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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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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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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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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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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DUMMY

코울피스를 잡고 난 뒤 부상자들을 챙겼다. 다행히 눈먼 공격에 맞은 몇몇 부상자만 있을 뿐 심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이만 가볼까 합니다.”

“···지금 말입니까?”


폐공장에서 돌아와 물자들을 정리하는 박종우에게 우진이 말했다.


“학생들도 구출했고, 이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끝난 것 같아서요. 수원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종우씨는 어떻게 할 겁니까?”

“계속 함께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죠. 로건과 상의해봤는데, 약탈자들이 공격한 생존자 무리를 규합해 보려 합니다.”


아쉬운 표정을 지은 박종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종우씨 성격이면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로건씨는 어디 있죠? 인사라도 할까 했는데.”

“글쎄요. 돌아온 뒤로 안 보이네요. 아, 참 그렇지. 이거 받으세요.”


어깨를 으쓱인 박종우가 인벤토리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건네받은 우진이 상자를 열어보니 식량이 들어있었다. 우진이 종우를 쳐다보자 부끄러운 듯 긁적이며 말했다.


“신세 진 것도 있는데 일단 뭐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고마워요. 잘 쓸게요.”


피식 웃음을 터트린 우진이 식량 박스를 챙겨 넣고 발걸음을 돌렸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도움을 받았던 학생들의 환대를 받으며 성균관대를 떠났다.


“잠깐만요!”


그때 뒤에서 달려오는 로건이 보였다.


“로건씨? 어디 갔었어요?”

“허억. 허억. 이걸 드리려고. 도서관 좀 갔다 왔습니다.”


흐르는 땀을 닦은 로건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붉은 표지에 말을 탄 기사 하나가 그려진 책이었다.


“아서왕 연대기?”

“호수 사건 때도 랜슬롯이 나오던 걸 보면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겁니다. 가져가십시오.”

‘이걸 찾느라 안 보였던 건가.’


자신을 위해 도서관을 뒤진 로건이 고마웠다.


“고마워요.”

“저야말로 더 크게 해드릴 게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고개를 크게 숙인 로건을 보며 웃은 우진은 악수를 마치고 학교를 떠났다.


이젠 진짜 떠날 시간이었다.



선로 앞에 다가가자 차오른 물에 다리를 집어넣은 병식이 기겁했다.


“으윽. 다 좋은데 이 물에 젖는 게 별롭니다.”

“우진씨 잠깐만요.”

“무슨 일이에요?”


우진을 붙잡은 이유나가 눈을 감으며 마나를 움직이자 물로 이루어진 작은 배가 떠올랐다. 적어도 우리 셋을 태울 순 있어 보였다.


“이걸 타죠.”

“누님 왜 빨리 안 써주시고···.”

“될지 안 될지는 몰랐거든요. 잘 되네요.”


바지가 젖어서 울상을 지은 병식을 지나쳐 보트에 올랐다.


“그래서 안탈 거야? 어두워지기 전에는 가야지.”

“···맞습니다. 형님.”


모두가 올라타자 출렁거린 보트는 물로 형태를 이뤘어도 마치 단단한 젤리처럼 우리를 붙잡아 주었다.


우우웅

유나의 마력과 함께 보트가 나아갔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보트는 이십 분 정도를 달리자 수위가 줄어들었다. 보트가 철로에 맞닿고, 안개로 가려졌던 물길 대신 철도길이 보였다.


“여기부턴 걸어가야겠네요.”


그리고 십오 분 정도를 걸어가자 수원역이 보였다.


“생각보다 금방 온 것 같습니다.”


보트 덕분이었는지 병식의 말대로 어느새 어두워진 철길 너머의 수원역의 횃불이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꽤 오랜만에 오는 것 같은 기분이야.”

“많은 소란이 있긴 했습니다.”

“둘 다 무슨 소리예요. 이제 삼일 정도 지났는데.”

“에이 누님. 그 정도면 오랜만 맞습니다.”

우진이 한 말에 병식이 낄낄거리며 맞장구쳤다. 이유나는 그런 그들을 타박했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수원역 철로로 다다를 무렵. 경계 중인 플레이어들이 멈춰 세웠다. 새로 합류한 플레이어인 듯 우진은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거기 잠시 대기. 새로 온 생존자들인 것 같은데. 어디서 왔지?”

“다른 생존자들도 대기 중이니 일단 저쪽에 서서 기다리도록.”


두 플레이어는 선로 안쪽의 줄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문제없는 플레이어인지 확인을 하는 듯 보였다.


그때 담당자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우리를 발견하고 아연실색이 되어 달려왔다.


“야 이 미친놈들이!”

“왜, 왜 그러세요?!”


두 플레이어의 뒤통수를 때린 담당자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새로 온 친구들이라 잘 몰라가지고.”

“아뇨 괜찮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 그보다 들어가도 될까요?”

“홍창민씨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저희끼리 갈게요.”


잠깐의 실랑이 끝에 우진파티는 수원역 안으로 들어갔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플레이어들이 당황했다.


“아니, 저분들이 누군데요?”

“하. 그분이잖아. 김우진 플레이어.”

“김우진? 김우진 플레이어요? 잠깐만···. 덩치 큰 해머를 든 플레이어에··· 검은 지팡이를 든 마법사···. 새하얀 검집을 든 검사까지.”


그들은 특징을 나열할 때마다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우리 진짜 잘못했구나!


한편 수원역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유나가 말했다.


“저희를 모르는 플레이어들도 있는걸 보니 수원역으로 생존자들이 잘 모이고 있는 것 같네요.”


수원역 안은 전등이 희미한 빛을 내며 어둠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구석에서 문서를 끄적이며 인상을 찌푸린 노인과 근육이 자리 잡은 중년을 볼 수 있었다. 우진 일행이 다가오자 그들은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왜 이리 늦게 오는 거야? 이 늙은이 죽으란 건가?”

“인마. 검은 또 언제 바꿨냐?”


둘 다 성격들은 여전하셨다.


우진은 피식 웃고선 둘의 대답에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던전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어서요. 좀 걸렸어요.”

“에잉 쯧. 왔으니 됐다. 밥은 먹었냐?”


속마음을 드러내는 데에 서투른 홍창민 영감,


“꼰대. 이 검이 뭔지 알아? 부러지지 않는 검이래.”

“뭣? 부러지지 않는 검? 잠깐 한번 만져보끄으으윽”


여전히 나와 검을 아끼는 이도진 관장. 참고로 이도진은 검자루를잡다가 검에서 올라온 결계에 감전된 듯 부르르 떨더니 쓰러졌다.


“그러고 보니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표정이 안좋아 보이던데.”


우진은 쓰러진 이도진을 무시한 채 홍창민에게 물었다.


“생존자들의 유입이 많아져서 말이다. 식량은 한정적이니 말이다.”


그 말에 우진일행을 막아서던 플레이어들이 떠올랐다. 확실히 처음 보는 듯한 플레이어들이 늘었다.


“식량이랑 인력문제인가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찌 해결은 하고 있다.”


홍창민이 수원역 정문을 바라보자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마침 수색을 다녀온 플레이어들이 식량을 가져왔다. 선두에 보이는 건···


한석규잖아?


“저놈이랑 제자들이 싸움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니면 수원역을 보수하던지. 적어도 밥만 축내는 사람들은 없어.”


몸을 움찔거리는 이도진이 바닥을 붙잡고 일어서고 있었다.


홍창민의 말에 수원역을 둘러보았다.


피범벅이 되어있던 수원역은 이제 초등학생이 될법한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모인 피난처가 되어있었다.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모여있었거나 새로 뭉친 사람들과 함께 무기를 정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수색을 갔다 온 플레이어들이 구한 식량을 배급받아 배를 채웠다.


각자 나름대로 멸망에서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 자네 덕분이야.”


우진의 옆으로 다가온 홍창민이 말했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았겠지.”

“전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 것뿐 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고.”


그렇게 말한 홍창민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커피 한잔을 들었다.


“자네도 마시겠나?”

“아뇨 괜찮아요. 잠깐 주위 좀 둘러볼게요.”


우진이 자리에서 벗어나자 뒤에서 기다리던 병식이 따라붙었다.


“넌 안 쉬어도 돼?”

“흐흐. 형님이랑 있으면 그게 힐링 아닙니까.”


옆에 나란히 선 병식이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만일 내가 그때 없었더라면, 그때 카페에서 이 녀석을 도와주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


“아, 그렇지 누님은 지금 수원역 정문으로 갔습니다.”

“유나씨? 정문은 왜?”

“그건 잘. 저는 형님한테 붙어 있어서···.”


잘 모르는 눈치인지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그런 것까지 알면 도사를 했겠지.


정문을 나서자 이유나가 보였다. 이유나는 배웠던 불마법으로 주위 경비들에게 횃불의 불을 살려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옆에는 인어의 물마법을 띄워 형태를 바꾸며 틈틈이 연습하고 있었다. 우리를 눈치챈 이유나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아뇨. 그냥 수원역을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확실히 많이 바뀌었죠?”


촛불을 놓았던 역은 어느새 작게나마 전기를 이용해 돌리고 있었다. 사람들도 어느새 더 많아졌다. 저 앞도 보수를 했는지 세 겹의 철조망이 보였다.


밖을 바라보던 중 이유나가 물었다.


“휴식은 하신 거에요?”

“네, 아뇨 아직···.”

“그러면 여기서 잠시 앉아서 쉬죠.”


이유나는 그렇게 말하곤 계단에 털썩 앉았다.


“뭐해요. 안 앉고.”


우진과 병식을 향해 째려보자 둘은 엉거주춤하게 계단에 앉았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코를 스쳤다.


“그거 알아요? 우진씨는 제대로 쉬는 걸 못 본 거 같아요.”

“제가요? 나름 잘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형님 쉬시는 모습은 저도 한 번도 못 본 것 같습니다.”


김병식과 이유나가 정색하며 부인했다.


내가 그 정도였나?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장 앞섰으니까요.”

“그게 형님 아니겠습니까.”


이유나가 대신 대답하듯 말했고 병식은 옆에서 추임새를 끼워 넣었다.


그런 시시콜콜한 잡담하는 동안 경계를 서는 플레이어들이 교대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햇빛에서 피어난 그림자가 어느 한 상가에 걸라며 입구가 부서진 카페가 보였다.


“저쪽에 카페. 거기네요.”


무릎을 끌어안은 이유나가 손으로 가리키며 덤덤하게 얘기했다.


“···형님이 없었으면 저 그때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병식이 왼팔을 만지작거리며 주억거렸다.

첫 번째 날 고블린들이 습격하던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공포에 질려있던 사람들도, 누워서 지켜보던 김병식도, 애써보려 창을 휘두르던 이유나도, 침착하게 검을 휘두르던 김우진까지.

첫날 보았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지금과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뭐 하고 싶어?”


문득 이 게임의 엔딩이 찾아온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글쎄요?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싶은데.”

“저는 치킨이 먹고 싶습니다. 형님은요?”


각자 자신다운 대답을 했다.


“나? 나는······.”


“다시 선수로 활동하고 싶네.”


그런 그들 앞에 새로운 시스템이 떠올랐다.


[두 번째 메인케스트가 시작됩니다]


“···준비해야겠군. 일어나자.”

“예, 형님.”


종말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죄송하게도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은 여기까지 연재입니다. 큰 생각 없이 시작해본 글이기에 미흡한 점도, 후회되는 점도 많습니다.


 30화까지만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잡아보았고 제 생각이랑 달라지는 내용에 괴리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서른 번을 거치며 즐거웠습니다. 

 더 좋은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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