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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푸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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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높푸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2
최근연재일 :
2022.06.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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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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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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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지렛대

DUMMY

26. 지렛대


“내 말대로 해. 현우야.”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내외가 바라는 것이 뭐가 있겠니? 너희들 잘되고 그 연놈들이 죄값을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해. 더 바랄 것이 없어.”


아버지와의 실랑이가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지분 정리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제 미국 뉴욕 맨해튼에 도착했다.

이곳에 아버지의 지인이 금융 전문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메카라고 불리는 월가에서 활동하는 만큼 실력은 출중한 사람이었다.

문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는 건데 그건 사진으로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와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가 찍힌 것이다.


문제는 지분 문제.


아버지는 지분을 소유하길 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생각이 같으시단다.


“우리 내외 죽고 나면 문제만 복잡해진다. 얼굴도 모르는 사촌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할 거야.”


“그래도 단 1%라도 가지셔야죠. 복권 당첨금도 받지 않으셨잖아요. 10%는 받기로 하셨으면서.”


“증여세다 뭐다 머리만 아프다. 이유 없이 왜 돈을 쪼개. 그것처럼 어리석은 것이 없는 거야. 믿을 수만 있다면 돈은 한 곳에서 운용하는 것이 좋아. 여기저기 쪼개면 비용만 커져서 좋을 거 없어.”


“분산 투자는 늘 강조하셨잖아요?”

“그건 전혀 다른 문제지. 내 말은 운용의 묘를 말하는 거야. 지나치게 큰 덩어리가 되기 전까지는 한 곳에서 불리는 것이 좋아. 그래야 덩치를 불리기 좋은 법이야.”


아버지는 단 1%의 지분도 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제 능력은 형이···.”

“아니! 현우 네 것이다. 네 능력이야!”


아버지께서 선언하듯 하신 말씀이었다.


“그리고 네 능력으로 불릴 돈이니 네 것이어야 해. 온전히! 그것이 은근히 중요한 법이다. 집을 다 지어놓고 지붕 공사가 잘못되면 그 건물은 쓸 수 없다. 회사도 마찬가지야. 다 잘······.”


지분을 나누는 것을 지붕이 새는 것에 비유하는 아버지.


합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절대로 지분을 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


“선심 쓰듯 지분을 나누어 주려고 하면 절대로 안 돼. 그건 평상시의 나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그건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잘 기억해둬라. 현우야.”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난 뭐라도 더 드리고 싶었다.


“일한 만큼 받았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거다. 과하면 헛된 욕심만 들어차게 돼.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야.”


아버지의 지인은 우리에게 각종 서류를 가져다주고 충분히 설명한 후 자리를 비운 상태.

지분 등의 민감한 사항을 이야기해야 하니 자리를 비워 준 것이다.


워낙 바쁜 사람이기도 하고···.


“그럼 우리···.”

“지분은 나누지 말라니까. 100% 자기 지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아니? 그건 절대로 욕심이 아니다. 내가 현역에 있을 때 많은 사람을 접했는데 말이다. 그 사람들 중······.”


아버지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버지가 아는 기업인 중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기업인이 100% 자기 지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100% 자기 지분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너도 알지?”

“조금 짐작할 뿐이에요.”


경영대에서 1년 배우기는 했지만 교양 과목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난 사시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법학 과목을 주로 들었다.


전공 필수는 피할 수 없었지만 1학년이어서 한 학기에 한 과목씩만 전공 필수였다.


그러니 이런 건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훨씬 많았다.


“사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 100% 자기 지분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걸 유지하는 것은 몇 배는 더 힘들다. 투자를 유치해야 할 때도 있고 기술을 확보해야 할 때도 있거든. 유통을 위한 협업을 위해 서로의 지분을 몇 %씩 맞교환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차근한 설명.

지금 이 순간을 자본 사관학교의 확장판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가장 좋은 가르침의 기회로 삼으시려고 마음을 먹으신 것이다.


아버지가 접한 기업인들의 실례를 들어가며 하는 설명이라 그 어느 때보다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


뭐든 제대로 배우려면 직접 해보라고 하더니 옛말 그른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미국에 법인을 세우려는 지금 아버지의 말씀은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이해도 잘 되고.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지분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그래서 지분을 지켜야 하는 거다. 총알이나 다름없으니까. 최후에 사용할 총알. 사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지분을 나누어주는 거야. 다른 것으로 할 수 있다면 누구도 지분은 나누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알겠어요. 그럼 ‘제임스 리’에게도 지분을 나눠주지 말라는 말씀이죠?”

“내가 미리 말해뒀다. 그 사람도 일한 만큼만 받으려고 할 거야. 실질적으로는 네가 하는 거잖니. 당장은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우리는 미국에 투자 법인을 세울 참이다.

로또 당첨금 중 일부로 세우는 법인.


처음은 작게 시작하지만 금세 성장하게 될 것이다.


* *


“속행으로 처리하느라고 비용이 조금 더 들었습니다.”


우리의 일 처리를 도와준 제임스 리가 하는 말이었다.


“고맙네.”

“고맙기는요.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만든 법인 ‘위즈덤’입니다. 법인명답게 지혜롭게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자네가 도와줄 일이 많아.”

“당연히 도와야죠. 여기 일은 제가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용과 월급 청구도 따박따박 할 겁니다. 하하!”


핸드폰을 가볍게 흔들며 하는 말이었다.

금융 전문가이자 변호사답게 그의 몸값은 비쌌다.


10분 단위로 체크해서 그에 합당한 월급을 청구한다고 한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십시오. 그럼 언제든 친절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직접 증권회사에 전화하셔도 되고요.”


투자 법인을 이곳에 세우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한국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인터넷이 있으니 당장은 굳이 이곳에 직원을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 주식 시장이 우리 시간으로는 저녁에 열려 밤잠을 좀 빼앗길 수는 있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제가 알려드린 사이트 메모 잘하셨죠? 선배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현역에서 물러난 지 15년이 넘었어. 이제 퇴물이지. 자네가 많이 도와주게.”


“하지 않아서 그렇지 금방 감을 잡으실 겁니다. 여기 ‘핀비즈’라든가 ‘CNBC’ 등을 확인하면 정보도 많이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유료 서비스를 받으면 더 좋은 정보를 볼 수 있지.”

“맞습니다. 비용도 많지 않으니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영어로만 제공되는 자료가 대부분이지만 조금 보다 보면 금세 익숙해질 겁니다.”


제임스 리는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금세 일어날 것처럼 하더니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었다.


한국인은 오랜만이라며 지난 일주일동안 유난히 행복해하던 사람이다.


* *


“아버지께서 많이 도와주셔야겠어요. 많이 낯설어요.”

“다 알아들었으면서 뭘.”


이곳에 세운 법인의 이름은 ‘위즈덤’.


내 이름과 형의 이름인 ‘현우’가 연상되는 단어를 골라 법인 이름으로 정했다.

법인을 설립하며 법인 주소는 우선 제임스 리의 사무실로 해두었다.


우선은 주식 투자를 주로 하는 법인이라 사무실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형식적으로라도 주소지가 있어야 한단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제임스 리의 사무실.

그가 흔쾌히 허락했지만 그에 따른 추가 비용도 제공하기로 했다.


그곳으로 각종 서류나 우편이 올 수도 있으니···.


법인을 세우고 난 이후 남은 돈은 모조리 은행을 통해 주식 계좌로 넘겨졌다.

주식 계좌를 통해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다.


이 일은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인터넷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거니 아버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럼 오늘 밤부터 시작해볼까요?”


“정보가 있으면 바로 시작해야지. 익숙해지게 사이트를 좀 보고 있을까?”


인터넷에 접속하고 법인 아이디와 비번을 찍고 증권회사 사이트에 들어갔다.

당장 개설해둔 증권회사는 다섯 곳!


금액도 똑같이 나누어둔 상태다.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 재밌어요.”


우리 주식 시장에서는 흑자가 붉은색, 적자가 푸른색인데 미국은 반대다.


우린 퍼렇게 주식 시장이 멍이 든 날은 울상인데 이곳은 퍼렇게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설명했던 것 같은데?”

“몇 번이고 설명하셨죠. 하지만 제 돈이 들어간 상태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네요.”


“네 돈이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네 돈이 아니다. 법인에 들어간 순간 개인 돈처럼 사용하면 안 돼.”


“알겠어요.”

“편하게 쓸 돈 정도는 따로 투자하면 좋지. 너무 규모는 크지 않게.”


“명심할게요.”


아버지는 내가 놓치기 쉬운 것들을 이렇게 설명해주시곤 했다.

사실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미국에 투자 법인을 세우는 것은 몇 년 후의 일이 됐을 것이다.



“왜요?”


한참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는데 아버지의 시선이 느껴졌다.


“신기해서.”

“뭐가요?”


미국에 함께 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시는 건가?


“사람들의 시선 느끼지 못했어?”

“시선요?”


“그래. 시선.”

“한국에서 익숙해져서 별스럽지도 않아요. 그래도 여긴 덜 쳐다보던데요.”


“이런 말하면 네가 기분 나쁠지 모르겠다만 이상해.”


아버지께서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요?”

“난 네가 미국에 와 있으면 평범하게 보일줄 알았다.”


“평범하지 않았어요? 별스럽지도 않았잖아요?”

“별스럽다고 표현하면 안 되지. 특별하다고 해야지. 넌 특별한 거야.”


외모를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곳에 와 있으니까 별종으로 보이지는 않죠?”

“이상해. 한국에서 봤을 때와 비슷해. 이곳 사람들과도 다른 것 같거든.”


이미 서울에서 몇 번 느낀 것이어서 난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 외모는 조금 유별나다.

언 듯 보면 서양인과의 혼혈로도 보인다.


평상시에는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로 보이지만 햇볕을 받으면 각도에 따라 푸르게 보인단다.


피부색도 마찬가지다.

유난히 흰 피부.


서양인에 가깝지만 내가 본 어떤 서양인도 나와 비슷한 피부를 가진 사람은 없다.


이런 이유로 어릴 때 틔기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


“혼혈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동양인도 아니고 서양인도 아닌 느낌. 그렇다고 섞인 것 같지도 않거든. 애들 말대로 신기해.”


“기록조차 없어서 더 신기하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많이 극복했구나. 예전에는 이런 말 꺼낼 수도 없었는데···.”

“그땐 고통이었으니까요. 두 분을 만나고 제 인생이 바뀌었죠. 두 분이 아니었으면 비뚤어졌을 거예요.”


“아니. 넌 비뚤어지지 않았을 거다. 몸부림치고 있었잖니. 어떻게든 해답을 찾으려고. 네 몸부림이 널 구원한 거야. 우리의 도움은 지렛대 정도에 불과해.”


“최고의 지렛대죠. 두 분은.”


인생에서 좋은 지렛대를 만나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있을까?


“앞으로는 네가 아이들에게 그 역할을 해줘야지.”

“그래야죠. 한국의 지부 설립도 바로 되는 거죠?”


“이 서류들을 제출하면 큰 문제는 없다. 투자 회사지만 외부 투자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금세 처리될 거다. 아마 한국이 이런 처리는 더 빠를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할 일은 많았다.


그 일들은 미국 법인이 한국으로 투자하는 식으로 운용할 생각이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원래도 이런 생각을 했지만 현우 형을 죽인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했고 이것도 그 대비 중 하나였다.


제임스 리가 꼼꼼하게 준비해준 서류는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나 필요한 것이고 우리는 다시 미국 주식 시장 조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


“저 사람이다.”


아버지가 가리킨 사람은 가장 약한 고리 윤상근이다.


40대 중반의 성공한 남자.

멋진 슈트를 입고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사람은 절대로 살인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많이 달라졌네.”


아버지가 윤상근을 보고 한 말씀이었다.

지난번 성만 전자 사장을 봤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아버지의 손이 떨리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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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재미있게 노는구나! 22.05.31 247 25 12쪽
20 정확한 잣대 +4 22.05.29 276 27 13쪽
19 마름 22.05.28 268 29 13쪽
18 천둥벌거숭이 22.05.27 280 29 13쪽
17 마음의 거리 +4 22.05.26 280 24 14쪽
16 친구 +4 22.05.25 294 30 14쪽
15 욕심을 좀 내보려고요. 22.05.24 293 28 13쪽
14 얼마나 믿으세요? +2 22.05.23 296 28 13쪽
13 치기 어린 일탈? 22.05.22 301 30 13쪽
12 첫 행보 22.05.21 303 24 14쪽
11 승리한 마법사 22.05.20 328 24 12쪽
10 운명 22.05.19 331 30 14쪽
9 승리자다아아아! 22.05.19 367 27 13쪽
8 증거 나왔어. 22.05.17 377 25 14쪽
7 무임승차 +2 22.05.16 388 29 14쪽
6 성장하는 능력 22.05.15 408 32 14쪽
5 여전사 22.05.14 459 30 14쪽
4 이상한 사진 22.05.13 522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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