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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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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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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33
추천수 :
2,347
글자수 :
614,048

작성
24.03.1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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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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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DUMMY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북쪽 사냥터엔 나무가 많지 않았다.

드문드문 있는 관목 사이엔,

메마른 빈 땅 많이 보였다.

덤불과 풀도 그리 높지 않았다.

덕분에 시야가 넓게 트였다.

몰이사냥 하기 좋은 곳이었다.

사냥개들이 사냥감을 쫓았다.

그 뒤를 사냥꾼들이 따르고···.


“구경하시려면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사냥터지기가 안내했다.

말을 타고 그를 따라갔다.


“자네는 생각보다 말 타는 일에 능숙하군.”


사냥터지기는 웬만한 기병 못지않았다.


“소싯적에, 전장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기사였나?”


그가 기사인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숲과 사냥터도 일종의 장원(莊園)이었다.

큰 사냥터의 경우 수익이 만만치 않았다.

사냥터지기가 거느린 가구가 20여 호였다.

많은 이들이 숲을 기대여 먹고살았다.

사냥꾼과 약초꾼, 나무꾼들이었다.

이곳에서 3~4명의 병사와 10여 명의 징집병을 모을 수 있었다.

그중에 궁수가 상당수 있으니···.

괜찮은 병력이 될 것이었다.

무기와 말, 병사를 거느리면, 그게 바로 기사였다.

이 시대 기사의 출신과 계급은 다양했다.

부유한 자영농 출신부터···.

영주라고 부를 정도로 큰 장원을 가진 이까지···.

기사는 신분이 아니라,

직종이었다.

병사를 거느리고, 말을 타고, 싸우는 직업이었다.


“기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기병입니다.”

“그게 그거지 않나.”


기사와 기병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장비와 거느린 병력의 숫자 정도였다.


“그대라면 잘 싸웠을 것 같은데?”

“..... 저는 이 일이 맞습니다.”


사냥터지기는 잠시 말을 얼버무렸다.


“영주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 모습을 보고 악마가 한마디 했다.


***


-그는 선대 프로방스 백작(베르트랑의 외할아버지) 밑에서 종군했어.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지.-


눈앞에서 장면들이 스쳐 가듯 지나갔다.

론강을 배경으로 전투가 벌어졌다.

양측 모두 병력이 1,000명 남짓이었다.

한쪽의 군대의 깃발은 붉은 바탕에 노란색으로 그려진 십자가였다.

툴루즈 가문의 문장이었다.

다른 한쪽은 노란색과 붉은색의 세로로 그어진 무늬였다.

옛 아를 왕국의 문양이자,

훗날 바르셀로나-아라곤 가문의 문장이 된다.

현재는 프로방스 백작이자, 후작 가문의 문양이었다.


-전쟁이군.-


론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툴루즈 가문과 프로방스 가문 사이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프로방스 백작은 툴루즈 백작(베르트랑의 할아버지)과의 전투에서 패배했다.


- 많은 프로방스 기수(旗手)의 깃발이 꺾였지.-


그 전투에서 사냥터지기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죽었다.

그가 사냥터를 물려받았다.


-그 일로 나를 원망하고 있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건 아니야. 이런 일은 흔하니까.-


전쟁은 이 시대에 흔했다.

오랜 권력 투쟁으로 황제와 왕은 무기력했다.

힘의 공백은 지방 영주들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그러한 전쟁으로 죽었다.

보다 못한 교황과 성직자들이 나섰지만···.

신의 평화와 휴전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유럽 전역에 영토를 늘리기 전쟁이 벌어졌다.

누군가로 전쟁으로 이득을 얻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았다.

사냥터지기는 손해를 보는 자에 속했다.


- 네 부모님의 결혼으로 사냥터라도 유지하게 되었으니. 원망할 일은 아니지.-


두 가문의 결혼과 함께···.

론강 동쪽 지역이 툴루즈 백작의 영토로 넘어갔다.

결혼이라는 온건한 방법으로···.

툴루즈 가문의 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그곳은 두 가문의 상속자(베르트랑)에게 넘어갈 예정이었다.

사냥터지기의 표정에 나타난 건···.


- 불안이군.-

-맞아. 그의 손자는 사냥터지기의 자리를 물려받지 못할 수도 있지.-


베르트랑이 사생아가 된 사건은 많은 곳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러한 불안은 사냥터지기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 영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나빠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사람을 좀 먹게 만드는 법이다.


-가끔 이곳에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네.-

-그래, 좋은 생각이야.-


***


이번에 악마가 사냥에 관해 말을 꺼낸 건,

여러 가지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

밖에 자주 모습을 비추어,

베르트랑이 건재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라는 뜻이었다.

무사히 어머니의 영지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들과 친해지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냥을 좋아하는 기사와 귀족은 많았다.

별다른 즐길 것이 없는 이곳에,

사냥은 중요한 사교 행위이기도 했다.

함께 사냥함으로써,

어머니의 가신을 보듬는 일이었다.


-다만, 너무 자주 하지는 말고···. 잦은 사냥은 그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니까.-


영주의 사냥을 돕는 일이 사냥터지기의 의무였지만···.

농부가 작물을 바치는 것과···.

직공이 직물을 바치는 것과···.

기사가 무력을 바치는 것처럼···.

의무가 과하면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럼. 횟수는 줄이는 대신에···. 동반자를 늘려야겠네.-

-역시 이해가 빠르군. 하하.-


어머니의 가신들을 사냥으로 끌어들이는 건,

이곳에도 나쁘지 않았다.

사냥터지기의 의무는 베르트랑에게 한정되어 있다.

동반자는 스스로 사냥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넓은 농장을 가진 이는 곡물을···.

포도밭을 가진 이는 포도주를···.

바다와 가깝다면 해산물을···.

사냥터지기에게 대가로 지급할 것이다.

이용료는 따로 정해져 있지만,

자신의 체면을 위해 충분히 가져올 것이었다.


-사냥은 좋은 기회야.-


서로의 부를 과시하기 좋은 자리였다.

좋은 옷과 장신구, 따르는 이(시종과 병사)의 숫자는 힘과 부를 나타낸다.

사냥에 많은 수행원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돈을 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비했다.

상인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고···.

이곳의 산물을 사들일 것이다.

사냥터지기는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베르트랑은 자신의 세를 과시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야.-


***


악마의 이런 제안은 괜찮았다.


-사냥 말고 또 도움이 될 만한 건 없어?-


녀석은 사냥보다 더 좋은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베르트랑이 이곳에서 세력을 키우고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것을···.

이제까지 녀석이 말한 것들은 그런 것이었다.

아를에 대한 개발과 자신의 훈련, 사냥에 대한 조언···.

악마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베르트랑은 욕심이 많았다.

최대한 녀석에게 많이 얻고 싶었다.

악마가 주는 지식은 위험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높았다.

악마의 유혹에 빠질 정도로···.


-뭐가 좋을까?-

-뜸 들이지 말고 바로 말해. 어차피 알려줄 거잖아.-

-영리한 녀석. 사냥보다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있긴 있지.-

-뭔데?-

-모의전(Melee)이나, 마상 시합(Joust, Joute)도 좋은데···. 네가 아직 그럴 여력이 안 되니.-

-아!-


얼마 전부터 마상 시합이 열리기 시작했다.

기사와 기병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왕과 영주들은 관련 이들을 모으고 훈련할 필요가 생겼다.

마상 창 시합은 그런 이들을 모으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좋았다.

많은 구경꾼이 시합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곧 마상 시합이 전 유럽에 들불처럼 퍼져나갈 것이다.

베르트랑은 악마의 말에 아쉬웠다.

모의전과 마상 시합은 개최할 수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아를이 커지면, 한번 생각해 봐야겠네. 마침 시합을 열기 괜찮은 장소도 있고···.-

-하하. 그래, 아를만큼 마상 시합을 개최하기 좋은 곳도 없지.-


아를에는 원형경기장이 있었다.

지금은 요새와 창고로 사용되고 있지만···.

안엔 타원형(楕圓形) 경기장과 층계로 이루어진 좌석이 있었다.

크기는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다소 적지만···.

무려 2만 명이 관람할 수 있는 대형경기장이었다.

경기장의 상태는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훨씬 좋았다.

로마는 제국이 무너진 후에도 문화와 종교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이교도의 유물인 콜로세움은 분해되어 다른 건축물의 재료로 이용되었다.

아를은 로마와 달리 오랜 세월 버려졌다.

다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원형경기장의 석재를 뜯어간 이들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곳은 요새로 더욱 보강되었다.

약간의 수고를 들이면,

바로 모의전과 마상 시합을 위한···

최고의 경기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성직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인데···. 그게 문제네.-


그들은 모의전과 마상 시합을 일곱 가지 대죄(七大 罪惡, Seven Deadly Sins)를 짓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교만(驕慢, Pride, 라틴어, superbia)-

마상 시합은 능력을 과시하며 자기를 최고로 자랑하는 행위였다.

시기(猜忌, Envy, 라틴어 invidia)-

분쟁의 원인이 되며 당파심을 일으킨다.

분노(憤怒, Wrath, 라틴어 ira)-

나태(懶怠, Sloth, 라틴어 pigritia seu acedia)-

탐욕(貪慾, Greed, 라틴어 avaritia)-

색욕(色慾, Lust, 라틴어 luxuria)까지···.

모의전과 마상 시합은 이 모두와 관련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마상 시합의 개최를 막을 수 없어.-


일곱 가지 대죄는 인간의 본능이었다.

그건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파문과 지옥으로 위협했음에도···.

오랜 기간, 많은 곳에서 모의전과 마상 시합은 성대하게 열렸다.

더 인기 있는 스포츠가 생기기 전까지···.


-그래도 부담스러운걸···.-


베르트랑은 한동안 신실한 자가 되어야 했다.

성직자와 부딪히는 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아를에 수도원을 먼저 건설하면 돼.-


아를은 교통의 요지였다.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이었다.

수도원이 건설되고···.

성유물이 전시되면 많은 순례자가 방문할 것이다.

그러한 순례자는 이 시대의 관광객이기도 했다.

반대로 관광객이 순례자가 되기도 했다.

모의전과 마상 시합을 보기 위해···.

귀족과 기사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 것이다.

아를에 온 김에 수도원에 들러 성유물을 구경하기 좋았다.

수도원에 헌금이 쏟아졌다.

배지(기념품) 판매에 도움이 되었다.

그 일로 얻는 수익을 먼저 본다면···.


-오히려 그들이 좋아할걸? 하하.-


수도원과 주교구는 일종의 영지였다.

신자와 부는 성직자의 힘이기도 했다.


-누구도 일곱 가지 대죄에서 벗어날 수 없지. 하하.-


마상 대회를 개최하는 걸 옹호할 것이다.


-지금의 교황은 위험해.-


그레고리 7세는 교황의 힘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속 영주에 제한된 것이야. 하나님의 종은 여럿이지.-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자···.

하나님의 종들의 종이었다.

아직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ius Christi)가 되지 못했다.

대주교와 대수도원장은 교황의 말을 따르거나 거부할 수도 있었다.

아를의 대주교는 파문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오히려 교황 그레고리 7세가 프로방스로 오는 것을 피했다.


-그곳의 수도원장이 교황이 될 수도 있어.-


수도원장 중에 추기경을 거쳐 교황이 된 이도 많았다.

젊은 교황은 드물었고···.

그 자리는 자주 바뀌었다.

교황을 뽑는 선거(콘클라베: conclave)는 신앙심의 깊이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신자와 부,

그것에서 나오는 정치력도 중요했다.

베르트랑이 마상 시합을 개최한다면 얻을 것이 많았다.


-아를에 로마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야.-


성유물과 수도원, 원형경기장은 도시의 성장을 촉진할 것이었다.

로마 시대 이후 다시 찾아오지 않을···.

아를의 영광을 베르트랑이 함께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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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선순환 고리. 24.04.26 516 16 12쪽
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5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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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에릭. +2 24.04.10 617 23 14쪽
28 28. 물레방아 마을. +2 24.04.09 629 20 13쪽
27 27. 직관(直觀)과 직감(直感). +2 24.04.08 633 18 13쪽
26 26. 워게임(War game). 24.04.06 623 17 12쪽
25 25. 모의 전투. 24.04.04 652 27 13쪽
24 24. 망치와 모루 전술. +2 24.04.03 671 22 13쪽
23 23. 기마술. 24.04.02 686 27 14쪽
22 22. 힘과 세력. 24.04.01 688 30 13쪽
»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24.03.10 744 30 12쪽
20 20. 사냥. 24.03.07 729 27 13쪽
19 19. 성장. 24.03.06 778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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