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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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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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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53
추천수 :
2,347
글자수 :
614,048

작성
24.04.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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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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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30. 황금 고블린.

DUMMY

30. 황금 고블린.


에릭은 기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마을 유지(有志)들에게 전했다.

대장간이 들어오는 것과···.

물레방앗간 폐허가 수리되는 것,

제빵소와 각종 편의 시설이 건설되는 것들이었다.


“확실히 마을에 많은 도움이 되겠어.”

“우리도 큰 마을 못지않게 살만해지겠군.”

“빵을 매일 먹을 수 있게 된다니···.”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런 상황에 한껏 고무되었다.

각자 신나게 떠들어대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인들이 마을에 자리 잡을 것이네. 앞으로 마을에서 많은 공사를 해야 하네.”


그 말에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부역의 문제였다.


“농사에 지장이 있을 것이야.”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마을에 도움이 될 일이니. 해야지.”


각자의 처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졌다.

그들이 자유민이냐, 농노냐의 차이였다.

농노는 부역에 동원되어야 했다.

마을 유지의 대부분은 넓은 땅을 가진 자영농이었다.

일부는 소작농을 부리는 지주였다.

그런 이들 중에서도 농노가 있었다.

자영농이나 지주냐 하는 것은, 토지의 보유 현황이었다.

자유민이냐, 농노냐, 하는 것은 사람의 신분이었다.

농노 중에도 자영농과 지주가 있었다.

일종의 외거 노비와 같았다.

그들은 부역에 동원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엄청나게 피곤해지겠는데.”


누군가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 왔다.

아를은 전란을 거친 땅이었다.

그곳에 새로운 사람들이 자리 잡았다.

신분을 증명하기 힘든 사람이 많았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정착한 이들이었다.

탈주 농노와 도적, 무법자 출신도 있었다.

수도원 출신 사생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었다.

설사 밝히더라도 자유민임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수도원은 그 일을 감추기를 원했다.

결국 농노로 간주하여 부역에 끌려가게 될 것이다.

신분을 증명하는 것도,

부역에 끌려가는 것도,

모두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공사에 참여하면 보수가 지급될 것이야.”

“그래도 부역해야 하는 건 변하지 않지 않은가.”

“보수가 지급되면 부역이 아니네.”


부역은 강제성과 무보수를 의미했다.

그중 무보수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보수가 괜찮네.”


밀가루와 빵, 포도주, 올리브유, 은화와 동전이었다.

매력적인 보수였다.


“일을 서로 하려고 할 것이야.”


서로 일하려 하면 원하는 사람만 하게 될 것이었다.

강제성이 사라졌다.

결국 부역이 아니게 되었다.


“아!”


다른 이들도 말뜻을 알아차렸다.


“영주님은 영리한 분이시네. 그 문제를 간단하게 정리하셨어. ”


보수를 지급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을 제거했다.


“괜찮긴 한데···.”


그럼에도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었다.


***


“그건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지 않은가.”


좋은 보수에도 끌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을에서 잘사는 이들이었다.

생활에 여유가 있었다.

힘든 공사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 가난한 이들에게만 좋은 거지.”


그들은 오히려 배가 아팠다.

가난한 이들이 잘사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빵을 먹고 포도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그런 특권은 그들의 자랑이었다.


“그래, 우리에게도 뭔가 이득이 있어야지.”


이들은 이미 기득권을 인정받았다.

물에 구해주면 봇짐을 내어놓으라는 게 인간이었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쯧쯧. 영주님의 안배를 이해하지 못했군.”

“안배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우리에게도 큰 이득이 있어.”


큰 이득이라는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가진 자들에게 이득은 민감한 문제였다.


***


“자네들은 공사장에 나가서 일할 생각이 없어. 그렇지 않나.”

“.......”


기득권은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소작농이 농사에 소홀히 할까, 걱정이지.”

“......”


그들의 정곡을 찔렀다.

좋은 보수를 준다는 건, 또 다른 걱정거리를 낳았다.

그들은 직접 농사를 짓든(자영농),

농사를 짓지 않고 빌려주든(지주),

땅의 주인들이었다.

농사일에 소홀해져 소출(所出)이 줄어들면 그들에게 손해였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야.”

“대체 그 둘이 무엇인가?”


에릭은 똑똑한 촌장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뭔가 꿍꿍이가 있었다.

그것이 궁금했다.


“이번에 많은 상인이 따라왔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마을에 상인이 오는 건 좋은 일이지만···.”


큰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와 그들은 별 상관이 없지 않나.”


이것이 사고의 한계였다.

마을 유지들은 상인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앞에 황금을 두고도 보지 못하는군.”

“무엇이 눈앞의 황금인가?”

“상인 말이네. 상인. 그들이 황금이네.”

“상인이 황금 고블린도 아니고···. 무슨 황금인가.”


고블린은 숲의 사악한 정령을 말했다.

황금을 매우 좋아해서 여기저기에 숨겨 놓기 좋아한다고 전해졌다.

그들은 아일랜드에선 레프러콘(Leipreachán)이라고 불렸다.

무지개 끝에 황금 항아리가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의 기원이었다.

이곳에선 황금 고블린이라고 불렸다.


“상인은 황금 고블린이 맞아.”

“말도 안 돼. 그들은 우리의 돈을 노리는 이들이야.”

“그 말도 맞지.”


상인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이들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건 세계 어디에서나 같았다.

조선이라는 나라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필요악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황금 고블린이지.”


고블린은 황금을 좋아했다.

황금을 모으고 숨겼다.

그것을 찾아내는 사람에겐 큰 부를 안겨주었다.

마치 도깨비와 같았다.

둘 다 정령 숭배에서 나왔다.

정령에 대한 설화는 많은 곳에 남아있었다.

그들은 화(禍)와 복(福)을 주는 존재였다.

상인도 다르지 않았다.


“상인은 우리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라지기 마련이야.”

“어떤 식으로 말인가?”

“편의를 제공해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지.”


그가 생각하는 구상을 마을 유지들에게 이야기했다.


***


“우선 여관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이곳에 여관 말인가?”


물레방아 마을엔 여관이 없었다.

방문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몽마주르 수도원과 가깝지만···.

순례자가 오는 마을은 아니었다.

물레방아 마을과 수도원 사이는 늪으로 막혀있었다.

늪은 큰 장애물이었다.

사라센과 바이킹의 침입을 막았다.

몽마주르 수도원은 난세에 좋은 피난처가 되었다.

그런 장점이 지금은 단점이 되었다.


“올 사람이 없을 것인데···.”


물레방아 마을은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었다.

특별한 특산물이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근처에 수도원이 있지만···.

방문을 원하는 순례자들은 동쪽에서 들어갔다.

마을과 반대 방향이었다.

퐁비에유 언덕과 이어지는 길이었다.

수도원이 커지면서 늪을 건너기 편한 곳에 길을 내었다.

언덕과 섬 사이의 좁은 길이었다.

그와 달리 물레방아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옛 로마 가도와 아를 쪽에서 이어졌다.

그곳은 아직 폐허로 버려져 있었다.

동북쪽은 늪이 가로막고 있었다.

서남쪽은 개발이 안 되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상인과 방문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길은 편하지 않나.”


마을 근처에 로마 가도가 지나간다고 하나···.


“....상인들이 올 만한 곳은 아닌데.”


드문드문 마을을 방문하는 행상을 대상으로 여관을 운영할 순 없었다.

괜히 오지가 아니었다.


“이곳에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살게 되었네.”


마을 주민과 이주민을 합하면 1,000명에 육박했다.

1,000명은 작은 인구가 아니었다.

그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물건이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계획대로 된다면 더 늘어날 것이야.”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이번에 온 장인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지. 영주님은 이곳을 본격적으로 개발하실 생각이야.”


솜씨 좋은 장인은 도시에서도 귀하게 여겼다.

수십 명이 넘는 장인이 물레방아 마을로 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큰 도시로 키우려는 의도로 봐도 되었다.


***


“장인은 질 좋은 상품 생산하지.”


영주가 그런 장인을 놀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건 공장을 세워두는 것과 같았다.

공장을 세워두면 시간이 흐를수록 손해였다.

무엇이든 생산해 낼 것이다.

그걸 이곳에서 다 소비한다면, 그만큼 인구가 늘어났다는 말이었다.

소비되지 않는다면, 어딘가로 팔려나갈 것이다.

어떤 결과가 되든···.


“상인과 방문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그렇군, 여관이 돈이 되겠어.”


여관은 은근히 돈이 되는 시설이었다.

잠자리와 음식이 제공되었다.

그건 공짜가 아니었다.

머무는 사람만큼 돈이 되었다.


“마구간도 필요할 것이야.”


말과 마차는 많은 짐을 실어 날랐다.

마구간이 있으면 소규모 행상이 아니라,

규모가 큰 상단이 마을을 방문할 것이다.

마차와 말을 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큰 상단은 한 번에 움직이는 인원이 많았다.

그만큼 쓰는 돈이 늘었다.


“창고가 필요할 수도 있어.”


물류에 창고는 중요했다.

상품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창고가 있으면,

많은 양을 실어 나를 수 있었다.

더 큰 규모의 상단이 방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관이 교역소(商館, Factory)가 되는 것이지.”


여관과 교역소는 연관성이 있었다.

여러 상인이 함께 숙박하면,

그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마련이었다.

여각과 객주가 대표적이었다.

그곳 역시 마구간과 창고가 있었다.

상업의 발달 과정은 세계 어디에나 비슷했다.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점까지 운영하면 더욱 좋지.”

“주점 말인가?”

“기사와 함께 온 병사가 수십 명이네. 거기에 공사로 돈이 생기면 어디에 쓰겠는가?”


주민들에게 보수가 지급될 것이다.

마을에 금전적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음주 가무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돈이 생기면 주점에 들르기 마련이었다.


“여관에 마구간, 창고, 주점까지···. 짓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겠는데···.”

“그래서 자네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네. 함께 길드(Guild)를 만드는 것은 어떤가?”

“길드 말인가?”


협동조합, 길드는 계(契)와 비슷했다.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졌다.

처음엔 무언가를 함께 나누어 부담하는 유무형의 공공부조 형태였다.

길드를 만드는 것은 상인과 장인만이 아니었다.

이익이 있는 곳엔 길드가 생겼다.

거지와 학생, 교수, 기사 등 모든 이익단체가 길드가 될 수 있었다.

길드는 많은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도시의 행정권을 장악하여 과두정으로써 도시를 운영하기도 했다.


“어차피 여관을 지으려고 해도 허가가 필요하네.”


여관과 마구간, 창고, 주점 모두 영주의 허가가 필요했다.

영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전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세금이 나오는 곳을 그냥 두진 않았다.


“그러니 이참에 아예 길드를 만들어 버리지.”


그가 말한 사업은 혼자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마을 유지들은 그 말에 솔깃했다.

여관과 관련된 사업은 괜찮아 보였다.

돈 냄새가 솔솔 났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길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네. 안되면 내 혼자라도 하겠네.”


그 말이 망설이던 유지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다.

이익에서 소외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맞는 말이네. 길드에 투자하겠네.”

“나도 참여하겠어.”

“가난한 자들만 이익을 보게 둘 수는 없지.”


마을 유지들이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이는 에릭이었다.

그가 길드장이 되었다.

상인뿐만 아니라,

마을 유지도 황금 고블린이었다.

이용하기 나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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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84 14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10 14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28 14 12쪽
45 45. 베르트랑의 상단. 24.04.27 539 15 13쪽
44 44. 선순환 고리. 24.04.26 516 16 12쪽
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7 16 14쪽
40 40.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의 방식. +4 24.04.22 548 14 13쪽
39 39.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24.04.21 548 15 13쪽
38 38.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 24.04.20 570 16 14쪽
37 37. 라크라우. 24.04.19 576 15 13쪽
36 36. 바르브갈 산업단지. 24.04.18 581 16 13쪽
35 35. 마을 주점. +4 24.04.17 582 16 12쪽
34 34. 임시 장터. +2 24.04.16 595 16 13쪽
33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24.04.15 591 14 12쪽
32 32. 아를의 심장. 24.04.14 601 18 14쪽
31 31. 영지 개발 계획. +2 24.04.13 649 20 12쪽
» 30. 황금 고블린. 24.04.11 619 21 12쪽
29 29. 에릭. +2 24.04.10 617 23 14쪽
28 28. 물레방아 마을. +2 24.04.09 629 20 13쪽
27 27. 직관(直觀)과 직감(直感). +2 24.04.08 633 18 13쪽
26 26. 워게임(War game). 24.04.06 624 17 12쪽
25 25. 모의 전투. 24.04.04 653 27 13쪽
24 24. 망치와 모루 전술. +2 24.04.03 671 22 13쪽
23 23. 기마술. 24.04.02 686 27 14쪽
22 22. 힘과 세력. 24.04.01 689 30 13쪽
21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24.03.10 744 30 12쪽
20 20. 사냥. 24.03.07 730 27 13쪽
19 19. 성장. 24.03.06 779 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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