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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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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61,236
추천수 :
2,347
글자수 :
614,048

작성
24.04.17 12:05
조회
581
추천
16
글자
12쪽

35. 마을 주점.

DUMMY

장과 피에르는 올리브유와 양털들을 팔아 괜찮은 수입을 올렸다.


“이거 불안한걸.”


주머니에 큰돈이 생겼다.

누가 훔쳐 갈지 몰라 불안해졌다.

임시 오두막은 누구나 들고 나갈 수 있었다.

잠든 사이에 돈을 훔쳐 가면 큰일이었다.


“그럼. 여관에 맞길까?”

“응? 여관에서 돈도 맡아주나?”

“그래. 물건을 맡기는 것보단 저렴해.”


돈은 부피가 작았다.

보관료가 싸다.

돈을 맡기고 보관증을 받았다.

보관증에는 이름과 지장(指章)이 찍혔다.

도둑이 훔쳐도 소용없었다.


“그럼. 이제 일자리를 알아볼까?”


물레방아 마을엔 다양한 일거리가 있었다.

가장 많은 것이 수로를 정비하는 일이었다.

땅을 파고 그곳에서 나온 흙을 쌓는 일이었다.

그 뒤엔 돌을 둘러 수로가 쉽게 무너지지 않게 만들었다.

한번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수로를 발견하면, 그걸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 시대 만들어진 수로는 침전물을 제거하고 약간의 수리만 해도 쓸만했다.

수로 공사는 매우 고된 일이었다.

대운하를 건설하다가 수나라가 망할만했다.

대규모 토목 공사들이 대부분 그랬다.

일이 힘들기에 3일에 4파운드의 밀 빵을 주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자네는 수로 공사나 벽돌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는 게 적당할 거야.”


벽돌을 만드는 일도 힘은 많이 들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곳이었다.

단순노동이었다.


“그런 자네는 어디에서 일하려고?”

“나는 벽돌을 쌓는 일을 해야지.”


벽돌공(mason)은 은근히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몇 번 오는 동안 벽돌 쌓는 기술을 배웠다.

특별한 기술은 아니지만 있고 없고가 중요했다.

마을에 다양한 건물이 지어지기에 일자리도 많았다.


“왜? 그 일이 보수가 더 좋은가?”“아니. 보수는 똑같아. 대신 일이 좀 더 편하지.”


보수는 4파운드의 빵으로 같았다.

그러나 노동강도는 수로 공사보다 약했다.

기술을 가진 만큼 대우해 주는 것이다.


“나도 벽돌 쌓는 걸 배워야겠군.”

“그것도 괜찮지만···. 너는 다른 걸 배워봐.”

“왜?”

“나중엔 벽돌 쌓는 일을 구하기 힘들지도 몰라.”


사람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했다.

같은 보수를 받는다면 편한 게 좋았다.

벽돌 쌓는 일을 배우는 사람이 많았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리를 못 구해 수로와 토목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떤 게 괜찮을까?”

“방앗간이나 제빵소, 대장간이 괜찮지.”

“그곳이 일이 편한가?”

“잘은 모르지만, 그곳도 일이 힘들 걸.”


곡식 자루나 밀가루 포대를 날라야 할 것이다.

대장간에 가면 하루 종일 풀무질이었다.

쉬지 않고 풀무질하는 건 인간이 할 일은 아니었다.

노동강도가 강했다.

가장 먼저 기계화되는 일이었다.


“그럼. 보수가 좋은가?”

“단순한 일이라 보수는 똑같아.”

“그런데 왜? 거기로 가라 하는 거야.”

“거기서 오래 일하면 좀 편한 일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어디나 신입이 가장 힘든 일을 맡았다.

일하는 게 익숙해지면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된다.

어깨 너머로 일을 배우는 것이다.

아니, 어느 일이 좀 더 편하고 할만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안면이 있으면, 그 자리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기술도 배울 수도 있어.”


물레방앗간이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 들어가는 기계장치가 만만하지 않았다.

수력으로 얻는 회전운동을 다양한 형태로 변환시켜야 했다.

그렇게 변환시킨 운동에너지로 방아로 곡식을 빻았다.

압착기를 돌려 기름을 짜내었다.

풀무를 움직여 철광석이나 철을 녹일 수도 있었다.

직물을 짠다면 더욱 많은 동작이 필요했다.

그럼. 기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이다.

물레방앗간의 일이 단순한 일은 아니었다.

제빵소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빵을 굽는 데 많은 기술이 필요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제빵사는 특별한 기술자였다.

대장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기술을 가르쳐주는 건 도제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닌가? 나는 도제가 되지 못할 것인데.”


도제가 되기엔 나이가 많았다.

어릴 때부터 노동력을 바쳐야 도제가 될 수 있었다.

기술을 아무에게나 가르쳐주지 않았다.

기술은 귀했다.

귀한 것은 힘이었다.

힘을 함부로 나누어주려 하지 않았다.


“여긴 달라. 도제만으론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없어.”


이곳의 물레방앗간과 제빵소, 대장간은 공방이라고 하기보다 공장에 가까웠다.

수요가 많아 대량 생산해야 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도제와 장인 시스템으론 돌아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잡역부와 숙련공, 장인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되었다.

도제가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숙련공이 되면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어.”

“쉽지 않겠네.”


다들 숙련공이 되려 할 것이다.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좋아. 정했어.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건 농사일뿐이었다.

할 줄 아는 것이 그것뿐이었다.

기술이 있으면 도시에서 살 수도 있었다.

물레방아 마을에 자리 잡아도 좋고···.

다른 도시로 가는 것도 괜찮았다.

자신이 사는 곳보단 나았다.


“어떤 일을 할 거야?”

“방앗간. 이곳이 마음에 들거든.”


***


장과 피에르는 물레방아 마을에서 9일 동안 일했다.

두 사람이 사는 마을은 이곳에서 멀었다.

오고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9일 정도는 일해야 했다.

그동안 일한 보수로 12파운드짜리 빵을 받았다.

등에 짊어지기 딱 좋은 크기였다.

빵을 받은 후 여관에 맡겨둔 돈을 찾았다.

약간의 수수료가 나갔지만···.

안전하게 보관한 것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았다.

그 돈으로 임시 장터에서 필요한 물건을 샀다.

생활에 필요한 각종 잡화와 올리브유였다.

올리브가 나는 곳에 올리브유를 사 가는 셈이었다.

그 정도로 올리브유 가격이 저렴했다.

이곳 대장간에서 만드는 각종 철제 도구도 빠지지 않았다.

농기구뿐만 아니라,

바늘과 화살촉, 솥단지 등 생산하는 종류가 많았다.

심지어 못 같은 단순한 것도 품질이 좋았다.

잡철이 아닌 제대로 된 철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짐이 한가득하였다.


“다음에는 나귀라도 한 마리 사야겠어.”


말과 달리 당나귀는 길가의 풀도 잘 먹었다.

곡물을 먹이지 않아도 돼서 비용이 적게 들었다.

힘도 상당히 좋아 짐을 옮기기 적격이었다.

한 마리만 있어도 나를 수 있는 짐이 크게 늘었다.


“돈이 생기면 그러자.”


당나귀도 상당히 비쌌다.


“내년쯤이면 가능하지 않겠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올가을에 풍년이 든다면 가능할 것이다.

먼저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어야 했다.

아직 농사가 주업이었다.


“이제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한잔하고 갈까?”

“좋아. 힘든 일을 하고 마시는 술이 최고지.”


힘든 일에 술이 빠질 수가 없었다.

몸의 고단함도 잊게 만들어 주었다.

배고픔이 해결되면 술을 빚기 마련이었다.

술은 배고픔도 잊게 만들어 주었다.


“술은 사람이 많은 곳에 마셔야 제맛이야.”


마을에도 술은 있었다.

그러나 이곳처럼 주점은 없었다.

주점이 생기려면 상당히 큰 마을이어야 했다.

술을 팔아 먹고살 수 있어야 했다.

여관을 겸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했다.

그런 마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곳은 상인이 들리고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주머니가 두둑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들리듯 많은 이가 주점을 찾았다.

사람이 붐비는 이곳의 주점은 흥이 있었다.

술은 분위기였다.

분위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다.

그런 곳엔 술집 작부(酌婦)가 오기 마련이었다.

술에 여자가 빠질 수 없었다.

술집 여자로 부르건, 매춘부로 부르건,

남자와 돈, 술이 있는 곳엔 여자가 있었다.

물레방아 마을의 주점은 이 근방에선 보기 힘든 곳이었다.

들리지 않고 간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


“죄송합니다. 손님. 안에 자리가 없습니다.”


장과 피에르에겐 아쉽게도 술집이 만원이었다.

일찍 서둘렀음에도 그랬다.

물레방아 마을의 주점에는 벌써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마을에 주둔한 병사가 주점을 자주 찾았다.

훈련과 순찰이 없을 땐 병사들은 한가했다.

병사들은 대부분 가족 없이 홀로 이곳으로 왔다.

즐길 게 많지 않은 이곳에서 술집만 한 곳이 없었다.


“처음에 타라스콩을 떠날 땐 정말 탈영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도시에 살던 사람이 시골에 살긴 힘들었다.

편의 시설부터 해서 문화생활까지 차이가 심했다.

병사와 같이 그걸 즐길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건 천지 차이였다.


“이곳에 이렇게 괜찮은 술집이 생길 줄이야.”

“그렇지. 가격도 싸고 분위기도 좋으니. 얼마나 좋아.”


마을에 술집이 있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

거기에 가격도 저렴했다.

타라스콩에서 포도주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맥주와 벌꿀주를 포함하여 각종 술이 주변 지역에서 흘러들었다.

이 지역에서 나는 곡식과 각종 열매가 술로 빚어졌다.

이곳은 빵값을 비롯해 식량 가격이 저렴했다.

탄수화물과 당이 있으면 모든 걸 술로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순무로도 술을 담을 수 있었다.

식량과 술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곡물가와 술 제조원가는 연관성이 있었다.

이곳은 술이 싸고 안주도 쌌다.

***


멧새를 비롯해 주변에서 잡히는 다양한 조류가 안주가 되었다.

이곳은 론강과 멀지 않았다.

늪과 각종 수로도 있었다.

생선이 많이 잡혔다.

펄과 개울에서 잡힌 조개와 게, 새우, 가재 등도 좋은 안주가 되었다.

마르세유의 부야베스(Bouillabaisse)와 비슷한 요리는 이 시대에도 있었다.

토마토가 없어 붉지 않지만···.

해물잡탕인 건 큰 차이가 없었다.

해물 특유의 시원한 국물은 술과도 잘 어울렸다.

멧새 구이와 부야베스라면 술안주로 최고였다.

개간이 안 된 황무지에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았다.

그것들도 이곳으로 와서 안주가 되었다.

잘 훈제된 고기도 안주로서 딱 맞았다.


“그러게. 타라스콩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큰맘을 먹어야 했는데···.”


군인이 박봉인 것은 어디나 비슷했다.

마음 편하게 술 한잔 먹기도 쉽지 않았다.

이곳은 급료에 비해서 물가가 쌌다.


“다음엔 가족들도 이곳으로 불러야겠어.”


결혼한 이는 가족을 생각했다.


“야. 그러면 이런 시간도 못 가지잖아.”

“그래. 가끔은 다른 여인의 살냄새도 맡아야지.”


이곳은 여인의 품도 저렴했다.

적은 돈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하하. 그렇네.”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빨리 갔다.

그들은 주점 내에 고정된 자리가 있을 정도였다.


***


병사와 함께 마을 유지라 불리는 이들도 주점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개발되면 득을 보는 이는 그 지역 주민이었다.

특히 땅을 많이 가진 지주가 큰 이득을 보았다.

물레방아 마을의 유지는 여관과 술집과 관련된 길드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이래저래 수입이 좋았다.

편하게 주점에 들러 한잔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이들이 자주 모이니,


“길을 정비하는 데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겠지. 우리도 그 일로 득을 보니까.”


타라스콩에서 오는 길뿐만 아니라, 다른 길들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그 일을 모른 척했다간, 기존의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었다.

권력은 힘에서 나왔다.

영주와 기사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경단의 순찰 범위를 넓히길 원하던데···.”


병사들로만 마을과 상인들이 오가는 길목을 지킬 수가 없었다.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해야지.”


마을과 상인들이 오가는 길목을 지키는 일은 그들에게도 중요했다.

최대한 협조해야 했다.

그만큼 인원과 비용이 더 필요하지만, 이득이 컸다.

그 정도는 감수할만했다.

마을의 대소사가 주점에서 이루어졌다.

마을 유지도 주점의 고정 고객이었다.

또 다른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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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선순환 고리. 24.04.26 516 16 12쪽
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5 16 14쪽
40 40. 문제를 해결하는 각자의 방식. +4 24.04.22 547 14 13쪽
39 39. 침묵은 인정으로 본다. 24.04.21 548 15 13쪽
38 38.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 24.04.20 570 16 14쪽
37 37. 라크라우. 24.04.19 576 15 13쪽
36 36. 바르브갈 산업단지. 24.04.18 581 16 13쪽
» 35. 마을 주점. +4 24.04.17 582 16 12쪽
34 34. 임시 장터. +2 24.04.16 594 16 13쪽
33 33. 변화하는 물레방아 마을. 24.04.15 591 14 12쪽
32 32. 아를의 심장. 24.04.14 600 18 14쪽
31 31. 영지 개발 계획. +2 24.04.13 649 20 12쪽
30 30. 황금 고블린. 24.04.11 618 21 12쪽
29 29. 에릭. +2 24.04.10 617 23 14쪽
28 28. 물레방아 마을. +2 24.04.09 629 20 13쪽
27 27. 직관(直觀)과 직감(直感). +2 24.04.08 633 18 13쪽
26 26. 워게임(War game). 24.04.06 623 17 12쪽
25 25. 모의 전투. 24.04.04 652 27 13쪽
24 24. 망치와 모루 전술. +2 24.04.03 671 22 13쪽
23 23. 기마술. 24.04.02 686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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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세력을 결집하는 방법. 24.03.10 744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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