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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69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3.12 23:55
조회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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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9화

DUMMY



“크윽.”


착지하자마자 발바닥에서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충격에 신음했다.

함부로 보여서는 안 될 빈틈. 하지만 괜찮았다.


떨그럭하고 뭉툭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뿔과 함께 뒤편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크아아악! 뿔이! 내 뿔이익! ”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며 피가 섞인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던 대량의 마기가 떨어져 나갔다.


꿀렁.


녀석의 손에 날렸던 검은 알은 어느새 바닥을 뒹굴었다.

스르륵 하고 알에서 뻗어 나온 검은 촉수는 남은 하나의 뿔을 삼키듯이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뿔··· 뿔만 되찾으면!”


녀석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뿔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젠장, 젠자아앙!”


바닥으로 연신 주먹을 내리친 녀석이 우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전과 다르게 위력의 차이는 성인 남성과 갓난아이의 수준.


뿔을 완전히 잃어버린 마족은 고유의 신체 외에는 아무 힘도 없었다.


오히려 제 발에 걸려 넘어진 녀석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우진은 뿔을 흡수한 알을 주워들었다.


[???이 일정 조건을 충족해 성장합니다. 일부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때마침 새롭게 갱신된 메시지에 나는 곧장 설명창을 열었다.


[???의 검은 송곳니]


1. 마기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2. 송곳니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습니다. 송곳니 형태에서는 흡수한 마기를 일부 전환해 응축된 독으로 정제할 수 있습니다.

3. 아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성장시키십시오.


“원본의 강화판인 건가···?”


검은 알의 명칭이 검은 송곳니로 바뀌었다. 곧장 송곳니의 형태로 바꾸자 검은 알은 형태가 점차 팔뚝만 한 검은색의 송곳니 형태가 되었다.


‘단검처럼 생겼군. 무기화라고 보면 되는 건가?’


이전과 같은 날카로운 날의 형태는 검과 비슷했고 굴곡진 뿌리 부분은 손잡이로 사용해도 될 정도였다.


시험 삼아 쥐어보니 그립감도 적당했다.


‘대 마기용 무기를 얻은 셈인가.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다니.’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한편 장광호는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김우진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김우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만약 길드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싹을 밟을 셈이었지만···.

녀석은 싹이 아니다. 오히려 나무에 가까웠다.


‘나무를 밟을 방법은 없다.’


장광호는 자신의 손에서 결정하기를 포기했다. 대신 모든 의욕을 잃은 듯한 코울피스를 보았다.


저 녀석을 잡는 거라면 문제없겠지.


‘보상을 얻고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을 한다.’


장광호가 그렇게 생각하고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툭. 어디선가 굴러온 뼛조각 하나가 장광호의 발을 건드렸다.


“······!”


그걸 본 순간 장광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내가 분명 히든 보스를 찾으면 연락하라고 하지 않았나? 장광호 팀장.”


잔해 너머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


변해버린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우진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아론다이트와 송곳니를 든 채로 경계했다.


그러자 지하 안쪽에서 튀어나온 한 여성이 보였다. 검은색의 로브로 가릴 수 없는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는 어느 누가 얘기하더라도 충분히 미인이라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눈가를 드리운 다크서클과 권태로운 듯한 무표정은 퇴폐적인 미를 불러왔다.


만약 이런 세상이 아니라면 김우진도 그녀를 보고 아름다움에 반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진은 최대한 경계했다.


‘분명 기척은 없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죄송합니다. 길드 마스터.”

“이 건에 대해서는 징계하겠습니다. 자세한 건 길드로 돌아가서 얘기하죠.”

“길드 마스터님. 이건─.”


쉬이익


순식간에 나타난 뼈로 이루어진 뱀이 장광호의 목을 감쌌다.


“···알겠습니다. 길드에서 뵙겠습니다.


변명하려던 장광호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뒤로 떠나갔다.


장광호가 밖으로 나가자 철수를 준비하는 화원 길드가 보였다.



‘네크로맨서. 게임 속 캐릭터 그대로 성장한 건가.’


화원 소속인 장광호가 길드 마스터라고 불렀으니 1위의 가시장미. 그 녀석임이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여자였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의외는 의외일 뿐 화원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상 그녀가 우진과 적대 관계일 것은 분명했다.


밖에서 철수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신경도 안 쓰는 듯 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이 한 건가요?”


가시장미가 코울피스이 머리를 가리키자 순식간에 조립된 뼈들이 코울피스를 구속해 얼굴을 위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정유라입니다. 길드 화원을 이끌고 있는 몸이죠. 먼저 이번 마족 공략에 힘써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내가 대답이 없자 경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적의가 없다는 의사를 보이며 고개를 꾸벅 숙이곤 인사했다.


“당신의 이름은?”

“김우진이다.”

“김우진씨 이야기는 몇 번 들었습니다. 블랙마켓, 수원역의 몬스터 웨이브 등등. 그런 건 신경 쓸 게 못 되죠. 그보단 저는 당신을 화원에 영입하고 싶습니다.”

“영입? 날?”

“네. 당신의 실력은 이미 다른 상위권 플레이어랑 비교해봐도 낮지 않아요. 오히려 높은 수준이죠.”


그렇게 말한 가시장미, 아니 정유라는 코울피스의 이마를 가리켰다.


“검으로 벤 흔적인데, 정말 깔끔하네요. 잘려 나간 단면이 어떤 결도 쪼개지지 않고 부드럽게 베어졌어요. 이런 경우는 두 가지죠. 베인 물건이 약하거나···.”


그녀는 잘려 나간 단면을 흘겨보곤 우진이 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베는 대상이 강하거나 말이죠.”

“······.”


우진은 정유라의 상황 파악 능력에 감탄했다. 뿔의 단면만 보고 검이나 자신의 강함이 있는 쪽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누군가의 아래에 들어가는 건 싫어서 말이야.”

“그래요? 아쉽네에.”


말과 다르게 한번 떠본 것일 뿐인지 흥미를 잃은 듯 우진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럼 이 녀석의 처분권이라도 사겠어요.”

“처분권?”

“일단은 당신이 잡으려고 한 거니까요. 전 이 녀석을 찾고 있었거든요. 대신 이걸 넘길게요.”


정유라는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나침반을 꺼내 흔들었다.


지난번 블랙마켓에서 보았던 나침반이었다.


‘저것만 있다면 세계수를 찾는 건 쉬운 일이겠지.’

“좋아.”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대신 조건이 하나 더 있어.”

“다른 조건이요?”


무뚝뚝하던 그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우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죽이지도 않은 보스인데 그대로 넘기는데 영웅 등급 아이템 하나면 수지타산이 안 맞지. 날로 먹으려는 건 저쪽이었다.


“다른 아이템을 더 넘겨. 아니면 내가 저 녀석을 죽이고.”

“저는 이 마족이 산 채로 필요하니 다른 걸 드리죠.”


뿔을 잃고 수준이 낮아진 녀석을 그렇게 원하는 거라면 수준을 높일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겠지. 예를 들면··· 코울피스의 잃어버린 뿔이라던가.


하지만 다른 한쪽 뿔이 없는 이상 원하는 걸 그대로 이루진 못할 거다.


“그쪽이 뭘 줄 수 있는데?”

“골드, 아이템, 정보. 어느 걸로 할래요?”


셋 중 하나만 고르라는 건가.


“정보로 하지. 던전 하나를 찾아줘.”


길드 화원을 구축했다는 건. 그 근처는 일대가 안정적이기도 하단 얘기지. 그만큼 정보를 취합하는 데 있어선 엘더넷에 의존하고 있는 수원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터였다.


“어떤 던전이죠?”

“기사의 무덤.”


그 말을 들은 정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유저였나 보네요? 좋아요. 찾는 대로 연락드리죠.”

“연락할 방법은 있나?”

“저희 쪽에서 먼저 접선하겠어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다른 랭커들은 정보를 알아도 몬스터들에게 죽어가던데 당신은 어떨지 기대되네요.”


기사의 무덤을 얘기한 순간부터 이미 들킬 건 알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다른 유저들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어디에 있든 알아서 연락해주겠다는 건가. 대단한 자신감이군.


정유라로부터 시계를 받고 나온 우진은 이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나기로 했다.


공장 지역을 나가자 애들이 보였다.


“형님,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오래 걸린 겁니까.”

“저희는 못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못 들어오다니?”


공장이 결계가 쳐있는 것도 아닐 텐데? 우진이 되묻자 이유나가 손가락으로 지붕을 가리켰다. 지붕 위에는 뼈로 이루어진 와이번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 여자가 들어간 이후로는 계속 저 자리에 있었습니다.”

“본 와이번인가.”


때마침 뒤이어 나온 정유라가 속박된 코울피스를 본 와이번의 입에 물렸다.


다시 한번 눈이 마주치자 눈인사를 한번 하더니 본 와이번에 올라타 날아갔다.


강한 돌풍과 함께 사라졌다.


얼굴을 때리고 사라진 바람이 흘러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행들이 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갑시다.”


* * *


용산역.


쿵 소리를 내며 본 와이번이 입에 물었던 코울피스를 뱉었다.


“흥미롭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이 먼저 객기부리다 죽던데. 김우진이라···.”


정유라는 쓰러진 코울피스를 발로 툭툭 찼다.


“···뭐냐 인간.”


코울피스는 김우진에 대한 원한이 흘러넘치듯 눈빛이 살벌했다.


아니. 눈빛만 살벌했다. 마기가 조금도 없는 코울피스는 가치가 없었으니까.


“하아. 고작 이런 반푼 얻자고 나침반을 넘긴 건 후회스럽네.”

“내가 누군지 알고─ 너 그걸 어디서.”


자신을 무시하는 여자에게 화를 내려던 코울피스의 눈이 흔들렸다.


날카롭게 각진 뿔. 잃어버린 자신의 뿔이 그녀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그걸 나에게 다오! 그걸 준다면 내가 너를 부하로···!”

“알아. 줄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정유라는 뿔을 던져주었다. 결박을 푼 코울피스가 귀하게 들더니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


스스스슥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합쳐지기 시작하는 뿔을 보고서 코울피스는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 김우진. 다시 네놈을 죽일 수 있겠···.”


하지만 녀석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바닥에서 솟아난 뼈의 창들이 머리와 심장부를 터트리며 즉사시켰다.


[권속으로 삼을 수 있는 몬스터입니다. 삼으시겠습니까?]


“언데드 라이징.”


그리고 살점이 녹아내리며 새하얀 해골만이 남아 일어났다.


딱따딱.


“으음. 남은 뿔 하나를 어디서 구해야 하려나···. 김우진이 가져간 건 틀림없는데. 찾아낼 방법이 없네.”


더 능력 있는 자를 보았기 때문일까. 코울피스의 강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가져버릴까?”


능력이 충분히 넘치는 그를 스켈레톤으로 아니 데스나이트로 만들어내면 어떨까.

그때를 위해선 김우진을 키워주어야겠지.


김우진을 떠올린 그녀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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