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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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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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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4,048

작성
24.04.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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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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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39.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DUMMY

39.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물레방아 마을에 교회가 들어섰다.

교회는 대장간과 함께 마을의 중요한 시설이었다.

신앙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마을이 작을 때든 상관없지만,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그때마다 몽마주르 수도원에 가거나,

수사가 파견 나오는 건 번거로웠다.

마침 이주민과 함께 사제도 함께 왔다.

이주민과 마을 사람이 힘을 합쳐 마을 중앙에 교회를 세웠다.

주변 숲의 나무를 이용한 목제 교회였다.

교회 내부에 생나무 향기가 가득했다.

그곳엔 작지만,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은 다 갖춰져 있었다.

수습 사제(副祭, Diaconus, deacon)와 그의 일을 돕는 복사(服事, Altar server)도 여럿이었다.

피에르는 자신만의 자그마한 교회를 감격스럽게 바라보았다.


“주임 신부님. 안으로 드시지요.”


수습 사제가 감상에 잠겨 있는 피에르를 일깨웠다.


“에릭. 행정관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에릭은 촌장이 아닌, 행정관으로 불리고 있었다.

물레방아 마을은 촌이라고 부르기엔 규모가 커졌다.

마을과 소도시의 중간쯤 되었다.

유동 인구를 고려하면 소도시에 못지않았다.

행정관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렸다.


“무엇 때문에 왔다고 하는가?”

“특별한 말은 없었습니다.”


수습 사제의 대답은 아쉬웠다.

방문자의 목적 정도는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의 종이었다.

그 비서가 아니었다.

실력보단 믿음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그도 피에르의 표정을 보았는지···.


“여느 때와 같지 않겠습니까?”


변명했다.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에릭 행정관은 자주 그를 방문했다.

그와 물레방아 마을의 많은 일을 의논했다.


“그래도 미리 확인하게. 자네가 높은 자리로 가려면 필요할 일이야.”

“높은 곳으로 말입니까?”

“그래. 이곳은 더 커질 것이네. 자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야. 그때는 믿음 외에 다른 능력도 필요하지.”


교구가 커지면 자리도 많아진다.

지금은 교구사제 1명과 수습 사제 1명이 있는 작은 교회였다.

그러나 마을이 커지면 자리도 많아졌다.

거기에 피에르의 꿈은 컸다.

주교와 대주교를 거쳐···.

주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는 자가 될 생각이었다.


“지금 그 자리에 머물고 싶다면 상관없네.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변해야 할 것이야.”


피에르는 몽마주르 수도원 출신이었다.

그곳에서 성품성사를 받은 수도 사제였다.

수도원에 계속 머물 수 있었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많은 수도사가 하나님의 부름을 기다리며 암자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자신을 후원할 영주를 만났다.

프로방스를 비롯한 많은 곳에 수도원이 들어서고 있었다.

몽마주르 수도원에 머문다면 자신에게 발전은 없었다.

꿈을 위해 수도원을 나왔다.

한동안 프로방스를 떠돌았다.

그러다 니올론 근처의 작은 암자에 자리를 잡았다.

에드몽을 만나 그의 일을 도왔고···.

마침내 한 교구를 책임지는 교구사제가 되었다.

자신이 떠난 몽마주르 수도원 근처에서···.

하나님의 집이자,

자신이 머물 곳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일은 마치 하나님의 계시와 같았다.

그의 꿈은 이제 시작이었다.


“나를 따르면 더 큰 곳으로 갈 것이야. 하나님의 일뿐 아니라, 인간의 일도 잘 알아야 하네. 옆에서 보고 배우게.”


수습 사제는 경험은 없지만, 어리석진 않았다.

피에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겠습니다. 다음엔 반드시 방문 목적을 물어보겠습니다.”


깔끔한 답변을 했다.

피에르가 원하는 말이었다.

이대로 경험을 쌓아나간다면 그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옆에 있는 그의 거처로 들어갔다.


***


그가 머무는 곳은 작은 교회에 어울리지 않게 컸다.

그곳은 그가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수습 사제 밑으로 일을 돕는 복사도 여럿을 두었다.

그곳에서 처리할 일들이 많았다.

신앙의 일뿐 아니라,

이주민에 관한 일도 처리해야 했다.

그와 함께 온 500명의 이주민은 물레방아 마을 주변에 흩어졌다.

개간 작업을 시작하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오셨습니까?”

“바쁜 사람이 여기까진 웬일이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마을에 이주민 500에,

기존 마을 주민 300명,

주변에서 흘러들어온 200명,

이곳에 머물며 일하는 이들,

상주인구 1,000명에 유동 인구 500명이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니 생각이 달랐다.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사이의 중재는 피에르와 에릭의 몫이었다.


“먼저 작은 문제부터 들어봅시다.”

“늘 있는 일들입니다. 토지와 물길 분쟁입니다.”


기존 토지 중에는 경계가 불분명한 곳이 많았다.

개간하다 보면 기존의 토지와 겹치는 부분이 생겼다.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건 쉽지 않았다.

개간 작업을 자율에 맡겨놨다.

그 결과로 난개발이 이루어졌다.

개간한 토지를 서로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일이 많았다.

이주민과 기존 주민,

이주민과 이주민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물길도 비슷했다.

수로가 만들어지면서 밭에 물을 댈 수 있게 되었다.

농사에서 물은 중요했다.

서로 수로에서 더 많은 물을 끌어가려 했다.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자리를 만들어야겠군.”


이런 일을 위한 중재 위원회가 있었다.

분쟁이 생기면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당사자들과 에드몽과 피에르, 에릭이 만나 해결했다.


“에드몽 경은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으십니까?”

“남쪽에 나타난 무법자들을 토벌하러 갔소. 순찰도 해야 하니. 오기 쉽지 않을 것이오.”


에드몽과 병사들은 마을과 교역로의 치안을 담당했다.

자경단이 마을 주변 순찰을 담당하자,

본격적으로 주변 지역 청소에 나섰다.

무법자는 법의 테두리에 살지 않는 이들이었다.

조용히 농사와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강도로 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구분은 모호했다.

언제든 양쪽을 오갔다.

약해 보여서 덮치고,

먹을 게 부족해서 강도가 되기도 했다.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가능하면 살려서 데리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마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소. 들이지 않는 것이 더 낫소.”


발전을 위해서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무법자로 산 이들은 법의 테두리를 쉽게 벗어났다.

한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웠다.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무법자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에릭은 무법자를 받아들이자는 쪽이었다.

피에르는 반대의 견해였다.

각자 처지에 따라 생각이 달랐다.

토지와 물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의 잘못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에릭은 기존 주민의 편을 들었다.

피에르는 이주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합의가 쉽지 않았다.

중재 위원 사이에 의견이 충돌했다.


“나름의 원칙을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법자 문제 말이오?”

“그것도 그렇고, 토지와 물길에 대한 분쟁 건도 말입니다.”


원칙이 있으면 의견 충돌이 적어진다.

일 처리도 편해진다.

자주 발생하는 일은 원칙을 정하는 것이 좋았다.


“무법자 건은 그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겠소.”


피에르가 무법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에릭이 말하는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마을 발전을 위해 많은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

성직자로서 자신의 품으로 들어온 사람을 내칠 수는 없었다.


“그럼. 문제를 일으키면 그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작은 죄는 마을에서의 추방이었다.

큰 죄는 교수형이다.

에드몽이 데리고 올 무법자에 대한 처분이 그렇게 결정되었다.


***


“토지와 물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관습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소.”

“어떤 관습법을 말하십니까?”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법이요.”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게르만의 관습법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독일 민법에도 반영이 되었다.

권리의 행사를 중요하게 보는 법이었다.

토지에 있어서는 점유권을 말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점유권이 소유권이 되었다.

게르만족은 오랜 기간 유럽을 떠돌아다녔다.

부르군트족과 프랑크족, 노르만족이 대표적이었다.

그들이 정착한 곳은 누군가의 땅이었다.

점유권을 강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방법은 분쟁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오.”


오랜 시간 민족의 이동이 서쪽과 남쪽으로 이어졌다.

땅의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옛 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면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유럽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분쟁의 규모가 크면 전쟁이었다.

결국 점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알겠습니다. 그 기준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개간한 후 씨를 뿌려 싹이 트면 인정하는 것이 어떻겠소.”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을 정도가 되면 지상권(地上權)이 인정되었다.

소유권자가 함부로 수목(樹木)이나 건물을 철거하지 못했다.

개간하고 수목을 심는 데는 큰 노력이 들어갔다.

그때까지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점유권자의 노력을 인정해 줘야 했다.

이건 기존 마을 사람보다 이주민에 유리한 방침이었다.


“그건 과도합니다. 그렇게 되면 마구잡이로 개간하고 땅에 씨를 뿌릴 것입니다.”


토지를 얻기 위해 제대로 개간하지 않고 먼저 씨를 뿌리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많은 혼란이 야기 될 것이었다.


“그럼. 다른 대안은 있소?”

“곡식이 여물 때까지로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들어가야 했다.

일구지 않은 땅을 자신의 땅으로 주장할 수 없었다.


“곡식이 여물 때까지라···.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의 소유를 주장하면 어떻게 할 것이오.”


토지의 경계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았다.

소유권을 증명하는 방법은 다른 이의 증언이었다.

마을 사람 한 명이 나서서 보증해 주면 그만이었다.

곡식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손쉽게 남이 개간한 땅과 곡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수고를 날름하는 것이다.

기존 마을 주민에 유리했다.


“그에 대한 방책이 있습니다.”

“어떤 방책이 있소?”

“경작하지 않으면 개간한 사람에게 그 땅을 돌려주면 됩니다.”

“음···.”


한 사람이 경작할 수 있는 토지엔 한계가 있었다.


“그 땅에 대한 소작은 금지될 것입니다.”


욕심을 부려도 경작할 수 없다면 되돌려줘야 했다.


“그럼,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게 제한이 되겠군.”

“그렇습니다. 이런 규정이라면 다들 만족할 것입니다.”


이주민과 기존 주민 모두가 만족할 방안이었다.

이 일은 에릭에도 이익이었다.


“자영농을 늘리는 게 마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영농이 느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로마와 중국의 한나라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영농은 언제나 줄어들었다.

과도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라와 마을이 쇠퇴했다.

에릭은 물레방아 마을과 함께 성장할 생각이었다.


***


“토지 대장 어디까지 진행되어 있습니까?”

선조치 후보고,

개간이 이루어진 토지를 교회에서 등록했다.

피에르 사제가 그 일을 맡았다.

기록과 정보를 보관하는 일은 수도원이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나님의 일만큼 중요한 사명이었다.


“아직 해야 할 곳이 많소.”


지금도 개간과 경작지 확장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거기에 제방과 수로를 비롯한 관계시설도 정비하고 있었다.

도로와 각종 시설까지 포함하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인원을 더 보내드릴까요?”


복사로 일할 젊은 사람을 더 보내주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피에르는 다른 제안을 했다.


“그대가 일을 분담하는 것은 어떻겠소.”

“제가 말입니까?”

“그대가 행정관이지 않소.”

“그저 일개 촌장입니다.”


일개 촌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뛰어났다.

그럼에도 겸손했다.


“하하. 겸손은 그만하면 충분하오.”


에릭은 피에르의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럽게 권력을 나누었다.


“도로와 마을의 시설은 그대가 관리하시오.”


이미 자경단을 통해 도로를 관리했다.

에릭은 여관과 주점, 창고를 운영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장간과 물레방앗간 등의 다양한 시설의 관리를 맡게 되었다.

일은 일종의 권력이기도 했다.

기존 권한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추가적인 권력을 얻었다.


“감사합니다. 맡아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더 많은 일은 에릭이 바라는 일이었다.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권리와 권력은 스스로 쟁취해야 했다.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의견을 냄으로써···.

자연스럽게 권력을 이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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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27 14 12쪽
45 45. 베르트랑의 상단. 24.04.27 539 15 13쪽
44 44. 선순환 고리. 24.04.26 515 16 12쪽
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5 16 14쪽
40 40.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의 방식. +4 24.04.22 547 14 13쪽
» 39.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24.04.21 548 15 13쪽
38 38.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 24.04.20 570 16 14쪽
37 37. 라크라우. 24.04.19 576 15 13쪽
36 36. 바르브갈 산업단지. 24.04.18 580 16 13쪽
35 35. 마을 주점. +4 24.04.17 581 16 12쪽
34 34. 임시 장터. +2 24.04.16 594 16 13쪽
33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24.04.15 590 14 12쪽
32 32. 아를의 심장. 24.04.14 600 18 14쪽
31 31. 영지 개발 계획. +2 24.04.13 648 20 12쪽
30 30. 황금 고블린. 24.04.11 618 21 12쪽
29 29. 에릭. +2 24.04.10 616 23 14쪽
28 28. 물레방아 마을. +2 24.04.09 628 20 13쪽
27 27. 직관(直觀)과 직감(直感). +2 24.04.08 633 18 13쪽
26 26. 워게임(War game). 24.04.06 623 17 12쪽
25 25. 모의 전투. 24.04.04 652 27 13쪽
24 24. 망치와 모루 전술. +2 24.04.03 671 22 13쪽
23 23. 기마술. 24.04.02 686 27 14쪽
22 22. 힘과 세력. 24.04.01 688 30 13쪽
21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24.03.10 743 30 12쪽
20 20. 사냥. 24.03.07 729 27 13쪽
19 19. 성장. 24.03.06 778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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