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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푸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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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높푸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2
최근연재일 :
2022.06.08 00:03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9,961
추천수 :
823
글자수 :
168,559

작성
22.05.31 00:01
조회
247
추천
25
글자
12쪽

재미있게 노는구나!

DUMMY

21. 재미있게 노는구나!


“강 형사. 오늘 크리스마스야. 오늘 꼭 이래야겠나?”

“저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럽니까? 원장님 거 말씀 이상하게 하시네.”


“우리 수길이 그런 애 아이야.”


어른들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라고 아침부터 잔뜩 신이 나서 보육원 마당을 운동장 삼아 뛰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머리맡에 선물들이 하나씩 더 놓여있어서 더 신이 난 아이들.


아침에 준 선물은 로또를 사러 갔을 때 미령 시내에서 사 온 것이다.


“원장님. 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수길이 놈과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오늘 크리스마슨데.”

“크리스마스가 밥 먹여 줍니까? 이런 날 애들과 보내지 못하고 출근하는 저의 고충도 생각해주셔야죠.”


그렇게 말하며 비릿하게 웃는 강 형사.

강 형사 옆의 젊은 형사는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

“어. 현우야.”


“이렇게 큰 원생까지 끼고 사는 것을 보니 소문대로 원장님이 부자인 모양입니다.”


강 형사가 비아냥거렸다.


“수길이를 보러 왔다고 하는데···.”

“보러 온 것이 아니고 잡으러 왔습니다. 그놈이 아주 질 나쁜 짓을 저질렀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보호처분 넉넉하게 받게 해주겠습니다.”


판사나 할 법한 말을 늘어놓는 강 형사.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런 놈은 믿지 않는 것이···.”

“무슨 일입니까?”


차가운 나의 목소리에 눈꼬리가 올라가는 강 형사.


“한국대 입학했다더니 세상이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야.”


강 형사가 느릿한 말투로 속을 긁었다.


“성함이 강···?”

“뭐?”


“제가 어디서 나온 누구신지 듣지 못했습니다. 임의 동행인지 아니면···.”

“좀 배웠다 이거냐?”


“강 형사. 왜 이러나? 현우야 너도 가만있어.”

“훗! 아주 웃기지도 않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수길이 놈 어딨습니까? 밖에는 보이지 않던데. 제가 여기 좀 봐도 되겠죠? 구석구석. 아! 영장 가지고 와야 하나? 후훗!”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는 강 형사.

거절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안 되겠네.”


아버지가 강 형사의 팔을 잡으며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강 형사의 눈이 팍 올라갔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저는 분명 수길이의 범죄 혐의를 고지했습니다.”

“나는 그런 서류를 본 적 없네. 추측일 뿐이라는 자네의 말을 들었을 뿐이지.”


아버지는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만한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보육원과 자본 사관학교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장을 가지고 오면 피곤해지실 텐데요?”

“영장이 발급될 거라고 생각하나?”


수길이는 미성년자였다.

어지간한 일로 보육시설에 영장이 발급될 리 없었다.


“이이! 원장님!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우리 서(署)로 들어오는 민원만 몇 건이더라? 건건이 문제 삼아볼까요? 피곤해져야 협조를 좀 하시려나?”


우리를 쫓아내고 싶은 아파트 주민들의 행패 중 하나가 잦은 민원제기였다.

말도 안 되는 민원까지 넣어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못 버티고 나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


“자네 사람이 어찌 이리 변했나? 내가 처음 자네를 봤을 때는···.”


팡아아아앙!


강 형사가 손바닥으로 문을 강하게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개좆같은 소리 할 거면 입닥쳐! 경찰이 만만해 보여! 만만해 보이냐고?”


강 형사의 소리에 조용해지는 보육원.


코를 씩씩 불며 원장님을 노려보는 강 형사!

아버지도 지지 않고 그런 강 형사를 마주 쳐다보았다.


“어지간히 까부십시오. 여기저기 미운털이 박히지 않은 곳이 없던데 이거 명을 재촉하는 겁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요. 흣!”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강 형사.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최대한 빨리 영장 가지고 오겠습니다. 수색 영장과 체포 영장까지. 하는 김에 보육원에 들어온 민원까지 뭉뚱그려서 처리하겠습니다. 사무실까지 탈탈 털릴 각오하시라는 말입니다. 부지런히 서류 작업하셔야겠네. 후훗! 그리고 너도 어지간히 까불어라. 가자!”


사채업자도 이렇게 고객을 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죽거리는 말투로 제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돌아서는 강 형사.


그런 강 형사와 우리 눈치를 보더니 아버지께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강 형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젊은 형사.


“빨리 문 열어. 그 새끼 약수터에서 자주 놀더라.”


일부러 목청을 높이는 강 형사와 그런 강 형사의 기세에 눌려 타고 온 차를 향해 달리는 젊은 형사.


찰칵! 찰칵! 찰칵! 차차찰칵!


그런 그들을 향해 나의 카메라가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했다.


하지만 그 직후.

아버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버···.”

“조심해라. 저런 놈에게 관심 끌려서 좋을 일 없다.”


자신들의 차에 타고서는 이쪽을 흘긋 쳐다보는 강 형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거칠게 보육원을 벗어나는 그들.


“무슨 일로 왔대요? 수길이를 들먹이는 것 같던데.”

“성희롱으로 보일 만한 사진을 가지고 왔더라. 그런 사진이 몇 장 더 있대. 거기 음악 연습실에서 찍은 것 같은데···. 연출된 것으로 보였어.”


“그놈들을 가만두면 안 되겠네요.”

“그래야지. 그런데 쉽지는 않을 거다.”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하시는 말씀이었다.

아버지는 결코 부정적인 분이 아니다.


그런데 수길이와 얽힌 일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았다.


“형 사건과 흡사해서 조심스러우신 거죠?”

“공교롭게도 그렇구나. 얽힌 부모들의 직업들이 흡사해.”


“포기하실 거예요?”

“포기? 절대로 안 되지.”


수길이를 괴롭히는 녀석들은 악질적이다.

힘없고 여린 녀석들만을 골라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지금도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강 형사가 가지고 온 사진들을 미리 찍어서 반항조차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지트를 이용해서 온갖 나쁜 짓까지 일삼고 있고···.


이미 수길이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수길이는요?”

“아침부터 안 보이더라. 집에 있으라고 말했는데···.”


“제가 찾아볼게요. 들어가 계세요.”

“나도 같이 찾아야지. 저런 말까지 들었으면 겁이 많이 났을 거야. 수길이 녀석 은근히 여려. 겁도 많고.”


“제대로 살아보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았는데 하필 이럴 때에···.”


며칠 전 경찰서를 다녀오고 태연한 척했지만 은근히 걱정하던 수길이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도둑으로 몰렸으니···.

더구나 금은방을 털었다고 하니 답답할 수밖에!


“증거를 제출한 것은 알고 있죠?”

“알고 있지. 수길이에게도 보여줬잖니.”


“며칠 사이에 수길이를 모함하는 일이 반복되네요. 혹시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까요?”


“누구? 그놈들이 괴롭힌다는 애들?”

“예. 수길이만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잖아요.”


“수길이가 본보기였을 수도 있지. 어쨌든 알아봐야겠다. 수길이도 찾아봐야겠고.”


* *


끝내 아버지와 함께 보육원에서 나왔다.

그리고 수길이가 갈 만한 곳을 찾았지만 수길이는 도통 보이지 않았다.


미친 척하고 놈들의 아지트도 가봤다.


“여기 음악학원 아니니?”

“뭐래? 아니에요.”


마침 입구에 있는 여자아이가 하는 말이었다.


“야! 돈 좀 있어 보이는데 네가 그냥 가르쳐.”


벽에 비스듬히 선 녀석이 하는 말이었다.


“가르치기도 하니?”

“큭큭! 존나 웃긴 아저씨네. 아저씨. 여기가 어딘줄 알고 오신 거예요?”


“밖에 음악학원이라고 간판이 있던데. 아니니?”

“보고도 모르겠어요? 여기 우리 밴드 연습실이에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말했다.


역시 중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밴드 연습실?”

“밴드 몰라요? 청학동에서 오셨나? 킥킥! 아저씨 잘생겼는데 놀다 갈래요?”


“아저씨 차 있어요?”

“그것보다 가서 술 좀 사와요. 그럼 공짜로 기타 정도는 가르쳐줄 테니까.”


“야! 술 정도는 내가 사와도 되거든. 저 정도 얼굴이면 돈 좀 되겠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위험하게 놀고 있었다.

아니 이건 논다고 표현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저씨. 어디서 왔어요? 어? 나 아저씨 알 것 같은데?”

“알아? 어디서 봤는데? 야! 어디서 봤냐고?”


나의 독특한 외모 때문에 알아보는 아이가 있나 싶어서 살짝 긴장했다.


그런데.


“엊그제 TV에서 봤어. 외계인 나오는 드라마. 그 배우보다 더 외계인처럼 생기지 않았냐? 이 아저씨라면 몰입감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 정말. 묘한 분위기네. 아저씨. 정말 우리랑 놀 생각 없어요?”


수길이에 대해 물을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아이들은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본색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 왼손은 열심히 이 아이들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공간도.


지금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찍히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노는데?”

“관심 있어요? 우리가 재밌게 해줄게요. 위에 룸도 있어요.”


순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뻔했다.

성인들마저 쉽게 하지 못할 말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애들.


“놀다 가도 좋고 선수로 뛰어도 좋은데. 어때요?”


고등학교 2, 3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이 말을 했을 때 안쪽의 문이 열리며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대여섯 명이 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오는 남자아이.

많아야 중학교 2, 3학년.


날카롭고 짜증스러운 인상의 남자아이가 무료한 표정으로 지하실을 스캔하듯 훑어보았다.

그러다 날 발견한 남자아이.


“뭐야?”


턱으로 묻는 아이.


“학원 아니냐고 찾아왔어.”

“지금도 그런 사람이 있어? 꺼지라고 해.”


“손님으로도 선수로도 괜찮을 것 같아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 말을 했을 때였다.


찰싹!


“이 미친년이!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했지? 야! 내 말이 우스워? 우습냐고!”


무료했던 표정이 살인귀처럼 바뀌더니 인정사정없이 뺨을 후려치는 아이.


휘청!


여자아이가 넘어질 것 같았지만 겨우 버티고 섰다.


음악이 뚝 멈췄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세를 바로 하는 아이들.


찰싹! 찰싹!


“이년 치워!”

“잘못했어. 앞으로는 네가 말하는 대로. 아니 네게 뭐든 먼저 물을···.”


“치우라고 했지?”


남자아이의 말이 떨어지자 호위병처럼 서 있던 남자들이 여자아이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잘못했어요. 잘못했다고요! 살려주세요. 말 잘 들을게요. 제발! 제바······.”


여자아이는 사라지는 내내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여자아이의 뺨을 내리칠 때부터 중학생인 남자아이는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간이 큰 아저씨가 왔네. 아저씨! 짭새예요?”


조금 전과 달리 순진한 목소리로 묻는 남자아이.

여자를 사정없이 때린 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말투였다.


그때!


“짭새는 우리 엄···.”


뒤에서 누가 변명조의 말을 늘어놓으려고 할 때 남자아이의 검지가 입을 향했다.

그러자 바로 조용해지는 실내.


어린놈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놈이 아무래도 검사를 아버지로 둔 놈 같았다.


“검찰청에서 보내서 왔다.”


움찔!


남자아이의 눈을 뚫어지게 보며 하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검사로 보여서 훅 찔러 본 것이다.


“대, 대···.”


뒤에서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눈앞의 아이를 불렀다.


“시끄러. 입 닥쳐. 다들.”

“동근아. 그래도···.”


“입 닥치라고 했지! 다들 입 닥쳐! 지금부터 내 허락받지 않고 입 연 놈은 죽을 각오해.”


“너희 재미있게 노는구나.”

“뭐?”


“재밌게 논다고! 그것도 아주 많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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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노는구나! 22.05.31 248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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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운명 22.05.19 331 30 14쪽
9 승리자다아아아! 22.05.19 367 27 13쪽
8 증거 나왔어. 22.05.17 377 25 14쪽
7 무임승차 +2 22.05.16 388 29 14쪽
6 성장하는 능력 22.05.15 408 32 14쪽
5 여전사 22.05.14 459 30 14쪽
4 이상한 사진 22.05.13 522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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