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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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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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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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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7
글자수 :
614,048

작성
24.03.0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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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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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19. 성장.

DUMMY

19. 성장.


악마의 조언에 따라 활쏘기를 연습했다.

병사용 활은 생각보다 무겁고 장력(張力)이 강했다.

어린 베르트랑이 무리하면 쏠 수는 있었다.


“활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50걸음 떨어진 과녁임에도 대부분 빗나갔다.


“처음엔 다루기 편한 활로 연습을 시작하는 게 좋아. 사용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야.”


가벼운 사냥용 활로 연습했다.

어느 정도 연습하다 보니 10발 중 한발은 맞았다.


“이 거리에서 이 정도면 쓸모가 없겠는데···.”


50걸음이면 40~60m 정도였다.

베르트랑의 걸음으로 잰 거니···.

40m를 넘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는 거리에서 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 거리라면 그냥 창과 검으로 싸우는 게 더 나았다.


“활이 바뀌면 사거리도 늘어날 거야.”


합성궁은 100~150m는 날아갔다.

명궁은 200m에서도 과녁을 맞혔다.


“거리가 늘어나면···. 더 맞추기 어려운 게 아니야?”


거리가 늘어날수록 맞추기는 곱절로 어려워졌다.

100걸음 떨어진 과녁은 40발 중 한발도 맞추기 어려웠다.


“영리한데?”

“당연한 거 아니야?”


경험적으로 느낀 것이다.

베르트랑은 궁수를 키우기 어렵다는 걸 금방 이해했다.


“실망하지 마. 처음부터 잘 쏘긴 어려워. 연습하면 늘기 마련이야.”

“그래도···.”

“적을 정확히 맞추지 않아도 상관없어. 근처만 가도 충분하니까.”


화살이 호선(弧線)을 그리며 화려한 갑옷을 입은 이에게 날아갔다.

주변 사람이 방패를 들고 막아섰다.

약간의 소란에도 적진은 혼란에 휩싸였다.


“예상치 못한 먼 거리에서 화살을 날리기만 해도 적은 두려워할 거야.”


베르트랑은 아직 성장기였다.

힘은 나날이 강해질 것이었다.

강한 힘과 좋은 활이라면···.

200m 이상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명중할 것이다.

맞추지 못하고 스치기만 해도···.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뒤로 빠지면 소용이 없잖아.”

“대신에 다른 이가 앞으로 나와야지. 누군가는 군대를 지휘해야 하잖아.”


전투에선 지휘관이 먼저 죽는다.

투사체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에선 더 그랬다.

누군가는 지휘해야 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이라면 과녁이 되기 좋았다.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으면 어떻게 하지?”

“그런 일은 없어.”

“위험한데···. 왜 화려한 옷을 입지?”


베르트랑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사냥감이 되기를 원하는 공작새와도 같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명예 때문인가?”


명예로운 기사라면 활을 사용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하는 비겁한 무기였다.


“그럴 리가 있나.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전장에 많은 소음이 있었다.

전투 중에 소리가 멀리 전달되지 않았다.

지휘를 시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았다.

보이지 않는 먼 거리는 전령을 활용했다.

전령이 지휘관에게 제대로 찾아가려면···.

눈에 띄는 표시가 필요했다.

깃발과 복장이 그런 것이다.

지휘관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지키기 위해서도 화려한 복장이 필요해.”“눈에 잘 띄는데도?”

“보여야 지킬 수가 있지.”


보이지 않으면···.

적뿐만 아니라 아군도 곤란했다.


“활이 보편적인 무기는 아니잖아.”


날아올 가능성이 낮은 화살보다···.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지휘관을 노리고 오는 적이 더 무서웠다.

보이지 않으면,

누굴 지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기관총이라는 무기가 나오기 전까지 화려한 복장은 계속 이어졌다.

단점은 알지만···.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기관총이 뭐야?”

“그런 게 있어.”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군인들이 픽픽 쓰러졌다.


“마법인가?”

“과학이야.”

“저걸 만들 수 있을까?”

“아니···.”

“왜?”

“필요한 게 많아. 준비하는 사이에 네가 늙어 죽을걸.”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걸 지옥에서 악마에게 쏠 것이 아니라면···.

맞는다고 죽을지도 알 수 없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결국 활이 유용하다는 말이네.”

“그래. 적이 예상하지 못했다면 더욱더···.”


맞으면 좋은 거고,

못 맞추어도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베르트랑은 활쏘기 연습을 더욱 열심히 하기로 했다.


***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검술과 격투술, 체력단련, 활쏘기하는 사이에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베르트랑이 만 13세가 되었다.


“그 사이에 키가 많이 컸군. 그 사이에 20cm는 큰 거 같은데?”


140cm에 불과하던 베르트랑의 키가 160cm를 넘었다.

웬만한 성인의 키와 맞먹었다.


“좀 더 커야 해.”


평민들의 키로 160cm는 그리 작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나 귀족은 달랐다.

170~180cm는 보통이었고···.

그 이상도 많았다.

키는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졌다.

우유와 육류를 많이 먹는 이들의 키가 더 크기 마련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걸. 이 정도 속도로 큰다면 190cm도 어렵지 않을 거야.”


키의 성장에는 운동도 영향을 주었다.

성장기에 격렬한 운동을 하는 기사는 일반인보다 키와 덩치가 더 컸다.

그런 신체적인 차이가 기사와 일반 병사의 전투력 차이를 나타내었다.

훈련받은 크고 우람한 체격에···.

잘 만든 무기와 갑옷을 장비한 기사를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말을 타고 있으면 그러한 차이가 더 벌어졌다.

기사 한 명이 병사 수십 명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십 명이 동시에 기사에게 덤빈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그런 일은 잘 벌어지지 않았다.

각자의 목숨은 소중했다.

잘려 나가는 신체를 보면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기사는 잘 훈련된 살인 기계였다.


“190cm라 정확하게 감이 오지 않네.”


m 단위는 악마가 자주 써서 어느 정도 익숙했다.

그래도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단위를 사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아.”


주로 사용되는 단위는 피트(feet)와 큐빗(cubit), 인치(inch)였다.

모두 사람의 신체 부위를 기반으로 했다.

신체를 기준으로 하니 편차가 심했다.

그 외에도 걸음(step)과 같은 단위를 포함하여 수십 종 이상의 도량형이 사용되었다.

로마 시대에 어느 정도 도량형을 통일했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것은 무의미해졌다.

규격을 중시하는 장인들이야···.

각자의 도량형 기준이 되는 원기(原器, original device)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장인들의 원기(original device)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단위보다는 차라리 비교할 수 있는 예시가 나았다.


“190cm라면 위그(Hugh) 경 정도의 키일 거야.”


위그 경은 이 지방에서 가장 큰 기사였다.


“그 정도면 엄청나게 크잖아.”


그는 가끔 타라스콩도 방문해서 베르트랑이 본 적이 있었다.


“더 클 수도 있고···. 나머지는 유전에 달린 부분이라 뭐라 말할 수가 없네.”


190cm의 키는 드물게 볼 수 있었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운동, 유전이 어우러진다면···.

심지어 2m가 넘는 이도 가끔은 등장했다.

사람들의 키가 작은 것은 못 먹기 때문이었다.


“너는 2m까지 기대해 볼 수도 있어.”


부모 양쪽의 키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북쪽의 게르만족은 남쪽의 로마인보다 키가 더 컸다.

로마인들에게 무식한 북부의 야만인, 바바리안이라고 불렸다.

베르트랑의 아버지는 게르만의 프랑크족 혈통이었다.

어머니는 브루쿤트였다.

그들의 조상은 뛰어난 전사들이었다.

뛰어난 전사인 그들은 대부분 덩치가 컸다.

베르트랑이 제대로 된 유전인자를 받았다면···.

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베르트랑은 악마의 권능을 받았다.

자신에게만 적용되지만···.

질병 예방과 상처 치유의 권능이었다.

질병은 성장을 저해했다.

치유는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였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운동, 유전, 악마의 권능까지 합쳐지면 베르트랑은 엄청난 덩치가 될 것이었다.


“그렇게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해?”


키와 덩치는 힘이었다.

전쟁이 늘 일어나는 시대엔 무력만 한 게 없었다.


“우유를 많이 먹고 열심히 운동해. 그럼 더 커질 거야 하하.”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다.

베르트랑의 온몸엔 튼살이 가득했다.

피부의 성장 속도가 뼈와 근육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베르트랑은 무섭도록 성장하고 있었다.


***


활쏘기도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50걸음에서 10발에 한발 맞추던 것을···.

이제는 100걸음에서도 2발 맞추었다.

정확도가 8배 상승한 것이다.

성장하며 걸음의 넓이가 달라졌으니···.

실제는 그 이상이었다.

활도 사냥용 활에서 병사용 활로 바뀌었다.


“슬슬 훈련 방식을 바꿔야겠어.”

“어떻게?”

“말에서 활을 쏘는 연습을 해야지.”

“말을 달리며 활을 쏜다고?”


베르트랑이 기마술을 배우고 있지만···.

말 위에서 무기를 다루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흔들림 때문이었다.

거기에 말은 항상 같은 속도(等速度)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가속과 감속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런 곳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활을 쏘는 일은 더욱 힘들었다.

양손을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두 손을 놓는 일은 위험했다.

자칫 균형을 잘 못 잡으면 낙마했다.

낙마로 죽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크게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말 위에서 창을 쓰잖아. 그것과 그리 차이는 없어.”


베르트랑은 기마술을 익히면서 기마 창술도 배웠다.


“난이도가 다르지.”


기마 창술은 말 위에서 방패와 함께 창을 다루는 기술이었다.

양손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움직임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창과 방패를 몸에 고정하고 목표물로 달려가면 되는 일이었다.

반면에 활은 말 위에서 해야 하는 동작이 많았다.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고···.

시위를 걸고···.

목표물을 조준해야 했다.

땅에 발을 붙이고 활을 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말에서 하는 건 난도가 대폭 상승했다.

궁수를 키우는 것보다 기마 궁수는 몇 배로 더 어려웠다.

어릴 때부터 말을 타는 유목민이 아니라면 쉽지 않았다.


“너도 어릴 때부터 말을 탔잖아.”

“그렇다고 늘 타는 것은 아니지.”


하루 종일 말을 타고 다니는 유목민과는 상황이 달랐다.


“그렇다면 자주 타도록 만들어야겠네.”

“어떻게?”

“사냥이 있잖아. 사냥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어.”


***


기마술을 늘리는 방법으로 격구(폴로, polo)와 마상재(馬上才)가 있었다.

격구는 마상에서 무기와 같은 막대기를 휘두르는 시합이었다.

마상재는 말 위에서 갖은 재주를 보이는 기술이었다.

격구는 아직 이곳에서 보편화되지 않았다.

여러 명이 하는 스포츠이기에 조직화하여야 했다.

동로마나 왕국의 체계가 잡힌 곳에서나 가능했다.

이런 곳에서 격구하다간···.

죽임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낙마도 위험하지만···.

달리는 말에서 휘두르는 막대기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빗나간 막대기가 머리를 치면 사망이었다.

마상재는 유목민의 스포츠나 훈련 방법이었다.

등자(鐙子, stirrup)에 의지하지 않고 말 위에서 온갖 재주를 부려야 했다.

정주민이 마상재를 한다는 게 특이한 것이다.

기마민족의 특징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게르만족은 기마민족이 아니었다.

마상재가 없었다.

하지만···. 수시로 침범하는 기마민족인 마자르족과 일부 사라센을 상대하기 위해선 기마술이 필요했다.

격구와 마상재 대신에···.

기마술을 늘리기 위해 사냥을 자주 했다.

영지마다 숲을 보호해 사냥터를 만들어 두었다.

타라스콩 근처에도 사냥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슬슬 그곳을 이용할 필요가 있어. 사냥은 유용한 부분이 많아.”


베르트랑은 사냥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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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5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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