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61,237
추천수 :
2,347
글자수 :
614,048

작성
24.04.06 22:50
조회
623
추천
17
글자
12쪽

26. 워게임(War game).

DUMMY

26. 워게임(War game).


베르트랑의 시점 일인칭으로 바뀌자,

모든 게 달라 보였다.

우선 전장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말을 타고 있어도 가까운 지역만 볼 수 있었다.

다른 부대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듣는 것도 전령을 이용해야 해.-


명령을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와의 연락도 전령을 통해서 해야 했다.

삼인칭과 부대 운영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령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잘못된 정보를 가져온다면···.

전황을 판단하는데 큰 오류가 생길 수 있었다.

잘못된 정보로 지시를 내리면···.


- 한순간의 실수로 전투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어.-


그것은 전쟁에서의 패배였다.

승패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역사는 결과만 가지고 판단한다.

그 과정에 발생한 일들을 잘 알지 못했다.

페르시아와 그리스가 싸운 테르모필레 전투는 유명했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했다.

그러한 역사에 잘 나오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전령이었다.

과거의 전투를 분석하다 보면,

지휘관의 알 수 없는 결정이 많이 보인다.

그것은 그들이 어리석다기보다···.

전장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해서였다.


-전령을 잘 활용해야 해.-


그들은 지휘관의 눈과 귀와 입이었다.

동시에 손과 발이었다.


-반드시 두 명 이상 보내는 것이 좋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그루시에 전령이 보낸 영국군의 포격에 죽었다.


[그루시는 어디 있는 거야!? Où est Grouchy!?]


나폴레옹의 절박함을 나타낸 말이었다.

그루시는 워털루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가 가장 필요할 때 다른 곳에 있었다.

워털루에 그루시가 이끄는 부대가 도착했다면 전투의 양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전쟁에 패배한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 섬에 갇혔다.

아무리 천재적인 전략을 가졌어도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수많은 전쟁에서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전령과 관련된 기록은 잘 남지 않았다.


-전령을 다루는 문제라···.-


사람을 다루는 일이었다.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해도 쉽지 않을 일이었다.

한 다리를 거치면 더욱 어려워졌다.

고요 속의 외침처럼 전혀 다른 내용이 전달되었다.


***


일인칭으로 진행하는 전투는 상당히 어려웠다.

각 부대 지휘관은 마치 인간처럼 사고(思考)했다.

그것만으로도 모의 전투의 난도가 대폭 올라갔다.

전투는 점점 실전과 비슷하게 변해갔다.

부대를 다루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첫 번째 전투는 악마의 승리로 끝났다.

전투를 복기하면서 베르트랑이 불평했다.

전령을 보냈음에도···.


-부대가 제때 움직여 주지 않았어.-

-당연하지. 그들은 인간이니까.-


인간은 빌어먹을 정도로 말을 안 들었다.

전령을 통해 같은 지시를 내려도···.

부대의 움직임은 매번 다 달랐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라.-


인간은 자기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였다.

같은 사람이라도 오늘과 내일이 달랐다.

단순한 말에도 그 결과가 달랐다.

[빨리 와!]라는 요청에 10분 만에 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오는 데 1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있었다.


-명령을 구체적으로 해야 해.-


50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화 되어야 했다.

[빨리 와!]보다···.

[몇 시까지 어디로 와!] 가 명령으론 더 좋은 지시였다.

50분의 차이가 10분 내외로 줄어들 수 있었다.

서로 엉뚱한 곳으로 가는 엇갈리는 일도 없었다.

그에 베르트랑이 항변했다.


-구체적으로 지시했어.-

-어떻게?-

-우측의 언덕을 돌아 적의 후면을 치라고 했지.-


베르트랑은 중기병 부대를 빼서 적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


-별로 구체적이지 않은데?-

-당연히 거기에 몇 가지 대응을 더 추가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베르트랑의 명령엔 문제가 없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응 방법을 지시했다.


-나쁘진 않은데. -


부대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명령했다.


-다만, 명령이 너무 길고 복잡해.-


지시 사항이 너무 많았다.

배가 산으로 갔다.

뒤로 돌린 중기병이 성과 없이 괴멸당했다.


-구체적으로 지시하라며.-

-그렇게 복잡하게 말하면 명령이 중간에 달라질 수 있어.-


말은 전달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났다.


-그것도 고려해야 해.-


아무리 숙달된 전령이라도 명령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아이에게···.


[마트에 가서 콩나물 1통과 대파 2단, 감자 10개, 달걀 1판, 연필 1다스, 돼지고기 1근.]


.....을 심부름을 시키면 엉뚱한 것을 사 오기 마련이었다.

인간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고 변형이 심했다.


-그럼. 글로 명령서를 적어야 하나?-



글로 적는 명령서가 가장 좋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명령서를 적을 시간이 없어.-


결국 명령 전달을 구두(口頭)에 의존하기 마련이었다.


-거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돼.-


생각을 말로···.

말에서 글로 적는데 변형이 발생했다.

적힌 걸 읽는 과정에서···.

글을 생각으로 전환하는데도 비슷한 현상 일어났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발생했다.

지시한 대로 부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


-어려운 문제네.-

-그렇지.-


지휘의 계통과 부대 운영은 전략가의 오랜 고민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중의 하나는···.


-사전에 작전회의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야.-


미리 전장의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었다.

정보를 공유하기에 명령을 간단하게 할 수 있었다.


-작전회의에 상황판을 활용하는 것도 좋아.-

-상황판?-

-체스의 판과 비슷한 거야. 지도 위에 적과 아군의 부대를 놓는 거야. -


말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더욱 명확했다.

작전의 이해도를 높이고···.

전장에서 다른 부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대략 알게 된다.

명령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지시를 단순화시킬 수 있었다.


-지도?-


전장의 지도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중요 도시와 마을에 대한 기본적인 지도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공성전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에서 전투가 이루어졌다.

그런 곳은 제대로 된 지도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유럽을 벗어난다면 암흑이나 다름없었다.

길잡이에 의지해야 했다.


-간단하게 거리와 지형지물을 알 수 있는 수준이면 돼.-


정밀한 지도이면 좋지만···.

강과 구릉과 같은 대략적인 지형지물만 알아도 전투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 각 부대의 배치를 표시할 수 있으면 충분해.-


간단한 지도에 부대가 표시되어 있으면 준비가 끝났다.


-그것으로 간단한 워게임을 할 수 있어.-

-워게임?-

-내가 너와 지금 하는 것이야.-

- 그게 가능하다고?-

-체스와 바둑도 일종의 워게임이야.-


워게임은 일종의 보드게임과 같았다.


-그것보단 조금 더 복잡하겠지.-

워게임을 미리 해보는 것만으로도 전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정밀한 데이터와 변수를 넣는다면 현대의 워게임과 더욱 유사해졌다.


-만드는 게 쉽지 않겠는데.-


로마가 멸망한 후 많은 부분에서 후퇴를 겪었다.

지도 제작술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략과 전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워게임은 데이터가 중요했다.

그런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했다.


-전령과 함께 정찰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지.-


정찰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전장에 관한 데이터를 얻는 행위였다.

뛰어난 지휘관은 정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마련이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아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


사실 이 말은 잘 못 되었다.

경계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아도 정찰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


이 말이 더 적절했다.

정찰은 공격과 방어에 모두 유용했다.

경계보다 더 적극적인 방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작전을 짜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좋아. 다시 한번 붙어보자고.-


베르트랑은 먼저 정찰병을 보내 전장의 모습을 그려오게 했다.

그것으로 간단한 전장의 지도를 그렸다.

추가로 모은 정보로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표시했다.

전투 전에 작전회의를 개최했다.

명령을 단순화와 간략화를 시켰다.

전령도 충분히 훈련을 시켰다.

그런 준비를 마친 후 악마와의 전투에 나섰다.


***


“와아!”

“적장을 사로잡아라!”


악마의 군대가 본진까지 쳐들어왔다.


“막아!”

“주군을 지켜!”


베르트랑의 친위병은 적군을 막기 급급했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적이 기습했다.

일종의 참수 작전이었다.

본진에 적의 깃발이 흔들리자, 아군이 동요했다.

전황은 불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주위에 남은 소수의 기병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적진을 돌파한다!”


그를 따르는 기사들이 포위망으로 돌진했다.


퍽.-


베르트랑의 창이 적의 가슴을 꿰뚫었다.


서걱.-


검이 목을 베었다.


그의 창술과 검술은 뛰어났다.

포위망에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를 따르는 기사들은 균열을 더욱 벌렸다.

무력으로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베르트랑의 눈에 보이는 것은 후퇴하는 아군이었다.

적의 기병이 후퇴하는 아군의 뒤를 사정없이 베고 있었다.


“아군을 도와라!”


파악.-


글레이브가 적 기병의 어깨에 박혔다.

단숨에 사슬갑옷을 부수고 쇄골을 박살 냈다.

가슴의 절반이 갈라졌다.

빠르게 글레이브를 빼낸 후 다른 상대를 찾았다.

뒤를 따르는 기사들도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맹공에 적의 기병은 후퇴했다.

베르트랑은 적의 기병을 막고 아군 보병을 구했다.


“병사들을 추슬러라.”


도망치던 병사 중 일부가 베르트랑에게 합류했다.

그러나 남은 병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베르트랑과 기사들의 발이 묶였다.


“다른 부대를 지원하러 간다.”


지금도 전장에서 패배하여 도망치는 아군이 많았다.

그들의 발길을 돌려세워야 했다.

전령으론 후퇴하는 아군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위기에 구한 부대에 다른 부대를 돕게 지시하고 아군의 구원에 나섰다.

베르트랑이 전장에서 크게 활약했다.

그러나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는 다시 악마의 군대에 패배했다.

전투 후 복기에 들어갔다.


***




베르트랑은 미리 적을 정찰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것을 기반으로 작전회의도 실시했다.

전령을 통해서 제대로 명령도 전달했다.


-답답하네! 왜. 제대로 안 움직이는지 모르겠어.-


전략 게임과 달리 부대들이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인간이야. 언제나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그걸 해결할 방법은 없어?-

-방법은 없어.-


사람은 각자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각자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도 달랐다.

쌍둥이조차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이 인식(perception)의 차이였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했다.

소통의 단절과 불협화음이 조직뿐만 아니라···.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도 발생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인간은 인식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누구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


다름을 아는 건 모르는 것과 큰 차이였다.

알면 대응할 수 있었다.


***


-네가 앞으로 이끌 군대는 영주들의 부대가 될 것이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깃발을 바꿀 수 있었다.

예루살렘을 탈환하러 간 성스러운 군대가 에데사로 가서 백국을 세웠다.

심지어 콘스탄티노플 공격해서 함락시키기도 했다.


-그들은 어디로든 튈 수 있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 부대가 왼쪽으로 간다면 누구라도 크게 당황할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

짧은 순간에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곳,

그곳이 전장이었다.


-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선택하는 것. 그게 전장에서 가장 중요해.-


결국 직관과 직감이 중요했다.

그것을 키우는 방법은 역시 훈련과 연습이었다.

베르트랑에게 모의 훈련을 시키는 이유였다.


- 좋아. 다시 한번 더 해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크루세이더 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84 14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9 14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28 14 12쪽
45 45. 베르트랑의 상단. 24.04.27 539 15 13쪽
44 44. 선순환 고리. 24.04.26 516 16 12쪽
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5 16 14쪽
40 40.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의 방식. +4 24.04.22 547 14 13쪽
39 39.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24.04.21 548 15 13쪽
38 38.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 24.04.20 570 16 14쪽
37 37. 라크라우. 24.04.19 576 15 13쪽
36 36. 바르브갈 산업단지. 24.04.18 581 16 13쪽
35 35. 마을 주점. +4 24.04.17 582 16 12쪽
34 34. 임시 장터. +2 24.04.16 594 16 13쪽
33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24.04.15 591 14 12쪽
32 32. 아를의 심장. 24.04.14 600 18 14쪽
31 31. 영지 개발 계획. +2 24.04.13 649 20 12쪽
30 30. 황금 고블린. 24.04.11 618 21 12쪽
29 29. 에릭. +2 24.04.10 617 23 14쪽
28 28. 물레방아 마을. +2 24.04.09 629 20 13쪽
27 27. 직관(直觀)과 직감(直感). +2 24.04.08 633 18 13쪽
» 26. 워게임(War game). 24.04.06 624 17 12쪽
25 25. 모의 전투. 24.04.04 652 27 13쪽
24 24. 망치와 모루 전술. +2 24.04.03 671 22 13쪽
23 23. 기마술. 24.04.02 686 27 14쪽
22 22. 힘과 세력. 24.04.01 688 30 13쪽
21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24.03.10 744 30 12쪽
20 20. 사냥. 24.03.07 729 27 13쪽
19 19. 성장. 24.03.06 779 3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