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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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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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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4,048

작성
24.04.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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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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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DUMMY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로마 시대 아를의 심장은 물레방아였다.

로마인은 론강에 도시를 건설하며 수로를 정비했다.

홍수가 빈번한 론강을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로는 운하로서 수송에 활용되었다.

막대한 상품이 론강과 운하를 통해 주변 지역으로 운반되었다.

수로의 또 다른 기능은 동력 생산이었다.

물레방아는 오래전부터 활용된 수력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활용은 곡물을 분쇄하는 것이었다.

론강을 통해 실려 온 밀은 물레방아에 의해 가루가 되었다.

그렇게 밀가루로 팔려 가기도 하지만 빵으로 팔리는 경우가 많았다.

소금을 넣고 이스트로 부풀린 반죽이 빵으로 구워졌다.

그렇게 구워진 빵은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반도까지 배와 마차에 실려 팔려나갔다.

아를은 물레방앗간과 제빵소가 많은 빵 공장이었다.

로마에 이은 대규모 산업 단지였다.


***


마을에 제빵소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할 때쯤,

많은 인부가 물레방아 마을로 모여들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면 좋은 보수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면 4리브르(4 livre, 4 libra pondo, 4 pound, 2kg)짜리 빵을 받아 갈 수 있다던데.”


3일을 공사장에서 일하면 4파운드의 빵을 받았다.

일가족이 3일 먹을 수 있을 양이었다.

그게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큰 이득이었다

보수로 얻은 3일 치 빵은 추가적인 수입이었다.

이곳에 일하러 온 이들은 농부였다.

일반 노동자와 달랐다.

그들의 밭에 곡식이 자라고 있었다.

한 달을 일하면, 한 달의 식량을 아낄 수 있었다.

여분의 식량만큼 추수기에 삶이 풍요로워졌다.


“그게 정말인가?”

“내가 직접 봤네.”


마을 사람들이 빵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일한 기간에 따라 4파운드에서 12파운드에 달하는 무거운 빵이 등에 실려있었다.

빵이 워낙 커서 눈에 확 들어왔다.

그건 확실한 증거였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그냥 빵이 아니었다.

하얀 밀가루로 구운 밀빵이었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바보였다.


“나도 빨리 물레방아 마을로 일하러 가야겠어.”


너도나도 물레방아 마을로 떠날 준비를 했다.


***


물레방아도 적극적으로 공사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다니. 꿈만 같아.”

“그러게,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오는군.”


갓 구운 빵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런 빵은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보통 빵은 마을의 공동오븐에서 한 번에 구웠다.

땔감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런 빵은 하루만 지나도 딱딱해졌다.

갓 구운 빵은 특별한 날에 먹는 단 하루의 즐거움이었다.

보통은 딱딱해진 빵을 오랜 시간 두고두고 먹었다.

그런 딱딱한 빵도 일반 사람은 없어서 못 먹었다.

보통은 곡물로 죽이나 수프를 만들어 먹었다.

빵을 만드는 일에 손이 많이 갔다.

평민의 주식은 빵이 아니라 죽이었다.


“딱딱한 빵도 나쁘지 않아.”


딱딱한 빵을 먹을 일이 많다 보니,

그런 빵을 활용하는 방법이 발달했다.

하나는 빵을 죽이나 수프에 넣어 먹는 것이다.


“수프가 배어들어 빵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아.”


비싼 고기를 수프에 못 넣어도,

빵이 씹히는 건더기가 있는 수프와 죽은 누구에게나 인기였다.

딱딱한 빵의 또 다른 활용은 그릇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무 그릇은 음식 찌꺼기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만큼 씻는데 물을 많이 사용했다.

깨끗한 식수를 구하는 것,

그걸 집까지 길어오는 일은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릇을 잘 씻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불결한 식기는 위생상 좋지 않았다.

그걸 알기에 귀족은 은식기나 도자기를 애용했다.

평민들은 딱딱한 빵의 겉면을 그릇으로 사용했다.

식사하는 사이에 빵에 수프가 배어들어 부드러워졌다.

수프가 밴 빵을 먹으면 식사가 완료되었다.

그릇을 씻을 필요가 없어 깔끔했다.

딱딱한 빵은 그들에게 최고의 그릇이었다.

물론 그건 딱딱한 빵이라도 있을 때였다.

빵이 없으면 냄새나는 나무 그릇에 담아 먹었어야 했다.

고기와 그릇 대용으로,

딱딱한 한 빵은 그 나름대로 쓸모가 많았다.


“게다가 하얀 밀 빵이잖아.”


곡물가루를 반죽해 오븐에 구운 것이 빵이었다.

모든 빵이 밀 빵은 아니었다.

밀보다 다른 곡물이 들어간 빵이 많았다.

가난한 농부에겐 호밀이나 보리, 귀리로 만든 빵이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곡물이 아닌, 순무나 뿌리 식물로 만든 빵도 있었다.

밀 빵이라고 부르고, 잡곡이 50%가 넘는 빵이 대부분이었다.

하얀 밀 빵은 상당히 귀한 음식이었다.

동양에서 흰쌀밥과 같은 위치였다.

일하면 갓 구운 하얀 밀 빵을 보수로 받았다.

첫날은 부드러운 식감을 즐기고···.

딱딱하게 굳으면 굳은 대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농사일하다 여유가 생기면···.

아니, 농사일을 제치고 공사장으로 달려갔다.

아를의 개발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


일에 대한 보수로 처음엔 빵을 많이 받아 갔다.

빵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필수품이었다.

배고픔이 채워지면 사람은 사치를 부리고 싶기 마련이었다.

포도주와 올리브유, 소금 등이 잘나가기 시작했다.

포도주는 평민들에겐 큰 사치였다.

포도주는 맥주나 다른 술에 비하며 비쌌다.

특히 이 지역은 포도 농장이 많지 않았다.

포도와 올리브가 자라는 퐁비에유 언덕은 늪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가져오는 데 큰 비용이 들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자체 수요를 감당하기도 버거웠다.

수도원 주변은 늪이라 과수원이 얼마되지 않았다.

주변의 포도주가 모이는 타라스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오지라 이윤에 운반비, 위험수당을 포함하면 포도주 가격이 대폭 올랐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귀한 포도주를 맛보겠어.”

“그래 가끔은 사치를 부려줘야지.”


가끔의 사치, 누구나 그러한 욕구가 있었다.

서민이 부유층을 흉내 내는 것이다.

가져가면 약간의 이득을 거둘 수 있었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도 시세 차이가 있었다.

모든 물건이 한 다리를 거칠수록 가격이 올라갔다.

상인이 중간 이윤을 챙기는 것이다.

유통 단계가 복잡할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였다.

올리브유도 마찬가지였다.

아를의 동남쪽에 올리브를 키우는 농가가 있었지만,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기름을 짜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었다.

올리브는 그 자체로 좋은 식재료였다.

눌러서 기름을 짜는 것도 노동이었다.

생올리브와 올리브유 사이엔 상당한 가격 차가 있었다.

올리브유로 가져가면 약간의 이득을 보았다.

기름은 유용한 상품이었다.

등불과 각종 예식에 사용되었다.

다양한 음식의 식재료로 사용되었다.


“밀 빵에 소금 친 올리브유만 찍어 먹어도 좋지.”

“거기에 삭인 포도주를 넣으면···.”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였다.


“카. 벌써 기대가 되는군.”


올리브유 하나로 식사의 질이 달라졌다.

소금은 말할 것도 없었다.

500명이 머물 수 있는 임시 오두막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


물레방아 마을로 일하러 오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빵과 포도주, 올리브유, 소금 등을 마을로 가져가는 이득이 되었다.

그 반대도 같았다.

시세 차익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은 작은 변화들로 이어졌다.


“뭘, 그리 바리바리 가져가는가?”

“물레방아 마을로 가져가면 이게 다 돈이야.”


물레방아 마을에 빈손으로 오지 않게 되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곡식과 과일, 올리브, 채소, 술, 고기 등을 가져왔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소비가 늘기 마련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에서 소비되는 물품이 많았다.

거기에 물레방아 마을엔 대규모 방앗간이 있었다.

방앗간은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 일을 했다.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방앗간은 규모가 컸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밀뿐 아니라, 다른 곡식을 빻을 여유가 되었다.

에드몽은 주변 지역의 곡물을 사들여 가루로 만들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곡물값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가루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마을에서 곡식을 가져와 팔고 곡물가루를 사 가는 이들이 생겼다.

거기에 물레방아 마을엔 대규모 제빵소가 있었다.

한꺼번에 대규모로 빵을 구워냈다.

빵 공장이었다.

곡물을 가져와 빵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건 올리브도 다르지 않았다.

수력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물레를 어디에 연결하느냐에 기능이 달라졌다.

압착기에 연결하면, 손쉽게 기름을 짜낼 수가 있었다.

올리브를 가져와 올리브유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력은 많은 곳에 활용될 수 있었다.

솜에서 실을 만드는 기계의 이름도 물레였다.

수력을 이용해 직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아마(亞麻)포는 다루기 까다롭지만···.

양털은 더 나았다.

면화는 상대적으로 수력을 이용하기 쉬운 편이었다.

생산량이 뛰어난 목화가 인도에서 레반트 지역으로 전해졌다.

유럽까지 들어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은 곡식을 빻고 기름을 짜는데 사용되었다.

물레방아 마을은 지역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주변의 산물이 마을로 모여들었다.

물산이 풍부해졌다.

풍부한 물산은 상인을 불러들였다.


***


“자네도 여기에 왔는가?”

“상인은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가는 법이지.”


마을 여관에서 오랜만에 만난 상인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 모두 타라스콩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그래, 뭐 좀 돈이 되는 걸 발견했는가?”


상대적으로 늦게 물레방아 마을로 온 상인이 물었다.


“그건 영업비밀이야.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함부로 이야기 해줄 수 없지.”


시세는 언제나 유동적이었다.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였다.

같은 상품을 취급하면 가격이 내리기 마련이었다.

동업자일수록 그런 부분을 더욱 조심해야 했다.

돈이 되는 상품을 함부로 이야기 해줄 수 없었다.


“어이, 우리가 그런 사이인가. 그러지 말고 말해보게.”


그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서로 얼굴을 보는 사이에 너무 매몰차게 할 순 없었다.

소문이 나쁘게 나면 피곤한 법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야기해 줘도 상관없었다.

시세는 변하는 법이다.

언제나 판단은 자신의 몫이었다.


“맨입으로?”

“내가 주점에서 한턱낼 테니. 이야기해 주게.”

“좋아. 그럼. 괜찮은 걸 알려주지.”


묵고 있는 여관 옆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온 상인이 주문했다.


“여기 멧새 구이와 벌꿀주를 주시오.”

“예.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점원이 사라진 후 다른 상인이 한마디 했다.


“왜. 내가 한턱낸다고 했는데. 좋은 걸 시키지.”“자네 사정을 아는데···. 그럴 수야 있나.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네. 가격이 싸고 맛이 좋다네.”


멧새는 덫으로 잘 잡히는 새였다.

주변 마을에서 잡히는 녀석들이 이곳의 여관에 팔렸다.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 있는 안주였다.

벌꿀 주도 비슷했다.

늪지와 황무지엔 꽃이 많이 자랐다.

그곳에서 나는 꿀로 만들어지는 벌꿀주가 싸고 괜찮았다.


“돈이 되는 상품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상인은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이었다.

소규모 행상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환전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서는 싸고 좋은 물품을 사고팔아야 했다.

멧새와 벌꿀주와 같았다.


“멧새와 벌꿀주가 돈이 된다는 말인가?”“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걸 곧이곧대로 듣는가?”

“알겠네. 그래 여기에서 멧새와 벌꿀주가 어떤 건가?”

“그건 그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세란 그런 것이었다.

그때그때 다른 법이다.


“아니. 이 사람이···.”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먹고 째려는 것이다.

멱살잡이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잠깐, 기다려 보게.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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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24.04.15 59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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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영지 개발 계획. +2 24.04.13 648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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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에릭. +2 24.04.10 616 23 14쪽
28 28. 물레방아 마을. +2 24.04.09 628 20 13쪽
27 27. 직관(直觀)과 직감(直感). +2 24.04.08 633 18 13쪽
26 26. 워게임(War game). 24.04.06 623 17 12쪽
25 25. 모의 전투. 24.04.04 652 27 13쪽
24 24. 망치와 모루 전술. +2 24.04.03 671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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