 열 마리로 상대할 수는 없다. 힘의 차이가 크기 때문.


‘그럼 백 마리도 그럴까?’


뿌우우우우─


이 순간에도 우진은 계속해서 나팔을 불며 고블린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김우진은 김병식과 이유나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왔다. 1층 로비에는 고블린들과 오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케게게게! -케르륵

초록 파도가 오크를 향해 몰아쳤다.


고블린들이 수없이 오크를 휘몰아쳤고, 할퀴고 깨물었다. 오크의 몽둥이에 뭉개지고 으스러지는 고블린이었지만.


투둑.


오크의 몸에도 점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물든 고블린의 피가 오크에게서 흘러나온 피에 점차 섞이기 시작했다. 우진은 검을 지휘봉 삼아 휘둘렀다. 그에 맞춰 고블린들은 오크의 공격을 피해 상처입혔다.


그리고 지휘를 시작한 지 10분이 다 되어갈 때쯤.


- 쿠으 쿠흐으


상처하나 제대로 못 낼 것 같았던 가죽이 어느새 너덜너덜해졌다.


김우진이 고블린들을 물리고 다가갔다. 오크가 비틀거리며 몽둥이를 쥐려고 손을 부들거리는 게 보였다.


휘청이는 오크가 우진에게 주먹을 내질렀지만, 처음에 비하면 느린 공격에 우진은 가볍게 피했다.




우진의 검이 고블린의 손톱에 헤집어진 오크의 살가죽을 뚫고 심장을 터트렸다.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120골드를 획둑했습니다.]

[클리어시간 11분 09초.]

[축하드립니다. ‘고블린라이더와 오크’를 최단시간 사냥에 갱신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구역이 개방됩니다.]


쿵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가는 오크. 그리고 그 뒤로

‘최단시간 클리어라···. 나쁘지 않군.’


엘더로드라는 생존게임은 무한경쟁을 부추긴다. 경쟁은 총 세 가지.

최초, 최단, 최강이다.


최초로 클리어하는가?

가장 빠르게 클리어하는가?

가장 강한가?


일전에 튜토리얼 최초 클리어, 그리고 이번에 달성한 최단시간 클리어.

이런 업적이 쌓일수록 최강에 가까워지리라.


‘이번에는 최초 클리어는 못했나 보군.’

최초의 업적은 다른 업적과 달리 한번 달성하면 뺏기지 않았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튜토리얼 때와는 상황도 달랐고, 보스룸 키를 얻지 못해서 시작을 늦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10분만에 클리어하는 최단 클리어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평균 클리어 시간이 3~40분이란 걸 감안한다면 최고의 효율이었으니까. 이것이 우진이 만들어낸 숨겨진 빌드였다.


[최단 클리어보상으로 골든 티켓이 지급됩니다.]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만족해하면서 우진은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고블린 지휘자의 시간이 종료됩니다.]


퍼석.


들고 있던 뿔피리가 금이 가며 부서졌다.

그리고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고블린들의 시선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을 바라보던 강아지에서 사냥감을 바라보는 사냥개처럼.


“유나씨, 병식아.”

둘을 부르자 끄덕이면서 우진이 있는 쪽으로 합류했다. 각자 무기와 방패들을 쥐면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보스를 최초로, 빠르게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최강이 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


최대한 많은 레벨업을 해나가는 것이다.


“사냥 시작이다.”


우진이 다가오는 고블린들에게 검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


* * *


무슨 말이 필요할까.


‘최고다.’


검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건 검이다. 하지만 김우진에게는 팔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팔이 없다면 명검이 아니라 나뭇가지도 휘두를 수 없었으니까.

새 팔이 생긴 김우진에게는 지금이 두 번째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다.


‘아직 감각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이 정도라도 충분해.’


한 번에 두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를 베어 죽인 김우진의 시야에 다시 한번 레벨 업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우진은 메시지도 무시한 채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오크를 사냥하는데 도와준 고블린들. 녀석들은 막대한 경험치가 되어 주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1시간내에 고블린을 100마리 처치하셨습니다. 칭호 고블린 슬레이어를 획득했습니다.

[칭호 : 고블린 슬레이어]

-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당신을 고블린들이 두려워하며 함부로 공격하지 못합니다.

- 근처 고블린들의 공격력 5% 감소, 고블린에게 선제 공격을 받지 않음.


“만족스럽군.”

아이템의 숨겨진 효과를 이용해 보스와 칭호작까지 끝냈다. 이것이 김우진이 만들었던 공략법.

김우진은 웃으며 얘기했지만, 주변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산처럼 쌓인 고블린 시체와 강처럼 흐르는 고블린의 피는 그야말로 고블린 지옥을 보여주었다.


“아니 형님은 안 힘드십니까?”


뒤에서 병식이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 시간 동안 해치운 고블린의 숫자가 몇인가? 팔만 들어도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데 저 말도 안되는 체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

이유나도 힘이 부치는지 말조차 하지 못하고 원망스러운 눈빛만 보냈다.


고블린들도 다 죽었는데 일단 휴식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시선에도 우진의 시선은 새롭게 열린 건물 정문에 향해있었다.


“바로 바깥으로 나가자.”

그 말을 들은 일행은 죽을 맛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전구역을 찾을 때까지 이곳은 쉼터가 되어야 해.’


시스템의 비호하에 습격을 받지 않는 안전쉼터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런만큼 생존자들이 모여서 쉴수 있는 이곳은 최대한 몬스터를 끌어들이지 않아야 했다.


“가자.”

“예 형님.”

“예···.”

어째선지 목소리가 축 늘어진 둘이었지만, 바깥을 나간다는 긴장감도 묻어있었다.


“아─.”


건물 밖을 나와 가려져 있던 시야가 넓어지자, 하루만에 뒤바뀐 세상의 문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쿠우우우우!


깨진 창문으로 계속해서 연기가 오르는 건물들과 휘어진 가로등. 부서지거나 나뒹구는 자동차들.

비행기 대신 날아다니는 와이번들의 발엔 고블린, 오크나 사람의 형체가 걸려있었다.


로비의 입구를 잡다한 물건으로 가린 우진은 병식과 유나를 데리고 주변 거리를 돌아다니며 안전지역을 찾아 나섰다.

수원역으로 향하는 입구는 푸른 빛에 둘러싸여 아직 들어갈 수 없도록 막혀있었고, 풀과 거대한 나무줄기에 뒤덮인 건물과 포장마차를 모아 움막을 지은 것처럼 둘러싸인 고블린들의 둥지도 보이기도 했다.

몇몇 건물들은 시스템에 의해 들어갈 수 없도록 파란 빛의 벽이 감싸있었다.

아직 내부의 사람들이 클리어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꼭 재난영화에서 보던 장면같아요. 가족들은 무사할까요···.”


거리의 수많은 시신들을 보아서일까. 유나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무사할 겁니다. 가족들도 유나씨가 무사하길 바랄 거에요.”


반파된 자동차 잔해를 치우며 도로를 나아간 우진이 말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진은 한 건물 앞에서 손을 들었다. 수신호에 맞춰 멈춘 둘이 우진에게 물었다.


“찾았습니다.”

“웬 가게입니까?”

“가게가 멀쩡하네요?”


운영중이라고 빛이 반짝이는 간판, 광이 도는 검은 인테리어의 가게는 부서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부서진 주변 가게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이 있었다.


‘롤랜드의 뽑기방.’


엘더월드의 유저라면 익숙한 상점. 그것이 우진의 눈앞에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2.03.15 66 0 -
공지 3월 첫째주 화요일과 토요일은 글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22.03.01 30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입니다. 22.02.21 243 0 -
30 30화 22.03.13 97 2 12쪽
29 29화 22.03.12 99 3 11쪽
28 28화 +1 22.03.11 123 5 11쪽
27 27화 22.03.10 123 4 11쪽
26 26화 22.03.08 144 6 11쪽
25 25화 22.03.04 153 5 12쪽
24 24화 22.03.04 160 9 12쪽
23 23화 22.03.03 189 8 13쪽
22 22화 22.03.01 202 8 15쪽
21 21화 22.02.28 210 6 13쪽
20 20화 22.02.27 224 8 13쪽
19 19화 22.02.26 241 10 12쪽
18 18화 +1 22.02.25 273 11 12쪽
17 17화 22.02.24 401 11 13쪽
16 16화 22.02.23 290 9 13쪽
15 15화 22.02.22 308 10 14쪽
14 14화 22.02.21 330 9 13쪽
13 13화 22.02.20 370 13 12쪽
12 12화 22.02.19 383 12 12쪽
11 11화 22.02.18 404 13 12쪽
10 10화 +3 22.02.17 467 15 15쪽
9 9화 22.02.16 450 16 14쪽
8 8화 +1 22.02.15 480 14 11쪽
7 7화 +1 22.02.14 501 16 14쪽
» 6화 22.02.13 544 14 12쪽
5 5화 +1 22.02.12 593 16 14쪽
4 4화 +1 22.02.11 640 17 11쪽
3 3화 +2 22.02.10 693 19 15쪽
2 2화 +2 22.02.09 733 21 9쪽
1 1화 +2 22.02.08 1,008 2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