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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이 종말을 썰어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2.08 13:57
최근연재일 :
2022.03.13 23: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0,871
추천수 :
331
글자수 :
168,362

작성
22.02.23 01:00
조회
290
추천
9
글자
13쪽

16화

DUMMY

“끄윽. 끄어억. 살려, 끄으윽.”


우드드득!


고통과 함께 살이 씹히는 소리가 한 남성의 발아래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 kor – 4499 : 수원 상점 위치입니다. 다들 이쪽에 모이셔서 정비하고 함께 생존합시다. +5

┖kor – 2235 : 곧 근처에 도착하는데 이 근처에는 몬스터가 없나요?

┖kor – 2235 : 저기요? 제발 답장 좀 해주세요. 이 근처에 몬스터가 있습니다.

┖kor – 1688 : 윗분 어떻게 된 건가요? 저도 가고 있습니다.

┖kor – 5005 : 저도 가는 중입니다.

┖kor – 5005 : 여기 이 괴물들은 뭡니까!? 작성자분은 어디 있어요??



“아이 씨. 이거 댓글은 삭제 해야 하잖아. 하여간 도움이 안 돼요. 도움이.”


핸드폰을 조작해 댓글을 삭제한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불만을 토로하면서 남자는 죽어가는 플레이어들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플레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160골드를 획득합니다.]

[플레이어를 처치했습니다. 1330골드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 정말 좋아. 보물이 따로 없단 말야. 이제 저 놈들만 잡으면 퀘스트가 끝날텐데.”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군인들을 바라봤다. 좀비들을 막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지만···


“뭐 그것도 금방이지.”


좀비에게 덮쳐져 죽어가는 생존자들을 상상한 그는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줄 수 있었다.


그럴진데···


[당신은 사냥감입니다. 먹이의 공포가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신체능력이 하락합니다.]

“?”

[불의의 기습에 당했습니다. 블랙 쉴드가 단 한번 공격을 막아줍니다.]

“!”


무언가를 튕겨내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마자 피했다.


흰색의 도신이 눈에 띄는 검을 들고 있는 한 남자.


“야, 4499. 너지?”

“······.”


언제 이곳에 온거지?


좀비들의 눈을 피해 뒤를 친 것을 보면 암살자가 틀림없었다.



[크람손이 이 대결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넌 잘못 걸렸어. 암살자면 한 방에 죽였어야지.’


입꼬리를 호선으로 그리자, 녀석은 한번더 단검을 던져왔다.

주변의 좀비들을 불러 막은 남자는 자신만만했다.


과연 암살자가 좀비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좀비들이 검을 든 사내를 향해 쇄도했다.


* * *


우진은 검은 로브가 소환한 좀비들을 보았다.


‘총 10마리인가. 이 정도는 충분하지.’


본능도 없이 물어뜯으려 달려오는 좀비들을 50마리나 상대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힘들었다. 하지만 10마리 정도라면?



달려오는 좀비 한 마리의 다리를 날려버린 우진이 뒤이어 오는 좀비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좀비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썩어 문드러진 살점은 쉽게 부스러졌다.


검은 로브가 지팡이를 들자 끝에서 튀어나온 검은 실은 좀비들의 등에 꽂히더니 녀석의 조종을 받기 시작하며 움직임이 달라졌다.

‘마리오네트 스킬인가? 근데 생각보다 형편없군.’


단순히 달려오던 좀비들은 나름대로 검을 피하며 손으로 할퀴려 했다.


하지만 우진의 시야에서 보이는 좀비들의 움직임은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가만히 두는 것이 나을 정도.


앞으로 덮치는 척 옆의 벽으로 달라붙으려는 좀비의 궤적을 읽은 우진은 상반신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나머지 좀비들 또한 몇 번의 손짓으로 베어버렸다.


독사의 송곳니에 묻은 찐득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탐식이 좀비의 민첩성을 뺏어옵니다. 민첩 0.1]

[동화율이 미약하게 상승합니다.]


‘이거 소환물에도 적용이 된다고?’


괜찮은 정보였지만 우진은 여유롭다고 방심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소환되는 좀비들은 우진을 향해 몰려왔지만

좁은 골목의 특성상 다가오는 좀비들만 쉽게 베어내며 점점 검은 로브와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제, 젠장! 뭐하는 놈이야!”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하자 녀석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나왔다.


파지직


마력도 거의 다 떨어졌는지 지팡이와 연결된 검은 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나가리다. 차라리 도망을 가야해!’


검은 로브는 사용 중인 모든 마법을 끊어버리곤 새로운 마법 하나를 전개했다.


곧이어




황금빛 잔상이 일어나더니 사라졌다.


서걱


[탐식이 좀비의··· ]


“블링크인가?”


녀석은 좀비들을 버려둔 채로 도망갔다. 이 근처의 건물로 숨어들어 다시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만···


“쓸데없는 발악이지.”


우진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우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피 냄새가 코 끝을 간질였다.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붉게 선을 그린 안개가 한 상가의 입구를 가리켰다.


우진은 담장과 벽에 달린 파이프를 몇 번 밟고 순식간에 2층의 창가로 몸을 날렸다.


와장창!


“너! 여길 어떻게···!”


놀라는 검은 로브의 눈동자가 커졌다. 우진을 본 녀석은 뒷걸음질 치며 뒤로 달려나가려 했지만,


서걱


“크아아악!”


녀석의 눈이 깜빡이기도 전에 발목이 잘려나갔다.

지팡이를 들려했지만 뒤이어 팔도 떨어져나갔다.


손과 발이 잘려나간 녀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


[크람손이 당신의 승리에 만족합니다.]

[크람손이 당신에게 패배자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거절한다.”


우진은 처음부터 녀석의 명령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크람손은 커다란 보상으로 플레이어를 유혹하는 존재였다. 보상을 따라 계속 움직이다가는 그대로 마에 먹히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거기에 우진은 수원역의 참상을 잊지 않았다. 수원역이 아니더라도 곳곳을 돌아다니는 녀석은 이보다 더한 일을 만들어낸 원흉이었다. 그런 녀석의 부하로 들어간다?


“꺼져. 너도 내가 죽일 거다.”

- 이거 재미있군.

“!”


대답은 시스템이 아닌 쓰러져있는 검은 로브에게서 들려왔다.

눈에서 검보랏빛이 흘러나오며 이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람손이냐?”

- 벌써 알아보았나. 적당한 장기말 후보인줄 알았는데 거친 녀석이었군.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네 녀석의 행보가 궁금하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지켜보─


우진은 녀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목을 날려버렸다.


[크람손이 당신의 결정에 실망합니다.]


동시에 새롭게 떠오른 붉은 색 메시지 창


[특수 퀘스트 : 표적]


- 망자들의 왕 크람손은 당신의 결정에 실망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이라는 흔적을 대륙 위에서 지워버리려 합니다.

- 몬스터 웨이브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살아남으십시오.


우진은 점멸하는 메시지를 무시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탐식의 구슬의 동화율이 미약하게 증가합니다. 현재 0.05%]

[탐식의 구슬이 플레이어 ‘민경훈’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메시지와 동시에 검은 로브의 시체가 검게 녹아내렸다.


그리고

[탐식의 구슬에 첫 번째 스킬이 각인됩니다.]

[탐식의 구슬에 스킬 : 블링크가 귀속됩니다.]


현재 구슬과의 동기화가 매우 낮습니다. 기술이 격하합니다.


[블링크(격하)]

- 10cm 이내의 범위로 순간이동 할 수 있습니다.

최대 충전 횟수 1회


우진의 눈이 커졌다.


“이걸 얻을 수 있다고···?”


마법사들의 이동기중 하나인 블링크. 그리고 그 스킬은 체력이 약한 마법사들의 밥줄이나 다름없었다.


“한 번 시험해볼까?”


현재 우진이 있는 곳은 2층의 창가. 연습 삼아 블링크를 발동하자 시야가 반으로 접히듯 다가오며 어느새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대박이군.”


매우 짧은 거리지만 잠깐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우진의 머릿속에서는 무궁무진한 검로가 피어올랐다.



“참 이럴 때가 아니지.”


창가에서 뛰어내린 우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스슥


좀비들은 점점 기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점차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주인을 잃은 소환수들의 최후였다.


* * *


- 끄억! 끄어얶!

- 꺼으윽 캬흐으윽


우진이 떠나고 난 뒤의 성벽은 매우 치열했다.


좀비들과 싸우는 병사들은 이미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고, 자신만만하던 거한과 불을 다루는 여자도 점차 힘들어하는 기색이 눈에 띄었다.


“여기 까진가.”


누적된 충격에도 꿈쩍도 않는 성벽을 밟아가며 싸워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천중사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렸다.


자신이 죽이고 오겠다던 남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얼마 가지도 못하고 죽은 것이겠지.


“제길. 그런 사탕발림에 넘어가선···!”

“형님은 무조건 해냅니다.”


천중사는 거친 숨을 내쉬는 남자를 보았다. 팔이 부들부들 거리는 데도 꽉 쥔 철퇴를 기어오는 좀비들을 향해 내려쳤다.


“반드시 해내는 남자입니다.”


그런 남자의 눈에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좀비들의 상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 꺼으윽

- 키햐아악


시체들을 기어 밟고 올라오던 녀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처럼 바싹 말라가더니 곧장 부스러졌다.


동시에 성벽의 모두에게 퀘스트 완료창이 떠올랐다.


[감염 통제 – 성공]

그리고 레벨 업 메시지와 함께 좀비가 사라졌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다.


“말도 안돼···. 정말 그 사람이 해냈단 말야?”

“살았다! 살았어!”

병사들은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질렀다.


“내가 말했지 않습니까. 형님은 반드시 해낸다고.”


씨익 웃는 남자, 병식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인형에게 소리쳤다.


“형니이임!”


어둠에 잘 보이지도 않는 인형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파앙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며 김우진이 성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크하하, 역시 형님입니다. 어라?”


지난번처럼 와락 껴안으려는 병식의 팔이 허전했다. 황금빛으로 반짝인 우진이 바로 옆에 서있었다.

“방금 그 기술은 뭐에요? 마법?”


마법을 다루게 되어서일까? 우진의 기술에 흥미를 가진 이유나였다.


“새로 배운 스킬이에요. 블링크라는 마법인데 어쩌다 보니 배웠네요.”

“마법이요? 우진씨도 배울 수 있었어요?”

“누님. 형님을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형님은 뭐든 가능합니다.”


우진을 거의 숭배하듯이 믿고 있는 병식이 이유나에게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저 녀석이야. 말로 진짜 사이비가 아닐까?’


우진교를 믿고 있는 병식의 말을 무시한 김우진은 마저 설명했다.


퀘스트가 얻어준 보상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도중. 천중사가 다가왔다.


“정말 해낼 줄은 몰랐는데. 대단하군요.”

“버텨주신 덕분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희는 내일 날이 밝자마자 부대로 복귀하려고 합니다.”

“글쎄요···. 계획을 좀 세워봐야겠습니다.”


현재 김우진은 몬스터 웨이브의 표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역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우진의 그런 고민은 다음 날 빠르게 해결되었다.


부르르릉


바리게이트로 설치해놓았던 군용트럭의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천중사님? 다행히 아직 움직입니다.”

“다행이네. 그 거리를 다시 걸어가려면 꽤 걸렸을 텐데.”


구겨진 범퍼를 조금씩 피면서 수리하던 천중사가 웃었다.


“고철더미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게 작동합니까?”

“우진씨 원래 군인은 저런 걸 잘해요?”

“군인들만의 특수 기술이죠.”


바리게이트로 활용하며 좀비들이 두들겨 고장 난 자동차가 천중사가 몇 번 건드리니 다시 살아났다.


“지금도 작동할지 모르겠네.”


그러더니 트럭 한구석에 있는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훅 훅 통신보안. 여기는 경비소대. 들리십니까?”

“지난 번도 안 받았다고 했죠?”


우진은 천중사의 옆에 서서 무전을 확인했다.

대답 대신 끄덕이는 천중사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삐──


- 여······ 본부. 들······십···까?


그 순간 무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통신보안, 통신보안!”


하지만 무전기가 파손되어서인지 원활하게 통신이 되지는 않았다.

- ···본부. 여기··· 드래곤이···


우진의 귀는 확실하게 들었다.


‘분명 드래곤이라고 했지?’


활로를 찾았다.


“천중사님?”

“예?”


우진은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최강이라고도 불리는 몬스터이자, 아군을 비호하는 NPC가 있는 곳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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